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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작가: 이한나
그의 말에 이준혁의 눈 속에 욕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가까이 있었기에 윤혜인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목을 감았던 그녀의 손이 아래로 내려가 그의 다리를 누르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이내 그에게 잡혀 몸을 움직일 수도, 일으킬 수도 없게 되었다.

“그 사람을 잘 돌볼 수 없다면 비서 일도 그만둬.”

그리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허리를 다시 감았고 약간 힘을 주자 윤혜인은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겨버렸다.

가슴과 가슴이 맞닿아 뜨겁게 불타올랐다.

반항하려는 윤혜인은 그대로 침대에 눌려버렸다.

그의 손이 종아리를 따라 발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또 도망가?”

그 손길은 윤혜인의 심장을 들어 올릴 뻔했다. 그는 언제나 그녀의 민감한 부위를 정확히 짚어내어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약간 숨을 헐떡이며 힘없이 말했다.

“그냥 내려가려고...”

이준혁은 천천히 다가가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의 빨갛게 부은 입술을 바라보았다.

“거짓말쟁이.”

그 후, 그녀의 모든 헐떡임은 모두 그에게 삼켜졌다.

그의 손은 옷을 밀어 올리고 민감한 부위를 감쌌다. 그러다 뭐가 생각났는지 입술을 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언제...”

윤혜인의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그의 손을 떼어 내고 싶었지만, 힘이 없다.

그는 계속 추궁했다.

“언제야?”

윤혜인은 얼굴을 붉히며 얼버무렸다.

“아마 아이를 낳은 후가 될 거예요...”

남자는 생각에 잠기는 듯하며 가볍게 대답했다.

“응.”

왠지 그 음성에 무언가 낌새가 있는 것 같아서 윤혜인은 당황해하며 급히 말했다.

“안 돼요. 생각도 하지 마요.”

그는 욕망으로 어린 어조로 그녀를 세게 꼬집었다.

“뭘 생각하지 말란 거야?”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거요...안 돼요!”

“내가 아기 것까지 훔칠까 봐 두려운 거야?”

그는 바짝 다가오며 그녀를 현혹시켰다.

“걱정하지 마, 난 그 자식이 배부른 후에 할 거니까...”

“그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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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소원은 병원을 나섰다. 하늘은 아직 밝았다.그녀는 곧바로 전미영과 아주머니를 보러 갔다.요즘 아주머니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눈을 깜빡이며 간단한 질문에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비록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현재 상황은 분명 나아지고 있었다. 이는 모두 육경한 덕분이었다.그가 국내외의 유명한 전문가들을 초빙해 아주머니를 위한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냈고 그 덕에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돈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중 몇몇은 이미 은퇴한 사람들이었고 평생을 전문가로 살아온 이들에게 돈은 큰 유혹이 되지 않았다.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오직 인간관계와 신뢰였다.육경한이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소원은 알고 있었다.소종 역시 은근히 암시를 주며 육경한의 헌신을 그녀에게 알렸다.게다가 소원의 어머니 역시, 한때는 의사들로부터 뇌사 판정을 받았던 상태에서 지금은 기적적으로 깨어났다.비록 소원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원에게는 큰 위안이었다.과거 소원이 바다에 몸을 던지려 했을 때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었다.가족도 의지도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느꼈다.오직 배 속의 아이만이 그녀를 붙잡았다.그때, 혹시라도 자신과 아이가 함께 죽게 될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소원은 그 상황이 어쩌면 해방일지도 모른다고 여겼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전미영, 유진이, 아주머니, 서현재...이제 그녀는 결코 그 누구도 포기할 수 없었다.이들은 윤혜인과는 다른 존재였다.윤혜인은 그녀가 없더라도 이준혁이 그녀를 충분히 잘 돌볼 것이었다.하지만 이 사람들은 소원이 없으면 정말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을 사람들이었다.소원은 한숨을 쉬며 속으로 생각했다.‘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을 함부로 결정할 수 없게 됐네.’그녀의 삶은 점점 더 무거워졌지만 그 무거움이야말로 일종의 행복이었다.소원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그녀가 별장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89화

    소원은 더 이상 돌려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우리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네가 안상철에게 연락한 거 맞아?”진아연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소원이 이미 안상철의 존재를 알아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예상 밖의 충격이었다.만약 소원이 안상철을 찾아낸다면 자신 역시 그 일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 뻔했다.왜냐하면 그녀와 안상철은 같은 배에 탄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육경한에게 접근하라고 명령했던 그 신비로운 인물이었다.진아연은 그 인물이 시킨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육경한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이로 인해 받았던 처벌은 너무나도 끔찍했다.그날의 기억은 생생했다.그 신비로운 인물이 그녀의 팔에서 피를 뽑아내며 했던 말 말이다.“네가 살 수 있을지는 하늘의 뜻에 달렸어.”그는 수도꼭지를 열어 물을 천천히 흘려보내며 그녀의 팔에서 피를 한 방울씩 뽑아냈다.그렇게 피와 물이 그녀의 몸을 천천히 잠식해 갔다.만약 그날 구조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진아연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소원에게 전혀 감사하지 않았다.진아연 같은 사람은 자신 이외의 누구도 중요하지 않았다.그녀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 신비로운 인물이 진아연을 쉽게 놓아줄 리 없었고 그녀는 반드시 그가 시킨 일을 완수해야만 했다.진아연은 입을 열었다.목소리가 쉰 듯 갈라져 있었지만 그 안에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알고 싶으면 내 부탁을 하나 들어줘야 해.”소원은 눈을 가늘게 떴다“뭔데?”진아연은 떨리는 손으로 몸에서 작은 종이봉투를 꺼내며 말했다.“이걸 육경한의 음식이나 마실 것에 넣어.”소원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죽이려는 거야?”“아니야. 천천히 약화시킬 거야.”진아연은 입술을 꽉 물고 대답했고 소원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너 그 사람 사랑하지 않았어?”“...사랑? 그런 건 이미 끝났어.”진아연의 눈빛에는 분노와 미움이 서려 있었다.그녀는 육경한이 소원과 결혼했다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88화

    여자는 의사를 데리고 진료실로 들어가면서 서현재까지 데리고 갔다.소원은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듣고 싶어 따라가려 했지만 문이 단단히 닫혀 있어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어쩔 수 없이 포기한 소원은 이전에 도움을 요청했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저번에 부탁했던 일, 소식 있어?]친구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마침 너한테 말하려고 했어. 그 여자는 무녀 가문 사람이야.”‘무녀 가문?’소원은 이 이름이 생소했다. 들어본 적도 없었고 어떤 사람들인지도 몰랐다.친구는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냈다.[무녀 가문은 아주 오래된 전통을 가진 원시 부족이야. 그 부족의 무녀들은 주술과 독을 다루는 데 능숙하고 수단이 잔인해. 게다가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이야.]그 말에 소원의 마음속엔 좋지 않은 예감이 떠올랐다.‘현재 곁에 왜 무녀 같은 사람이 있는 거지? 서씨 가문에서 현재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현재를 노리고 있는 건가?’소원은 최근 유진이와 아주머니 일로 정신이 없어서 서현재를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더군다나 서씨 가문의 감시가 너무 엄격해서 서현재를 만날 기회조차 잡기 힘들었다.뭔가 심상치 않았다.소원은 방금 녹음한 음성을 친구에게 보내며 메시지를 남겼다.[이 대화 내용 번역해 줄 수 있어?]친구가 답장을 보냈다.[배경 소음이 너무 심해서 지금은 잘 안 들려. 무녀 가문 언어라 내가 알아듣지 못해. 우선 음질을 정리한 뒤에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에게 확인해 볼게.][그래, 부탁할게.][우린 서로 그런 말 필요 없어.]이 친구는 소원이 해외에서 알게 된 사람이었다. 친구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어머니의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할 때 소원이 그를 도운 적이 있었다.그 이후로 친구는 소원에게 깊이 감사하며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 했다.그때 한 간호사가 다가와 소원을 불렀다.“저기, 병실에 있는 분 아는 분 맞죠? 방금 깨어나셨어요.”소원은 서둘러 핸드폰을 넣고 간호사를 따라 병실로 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87화

    그가 육연주를 해외로 보내려는 이유는 단순히 공부를 시키려는 것만이 아니었다. 서씨 가문의 일을 조사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육연주가 집에 머무르는 상황에서는 이런 일들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어쨌든 육연주는 서씨 가문의 며느리였다.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묘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서진태가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육연주를 해외로 보내는 것은 일종의 변형된 보호책이기도 했다.하지만 이런 속내를 이지애에게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이지애는 말이 많고 입이 가벼운 편이라 자칫 잘못하면 이 사실이 새어나가 일을 그르칠 수도 있었다.육경한은 핸드폰을 쳐다보다가 방금 하려던 일을 떠올리고 소원에게 전화를 걸었다.그의 핸드폰 화면에는 ‘아내’라는 이름이 떴다. 얼마 전 혼인신고를 마치자마자 그는 소원의 이름을 이렇게 저장해 두었다.그러나 전화는 한참 동안 울리기만 했고 끝내 받는 사람이 없었다.육경한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에는 아예 전원이 꺼져 있었다.얼굴이 굳어진 그는 내선 전화를 눌러 소종에게 지시했다.“병원에 가서 확인해. 사모님 아직 거기 계신지.”소종은 곧바로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한편.이지애는 육경한이 전화를 끊자 기분이 매우 나빴다.그녀는 육경한의 새 아내가 그의 마음속에서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할 줄은 몰랐다.자신과 딸을 외면할 정도로 말이다.화를 참지 못한 그녀는 곧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명령했다.“그 소원이라는 여자가 어디에 있는지 당장 알아내.”서울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기반을 닦아온 이지애는 돈만 있으면 사람들을 얼마든지 부릴 수 있었다.전화를 끊은 그녀의 눈에는 싸늘한 빛이 감돌았다.‘어디 한번 보자고. 그 여자한테 대체 어떤 능력이 있길래 감히 내 딸에게 손을 대는 건지.’...병원.진아연은 여전히 응급실에서 치료 중이었다.소원은 문밖에서 서현재와 나누었던 대화를 곱씹고 있었다.“괜찮아?”그녀가 물었을 때 서현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86화

    “경한아, 연주 좀 도와줘... 부탁이야.”이지애의 입장에서는 소원이 고소를 철회하는 일쯤은 육경한에게 한마디면 충분한 일이었다.육경한은 그녀의 남편이다. 남편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건 반역이나 다름없지 않은가?이지애는 그 소원이라는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배경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평범한 소시민일 뿐이었다.분명 어딘가 치밀한 술수를 써서 그 몰래 낳은 아이를 빌미 삼아 육경한을 유혹해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이지애는 그 여자를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았다. 육경한은 이미 가족이 거의 없는 사람이니 지금 그녀들과 육경한의 관계는 어떻게 봐도 피보다 진한 관계였다.육경한이 아무런 힘도 없는 여자 때문에 그녀들에게 등을 돌릴 리 없다고 믿었다.그럴 리가 없었다.한참 후, 육경한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누나, 연주가 전에 피아노에 관심 많다고 했잖아요. 제가 이미 국제적인 피아노 대가 이엘 선생님과 연결해 뒀습니다. 연주 나중에 외국에서 그분께 배우면 성격도 좀 가라앉을 겁니다.”이지애는 이 일은 이미 확실히 해결됐다고 여겼다.육경한이 이렇게 말했으니 연주를 돕겠다는 뜻 아니겠는가?그녀는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말했다.“경한아, 내가 뭐랬어? 너는 정말 연주에게 최고야. 연주도 너 이 삼촌을 제일 좋아하고 제일 존경한다고. 피아노 공부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우선 연주를 당장 풀어줘야지.”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릴 거라 확신하며 이지애는 기분이 좋아졌다.하지만 육경한의 말은 예상치 못하게 이어졌다.“누나, 연주도 이제 어린애가 아닌데 행동이 늘 이렇게 무모한 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이번엔 좀 반성할 기회가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말이에요.”“...”이지애는 육경한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조금 전까지 연주를 풀어줄 것처럼 말하지 않았나?’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경한아, 너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방금 연주 풀어준다고 하지 않았어?”“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육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85화

    이지애는 멍하니 말을 잇지 못했다.“뭐라고? 결혼을 했다고? 난 왜 몰랐지? 어떻게 다른 여자랑 결혼할 수가 있어? 그럼 민아 씨는?”해외여행을 갓 마치고 돌아온 이지애는 육경한과 방민아의 파혼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여전히 방민아가 육경한의 운명적인 아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결국 지금까지 육경한 곁에는 방민아 외에 다른 여자가 없었고 방민아는 자신과 딸 육연주를 기쁘게 해주는 데 능했다.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잘 대해주는 사람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방민아가 육경한의 아내가 되는 건 그녀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었다.그래서 자연스럽게 이지애는 방민아 편에 설 수밖에 없었다.“우리 둘은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육경한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결혼은 조촐하게 했어요. 그냥 혼인신고만 한 거라서 누구도 몰라요.”그는 더 이상 뭐든 요란하게 하고 싶어 하는 나이가 않았다. 무엇보다 설령 자신이 성대한 결혼식을 원한다고 해도 소원이 이를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었다.두 차례나 자멸했던 소원은 서울에서 이미 평판이 나락으로 떨어졌고 결혼식을 대대적으로 치르면 그녀의 과거와 관련된 소문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게 분명했다.그건 마치 소원을 공개적으로 비난받는 위치에 세우는 일이나 다름없었다.하여 육경한은 그런 짓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이지애는 기가 막힌 듯 말했다.“경한아, 그게 어떻게 작은 일이니? 네 결혼이 작은 일이라니 너무 대충하는 거 아니야? 민아 씨가 아니라도 아무 여자나 데려다가 결혼하면 안 되지 않니?”“아무 여자가 아니에요.”육경한은 단호히 잘라 말했다.“그 사람은 내가 오래 고민하고 선택한 사람이에요.”속으로는 심사숙고하고 내린 결정임을 알고 있었지만 이 모든 걸 사촌 누나 이지애에게 설명할 마음은 없었다.그는 대화를 본론으로 돌렸다.“연주 문제는 이미 확인했어요. 연주가 폭행에 가담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약물을 쓴 건 아니었으니 처벌은 그렇게 무겁지 않을 거예요. 아마 15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84화

    이 말에 육경한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지만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그는 입을 다물고 아무 말 없이 소종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소종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그래도 오랜 시간 육경한을 보좌하면서 익힌 대로 뭐든 직설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이라 마음에 걸린 말은 모두 털어놓았다.“대표님, 어쨌든 전 사모님이 서현재 도련님과 대화하는 걸 봤습니다. 둘이 약속해서 만난 건 아닌 것 같지만 사모님께서 꽤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이더군요.”소종은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대표님, 사모님께 그렇게 잘해주는데 사모님은 그걸 조금도 몰라주는 것 같아요. 서 도련님하고는 아직도 뭔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 같고 정말...”“그냥 우연히 만난 거겠지. 별일 아니야.”육경한이 차가운 목소리로 소종의 말을 단칼에 끊었다.소종은 육경한이 소원을 그렇게까지 옹호하는 모습에 놀랐다. 심지어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하니 말이다.그는 입술을 꾹 다물고 나지막이 말했다.“그런 것 같습니다. 둘 사이에 특별히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행동은 없었어요. 다만 제 생각엔 사모님이 대표님과 결혼했으면 서현재 도련님과는 거리를 두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특히 서현재는 다른 남자들과는 성격이 달랐다.그는 과거에 소원을 데리고 도망친 적이 있었고 두 사람 사이에는 애매한 감정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소원이 육경한과 결혼한 것도 어쩔 수 없이 강요당한 결과였지 자발적인 선택은 아니었다.소종은 이런 상황이 결국 다시 불씨가 될까 걱정했다.“게다가 대표님, 제가 보기엔 서현재 도련님 상태가 좀 이상합니다.”소종은 말을 이어갔다.“사람을 보는 눈빛이 너무 차갑고 깊어요. 누구를 봐도 같은 표정이고 마치 감정이 없는 사람 같았습니다. 처음엔 사모님과 무슨 갈등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굴더군요. 마치 나무 인형 같았습니다.”“서씨 가문에서 전에 서현재 도련님이 기억을 잃었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하지만 기억을 잃어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83화

    직원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누구도 일을 그만두겠다는 말을 할 용기는 없었다.결국 미우 그룹의 복지와 대우는 업계에서 최상위급이었고 요즘같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이런 직장을 떠나 다시 구하는 건 쉽지 않았다.평소 같았으면 소종은 이미 마음이 흔들리는 이들을 정리했을 테지만 지금은 방씨 가문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없었다.그는 육경한의 사무실로 들어갔다.남자는 여전히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표정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진지했고 그 모습은 단정하고 매력적이었다.“대표님, 방 대표님을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태도로 봐선 쉽게 물러나진 않을 것 같아요. 게다가 밖에 퍼진 소문들은 전부 방씨 가문에서 흘린 겁니다.”소종이 말했다.“알고 있어.”육경한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여전히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소종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고는 참다못해 물었다.“이대로 소문을 내버려 두실 겁니까?”“그럼 더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육경한은 눈을 살짝 들어 올렸고 소종은 답답한 듯 말했다.“하지만 그들이 퍼뜨린 말들은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이대로 두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큽니다. 직원들조차 집중을 못 하고 일에 소홀해지고 있어요.”“그게 더 좋지 않나.”육경한은 담담히 말했다.소종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뭐라고요?”육경한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깨끗하고 길쭉한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냉정히 말했다.“이 기회를 이용해서 내부 팀을 정리할 수 있잖아. 방씨 가문과 관련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정리하라는 거야.”소종은 순간 모든 걸 이해했다.그동안 두 가문이 협력하며 방씨 가문과 연결된 사람이 그룹 내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일부는 방씨 가문으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이익을 공유하며 내부에서 세력을 구축했을 수도 있었다.이번 기회에 그런 사람들을 모두 걸러내겠다는 것이었다.“그럼 방씨 가문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소종이 물었다.“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이미 기회를 줬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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