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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윤혜인은 눈물을 머금고 허탈하게 웃었다.

“이준혁 당신에게 우리 할머니가 중요하고 않고를 떠나 내가 중요하지 않지 않은 거지?”

망설일 필요도 없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이준혁은 더 이상 그녀의 행패를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이게 재밌어?”

순간 그녀의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

그 고통으로 제대로 설 수조차 없었다.

윤혜인의 생존 본능이 당장이라도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할머니에게 아쉬움을 남겨드릴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애원했다.

“괜히 그러는 거 아니고 할머니의 상태가 안 좋아져서 당신을 너무 보고 싶어해요...”

눈살을 찌푸린 이준혁은 전화상으로는 홀로 남아 슬퍼하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인내심 있게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

“할머니를 뵈러 간다고 했으니 꼭 지킬 거야. 넌 얌전히 내가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면 돼.”

윤혜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래야만 울면서도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거의 실성하며 외쳤다.

“그저 응석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모두 진짜라고 말하고 있는데 당신은 왜 날 믿지 않는 거죠?”

“믿지 않는 게 아니야. 세희가 몸이 안 좋아서 그래. 어제부터 심해져서 자리를 비울 수 없다니까. 난 절대 그녀를 홀로 해외에 남겨 둘 수 없어.”

강경한 이준혁의 태도에 윤혜인은 절망했다.

그녀가 자신을 너무 크게 본 것이 맞았다.

이준혁에게는 임세희가 하늘이었다.

외할머니가 위독하여 기다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이준혁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한번 그를 잘못 믿었던 것 같다.

“혹시 그녀가 그저 병으로 당신을 잡았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나요?”

“헛소리 그만 해. 세희가 바보도 아니고 어떻게 자신의 생명으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수 있단 말이야?”

“바보란 걸 몰랐나요? 그것은 당신이 믿어줬기 때문이죠. 항상 그 핑계로 당신을 잡고 있었잖아요. 그럼 왜 매번 당신 앞에서만 아프고 다른 사람 앞에선 멀쩡한지 생각은 안 해 봤나요?”

윤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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