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53화

작가: 이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의사가 말했다.

“어르신의 최신 건강 검진 보고서에 따르면 전신이 무너져 있는 상태라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고 보시면 돼요. 이런 상황에서 병원에 머무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요. 집으로 모시고 최대한 마음속의 소원을 이뤄드리세요.”

병실을 나선 윤혜인은 얼빠진 상태였다.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고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가까운 의자를 찾아 잠시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그때 간병이 초췌한 그녀를 발견하고 급히 다가와 물었다.

“아가씨, 무슨 일이에요?”

윤혜인은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꺼냈다. 손이 너무 떨려 버튼을 누를 수 없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줌마, 저 대신 번호를 눌러주세요.”

이준혁의 번호는 단축키 ‘1’에 저장되었다.

그녀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녀의 모습에 간병인은 깜짝 놀라며 휴대폰을 받아들여 1을 꾹- 눌렀다.

신호음만 갈 뿐 응답이 없었다.

다시 한번 걸어보지만, 여전히 닿지 않는다.

간병인은 윤혜인을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

“또 걸어요?”

“네.”

윤혜인은 고집스러웠다.

기운이 하나도 없어 그녀는 지금 그가 필요했다.

그녀의 손을 잡고 할머니의 소원을 이뤄드려야 했다.

세 번째 연결음이 흘러나오고 전화는 끝내 연결되었다.

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래?”

지금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녀가 울먹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오면 안 돼요? 할머니가...”

그때 연약한 여자의 목소리가 윤혜인의 말을 잘랐다.

“오빠...”

윤혜인의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당신, 임세희랑 같이 있는 거예요?”

“그래, 세희가-”

“이준혁!”

윤혜인은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물었다.

“거기는 지금 밤인데 같이 있단 말인가요?”

이준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병상에 누워있는 임세희을 바라보다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돌아가면 다 설명할게.”

이윽고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준혁은 전화를 움켜쥐고 다정하게 다독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4화

    윤혜인은 눈물을 머금고 허탈하게 웃었다.“이준혁 당신에게 우리 할머니가 중요하고 않고를 떠나 내가 중요하지 않지 않은 거지?”망설일 필요도 없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이준혁은 더 이상 그녀의 행패를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이게 재밌어?”순간 그녀의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그 고통으로 제대로 설 수조차 없었다.윤혜인의 생존 본능이 당장이라도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었다.하지만 할머니에게 아쉬움을 남겨드릴 수 없었다.그녀는 다시 한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애원했다.“괜히 그러는 거 아니고 할머니의 상태가 안 좋아져서 당신을 너무 보고 싶어해요...”눈살을 찌푸린 이준혁은 전화상으로는 홀로 남아 슬퍼하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인내심 있게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할머니를 뵈러 간다고 했으니 꼭 지킬 거야. 넌 얌전히 내가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면 돼.”윤혜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래야만 울면서도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는 거의 실성하며 외쳤다.“그저 응석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모두 진짜라고 말하고 있는데 당신은 왜 날 믿지 않는 거죠?”“믿지 않는 게 아니야. 세희가 몸이 안 좋아서 그래. 어제부터 심해져서 자리를 비울 수 없다니까. 난 절대 그녀를 홀로 해외에 남겨 둘 수 없어.”강경한 이준혁의 태도에 윤혜인은 절망했다.그녀가 자신을 너무 크게 본 것이 맞았다.이준혁에게는 임세희가 하늘이었다.외할머니가 위독하여 기다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이준혁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그녀는 다시 한번 그를 잘못 믿었던 것 같다.“혹시 그녀가 그저 병으로 당신을 잡았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나요?”“헛소리 그만 해. 세희가 바보도 아니고 어떻게 자신의 생명으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수 있단 말이야?”“바보란 걸 몰랐나요? 그것은 당신이 믿어줬기 때문이죠. 항상 그 핑계로 당신을 잡고 있었잖아요. 그럼 왜 매번 당신 앞에서만 아프고 다른 사람 앞에선 멀쩡한지 생각은 안 해 봤나요?”윤혜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5화

    이 한마디에 조금 남아있던 이준혁의 상냥함이 사라졌다.그는 여자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사람이 아니었다.한두 번은 그럭저럭 맞춰줄 수 있지만 지금 윤혜인은 도가 너무 지나치다.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고 있다.게다가 이런 식의 협박을 제일 싫어하는 이준혁이었다.그는 드디어 폭발했다.“윤혜인! 그만 유치하게 굴어! 헤어지잔 말로 감히 날 겁주려는 거야?”윤혜인의 마음은 이미 죽어서 그의 말은 전혀 자극이 되지 않았다.마음속의 그 환한 빛이 영원히 저물었다.“이번엔 진짜예요. 전에는 내가 눈이 멀어서 당신을 믿었어요.”“혜인이 너!”이준혁은 휴대폰을 부숴버리고 싶었다. 그는 가까스로 화를 억눌렀다.“조금 진정하는 게 좋겠어!”“뚜뚜뚜-”상대는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이준혁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팔을 휘둘렀다.“쾅!”휴대폰이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주훈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방금 대표님과 사모님이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그는 조심 망설이다가 물었다.“제가 한번 무슨 일인지 알아볼까요?”“됐어!”이준혁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그 사람에 대한 그 어떤 것도 보고 하지 마!”그는 그녀에게 너무 오냐오냐해서 그녀가 이렇게 막무가내라고 생각했고 뭐만 하면 헤어지자는 말과 이혼하겠다는 말로 그를 위협하는 것 같다.스스로 잘못을 뉘우칠 때까짖 내버려 둘 셈이었다.전화를 끊은 윤혜인은 조금 평온해 보였다.하지만 그저 겉면일 뿐이다.할머니는 한시가 급하다. 그녀는 반드시 당장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단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할머니의 꿈을 이루어드려야 한다.그때 간호사 한 분이 다가오며 말했다.“304호 환자 가족분이시죠?”워낙 예쁜 미모여서 한두 번 스친 사이지만 간호사는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요?”간호사는 연민의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이렇게 예쁜 여자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간호사가 말했다. “저기 누군가가 찾고 계시던데 얼른 가보세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6화

    바닥에 쓰러진 할머니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얼굴을 닦을 기력조차 없었던 할머니는 혼잣말했다.“우리 혜인이는 때리지 말아. 너희가 말한 그런 애가 아니란 말이다. 안 돼...”그때,윤혜인의 심장은 칼에 찔린 듯했다.그리고 막무가내로 난도질당했다.왜...왜 할머니에게 그러는 거야...앞에 선 뚱뚱녀는 할머니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늙은이 잘 들어. 당신 손녀는 남의 남자를 넘보는 아주 고약한 년이야. 우리는 하늘을 대신해 따끔하게 교육하는 거야.”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혜인은 그 여자에게 덮쳤고 그녀의 팔을 세게 물었다.그러자 살이 갈아지더니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악!”뚱뚱녀의 날카로운 비명에 함께 온 무리가 식겁했다.피는 여자의 팔을 따라 흘러내렸고 윤혜인의 얼굴에도 묻었다.세게 베어 문 윤혜인은 할머니 곁으로 다가갔다.완전히 실성한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었다.“할머니를 또 건드리면 다 죽여버릴 거야!”간병인도 그녀를 도왔다. 비록 몸을 떨고 있었지만, 상반신으로 할머니를 단단히 보호 하고 있었다.그녀는 이 무리와 대적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옷차림만으로도 돈과 힘이 있어 보여서 도망가려고 했지만, 아가씨와 어르신이 마음에 걸렸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벌벌 떨면서도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이들은 나쁜 사람들이라 믿으면 안 돼요... 아가씨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구경꾼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비록 나서서 돕지 못했지만, 입으론 몇 마디 했다.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윤혜인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증거를 남기기 시작하며 그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명예훼손, 비방, 폭행! 너희들 누구 하나도 도망칠 생각하지 마.”함께 온 여자는 몸을 움츠렸다. 그들은 그저 뚱뚱한 친구의 분풀이를 해주면 2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윤혜인이 제삼자가 맞는지는 그들도 알지 못했다.게다가 조금 부유한 집들이라 감방에 들어가길 원하지 않았다.주저하는 그들의 모습에 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7화

    윤혜인은 바짝 긴장했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모두 네가 꾸민 짓이지?”송소미는 못 들은 척하며 천천히 입을 뗐다.“비록 예전에는 그랬던 적이 있지만 이미 잘못을 뉘우친 상태야. 그러니 헛소리하지 마.”이 말에 듣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이제 보니 상습범이었네?동정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잖아?뚱뚱녀도 자신감을 되찾으며 윤혜인의 휴대폰을 낚아채 바닥에 던져버리고 발로 밟았다.그녀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증거? 내가 지금 인정하게 해줄게.”그리고 가방에서 사진들을 한가득 꺼내 윤혜인의 얼굴에 뿌렸다.사진들이 바닥에 한가득 널브러졌다.예리한 사진 모서리가 윤혜인의 얼굴을 스쳤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사진을 보았다.자태가 너무 난해했다.모두들 태세 전환하며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겉으로 봐선 아니더니 진짜네? 이렇게 미친 짓을 했을 줄이야.”“너무 역겨워! 맞아도 싼 년이야.”“나도 한때 때리고 싶네. 가증스럽긴.”“...”악의가 담긴 듣기 거북한 말들이 사방에서 공격했다.윤혜인은 천천히 몸을 돌렸고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사진들을 줍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당황한 윤혜인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마치 둔탁한 무언가가 그녀를 덮친 것 같았다.모두 거짓이고 조작된 것이라고 할머니께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실망이 극에 달한 할머니의 표정에 그녀는 입술을 뗄 수 없었고 목구멍이 불에 타는 것처럼 아팠다.순간, 윤혜인은 지옥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찰칵! 찰칵!”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모두 휴대폰을 꺼내 증거를 남기며 인터넷에 올렸다.각종 모욕적인 욕설을 퍼부으며 새로운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윤혜인은 다급히 설명했다.“아니에요... 이 사진들은 모두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거에요...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라고요...”하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아무도 듣지 않았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비웃음과 경멸의 소리는 더욱 거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8화

    이 일은 원래부터 그들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었고 그저 돈만 받고 하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송소미가 이렇게 큰 그림을 만든 것은 마치 우연처럼 가장하기 위함이었고 더욱 손쉽게 배 속의 아기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다.뚱뚱녀와 사진들은 모두 사전에 준비된 것이다.나중에 실수했다고 하면 되고 좀 더 돈을 들이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이 와중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 줄은 몰랐다.그녀는 이상야릇하게 말했다.“또 새로 꼬신 남잔가? 정말 대단하네 윤혜인. 양쪽에 하나씩 끼...”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차가운 얼굴에 송소미는 입을 틀어막았다.어떻게 이럴 수가...그녀는 입술을 꾹 다물고 숨도 크게 쉴 엄두를 내지 못했다.남자의 시선은 그녀에게 머물러있지 않았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이들의 휴대폰을 전부 확인해 봐. 영상은 하나도 유출돼선 안 돼. 만약 삭제를 원하지 않는다면 법무부의 고소장을 받을 준비하라고 해.”감정 기복 없은 말투였지만 현장의 사람은 서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은 일 처리를 확실하게 했고 병실에는 이제 송소미만 남았다.제자리에 못 박힌 듯 서있는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도망가려 해도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삼...촌...”이신우는 그녀를 흘겼다.“오늘 네가 한 짓은 결국에 이씨 가문의 얼굴을 깎는 거야.”“삼촌, 그런 게 아니에요... 난 그저 지나가다 들린 것뿐이에요... 나랑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나가. 아직은 내가 직접 나서지 않을 거니까.”이신우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송소미는 거의 울먹이다시피 했다.이게 무슨 말이가?그럼 누가 그녀를...”그리고 송소미도 끌려 나갔다.병실은 조용했다.윤혜인은 모든 것에 대해 무지하고 무감각했다.움츠린 몸을 떨며 기다시피 할머니 곁으로 갔다.그리고 조심스럽게 떨고 있는 할머니를 감싸 안았다.너무 가벼워 금방이라도 멀리 떠날 것 같았다.탁해진 눈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윤혜인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하려 애를 쓰고 있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9화

    할머니는 재빨리 응급실로 옮겨졌다.온몸이 경직된 윤혜인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신우는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걸쳐주며 물었다.“걸을 수 있겠어요?”윤혜인의 작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 거의 반투명한 상태로 언제든지 쓰저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침대를 짚으며 강인하게 일어섰다.매우 맑은 눈동자를 가진 윤혜인이지만 지금은 공허함으로 가득했다.“고마워요.”윤혜인은 가볍게 인사했다.할머니 앞에서 어느 정도의 품위는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줘서 그에게 고마웠다.잠시 숨을 돌린 그녀는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마치 한 세기가 지난 것 같았다.그때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나왔고 윤혜인에 허리를 굽히며 차분하게 말했다.“죄송합니다.”낮은 목소리는 마치 저주처럼 들렸고 텅 빈 복도에서 울려 퍼졌다. 윤혜인은 마치 총에 맞은 것처럼 뒤로 한 발 물러섰다.그녀의 두 손은 의사의 팔을 잡았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착간 한게 아니에요?”이렇게 심각한 건 아니었다.의사가 그저 남은 날이 많지 않았고 했을 뿐 지금 당장 떠난다고는 하지 않았다.“그럴 리 없어요... 그렇죠?... 아침에만 해도 할머니는 고향의 잣빵을 먹고 싶다고 했어요. 아직 드셔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가는 겁이 어디 있나요?”그녀는 무릎을 꿇고 의사의 팔을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제발... 할머니를 살려주세요... 제발요. 돈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의 병을 볼 수 있을 정도는 있다고요... 적어요...”그녀는 낮은 소리로 울먹였다.“적어도 잣빵정도는 드시고 가야죠...”할머니가 배를 곯으면 어떡하는가.윤혜인의 손이 심하게 떨렸다. 그녀는 지금 많이 혼란스러운 상태다.옆에 있던 간호사는 급히 그녀의 팔을 잡으며 위로했다.“아가씨의 마음을 이해해요. 진정하시고 눈으로 할머니를 마지막을 담으세요.”하지만 윤혜인은 가고 싶지 않았다. 붉어진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할머니는... 거기에 없어요... 병실에서 저를 기다리고 계세요.”그녀는 몸을 돌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0화

    그녀의 비명이 방안을 가득 채웠지만 응답이 없었다....윤혜인은 계속 해서 병원 복도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병원에 절차를 밟고 장례식장을 예약했다.그녀는 할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싶었다.600km가 넘는 거리, 밤새도록 운전해도 다음 날에야 도착할 것이다.간병인은 그녀의 곁을 지키며 조금 쉬라고 타일렀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그저 단호하게 벤치에 앉아있었다.그녀는 할머니와 더 가까이 있고 싶었다.이신우가 다가와 윤혜인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오늘은 우연히 들른 것이어서 이미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윤혜인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눈은 하도 많이 울어서 약간 부어있었다.몸을 일으킨 그녀는 정중하게 경례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을 때 목소리는 마치 깨진 북처럼 쉬어 있었다.“오늘 감사했어요. 제가 휴대폰을 몸에 지니고 있지 않아서 병원비 영수증을 보내주시면 일이 끝나는 대로 빠른 시일내에 입금할게요.”너무 갑작스러웠기에 이신우가 각종 비용을 납부했다.이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준혁이가 절 삼촌이라고 부르니 그럴 필요 없어요.”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어요. 하지만 확실히 해야 할 건 해야죠. 돈은 제가 꼭 갚을게요.”송소미가 그를 삼촌이라 부르고 그의 외모가 이준혁과 비슷한 것을 보아 이 씨 가무의 사람인 것 같았다.이신우는 조금 당황했다. 자신의 신분을 알면서도 선을 긋는 것을 보니 혹시 이준혁과 관계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나?그가 떠난 후.윤혜인은 병원의 벤치에 아침까지 앉아있었다.날이 밝자, 그녀는 수의와 장례를 위한 용품을 구입했다.8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 차가 도착했다.간병인도 윤혜인과 함께 인하로 갔다. 오랫동안 보살펴서 감정이 남달랐고 어르신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장례식장에 도착하자 윤혜인은 침착하게 비용을 지불하고 빈소를 골랐다.아무도 제사를 지내지 않을 것 같으니 마지막 가는 길은 생략하는 것 없이 모두 할 것이다.그녀는 제사상에 올려놓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1화

    인하의 절차에 따라 먼저 화장하고 나서 영정실에 올려드려야 했다.기다리는 동안 윤혜인은 몇 번이고 할머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치 마음에 새기려는 듯했다.시신이 불 속으로 들어갈 때, 그 철문은 윤혜인의 눈앞에서 닫혔다.이번에는 정말로 할머니를 다시 보지 못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이 세상에서 그녀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이제는 없다.슬픔이 밀려와 그녀는 철문을 두드리며 흐느꼈다.“할머니, 불을 피해요. 불을 피해야 해요, 할머니...”하지만 응답하는 것은 철문이 닫히는 소리뿐이었다.그렇게 한 시간이 지난 후, 그 철문이 열렸다.화장 직원이 할머니의 골회를 넣었고 윤혜인은 골회암을 안고 영정실로 갔다.영정실은 이미 잘 준비되어 있었다. 윤혜인은 골회암을 올리고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안고 무릎을 꿇었다.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중간에, 간병인이 그녀에게 밤을 먹으라고 했지만, 물만 마시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그런 윤혜인이 안쓰러워 그녀는 보다 푹신한 쿠션을 무릎 아래에 깔 수 있게 했다.저녁 무렵, 빈소에 첫 번째 조문객이 찾아왔다.급히 달려온 문현미였다. 소식을 들은 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윤혜인이 검은 복장에 조복을 차고 있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진실임을 깨달았다.짧은 2날 동안 윤혜인은 너무 야위였다. 조문을 마친 문현미는 많은 것을 묻고 싶었지만 어떻게 말을 떼야 할지 몰랐다.그러다 결국 그녀는 힘겹게 한마디 했다.“착한 혜인아, 미안하구나.”철부지 아들을 대신해 사과하는 것이었다.이렇게 중요한 순간에도 윤혜인의 곁을 지키지 않으면 그 후에는 기회가 있을까?다행히 윤혜인은 문현미를 배척하지 않았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남는 것을 묵인하는 거나 다름없었다.그리고 다음 날 오후에 두 명의 예상치 못한 손님들이 왔다.문미정이 송소미와 함께 조문하러 왔다.송소미는 어제서야 윤혜인의 외할머니가 돌아갔다는 소실을 듣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하지만 그녀의 두려움은 자신 때문에 돌아간 사람 때문인

최신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56화

    “죄송합니다.”이준혁은 진심으로 사과했다. 이번 일은 분명히 그의 책임이었다.만약 그의 부주의가 아니었다면 윤혜인이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이준혁은 자책하며 곽경천이 자신을 때려줬으면 싶을 정도로 후회하고 있었다.그때 주훈이 갑자기 ‘퍽’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더니 곽경천을 향해 말했다.“모든 게 제 잘못입니다. 제가 혜인 씨에게 대표님을 보러 오라고 부탁했거든요.”그는 깊이 자책하고 있었다.만약 자신이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윤혜인이 사무실에 갇혀 얼어붙는 일이 없었을 테니 말이다.주훈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그녀가 떠났는지 관심을 두지 않은 자신의 큰 실책이라 여겼다.이번 일로 이준혁이 자신을 탄페니아에 10년간 가 있으라 해도 감수할 각오였다.하지만 곽경천은 사건의 전말을 이미 알고 있었다.사실 윤혜인이 먼저 주훈에게 전화를 걸어 이준혁의 상황을 물어봤고 주훈은 그저 그녀에게 와보라고 덧붙였을 뿐이었다.주훈이 권하지 않아도 윤혜인은 이준혁을 찾아갔을 것이다.이준혁을 찾으러 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전제하에 주훈의 말은 그저 핑곗거리에 지나지 않았다.곽경천은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책망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비난을 하지 않았다.그는 주훈을 일으키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일어나요. 이 일은 주 비서님 잘못이 아니니까요. 혜인이는 스스로가 원해서 간 거예요.”이 말을 듣고 이준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곧이어 곽경천은 이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인이는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로 흔들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혜인이가 준혁 씨를 찾아간 것은 마음속에서 준혁 씨를 지우지 못해서였을 거예요.”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이준혁 씨, 이준혁 씨도 혜인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 리 없잖아요.”“이번 일을 계기로 혜인이에게서 조금 떨어져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준혁 씨가 진정으로 마음을 정리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어요.”사실 곽경천은 이준혁에게 크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55화

    눈빛이 어두워진 채 이준혁은 묵묵히 소화전 쪽으로 걸어갔다....한편, 윤혜인은 이미 추위로 감각이 사라진 상태였다.의식은 오락가락했고 마치 꿈속에서 이준혁이 자신을 구하러 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듯했다.무의식중에 그녀는 손을 뻗어 문을 몇 번 두드려 그에게 자신이 여기 갇혀 있다는 신호를 주려고 했다.하지만 너무 지쳐있어 눈조차 뜨기 힘들었다.더 이상 추위를 느끼지 못할 만큼 피곤함이 몰려왔고 손은 힘없이 축 처졌다.지쳐 의식을 잃어가던 그 순간, 큰 소리와 함께 문에 구멍이 뚫렸다.이준혁은 서너 번의 도끼질로 문을 쳐서 자물쇠를 부수고 마침내 문을 열었다.윤혜인은 그의 무릎 담요로 사용하던 짙은 남색 담요를 몸에 감싼 채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바로 그때, ‘딱’ 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 전체에 전기가 다시 들어왔다.바닥에 웅크린 윤혜인의 얼굴은 아름다웠지만 병든 사람처럼 창백해져 있었다.이준혁의 가슴 속엔 극심한 통증이 일었다.몸을 낮추고 그녀를 안아 올렸지만 마치 얼음 덩어리를 안는 것처럼 차가웠다.윤혜인의 몸은 이미 차가워져 조금 경직되어 있었고 다리는 자연스럽게 구부러지지도 않았다.다행히 아직 숨을 조금 쉬며 윤혜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이준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천천히 일어섰다.지팡이 없이 걷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지만 그는 모든 힘을 남아 있는 한쪽 다리에 집중해 무릎을 꿇고 지팡이를 집어 벽에 기대어 두었다.그런 다음 지팡이를 짚으며 윤혜인을 어깨에 걸쳐 안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엘리베이터에 도착해 1층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주훈이 이미 구급대와 함께 들것을 대기시키고 있는 게 보였다.구급대는 윤혜인을 곧장 들것으로 옮겼고 이준혁도 함께 이동했다.주훈은 뒤따르며 죄책감에 사로잡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만약 그가 윤혜인에게 오라고 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사무실에 갇혀 반나절 동안 얼어붙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다행히도 이준혁이 윤혜인을 찾았지만 만약 모두가 그녀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54화

    곽경천은 분통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모든 단계에서 누군가가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도 윤혜인이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급히 이준혁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때는 이미 새벽 3시였다.이준혁은 전화를 받고 즉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사실 그는 잠들지도 않은 상태였다.곧장 이준혁은 윤혜인이 그날 자기 사무실에 왔다가 떠난 후 소식을 들은 바 없다는 것을 곽경천에게 알리고 전화를 끊었다.곽경천은 전화를 끊자마자 곧바로 현지 경찰에 연락해 CCTV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침대에 앉아 잠시 생각했으나 이준혁은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는 외투를 걸치고 휠체어에 올라 회의장에 향하기로 했다.혹시나 싶었지만 가장 먼저 확인할 곳이 이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회의장이 전원이 차단되고 문이 잠기면 보안 시스템이 작동하여 상급 관료의 허가 없이는 다시 전원을 공급할 수 없었다.이준혁이 당직자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하여 주훈에게 당직자의 집 주소를 찾아가 직접 연락하도록 지시한 후, 이준혁 자신은 보안 직원에게 열쇠로 건물 내부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그렇게 그는 손전등을 입에 물고 어두운 계단을 한 계단씩 올라가기 시작했다.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지팡이를 짚어야 해서 손전등을 입에 문 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다.입이 피로할 때는 손전등을 외투 주머니에 넣고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길을 찾았다. 다행히 사무실은 높은 곳이 아닌 그나마 적당한 8층에 있었다.20분 정도가 지나 8층에 도착한 그는 숨이 차오르는 것도 무릅쓰고 사무실로 향했다.사무실 문 앞에 다다라서는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전원이 차단된 상태에서는 이 문을 열 수 없었다.전력을 공급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열리는 구조였는데 문에 틈새도 없어 내부 상황을 볼 수도 없었다.창문도 벽 쪽에 설치되어 있어 창문을 통해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이준혁은 윤혜인의 이름을 부르며 문을 힘껏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53화

    곽경천이 돌아왔을 때, 도우미들은 이미 주인이 없는 틈을 타 저들만의 편의를 봐가며 태만하게 지내고 있었다.배남준이 윤혜인을 피하며 며칠째 모습을 보이지 않자 도우미들은 윤혜인이 버림받았다 생각하고 그녀를 무시하기 시작했다.아이를 출산했음에도 자신들의 주인이 윤혜인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다고 판단한 도우미들은 일에 태만해졌고 그녀를 아예 무시하며 허술하게 일을 처리했다.윤혜인은 원래 문제를 일으키기 싫어하는 성격이어서 도우미들과 크게 마주칠 일 없이 지냈고 이들의 불성실함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리고 도우미들은 윤혜인의 이러한 성격을 이용해 점점 더 방자하게 굴었다.태만하게 군 나머지, 그들은 윤혜인이 하룻밤은 물론 사흘을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해도 아마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곽경천은 도우미들이 무릎도 제대로 꿇지 않은 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을 보자 이들이 윤혜인을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번에 파악했다.분노가 끓어오른 그는 단호하게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이 사람들 모두 끌고 나가서 무릎 꿇게 해! 한 명도 잠들지 않도록 감시하고!”그러자 당황한 도우미들이 소리를 질렀다.“저희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이렇게 벌을 주시는 거예요? 아가씨도 성인이신데 저희가 항상 따라다닐 수는 없잖아요!”특히 곽경천에게 발길질을 당한 도우미가 가장 먼저 고개를 들고 당당히 외쳤다.“내가 무슨 권리로 그러냐고요?”곽경천은 냉랭하게 눈을 치켜떴다.“남준이가 없다고 해서 당신들을 다스릴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까?”도우미들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하여 그저 뻣뻣하게 등을 펴고 말했다.“저희 가주님만이 저희를 벌할 권리가 있습니다!”“좋아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나 보네요.”곧 곽경천은 그들 앞에서 배남준에게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걸었다.상황을 들은 배남준은 크게 분노하며 도우미들에게 더욱 엄격한 벌을 내리겠다고 명령했다.그들을 야외에서 무릎을 꿇을 뿐만 아니라 겉옷을 벗고 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52화

    순간 윤혜인은 절망감에 휩싸였다.차가운 기류가 어둠 속에서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윤혜인을 지켜보며 언제든지 삼킬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윤혜인은 유일한 방한 도구인 담요를 꼭 껴안았지만 추위에 몸과 정신이 얼어붙어 더 이상 생각할 수가 없었다.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은 이준혁뿐이었다.만약 모두가 그녀가 실종된 것을 알아차린다면 이준혁은 아마도 윤혜인이 자신의 사무실에 있을 거라 생각할 것이다.다행히 평소에 곽경천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자기 전 윤혜인에게 전화해 그녀의 안전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다.그날 밤 업무로 인해 늦어진 그는 전화 대신 윤혜인이 자고 있을까 봐 문자로 대신 메시지를 보냈다.[혜인아, 자?]문자를 보낸 후 다시 일에 몰두했다.파티 준비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원진우의 계획을 지연시키거나 필요할 경우 그를 체포하기 위해 행사장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곽경천은 디자인 도면을 수십 번 확인하며 허점을 찾아냈다.작업을 끝마치고 밤이 깊어졌을 때, 그가 다시 핸드폰을 확인했지만 윤혜인의 답장은 없었다.‘벌써 잠에 들었나...’샤워를 마치고 나와서도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어 곽경천은 곧바로 별장에 전화를 걸었다.그렇게 전화가 여러 번 울리다가 결국 연결되었고 도우미의 잠에 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누구를 찾으시는 거죠?”곽경천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이제야 받는 거야?!’“곽씨 가문 사람인데 혜인이는 자고 있나요?”그가 자신을 ‘곽씨 가문 사람’이라고 밝히자 도우미는 그가 바로 윤혜인의 오빠임을 알아챘다.하여 도우미는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잘 모르겠어요. 오늘 하루 종일 아가씨께서 별로 밖에 나오지 않으셨거든요.”‘안 나왔다고?’곽경천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여은과 도지훈이 아기를 서울로 데려간 터라 윤혜인은 아기를 돌볼 필요가 없는데 하루 종일 방에만 있었다니 참 이상했다.그는 단호하게 말했다.“지금 가서 확인하고 즉시 보고해요!”곽경천의 엄격한 목소리에 도우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51화

    윤혜인은 따스하고 아름다운 기억 속에서 이준혁과 함께했던 위험한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때마다 그녀를 위해 나타난 남자의 모습이 있었다.윤혜인을 위해 이준혁은 얻은 수많은 상처들, 그의 몸에 새겨진 흉터는 사랑의 증표였다.그는 자신의 몸으로 그녀에 대한 사랑을 증명했다.그러니 더 이상 윤혜인이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윤혜인의 마음은 이제 분명했다.이준혁에 대한 감정은 결코 동정이 아니었고 그녀는 그와 함께 있고 싶었다.그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이준혁을 사랑하기 때문에.외롭고 긴 밤마다 끝없는 악몽 속에서도 윤혜인은 이준혁을 잃고 싶지 않았고 그를 잃는 고통을 견딜 수 없음을 깨달았다.그녀는 이준혁을 사랑했다.그와 함께, 그리고 한 가족으로 평화롭게 함께 지내며 다시는 떨어지지 않길 바랐다.하여 윤혜인은 이준혁의 사무실에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이 마음을 전하려 했다.하지만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윤혜인은 남자가 앉았던 의자에 몸을 맡기고 그의 다리를 덮었던 듯한 어두운색 담요를 집어 스스로를 덮었다.곧 그의 독특하고 따뜻한 향기가 온몸을 감싸며 윤혜인은 그 향기에 취해 잠이 들었다....회의가 끝난 후 이준혁은 사무실로 돌아가는 대신 비서에게 물었다.“제 사무실에 아직 사람이 있나요?”비서가 답했다.“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이준혁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결국... 갔구나.’윤혜인은 너무나도 따뜻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준혁은 그녀의 선의를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싶지 않았다.잠깐의 동행 후에 떠나는 것은 더 깊은 상처를 남길 테니 차라리 짧은 고통이 나을 것이었다.‘내가 고집을 부리면 우리 두 사람 결국 모두 불행하게 될 거야. 차라리 혼자 그 고통을 감당하는 편이 낫지.’...윤혜인은 사무실에서 잠을 자다가 한기를 느껴 깨어났다.밤이 된 북안도는 얼음 창고나 다름없었다. 난방이 없으면 젊고 강한 사람이라도 얼어 죽을 수 있을 만큼 추운 곳이었다.“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50화

    윤혜인은 그 말을 듣고 머리를 들지 못했다.몸이 미세하게 떨렸고 뒤늦게 밀려오는 창피함이 그녀를 휘감았다.이준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문밖의 사람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시간 맞춰서 갈 겁니다.”비서는 대답을 듣자마자 얼른 문을 닫아주고 나갔다.윤혜인은 바로 이준혁의 품에서 몸을 떼려 했지만 그는 재빠르게 그녀의 허리를 잡아 주었다.그러자 당황한 윤혜인이 물었다.“그... 회의에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이준혁은 태연히 대답했다.“1분 정도는 문제없어.”윤혜인의 눈가에는 아직 눈물이 맺혀 있었고 얼굴은 조금 붉어져 있었다.조금 전의 용기도 사라지고 그녀의 말투는 조심스럽고 주저하는 듯했다.“일단 회의에 가세요. 우린 이따가 얘기해요.”하지만 이준혁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날렵하고 힘 있는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며 물었다.“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거야?”이 질문 하나로 윤혜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내가 준혁 씨를 불쌍하게 여기면서 동정하고 있는 건가? 정말 그런 건가?’잠시 동안 윤혜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고 이준혁의 깊은 눈동자에는 점차 어두운 빛이 어렸다.“네 동정은 필요 없어.”이준혁이 말했다.그는 그녀가 자비로운 마음에 얽매이는 걸 원치 않았다.감정이란 단순한 감동이나 연민으로 이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만약 동정으로 얻게 되는 감정이라면, 이준혁은 차라리 윤혜인을 자유롭도록 놓아주고 자신이 홀로 평생 아픔을 감수하는 편을 택할 것이다.곧 이준혁은 윤혜인은 바닥에 내려놓고 그녀가 제대로 서 있는 것을 확인한 후 말했다.“이제 돌아가.”그런 다음 스위치를 눌러 휠체어를 움직여 윤혜인 앞에서 천천히 떠났다.윤혜인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있었다.조금 전 왜 동정심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마음속으로는 이 감정이 동정이 아님을 알았지만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이준혁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그녀에게 많은 고통이 함께 밀려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49화

    이준혁은 모든 과정을 매우 능숙하게 해냈다.한눈에 보기에도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는 것이 분명했다.동작이 빨랐지만 윤혜인은 그의 한쪽 다리가 무력하게 늘어져 있는 걸 분명히 보았다.순간 코끝이 시큰해지며 윤혜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의 표정을 본 이준혁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혹시 주 비서가 뭔가 말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건가?”윤혜인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저도 눈이 있으니까...”하지만 이준혁은 완전히 믿지 못하는 듯했다.요즘 주훈이 점점 겉으로는 알아듣는 척하면서도 뒤로는 제멋대로 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항상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도 결국엔 자기 맘대로 행동하는 주훈이었다.이준혁은 윤혜인의 지금 모습만 봐도 주훈이 분명 무슨 말을 했구나 싶었다.‘탄페니아에서의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나 보네? 아직 더 단련시켜야겠어.’윤혜인이 주훈에게서 아무 말도 들은 게 없다고 부정하자 이준혁도 굳이 그 말을 들춰내지는 않았다.대신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다리는 괜찮아. 보이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아.”이 말을 들은 윤혜인은 그가 담담하게 자신의 상태를 감추고 있다고 느꼈다.그녀는 문득 자신이 미워졌다.‘준혁 씨는 자신의 다리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늘 자존심 강하고 뛰어났던 사람인데... 장애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을 거야.’정말이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견뎌냈을지 상상할 수 없었다.그리고 이 모든 순간을 이준혁은 혼자서 견뎌냈다.윤혜인이 이준혁의 곁을 떠나고 그를 밀어내는 동안, 이준혁은 홀로 아픔을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윤혜인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큰 손에 의해 조여드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순간 윤혜인은 모든 것을 잊고 이준혁을 껴안았다.뒤이어 그녀의 눈물이 이준혁의 양복을 적셨다.“준혁 씨... 많이 아팠죠?”‘많이 아팠죠?’라는 말은 이준혁의 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48화

    윤혜인은 차에서 내려 이준혁이 일하는 회의장 밖에 도착했다.이미 소식을 들은 주훈이 미리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윤혜인은 그를 보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주 비서님, 우리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이잖아요. 이번엔 솔직하게 답해줄 수 있나요?”주훈은 순간 멈칫하며 혹시 이준혁이 자신의 피의 대부분을 헌혈한 사실을 윤혜인이 알게 된 게 아닐까 생각했다.그는 약간 망설였다.지난번에도 사실을 말하다가 이준혁에게 한 소리 듣고 근 반년 동안 탄페니아에 보내져서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감독해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급여나 처우는 그대로였지만 황토를 마주하며 하루하루 보내는 고단한 생활과 피부색이 같은 사람 하나 찾기 힘든 환경을 더는 겪고 싶지 않았다.무엇보다 그곳의 여자들은 주훈을 보고 마치 신선이라도 만난 것처럼 여기며 하룻밤에도 서너 명이 그의 천막으로 찾아와 친해지려 하는 일들이 많았다.겁이 난 나머지 주훈은 급히 벽돌로 집을 짓고 문을 굳게 닫고 지냈다.물론 그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 뿐이다.그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떠올리며 주훈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말씀하세요.”윤혜인은 물었다.“대표님의 다리 상태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싶어요.”주훈은 두어 초 동안 멍하니 있었다.윤혜인이 이준혁의 다리에 대해 질문한다는 건, 이준혁이 어떻게 다리를 다쳤는지 아직 모른다는 의미였다.‘그럼 이제 그 얘기로 해도 되는 거 아닌가?’곧 주훈은 무겁게 입을 떼며 말했다.“대표님은... 북안도의 전문가들 소견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평생 목발과 휠체어 없이는 생활이 어려울 거라네요.”“회복 불가능하다고요?”윤혜인은 깜짝 놀라며 되물었고 주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수술받으면 서서히 회복될 거라 하지 않았나? 심지어 퇴원하기 전에는 혼자 서 있는 모습까지 봤었는데?’그녀는 주훈의 팔을 꽉 쥐고 다급히 물었다.“그날 밤, 오빠 보러 온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