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은 당황했다. 아무리 간이 큰들 약혼녀 앞에서 그를 유혹할 수는 없다.거기에 한 성깔 하는 진아연인데 죽고 싶어 환장하지 않고 서야 그런 짓을 하겠는가?그녀는 발버둥 치며 아니라고 했다.“아니야. 제발 이러지 마. 약혼녀도 여기 있는데 보기라도 한다면...”하지만 육경한의 손은 이미 움직였다. 그녀의 옷을 밀려 올리고 고개를 숙인 그가 항웅큼 물었다.그녀는 그만 고개를 젖혔다.“창피한 건 알기 나 해?”소원은 혹시라도 소리가 날까 이를 악물었다.“약혼녀가 화내면 어떡하려고?”“내가 어떻게 하는지 한번 소리쳐볼래?”육경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되물었다.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고 소원의 몸이 경직되었다.그것을 느낀 육경한은 담담하게 비꼬았다.“진짜 무서운 가 보네?”“여기서는 이러지 마. 제발.”소원은 애원했다. 하지만 남자의 비웃음만 돌아올 뿐이었다.“그럼 복도 갈까? 아니면 로비에서?”소원은 대답하지 못했다. 육경한은 진짜 그렇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는 거침없었고 두려운 것도 없었다. 게다가 도덕 같은 것도 없어 보였다.아무 말 없는 그녀의 모습에 육경한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육경한은 그녀를 돌려세웠다. 그녀가 거울로 제일 굴욕적인 모습을 마주하게 했다.그리고 냉담하게 말했다.“머리 왜 잘랐어?”머리가 허리까지 오면 된다고 했던 그 약속을 그도 기억하고 있었다.비록 지금 그녀는 그저 하찮은 존재에 불과했고 절대 그녀를 데려갈 수 없었지만 상대가 먼저 약속을 깨는 것이 탐탁지 않는 육경한이었다.약속을 깬다 해도 그가 먼저이지 않는가?그만이 그녀를 발아래 짓누를 수 있다. 머리를 자르는 것으로 그를 도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흔들리고 있는 소원은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귀찮아서.”지금 이렇게 긴 머리를 가꿀 시간이 없었다. 당연히 이것이 근본 원인은 아니었다.그녀도 도발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기대하고 싶지 않았고 망상에 젖어 들지 않기 위해서였다.“귀찮?”육경한은 냉소를 지으며 그녀의
진아연이 수그러들 리 없다. 그녀는 무거운 물건을 들어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다행히 견고한 문이었지만 이렇게 나아가다간 언젠가 뚫릴 것이다.문을 부수는 소리와 함께 육경한의 몸이 드디어 자유를 찾았다...소원에게서 떨어진 그는 여전히 느릿한 움직임으로 바지를 입었다.그리고 문으로 다가가 문고리를 잡았다.뒤에 소원의 상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이다.“육경한!”소원의 절망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얗게 질린 그녀는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아니! 제발... 열지 마!”이 문이 열지면 마지막 남은 그녀의 존엄이 부숴지는 것이다. 그러면 서울에서 제일 천한 여자로 되고 만다.그녀는 괜찮다지만 그녀에게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다. 그들은 견딜 수 없다...육경한은 그녀를 힐끔 보고는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진아연이 욕설을 퍼부었다.“이 나쁜 새끼야!”그리고 걸상을 들어 육경한을 덮쳤다. 그는 걸상을 낚아채 한켠에 던져버렸다.진아연은 그의 가슴을 때리며 눈물을 흘렸다.“어떻게 나한테 이래요!”육경한은 웃으며 말했다.“재미 본 거야. 신경 쓸 게 못 돼.”진아연의 두 눈이 붉어졌다. 다른 여자는 다 돼도 저 여자만은 안 된다.그녀는 아까부터 알아봤다.그녀가 바로 육경한의 전 약혼녀이자 소씨 가문의 아가씨 소원이다.지금은 너무 초라해져 한 마리 개보다도 못한 처지로 몸을 팔고 다니지만 말이다.그녀는 육경한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가 손을 높이 들었다.그리고 ‘쨕쨕’ 소원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감히 사람을 화장실로 유혹해? 소씨 가문의 인간들은 하나같이 왜 이 모양인 거야!”“아니. 그들은 아니야...”소원은 터진 입술로 흐르는 피를 닦으며 반박했다.그녀는 더러운 몸이지만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깨끗한 분들이다.성실하게 사업을 했지만, 망한 것뿐이다.모두 그녀 탓이다. 전부 그녀 탓이다...“인정도 안 해!”진아연은 소원의 옷을 찢었다. 마치 개를 대하듯 있는 힘껏 그녀의 머리를 내리치고 또 쳤다. 그녀가
소원은 죽을 듯이 일을 벌인 육경한을 노려보았다.남자는 입을 놀리며 글자를 뱉었다.“안 가고 뭐해?”한 글자 한 글자가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다. 온몸이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이었다.그 어떤 폭행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다.갑자기 몸을 떨던 그녀는 겁에 질려 눈물을 떨구기 시작했다.“아니... 그럴 수 없어...”그녀는 실성한 듯 바닥을 기어서 남자의 발을 잡고 애원했다.“넌 나한테 이러면 안 돼!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그녀의 말에 진아연의 표정이 확 굳었다.육경한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냉정하게 말했다.“무슨 낯으로 과거를 말하는 거야. 서울에서 너의 소씨 가문이 비열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는 있어. 내 말을 따르지 않아도 되니까 네가 선택해.”소원이 어이없이 웃었다.자유?소씨 가문이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거액의 빚을 떠안으라는 거야?그렇게 계산한다면 소원은 꽤 가치가 있는 몸이었다.그녀는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깨를 편 그녀는 여전히 같은 말을 했다.“육경한, 난 너에게 빚지지 않았어.”그녀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당당하게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그때 그의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진짜 소원의 말처럼 그랬던 걸까?소원이 진짜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면?하지만 이런 생각은 그저 한순간일 뿐이었다.육경한은 강제로 스스로를 세뇌시키며 소원의 어느 한마디도 믿지 않으려 했다.소원이 말했던 일에 대해 조사한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조사했지만 하나도 일어난 적 없었다.그는 소원이 악인이라고 생각했다. 소원은 반드시 악인이어야 했다. 아니면 지금 그가 하는 모든 것들은 그를 견딜 수 없게 만들지도 모른다.진아연은 소원을 널리 알리려는 생각을 그만뒀다.그녀가 알려질수록 진아연에게는 불리할 것 같았다.그때 그 일을 제삼자가 알지 못할 거란 보장은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소원의 어깨를 밟으며 말했다.“이 년이 아직도 내 앞에서 감히 내 남자를 건드리
저녁이 되어서야 이준혁의 전화가 걸려 왔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목소리는 지쳐 보였다.“내일 오는 거예요?”잠시 침묵하던 그가 말했다.“아니.”생각하던 윤혜인은 결국 입을 열었다.“오지 않는 이유가 임세희 때문인가요?”이준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누가 말한 거야?”윤혜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말해 줄 사람이 필요한가?임세희는 온 세상에 알리고 있었는데 그만이 멍청하게 모르고 있었다.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한참 침묵을 지켰다.그러다 이준혁이 정적을 깼다.“세희가 여기에 온 건 맞아.”“하지만 날 찾으러 온 건 아니고 일 보러 온 거야. 각자 할 일 하며 접촉하지 않았어.”“공항에 마중 갔더군요.”“여기는 복잡하기도 하고 혼자 몸이라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어.”‘신경 쓰다’.아무렇지 않게 뱉은 말이지만 몸에 밴 습관이다.윤혜인은 목이 메이는 것 같았다. 호흡조차 힘겨웠다.멈칫하던 이준혁이 말을 이었다.“여보, 왜 이렇게 질투하는 거야?”“그럼 묻지 않을게요.”윤혜인은 담담하게 말했다.이준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또 화난 거야? 그러지 마. 요즘 눈을 제대로 붙인 적이 없어.”윤혜인은 이 말이 너무 거슬렸다. 그는 마치 그녀가 일을 만들어 트집을 잡는 것 같이 표현하고 있었다.부부는 서로 성심성의를 다해야 하지 않는가?해외에 있으며 그녀의 전화를 씹고 임세희와 함께 있는 모습까지 타인에게서 들어야 했다.그녀에게는 왜 기분이 나쁠 자격도 없단 말인가?윤혜인은 진지하게 말했다.“이준혁, 난 트집 잡은 적 없어요. 당신이 나에게 솔직하다면 그것이 무슨 일이든 모두 받아들일 수 있어요. 하지만 날 기만하지 말아요. 헤어진다고 해도 아름답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윤혜인의 말투는 그리 듣기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화가 났고 어떻게 할머니께 설명해야 할 지 떠오르지 않았다.같은 공간에 머무는 두 사람이기에 임세희만 마음먹으면 둘은 반드시 접촉할 것이다.전 세계가 모두 알 때까지 혼자 멍청이가 되
의사가 말했다.“어르신의 최신 건강 검진 보고서에 따르면 전신이 무너져 있는 상태라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고 보시면 돼요. 이런 상황에서 병원에 머무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요. 집으로 모시고 최대한 마음속의 소원을 이뤄드리세요.”병실을 나선 윤혜인은 얼빠진 상태였다.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고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그녀는 가까운 의자를 찾아 잠시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그때 간병이 초췌한 그녀를 발견하고 급히 다가와 물었다.“아가씨, 무슨 일이에요?”윤혜인은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꺼냈다. 손이 너무 떨려 버튼을 누를 수 없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아줌마, 저 대신 번호를 눌러주세요.”이준혁의 번호는 단축키 ‘1’에 저장되었다.그녀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그녀의 모습에 간병인은 깜짝 놀라며 휴대폰을 받아들여 1을 꾹- 눌렀다.신호음만 갈 뿐 응답이 없었다.다시 한번 걸어보지만, 여전히 닿지 않는다.간병인은 윤혜인을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또 걸어요?”“네.”윤혜인은 고집스러웠다.기운이 하나도 없어 그녀는 지금 그가 필요했다.그녀의 손을 잡고 할머니의 소원을 이뤄드려야 했다.세 번째 연결음이 흘러나오고 전화는 끝내 연결되었다.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왜 그래?”지금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그녀가 울먹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돌아오면 안 돼요? 할머니가...”그때 연약한 여자의 목소리가 윤혜인의 말을 잘랐다.“오빠...”윤혜인의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잘못 들은 줄 알았다. “당신, 임세희랑 같이 있는 거예요?”“그래, 세희가-”“이준혁!”윤혜인은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물었다.“거기는 지금 밤인데 같이 있단 말인가요?”이준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병상에 누워있는 임세희을 바라보다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돌아가면 다 설명할게.”이윽고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준혁은 전화를 움켜쥐고 다정하게 다독
윤혜인은 눈물을 머금고 허탈하게 웃었다.“이준혁 당신에게 우리 할머니가 중요하고 않고를 떠나 내가 중요하지 않지 않은 거지?”망설일 필요도 없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이준혁은 더 이상 그녀의 행패를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이게 재밌어?”순간 그녀의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그 고통으로 제대로 설 수조차 없었다.윤혜인의 생존 본능이 당장이라도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었다.하지만 할머니에게 아쉬움을 남겨드릴 수 없었다.그녀는 다시 한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애원했다.“괜히 그러는 거 아니고 할머니의 상태가 안 좋아져서 당신을 너무 보고 싶어해요...”눈살을 찌푸린 이준혁은 전화상으로는 홀로 남아 슬퍼하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인내심 있게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할머니를 뵈러 간다고 했으니 꼭 지킬 거야. 넌 얌전히 내가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면 돼.”윤혜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래야만 울면서도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는 거의 실성하며 외쳤다.“그저 응석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모두 진짜라고 말하고 있는데 당신은 왜 날 믿지 않는 거죠?”“믿지 않는 게 아니야. 세희가 몸이 안 좋아서 그래. 어제부터 심해져서 자리를 비울 수 없다니까. 난 절대 그녀를 홀로 해외에 남겨 둘 수 없어.”강경한 이준혁의 태도에 윤혜인은 절망했다.그녀가 자신을 너무 크게 본 것이 맞았다.이준혁에게는 임세희가 하늘이었다.외할머니가 위독하여 기다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이준혁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그녀는 다시 한번 그를 잘못 믿었던 것 같다.“혹시 그녀가 그저 병으로 당신을 잡았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나요?”“헛소리 그만 해. 세희가 바보도 아니고 어떻게 자신의 생명으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수 있단 말이야?”“바보란 걸 몰랐나요? 그것은 당신이 믿어줬기 때문이죠. 항상 그 핑계로 당신을 잡고 있었잖아요. 그럼 왜 매번 당신 앞에서만 아프고 다른 사람 앞에선 멀쩡한지 생각은 안 해 봤나요?”윤혜인
이 한마디에 조금 남아있던 이준혁의 상냥함이 사라졌다.그는 여자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사람이 아니었다.한두 번은 그럭저럭 맞춰줄 수 있지만 지금 윤혜인은 도가 너무 지나치다.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고 있다.게다가 이런 식의 협박을 제일 싫어하는 이준혁이었다.그는 드디어 폭발했다.“윤혜인! 그만 유치하게 굴어! 헤어지잔 말로 감히 날 겁주려는 거야?”윤혜인의 마음은 이미 죽어서 그의 말은 전혀 자극이 되지 않았다.마음속의 그 환한 빛이 영원히 저물었다.“이번엔 진짜예요. 전에는 내가 눈이 멀어서 당신을 믿었어요.”“혜인이 너!”이준혁은 휴대폰을 부숴버리고 싶었다. 그는 가까스로 화를 억눌렀다.“조금 진정하는 게 좋겠어!”“뚜뚜뚜-”상대는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이준혁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팔을 휘둘렀다.“쾅!”휴대폰이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주훈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방금 대표님과 사모님이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그는 조심 망설이다가 물었다.“제가 한번 무슨 일인지 알아볼까요?”“됐어!”이준혁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그 사람에 대한 그 어떤 것도 보고 하지 마!”그는 그녀에게 너무 오냐오냐해서 그녀가 이렇게 막무가내라고 생각했고 뭐만 하면 헤어지자는 말과 이혼하겠다는 말로 그를 위협하는 것 같다.스스로 잘못을 뉘우칠 때까짖 내버려 둘 셈이었다.전화를 끊은 윤혜인은 조금 평온해 보였다.하지만 그저 겉면일 뿐이다.할머니는 한시가 급하다. 그녀는 반드시 당장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단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할머니의 꿈을 이루어드려야 한다.그때 간호사 한 분이 다가오며 말했다.“304호 환자 가족분이시죠?”워낙 예쁜 미모여서 한두 번 스친 사이지만 간호사는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요?”간호사는 연민의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이렇게 예쁜 여자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간호사가 말했다. “저기 누군가가 찾고 계시던데 얼른 가보세요.
바닥에 쓰러진 할머니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얼굴을 닦을 기력조차 없었던 할머니는 혼잣말했다.“우리 혜인이는 때리지 말아. 너희가 말한 그런 애가 아니란 말이다. 안 돼...”그때,윤혜인의 심장은 칼에 찔린 듯했다.그리고 막무가내로 난도질당했다.왜...왜 할머니에게 그러는 거야...앞에 선 뚱뚱녀는 할머니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늙은이 잘 들어. 당신 손녀는 남의 남자를 넘보는 아주 고약한 년이야. 우리는 하늘을 대신해 따끔하게 교육하는 거야.”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혜인은 그 여자에게 덮쳤고 그녀의 팔을 세게 물었다.그러자 살이 갈아지더니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악!”뚱뚱녀의 날카로운 비명에 함께 온 무리가 식겁했다.피는 여자의 팔을 따라 흘러내렸고 윤혜인의 얼굴에도 묻었다.세게 베어 문 윤혜인은 할머니 곁으로 다가갔다.완전히 실성한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었다.“할머니를 또 건드리면 다 죽여버릴 거야!”간병인도 그녀를 도왔다. 비록 몸을 떨고 있었지만, 상반신으로 할머니를 단단히 보호 하고 있었다.그녀는 이 무리와 대적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옷차림만으로도 돈과 힘이 있어 보여서 도망가려고 했지만, 아가씨와 어르신이 마음에 걸렸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벌벌 떨면서도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이들은 나쁜 사람들이라 믿으면 안 돼요... 아가씨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구경꾼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비록 나서서 돕지 못했지만, 입으론 몇 마디 했다.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윤혜인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증거를 남기기 시작하며 그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명예훼손, 비방, 폭행! 너희들 누구 하나도 도망칠 생각하지 마.”함께 온 여자는 몸을 움츠렸다. 그들은 그저 뚱뚱한 친구의 분풀이를 해주면 2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윤혜인이 제삼자가 맞는지는 그들도 알지 못했다.게다가 조금 부유한 집들이라 감방에 들어가길 원하지 않았다.주저하는 그들의 모습에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