“육...경...한!”그녀의 찢어진 목소리에서 남자의 이름이 하나씩 튀어나왔다.공기는 점점 희박해지고 그녀는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머릿속에 그녀를 사랑하는 어머니가 케익을 들고 그녀의 생일 축하하는 모습이 그려졌다.“소원아, 소원 빌어야지!”어머니는 자애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귀한 보물처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가 죽으면 어머니는 살아갈 수 있을까?그녀의 눈에서 커다란 구슬이 툭툭 떨어졌다.그녀는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한 걸까?육경한의 이글거리는 눈은 악마를 집어삼킨 듯 했다. 손에 힘이 점점 강해져 소원의 가느다란 목이 부러질 것 같았다.그는 자신이 너무 우스꽝스러웠다.이 여자에게 연민을 느껴 밤새 바보처럼 그녀를 걱정했다.아버지가 감옥에서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투신자살했던 그때, 그의 인생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이 여자가 어떻게 그를 비웃었는지조차 한켠에 접어뒀다.하지만 이 여자는?그녀는 그가 역겹다고 하고 있다.그때 영상 속과 똑같은 말투로 그가 역겹다고, 멍청하다며 놀림거리가 된 그를 비웃었다...분노가 마치 칼날이 되어 그를 난도질했다.육경한은 입꼬리를 올리며 살기 어린 냉소를 지었다.그는 더 이상 그녀를 동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한 행동은 동정할 받을 가치가 없다.그녀가 죽지 않는 한, 이번 생에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그는 평생 그녀를 무자비하게 괴롭힐 것이다.육경한의 시린 눈이 그녀를 응시했다. 그는 그녀의 귓가에 악마처럼 속삭였다.“난 널 평생 괴롭힐 거야.”그녀는 아무 반응 없었다. 풀린 동공과 상기된 얼굴에 육경한은 손을 놓았고 이성을 되찾았다.호흡이 돌아온 소원은 숨을 헐떡이며 산소를 들이켰다.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침대 시트와 우의를 가릴 수 없을 정도였다.그녀는 자신이 꾼 터무니없는 꿈을 떠올렸다.그녀가 잠든 동안 육경한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품에 안고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마치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하지만 그 다정한 육경한은 꿈속에만
“하하. 하하...”소원은 미친 사람처럼 머리를 헝클어뜨린 채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왜 맞았는지 네가 더 잘 알 거 아니야!”“넌 인간도 아니야! 넌 짐승이야!”“날 죽도록 괴롭히고 싶은 거지?”“네 소원을 들어줄게.”소원은 피를 토하듯 흐느꼈다.그녀는 갑자기 이불을 들추고 침대에서 일어나 맨발로 창문으로 달려갔다.육경한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소원은 이미 창턱에 올라갔다.그녀는 저 아래 바닥을 바라보며 참담한 미소를 지었다.“여기가 10층이지? 떨어지면 많이 못생겨 있겠지?”“당장 내려와!”육경한은 다급하게 외쳤다.“이미 너무 못생겨졌어. 이렇게 큰 흉터 때문에 어떤 옷을 입어도 어울리지 않을 거야...”소원은 실성한 듯 중얼거렸다.마음이 너무 황량했고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했다.육경한이 돌아온 이후로 그녀의 생활은 천지개벽의 변화가 일어났다.그는 그에 대한 그녀의 환상을 산산조각 냈다.그는 그녀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소원의 눈에 슬픔은 너무 짙어 가실 줄 몰랐다.“난 너에게 미안한 짓을 한 적 없다고 거듭 말했지만, 넌 한 번도 믿지 않았어. 내가 한 말이 거짓이라고 쳐. 근데 육경한 난 널 사랑했었어!”육경한이 겪은 고통을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면 서로 빚진 것이 없게 된다.그녀는 과거형으로 말하고 있다...육경한은 가볍게 웃으며 이 거짓말쟁이가 또 자신을 속이려 한다고 생각했다.그녀에게 속지 않을 것이다!절대!더럽고 지조도 없는 이런 여자는 사랑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그의 혀끝이 뼈를 에는 듯한 한기를 뿜었다.“뛰어내리면 한이그룹을 서울에서 영원히 퇴출시킬 것이고 네 부모들도 너의 뒤를 따라가게 할 거야. 그리고 네가 아끼는 사람들이 영원히 고통받으며 너의 죽음으로 드리운 그림자 속에서 살도록 할 거야!”육경한의 눈에 광기 어린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순식간에 사람을 집어삼킬 듯했다.그의 허락 없이 그녀는 절대 죽을 수 없다.너무 미운 그
육경한은 적대적인 눈빛으로 말했다.“오냐오냐하니까 아주 멋대로구네?”소원은 화가 난 육경한의 모습을 보고는 환하게 웃었다.“그건 3년 내 결혼 하지 않는 거야. 내가 고상을 떠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연녀란 꼬리표는 달지 않을 거야.”진아연이 매일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육경한의 신부가 되어 그녀를 철저히 밟아 버리려는 것 아닌가?그러면 그녀의 뜻대로 되게 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누구나 건드릴 수 있는 내연녀는 하지 않을 것이다.육경한은 분노가 치밀었다.“네까짓 게 무슨 자격으로 하라 마라야! 내가 결혼하든 안 하든 넌 내 노리개가 되어야 해!”“육경한, 난 지금 너와 상의하는 게 아니야. 어차피 넌 우리 가문을 놔주지 않을 테니,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그녀의 목소리가 가벼워졌다. 하지만 의미는 무거웠다.“끝까지 가.”육경한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몇 미터 밖에서도 간담이 서늘하게 하는 웃음이었다.끝까지란 말을 그는 좋아했다.그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좋아.”그는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며 손을 내밀었다.소원도 망설임없이 그의 손을 잡고 내려왔고 그대로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육경한은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몸 아래 짓눌렀다. 그리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다가 아래로 손을 뻗었다.“네가 날 자극했으니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어떤 건지 똑똑하게 알려줄게.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어.”그의 지옥을 그녀가 모두 경험하게 해줘야겠다.더 이상 따스함을 찾아볼 수 없는 그의 목소리는 극도로 차가워졌다.그는 거칠게 움직이며 말했다.“내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해.”반쪽눈만 드러낸 소원은 여전히 요염한 눈빛을 뿜었다.그녀는 육경한의 목을 감고 핏기가 도는 입술로 그의 귓볼을 삼켰다.그리고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육경한, 난 이미 지옥이었어.”네가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순간부터!네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시작한 순간부터!다른 사람이 함부로 날 대하게 한 순간부터!육경한, 난 매 순간 지옥에서 살고 있었어
육경한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비웃었다.“넌 나에게 빌게 될 거야.”하지만 자신이 끝까지 용서를 구하는 그녀를 기다리지 못하게 될 줄을 그는 몰랐다.그는 3년이란 시간이 길다고 생각했고 그녀를 괴롭히기에는 충분하다고 여겼다.하지만 그들은 반년도 넘기지 못했다.소원이 아무런 생기도 없이 그의 품에 안겼을 때 그는 자신의 목숨으로 그녀를 되찾으려 했다.그 깊은 사람의 감정은 증오의 공허함 속에서 흐려졌다.그는 결국 그녀를 망가뜨리고 말았다....이준혁 사무실.주훈은 병원에서 윤혜인과 나눈 대화를 그대로 보고했다.이준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조사해.”주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사무실을 나가려 했다. 그때 이준혁이 그를 불렀다.“그날 생일 파티에 관한 사실이 아닌 내용들도 전부 내려.”사무실을 나선 주훈은 마주 향해 오는 송휘재를 보고 그를 불러세웠다.“LM 회의 당일 대표님 사무실 입구 감시카메라 영상을 복사해 줘요.”잠시 당황한 송휘재는 표정을 숨기며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송휘재는 영상이 든 메모리 카드를 건넸다.주훈이 그에게 물었다.“요즘 세희 아가씨를 모시느라 힘들지는 않아요?”송휘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힘들지 않아요. 대표님의 부담을 덜어 드리는 것이 제 일인 걸요.”주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께서 앞으로는 더 이상 세희 아가씨의 지시를 들을 필요 없이 회사에 남아서 일을 하라고 했어요.”“왜요?”송휘재는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뱉었다.주훈은 눈썹을 치켜세웠다.“회사로 돌아오고 싶지 않아요?”송휘재는 황급히 말투를 바꿨다.“당연히 아니죠. 그저 너무 갑작스러워서요.”주훈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난 휘재 씨가 세희 아가씨에게 마음이 있는 줄 알았어요.”“그럴 리가요. 그 여자는 성격도 안 좋아서 하루빨리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에요.”“그래요? 어쨌든 이제 그 사람은 우리와 아무 상관 없으니, 지시를 들을 필요도 없어요.”주훈이 덧붙였다.“이
윤혜인은 억지로 이 사실을 잊으려 하고 있었다.하지만 임세희의 생일 파티 다음 날, 헤어졌다가 재회한 두 연인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는 소식이 쏟아져 나왔고 모든 매체에서 이 소식을 보도했다.또한 생일 파티에서 직접 목격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모두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좋은 일이 곧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었다.이런 소식이 퍼질 수 있다는 것은 이준혁도 묵인하고 있다는 뜻이다.그의 능력이면 보도를 막는 것쯤은 일도 아닐 테니 말이다.의도적으로 잊고 있었던 일이 다시 제기되었으니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이었다.씁쓸한 무언가가 그녀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는 시선을 떨구고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이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한구운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얘기하기 싫으면 얘기하지 마, 난 그냥 네가 예전처럼 행복하길 바래.”윤혜인은 다시 말을 꺼냈다.“선배, 미안해요. 앞으로는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리 다시 만나지 말아요.”그녀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던 한구운은 커피잔을 든 손이 통제력을 잃을 뻔했다.하지만 이내 감정을 추스르며 그가 다정하게 물었다.“왜 그래? 그 사람이 협박했어?”윤혜인은 고개를 저었다.“선배가 절 만날 때마다 상처받아서 제가 너무 죄송해서요. 모두 나 때문이라 만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윤혜인은 아주 단순했다. 그녀는 그저 지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한구운도 그녀가 백지처럼 순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더더욱 더럽히고 싶었다.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난 두렵지 않아.”하지만 윤혜인이 고개를 저었다.“미안해요. 선배. 전 이미 다짐했어요. 제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선배한테 너무 죄송해요. 선배를 더는 해칠 수 없어요.”윤혜인의 단호한 태도에 항상 따뜻했던 한구운의 눈이 차갑게 번쩍였다.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결정했으니 널 존중할게.”“이
그는 차갑게 말했다.“그럼 안 꺼지고 뭐 하는 거죠?”“그건…”한구운은 잠시 멈칫하며 야망을 선명하게 드러냈다.“혜인이는 너무 훌륭하죠. 아주 마음에 들고요.”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노려보았다.“마음에 들어요? 스스로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돌아보는 게 어때요?”한구운은 웃음을 터뜨렸다.“당신이 이렇게 해도 혜인의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을 거예요.”이준혁은 화가 치밀어올라 하마터면 폭발할 뻔했다.그 말은 두 사람이 방금 그들 부부에 대해 말했단 거야?주먹을 쥔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내 주먹을 풀었다.이 자식은 일부러 그를 자극하고 있었다.그는 턱을 살짝 올리며 차갑게 웃었다.“우리는 부부고 혜인이는 내 거예요.”한구운은 열받은 남자를 보며 더 자극해야 할 것 같아 장난스럽게 말했다.“주인이 있으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요?”퍽-힘 센 주먹이 한구운을 향해 날아갔다.순간, 한구운의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얼굴은 감싸며 최후의 점잖음을 유지했다.이준혁의 분노는 이미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광기로 가득했다. 그의 발이 한구운을 향했다.“그만!”급히 달려온 윤혜인이 두 팔을 벌려 한구운 앞에 막아섰다.“뭐 하는 짓이에요.”한구운을 보호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이준혁은 눈이 가늘어졌다. 심장이 아파왔다.그는 냉소를 지었다.“왜? 내가 너희들 달콤한 시간을 방해 했어?”“그게 무슨 말이에요?”윤혜인은 큰소리로 비난했다.다른 남자를 감싸 있는 그녀에 이준혁은 평온함을 잃었고 말이 날카로워졌다.“넌 부끄러운 줄도 모르면서 나한텐 말도 못 하게 하는 거야?”얼굴이 하얗게 질린 윤혜인은 숨을 쉬기 힘겨웠다.피곤, 무감각, 실망, 여러 감정들이 얽혀서 그녀는 너무 힘들었다.이미 너무 실망하고 있었다. 실망보다 더한 감정이 있을까?없다.그녀는 몸을 돌려 한구운을 부축했다.“선배, 우리 가요.”“멈추지 못해?”이준혁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는 윤혜인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한구운이 막아섰다.
“힘으로 사람을 모욕하지 말아요.”윤혜인은 이준혁이 심했다고 생각했다.선배와 이미 거리를 두기로 했는데 이렇게 다시 그녀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했다.말리지 말고 그가 사람을 불구로 만드는 것을 두 눈 뜨고 지켜봐야 했는가?이준혁은 차가운 눈으로 하찮게 여기며 말했다.“내가 괴롭혔다는 거야? 저 자식이 비겁한 거잖아.”주먹 하나도 못 받아치는 남자는 쓸모없는 놈이었다.그는 이 여자가 지금 뭘 감싸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두 눈은 그저 장식품인가?“선배, 가요.”윤혜인은 이준혁을 무시하며 몸을 낮추며 한구운을 부축했다.어차피 아무런 이유 없이 죄명을 씌우는 그에 익숙했고 그에게 논리적으로 말해도 아무 소용없었다.“못 가!”이준혁은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 그의 힘은 너무 강했다.“감히 내가 여기 있는데 다른 남자와 가겠다는 거야? 미쳤어?”이 순간, 이준혁의 얼굴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방금 웃으며 대화를 하고 서로 감싸는 행동에 그는 그녀를 꽁꽁 묶고 두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를 거칠게 잡았다. 그는 혐오스러운 어조로 말했다.“남자 없이는 못 살겠어?”그 모욕적인 말에 윤혜인의 마음 너무 아파 경련을 일으켰다.그녀는 입을 벌렸지만, 여전히 숨을 쉴 수 없었다.살인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지만, 이 남자는 언제나 너무 쉽게 그녀의 마음을 짓밟았다.그녀의 몸이 떨렸다. 그녀는 손목을 비틀어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그녀는 붉어진 눈으로 그를 차갑게 노려보았다.“놔!”이준혁은 이미 질투심으로 가득했고 자신의 말이 상처를 주게 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놔? 남자를 유혹하게 놔두라고? 꿈 깨!”짝-윤혜인의 다른 한 손이 이주혁의 뺨을 세게 때렸다.날카로운 마찰음에 주변은 갑작스러운 정적에 휩싸였다.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려 그녀의 얼굴을 적셨다.“내가 그렇게 뻔뻔하고 더럽고 천박하다면서 그렇게 고상한 분께서는 왜 날 놔주지 않는 거죠? 왜 아직도 이혼서류
더 이상 이준혁을 상대하기 싫었던 윤혜인은 그의 소원대로 병실을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몇 발작 떼기도 전에, 갑자기 뒤에서 끌어당기는 느낌과 함께 들어 올려졌다. “이거 놔요!”먼저 꺼지라고 했던 건 이준혁인데, 왜 붙잡는지 윤혜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우리가 법적으로 부부로 남아 있는 이상, 넌 절대로 날 벗어날 수 없어.”윤혜인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준혁은 그녀를 놓아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분노한 윤혜인이 발버둥 치며 그의 팔뚝을 물었다. 하지만 이준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꾸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혼날 각오해야 할 거야.”철컥하고 병실 문이 잠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윤혜인은 그제야 상황이 파악됐다. 그녀의 눈빛이 경계와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문은 왜 잠갔어요?”“혼날 짓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지.”그 말과 함께 윤혜인을 침대에 던져 놓은 이준혁이 넥타이를 풀기 시작했다. 윤혜인은 순식간에 양손이 결박된 채 침대 머리맡에 고정되었다. 곧이어 이준혁이 몸을 숙이며 입 맞춤을 하기 위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윤혜인은 움직임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그의 키스를 피하려 고개를 돌렸지만, 턱을 잡는 억센 손길에 강제로 고개가 돌려졌다.“뱃속 아기가 무사하길 바란다면, 협조 잘해야 할 거야.”윤혜인은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여자를 이렇게 험하게 다루다니, 당신은 남자도 아니에요!”단추를 풀던 이준혁의 손이 멈칫했다. 곧이어 그의 차가운 웃음소리가 들렸다.“내가 남자인지 아닌지, 또 증명해 줘야겠어?”윤혜인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뻔뻔한 이준혁의 모습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그나마 자유로운 발로 발차기를 날리며 이준혁을 떼어놓으려 노력했다.“이 나쁜 놈!”하지만 그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다. 도리어 윤혜인이 그의 긴 다리에 깔려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되었다.“아직도 내가 남잔지 모르겠으면, 오늘 제대로 보여줄게.”한편, 한구운은 병실 밖에서 둘이 엎치락뒤치락 사투를 벌이는 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