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에 이준혁의 눈 속에 욕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가까이 있었기에 윤혜인도 느낄 수 있었다.그의 목을 감았던 그녀의 손이 아래로 내려가 그의 다리를 누르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하지만 이내 그에게 잡혀 몸을 움직일 수도, 일으킬 수도 없게 되었다.“그 사람을 잘 돌볼 수 없다면 비서 일도 그만둬.”그리고 전화를 끊어버렸다.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허리를 다시 감았고 약간 힘을 주자 윤혜인은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겨버렸다.가슴과 가슴이 맞닿아 뜨겁게 불타올랐다.반항하려는 윤혜인은 그대로 침대에 눌려버렸다.그의 손이 종아리를 따라 발목을 움켜쥐었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또 도망가?”그 손길은 윤혜인의 심장을 들어 올릴 뻔했다. 그는 언제나 그녀의 민감한 부위를 정확히 짚어내어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그녀는 약간 숨을 헐떡이며 힘없이 말했다.“그냥 내려가려고...”이준혁은 천천히 다가가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의 빨갛게 부은 입술을 바라보았다.“거짓말쟁이.”그 후, 그녀의 모든 헐떡임은 모두 그에게 삼켜졌다.그의 손은 옷을 밀어 올리고 민감한 부위를 감쌌다. 그러다 뭐가 생각났는지 입술을 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언제...”윤혜인의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그의 손을 떼어 내고 싶었지만, 힘이 없다.그는 계속 추궁했다.“언제야?”윤혜인은 얼굴을 붉히며 얼버무렸다.“아마 아이를 낳은 후가 될 거예요...”남자는 생각에 잠기는 듯하며 가볍게 대답했다.“응.”왠지 그 음성에 무언가 낌새가 있는 것 같아서 윤혜인은 당황해하며 급히 말했다.“안 돼요. 생각도 하지 마요.”그는 욕망으로 어린 어조로 그녀를 세게 꼬집었다.“뭘 생각하지 말란 거야?”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거요...안 돼요!”“내가 아기 것까지 훔칠까 봐 두려운 거야?”그는 바짝 다가오며 그녀를 현혹시켰다.“걱정하지 마, 난 그 자식이 배부른 후에 할 거니까...”“그만 해요.”윤
이씨 가문.할아버지는 일찍부터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윤혜인을 보자 아이처럼 밝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어서 들어와. 할아버지가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어.”음식을 차리던 문현미도 윤혜인을 보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요즘 기침이 잦았던 그녀는 혹시나 윤혜인에게 전염될까 봐 그녀를 보러 가지 못했다. 이제 막 좋아진 상태라 가까이 못 하고 거리를 두며 그녀의 맞은편에 자리했다.장 씨 아주머니도 갓 끓인 전복죽을 윤혜인 앞에 가져다 놓으며 목을 축이도록 했다.윤혜인의 등장에 모두가 기뻐했다. 그녀는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귀염둥이였다.할머니가 떠난 후 윤혜인은 줄곧 저기압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이준혁은 아예 뒷전이었다.그가 자리에 앉자 그제야 아들도 왔다는 것을 인지한 문현미는 비난하기 바빴다.“혜인이를 잘 돌보라고 했는데 어떻게 얼굴이 반쪽이 되게 만들어! 그러다 뱃속의...”문현미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할아버지는 임신 사실에 대해 아직 모르고 있었고 윤혜인의 동의를 얻기 전까지는 말하면 안 되었다.그녀는 급히 말을 돌렸다.“다음에도 이렇게 삐쩍 마르면 여기에 들일 거야. 내가 직접 돌봐야겠어.”별다른 의견이 없던 이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윤혜인은 이미 임신초기를 넘긴 상태라 식욕이 왕성했다.기분이 좋았던 할아버지는 녹용주를 마셨고 이준혁이 그런 할아버지와 함께 술잔을 부딪혔다.그는 부지런히 윤혜인의 접시를 채워주었고 비닐장갑을 끼고 새우 껍질을 손수 발라주면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편식하면 안 돼. 골고루 많이 먹어야 해.”윤혜인의 얼굴은 살짝 붉어졌다. 그녀는 그가 발라준 새우를 오물오물 맛있게 먹었다.그 모습에 이준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저녁 식사 후 밖에서 갑자기 큰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이런 밤에 돌아가는 것은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한 문현미는 장 씨 아줌마에게 두 사람이 쉴 곳을 부탁했다.문현미는 윤혜인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윤혜인이 항상 머물던
베란다로 걸어가고 있는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창문이 스르륵 열렸다.놀란 그녀가 눈을 크게 뜨며 비명을 지르려는데 커다란 손이 그녀의 입을 잽싸게 막았다.“나야.”정신을 차린 그녀는 정교하게 빠진 잘생긴 얼굴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그이 손이 풀리자,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당신... 어떻게 여기에 있어요?”“넘어왔어.”이준혁은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방금 샤워를 마친 것 같은 그는 몸에서 상쾌한 바디로션 향이 났고 흐트러진 머리카락들은 젖은 채로 이마에 아무렇게나 붙어있었다.낮에 비해 좀 더 나른해진 듯한데도 무척 매력적이었다.눈만 깜빡이던 윤혜인은 겨우 이성을 되찾았다.“안 자고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이준혁은 한 걸음 다가서며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응시했다.“내가 왜 왔을 것 같아?”윤혜인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뭔가가 곧 폭발할 것 같았다.분위기는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입술을 깨문 그녀는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고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이준혁이 그녀를 품속으로 끌어당겼다.그의 뜨거운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았고 고개를 숙여 재빠르게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깊은 키스가 이어지고 두 사람 모두 가볍게 헐떡거렸다.윤혜인의 몸이 살짝 들려지는가 싶더니 그에 의해 이미 침대로 향하고 있었다. 포근한 이불 위에 파묻힌 그녀를 이준혁이 몸으로 짓눌렀다.윤혜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경고했다.“어머님이 오지 말라고 했잖아요.”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목 주위을 지분거렸다. 그의 손은 잠옷을 들추고 욕망을 채우고 있었다.“살살 할 테니 걱정하지 마.”“그래도 안 돼요. 저리 가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혜인은 그의 거침없는 움직임에 침대 시트를 잡고 말았다.얇은 잠옷 안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이준혁이 눈이 짙어졌다.“날 기다린 거야?”윤혜인은 급히 부인했다.“아니요.”오늘 저녁에 너무 많이 먹었고 임신한 상태라 그 부위가 더 커져서 뭔가가 조이는 느낌이 불편했고 취침하
그녀는 아주 큰 용기를 낸 것이었다.임세희가 이준혁의 옆에 있었던 그 시간에 그녀는 그림자처럼 몰래 바라보기만 했기 때문이다.시간은 너무 잔인해서 많은 습관을 머릿속에 각인시켜 잊을 수 없게 한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강력한 상대에 맞서려 하고 있다.너무 순진한 생각이란 것을 알지만 그녀는 임세희를 정말로 이겨보고 싶었다.그녀가 그 배후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속수무책이었던 그녀는 할머니에게 너무 죄송했다.이준혁을 이용하여 그녀의 심장을 아프게 하는 것이 임세희가 제일 잘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녀도 하지 말란 법은 없다.지금 상황으로 보면 그의 아이를 가진 그녀가 훨씬 유리한 위치였다.하지만 그 말이 끝나자 기나긴 정적이 흘렀다.윤혜인은 갑자기 불안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얘기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말아요.”눈살을 찌푸린 이준혁이 손을 뻗어 그녀를 다시 품에 안았다.“뭘 얘기하고 싶어?”얘기할 마음이 있다는 신호다.윤혜인은 입술을 깨물었다.“당신이 임세희에게 빚졌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언제까지 갚을 건가요? 끝은 있나요? 아니면 평생?”만약 평생이라면 그녀는 생각을 거둘 것이다.너무 지쳤고 흔들 자신이 없다.이준혁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코끝은 살짝 건드렸다.“그렇게 신경 쓰여? 질투하는 거야?”윤혜인은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의외였던 이준혁은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갔다.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찾으며 깊은 키스를 퍼부었다.“세희에게는 아무런 감정 없어.”윤혜인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은 대답이었다. 그는 전에도 이 말을 했었지만, 습관이라는 천평은 항상 임세희에게 기울여졌다.“하지만 당신은 단 한 번도 날 선택한 적 없어요. 티 내지 않는다고 전혀 괜찮다는 건 아니에요.”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초롱초롱한 눈이 그를 호되게 꾸짖고 있었다.“무지 신경 쓰여요. 남편이 그러는 것을 좋아할 와이프는 없어요.”시선이 맞닿았다. 이준혁은 가만히 그녀를 응시하고 있다.
그녀는 남자의 억압된 떨림을 느꼈다.“뭐 하는 거야?”이준혁은 그녀의 얌전하지 않은 손을 낚아채며 눈을 부릅떴다.윤혜인은 고혹한 눈빛으로 그를 힐끔 바라보곤 혀를 살짝 내밀고 그녀가 방금 깨문 자리를 핥았다.이준혁의 모습을 따라 하며 삼키며 빨아들인다. 남자는 너무 괴로워서 눈에 충혈이 질 지경이다.“자고 싶지 않단 거야?”이준혁은 꽉 쥐고 있던 그녀의 손을 풀고 단숨에 그녀 위로 올라가 그녀를 몸 아래 짓눌렀다.“엄마는 한밤중에 깨는 습관이 있으셔서 조용히 해야 해.”그가 낮은 소리로 경고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혜인은 남자 앞에서 함부로 혀를 놀리면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그는 그녀의 민감한 곳을 빨았다. 그의 움직임이 너무 느려서 그야말로 애간장을 태웠다. 고문을 당하고 있는 윤혜인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감히 주체할 수 없는 신음을 내뱉을 수 없었다.그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이준혁이 그녀의 입술을 살짝 쓸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장난이야. 엄마는 깨지 않아.”그렇다고 해도 윤혜인은 소리 지를 수 없었다.자신의 집이 아니었기에 충분히 느낄 수 없었다.밝은 빛은 아니었지만, 윤혜인은 그의 얼굴에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껏 인상을 쓴 그의 얼굴에서 지금이 남자도 여자와 마찬가지로 불편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다.마셔도 마셔도 성에 안 차 몇 번이고 반복했다.두 사람은 결국 땀으로 범벅이 된 채로 절정을 맞았다.이준혁은 그녀를 안고 다시 씻어러 갔다.욕실 조명 아래 그녀의 다리에 그가 괴롭힌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그녀를 안아 침대로 돌아간 이준혁은 약을 발라주었다. 그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말했다.“할 수 없다면서 왜 이렇게까지 날 괴롭히는 거지?”윤혜인은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몹시 지쳤다.가장 곤욕을 많이 치른 그녀의 다리는 아직까지도 들어 올린 힘이 없었다.그의 팔을 베고 있는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갑자기 입
세 번째로 전화를 걸려던 윤혜인은 잠시 멈추고 대신 문자를 보냈다.[남편, 바빠요?]그녀는 거의 남편이라고 부르지 않았다.어젯밤에 이미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했고 반응도 나쁘지 않았으니 이제 진심을 표현하는 데에 인색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윤혜인이었다.일 때문에 바쁜 것일 수도 있으니, 나중에 문자를 확인하면 그가 너무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문자를 보낸 지 거의 30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무 연락이 없다.윤혜인은 빈번하게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었다.모든 신경이 휴대폰에 집중된 이런 행동은 별로 좋지 않은 것이다.마침내, 휴대폰의 문자 알림이 울렸다.그녀가 서둘러 확인해 보니 소원의 문자였고 그녀에게 술 한잔하러 가자는 내용이었다.윤혜인은 지금 불안한 상태보다는 나가서 바람 쐬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약속을 잡은 후, 그녀는 기사와 함께 그곳으로 이동했다.그들은 롤리에서 보기로 했다. 여기는 각종 엔터테인먼트가 통합된 고급 클럽이었다.두 사람은 작은 룸을 잡고 한 사람은 주스를 마시고 다른 한 사람은 와인을 마셨다.요즘 소원은 아주 평안하게 보냈다. 육경한의 약혼녀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들의 결혼식이 3개월 뒤로 미뤄졌다. 백일 안에 다시 식을 올릴 거라 한다.당연히 약혼녀를 위로하느라 바쁜 육경한이여서 소원이를 괴롭힐 여유가 없었다.그녀의 아버지도 훨씬 좋아졌고 회사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넘겼다.여전히 많은 빚은 지고 있지만 회사는 돌아가고 있고 천천히 재정비하고 있었다.그녀의 큰 관심사는 윤혜인이었다.“이준혁과는 어때? 요즘 뜨거워졌다고 들었는데 나 이모 소리 들을 수 있는 거야?”그 무리와 어울리고 있는 소원은 이준혁과 임세희가 다시 만난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그래서 임세희가 그 정도의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생각했다.이 결과에 대해 그녀는 매우 안도하고 있었다.10년지기 절친의 고집스러운 의지가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어서 그녀는 너무 기뻤다.잠시 생각하던 윤혜인이 대답했다.“곧 듣게 될 거야.”
그때 마침 룸이 열리고 웨이터가 음식 카트를 밀고 나오고 있었다.너무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임세희였다.주훈이 미처 잡기도 전에 윤혜인은 이미 문고리를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여기는 롤리의 가장 럭서리한 룸이었다.위층과 아래층에는 값비싼 꽃들로 가득했다. 크리스탈조명이 방 전체를 꾸미고 있었고 기둥마저 고급지게 번쩍이고 있어 화려함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었다.스크린에는 임세희 공주님 생일 축하한다고 적혀 있었다.그 주인공은 중앙에 앉아있었고 다이아가 박힌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어제의 초라한 모습은 사라지고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얼굴이었다.한순간, 윤혜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룸은 시끌벅적해서 아무도 그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이준혁의 팔짱을 낀 임세희가 케익 한 조각 떠서 그의 입에 먹여주고 있었다.그러자 옆에 선 남자가 흥을 돋구며 말했다.“이런 식은 너무 심심하잖아요. 이 대표가 오늘 세희 아가씨를 위해 이렇게 성대한 생일파티를 준비했는데 세희 아가씨가 성의를 보여줘야지 않겠어요? 입으로 먹여주는 게 어때요?”모두가 두 사람을 부추겼다.“입으로! 입으로!”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임세희는 얼굴을 붉혔고 남자가 반응이 없자 고개를 숙여 케익을 한점 베어 물었다. 그리고 이준혁에게 다가갔다.휘파람 소리, 거드는 소리가 어지럽게 섞였다.그 케익이 남자의 입술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본 소원은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욕설을 내뱉었다.“내연녀 주제에 뭐가 저렇게 당당한 거야? 역겨워.”그녀는 윤혜인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윤혜인이 갑자기 입을 뗐다.“준혁 씨.”시끄럽던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불청객에게 향했다.그녀는 주위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가 남자 앞에 멈춰 서며 말했다.“준혁 씨, 집에 가요.”눈꺼풀을 살짝 들어 윤혜인을 보던 남자가 시선을 거뒀다. 마치 낯선 사람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윤혜인의 머릿속이
그의 말에 주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또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다.“나도 끼워줘요.”화장기 없는 수수한 모습이었지만 여기 다른 메이컵을 한 여자들보다 백 배는 예뻤기 때문이다.특히 밝은 눈동자는 순수해 보였고 살짝 올라간 눈꼬리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게 했다.보기 드문 훌륭한 여자였다.그들은 듣기 거북한 말들을 서슴지 않았지만, 이준혁은 못 들은 척하며 그들이 모욕하는 것을 내버려두었다.“소원, 여기 네가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소원은 몸이 부르르 떨렸다.고개를 돌린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뜬 육경한을 보았다.육경한은 소원의 팔목을 낚아채 밖으로 향했다. 소원이 뿌리치려 했지만, 그녀의 몸부림은 그의 힘에 비해 너무 보잘것 없었다.육경한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의 약혼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기에 육경한이 노골적으로 윤혜인 옆에 서있는 여자를 끌고 가는 것을 보고 윤혜인이 그런 류라고 더욱 확신했다.한 남자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친구분은 이미 찜 당했으니 아가씨는 저랑 놀아요. 얼마든지 돈을 드릴게.”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불평했다.“누구 맘대로! 아가씨 이 자식 말은 듣지 말아요. 제가 2배로 줄 테니 저랑 놀아요.”윤혜인은 손을 뿌리치며 차갑게 말했다.“꺼져!”남자의 손에 꽂힌 이준혁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화가 난 남자는 손을 들어 올렸고 윤혜인을 때리려 했다. 그때 임세희가 막아서며 말했다.“화내지 말아요. 내가 아는 사람이에요.”남자는 그제야 조금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눈빛은 여전히 살벌했고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기세였다.임세희는 남자의 힘을 빌려 이 몹쓸 년을 때리고 싶었다.하지만 아직 윤혜인을 대하는 이준혁의 태도를 확신할 수 없기에 자칫 잘못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어서 이런 상황에서는 착한 역할을 해야 한다.윤혜인은 고집스럽게 이준혁을 보고 있었다. 눈가가 어느새 촉촉해졌고 코끝이 찡해진다.“어젯밤에 나와 한 약속은 잊었어요?”마침내, 이준혁이 그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