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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1화

오랜 친구로서 김성훈은 이준혁을 잘 알았다.

깨어난 후 윤혜인을 보지 못한 뒤로 그가 이렇게 변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준혁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어떤 일들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성인이라면 서로 눈치챌 수 있었다.

윤혜인이 이준혁의 수술 당일 떠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것을 말해주었다. 그녀는 결국 이 관계를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준혁은 신체적인 이유로 병원을 떠날 수 없었고 다리마저 움직일 수 없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침묵하고 기이하게 변해갔다.

그는 모든 것에 무관심해졌고 매일 기계처럼 자신의 생명을 일에 소모했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자 김성훈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속을 태웠다.

무슨 말을 해도 이준혁은 듣지 않는 듯했고 여전히 자신의 방식대로만 행동했다.

기본적인 재활 치료조차도 거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가다간 언제쯤 이 침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준혁의 다리는 장기간 움직이지 않으면 정말 평생 걸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좋은 친구로서 김성훈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활기차고 자유롭게 살던 애가 평생 휠체어에 의지하는 모습을 지켜볼 순 없어.’

김성훈은 침대 옆에 앉아 사과를 깎으며 평소처럼 이준혁에게 이런저런 소식을 전했다.

“찰스의 사람들이 원한은 반드시 갚는다는 말이 사실이더라. 원지민의 새엄마가 시켜서 버린 그 유골을 찾아서 북안도로 가져갔대. 무녀를 불러서 어떤 금술을 썼다던데 영혼을 지옥의 불길 속에서 매일 밤낮으로 고통받게 하는 금지된 주술이래.”

이런 괴담이 사실이라면 원지민은 죽어서도 결코 평안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살아 있을 때 받지 않은 벌을 죽어서라도 받는 것이 마땅할지도 모른다.

“근데 이번에 좋은 일도 생겼어. 찰스 가문이 에단 찰스의 시신을 부검하지 않도록 하려고 서울과 협상을 했대. 서울에서 다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만약 찰스 가문의 사람이 서울에서 사고를 치면 그들을 서울로 넘겨서 심판받게 할 거라고 했지.”

잔인하고 무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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