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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저녁이 되어서야 이준혁의 전화가 걸려 왔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목소리는 지쳐 보였다.

“내일 오는 거예요?”

잠시 침묵하던 그가 말했다.

“아니.”

생각하던 윤혜인은 결국 입을 열었다.

“오지 않는 이유가 임세희 때문인가요?”

이준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누가 말한 거야?”

윤혜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말해 줄 사람이 필요한가?

임세희는 온 세상에 알리고 있었는데 그만이 멍청하게 모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한참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이준혁이 정적을 깼다.

“세희가 여기에 온 건 맞아.”

“하지만 날 찾으러 온 건 아니고 일 보러 온 거야. 각자 할 일 하며 접촉하지 않았어.”

“공항에 마중 갔더군요.”

“여기는 복잡하기도 하고 혼자 몸이라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어.”

‘신경 쓰다’.

아무렇지 않게 뱉은 말이지만 몸에 밴 습관이다.

윤혜인은 목이 메이는 것 같았다. 호흡조차 힘겨웠다.

멈칫하던 이준혁이 말을 이었다.

“여보, 왜 이렇게 질투하는 거야?”

“그럼 묻지 않을게요.”

윤혜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준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또 화난 거야? 그러지 마. 요즘 눈을 제대로 붙인 적이 없어.”

윤혜인은 이 말이 너무 거슬렸다. 그는 마치 그녀가 일을 만들어 트집을 잡는 것 같이 표현하고 있었다.

부부는 서로 성심성의를 다해야 하지 않는가?

해외에 있으며 그녀의 전화를 씹고 임세희와 함께 있는 모습까지 타인에게서 들어야 했다.

그녀에게는 왜 기분이 나쁠 자격도 없단 말인가?

윤혜인은 진지하게 말했다.

“이준혁, 난 트집 잡은 적 없어요. 당신이 나에게 솔직하다면 그것이 무슨 일이든 모두 받아들일 수 있어요. 하지만 날 기만하지 말아요. 헤어진다고 해도 아름답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윤혜인의 말투는 그리 듣기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화가 났고 어떻게 할머니께 설명해야 할 지 떠오르지 않았다.

같은 공간에 머무는 두 사람이기에 임세희만 마음먹으면 둘은 반드시 접촉할 것이다.

전 세계가 모두 알 때까지 혼자 멍청이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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