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는 이준혁이 왜 갑자기 손을 빼갔는지 몰라 억울한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환자분, 왜…”“장갑은요?”이준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간호사는 그제야 이준혁이 결벽증이 있어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는 걸 알아챘다.하여 오기 전에 수간호사가 무조건 무균 장갑을 착용해야만 수액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간호사가 연신 사과하더니 카트에 놓인 장갑을 끼며 말했다.“지금 바로 착용하겠습니다.”이준혁은 간호사의 능력을 의심했지만 장기적으로 보살핌을 받는 것도 아니고 고작 수액 하나 놓아주는 거라 뭐라 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간호사가 장갑을 끼더니 남자의 손을 받아와 바늘을 꽂아야 하는 곳에 알코올 솜으로 소독했다.장갑을 끼고 있어 촉감이 살짝 떨어지긴 했지만 손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간호사의 심장이 툭 터질 것만 같았다.VIP층에 잘생긴 남자가 입원해 있다는 소식은 이미 병원에 퍼다 하게 퍼진 상황이었다.하지만 남자는 조용한 걸 좋아했고 여자와 접촉하는 걸 싫어했기에 평소에는 거의 남자 의사가 와서 검사하고 치료해 줬고 수액 같은 작은 일도 남자 간호사를 찾았다.마침 이번 주에 수액을 책임진 남자 간호사가 휴가를 내는 바람에 여자 간호사로 대체하는 수밖에 없었다. 수간호사는 어린 간호사들이 다른 마음을 품을까 봐 VIP층의 간호사들이 하루에 한 번씩 바꿔가며 수액 해주기로 정했다.하지만 첫날 수액 하러 온 간호사가 남자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선을 넘으며 남자에게 쪽지를 건넸다.남자는 쪽지를 받자마자 수간호사에게 건넸고 간호장은 그 간호사를 호되게 혼내고는 제일 아래층에 있는 일반층으로 보내버렸다.그러자 그 뒤로 온 간호사 셋은 매우 얌전했고 선을 넘는 행동을 할 엄두를 못 냈다. 그저 남자에게 수액만 꽂아주고는 바로 자리를 떠났다.지금 수액 하러 온 간호사도 남자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는 마음이 붕 뜬 상태라 동료 간호사가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걸리면 기껏해야 제일 아래층에 있는
게다가 누가 봐도 잘난 이 남자와 함께라면 인생의 정점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운이 좋으면 명분을 얻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명분까지는 아니더라도 차와 집은 무조건 얻어낼 수 있을 테니 손해 볼 건 없었다.이렇게 생각한 간호사는 더는 지체할 수가 없었다.남자 간호사가 고작 한주만 휴가 냈기에 이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그러니 이 기회를 어떻게든 잘 이용해야 했다.간호사가 얼굴을 붉히더니 말캉한 목소리로 말했다.“환자분, 이제 수액 넣을 거예요. 따끔하니까 좀 참으세요.”이준혁은 몇 끼는 굶은 것 같은 간호사의 말투에 미간을 찌푸리더니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도도한 남자의 모습에 간호사는 더 흠뻑 빠지고 말았다.게다가 남자는 딱 봐도 신분이 남달라 보였다. 대표라면 이 정도 도도함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간호사는 마치 마사지하듯 이준혁의 손등을 톡톡 건드리며 혈관을 찾았다.이준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자 간호사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죄송해요. 혹시 제가 아프게 했나요? 좀 더 살살해드릴게요...”간호사가 여전히 말캉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준혁은 그 말투가 역겨워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빨리 해요.”“네.”두어 번 더 두드린 간호사가 혈관을 찾았는지 바늘을 찔러넣었다.이준혁의 미간은 펴진 적이 없었고 바늘을 찔러넣자마자 얼른 손을 거뒀다. 하지만 이때 간호사가 남자의 손을 꼭 잡더니 꿀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환자분, 이러면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거치대에 고정해 줄게요.”간호사는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남자의 손을 자꾸 알게 모르게 자기 가슴으로 갖다 댔다.간호사는 자기 가슴에 자신감이 넘쳤다. 침대에 오랫동안 누워있었는데 설레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가슴에 손이 닿기도 전에 남자가 억지로 손을 빼더니 불쾌한 듯 이렇게 말했다.“필요 없으니까 나가세요.”간호사는 어렵게 온 기회를 그대로 날려버릴 생각이 없어 마지막으로 용기 내어 이렇게 말했다.“환자분, 저 할 줄
“환자분, 혹시 잘못 말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임이나가 얼른 수화기를 잡더니 버벅거렸다.“잘못 말하신 거죠? 왜 저를 해고하시는 거예요?”“당장 꺼져.”이준혁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이에 임이나는 자기가 잘못 들은 게 아님을 눈치채고 어쩔 바를 몰라 했다.임이나가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애걸복걸했다.“안… 안 돼요. 환자분,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해고만은 안 돼요…”이 병원은 서울에서 제일 큰 병원이었다. 여기서 해고당하면 그녀를 받을 병원이 없었다.게다가 이 신분이 있으면 괜찮은 남자 친구를 찾을 수 있는데 해고당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환자분,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해고하지만 않으면 뭐든… 뭐든 다 할게요.”임이나는 아직도 헛된 착각을 하고 있었다. 남자가 공짜로 잠자리를 가지기 위해 이걸로 협박하는 거라고 생각했다.이렇게 잘생긴 남자라면 임이나는 하루 정도 자는 것도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다.이준혁은 그런 임이나가 너무 역겨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당장 나가지 않으면 서울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해줄게.”“…”이준혁의 매정함을 맛본 임이나는 이준혁이 그녀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아챘다.머리를 굴리던 임이나는 매니저가 병실로 들어오기 전에 제복을 풀어 헤치더니 울면서 하소연했다.“환자분, 왜 이러시는 거예요… 싫다고 말씀드렸는데 옷을 찢은 것도 모자라 모함까지 하면 어떡해요…”임이나는 병실에 CCTV가 없다는 걸 알고 헛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문을 열고 들어온 매니저가 눈앞의 광경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이준혁의 제보가 겹쳐지자 간호사를 협박해 뭔가 얻어내려다 실패하고 들킬까 봐 먼저 고발한 상황 같았다.VIP 병실의 환자들은 돈이 많지 않으면 지체가 높았기에 매니저도 이런 상황에서 바로 처리하기보다는 상관에게 보고하고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마침 이 병원의 관리자가 김성훈의 친구였다. 김성훈은 요새 이준혁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병원에서
임이나는 이쯤까지 왔으니 당연히 연극을 끝까지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얼굴을 감싸고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네, 네... 이분이 제 옷을 찢었어요...”김성훈은 이준혁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런데 이준혁은 무표정하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자신을 변호하지도 않고 여전히 손에 든 신문을 태연하게 넘길 뿐이었다.김성훈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임이나를 일으켜 세우며 다정하게 말했다.“대체 어떻게 옷을 찢었다는 거예요?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어요?”김성훈은 잘생긴 얼굴에 말투도 부드러워 항상 웃음기 가득한 눈매가 여자의 마음을 쉽게 사로잡았다.임이나는 그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줄 알고 차가운 이준혁을 잡지 못해도 김성훈을 잡으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제가 들어와서 이분께 수액을 다 놓아드리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절 불러 세우시더니... 그러고는... 그러고는...”마치 말하기 부끄러운 듯 머뭇거리는 모습을 연출했다.김성훈은 미소를 머금고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괜찮으니까 마음 편히 말해봐요. 이나 씨가 우리한테 정확하게 얘기해주지 않으면 우리도 도와줄 수 없잖아요.”그러자 임이나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이분이 제 가슴 모양이 예쁘다며 만져봐도 되냐고 했어요... 저는 당연히 거절했죠. 그런데 이분이 갑자기 절 잡아당겨 자기 품으로 끌어안으면서 손으로 여기저기 만지면서 저를 희롱했어요. 제 옷까지 찢어버리는 걸 간신히 몸을 빼내 도망친 거예요...”임이나는 얼굴을 감싸고 울며 말했다.“그러고는 화가 나서 저를 해고시키겠다고 하셨어요. 분명 제가 피해자인데... 주임님, 저 좀 꼭 도와주세요. 안 그러면 제 억울함을 다른 사람들한테 다 말할 수밖에 없어요...”병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꺼려한다는 걸 임이나는 잘 알고 있었다.VIP 병실에 입원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부유하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인데 당연히 좋지 않은 스캔들이 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이런 상황을
관리 주임은 김성훈이 병원장과 친구라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아부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혹시 좋은 생각 있거든 말씀해 주세요. 저희가 다시 협의해보면 되니까요. 안 될 것도 없지 않습니까...”그러면서 임이나를 가리키며 덧붙였다.“임이나 씨는 꽤 오래 일했고 성실한 사람입니다. 뭐든 이야기하면 다 해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임이나 씨?”관리 주임이 자신을 언급하자 임이나는 고개를 떨구고 마치 억울한 듯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따르는 표정을 지었다. 연기처럼 적절하게 상황을 이용한 모습이었다.임이나는 말했다.“저도 병원 규칙을 잘 알고 있습니다. VIP 병실 환자분들은 모두 귀한 분들이죠. 이분께서 아무래도 저를 다른 분으로 착각하신 것 같으니 이 일은 이쯤에서 그만하죠.”이 순간 임이나는 김성훈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 했기에 더는 일을 크게 만들지 않으려 했다.평소 같았으면 당연히 더 큰 보상을 요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성훈은 그 말을 듣고는 비웃듯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말은 참 잘하네요. 제 친구가 아무나 고르지 않는다는 걸 아나 봐요?”임이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김성훈의 말을 듣고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하니 있었다.그때 병상에 있던 이준혁이 입을 열었다.“넌 지겹지도 않냐?”이 말은 김성훈에게 한 것이었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분명 화가 난 것이 느껴졌다.김성훈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이제 그만할게.”그러고는 몸을 세우고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곧 전화가 연결되자 상대방이 말했다.“성훈아, 무슨 일이야?”김성훈이 스피커폰을 켜 놓은 상태라 병실에 있던 두 사람은 병원장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다.그러자 그들의 얼굴이 즉시 굳어졌다.김성훈이 말했다.“너희 병원 간호사들은 모두 극작과 출신이냐? 이야기 꾸미는 솜씨가 대단하네!”병원장은 학술 세미나에 참석 중이었는지 주위가 시끄러워 짧게 대답했다.“무슨 소리야? 나 지금 바쁘니까 할 말 있으면 빨리해.”
임이나는 부유한 사람들의 심리를 꽤나 잘 파악하고 있었다.돈 많은 사람들은 문제를 일으키는 걸 꺼리기 때문에 대개 돈을 주고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김성훈은 그녀의 의도를 읽고 웃으며 물었다.“오, 그럼 어떻게 해결하고 싶어요?”“말했잖아요. 옷값만 보상해 주시면 돼요. 많지도 않아요. 10억 정도면 충분해요.”“헉!”김성훈조차도 이 말을 듣고는 놀란 듯 숨을 들이쉬며 비웃었다.“참, 요구가 크네요!”“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잖아요.”임이나는 자신이 요구한 금액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과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그리 큰 금액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월급이 겨우 200만 원이 조금 넘고 연말 보너스를 모두 합쳐도 1년에 6000만 원 남짓 벌 뿐이었다.10억은 그녀가 밥도 안 먹고 한 푼도 안 쓰고 10년 넘게 모아야만 벌 수 있는 돈이었다.그러나 임이나는 자신의 연봉이 많지 않음에도 명품 가방과 옷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물론 그 돈은 모두 병원에서 번 외부 수입이었다.병원에서는 돈 많은 남자들을 만나기 쉬웠고 그들은 춤추는 여자들보다는 간호사가 낫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임이나 같은 사람들은 간호사라는 직업을 이용해 여러 부정한 수입을 얻고 있었다.10억은 부자들에게 한 번 밥을 사거나 노래방에서 노는 데 쓰는 소액에 불과했다.그런 돈을 아끼다가 자신의 이미지가 손상되는 것을 생각하면 그 금액은 아무리 따져도 손해라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관리 주임은 임이나가 요구한 금액을 듣자마자 곧장 말했다.“이 정도 금액이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 일은 이렇게 해결하는 게 좋겠네요. 제가 임이나 씨를 잘 달래겠습니다.”이 결과에 관리 주임과 임이나 모두 만족스러워 보였다.사실 김성훈이 한 말이 맞았다.두 사람은 사실 서로 애인 관계였고 이렇게 사기를 치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관리 주임은 임이나의 높은 소비를 감당하지 못해 그녀에게 부유한 사람들을 상대로 협박을 하라는
임이나는 일을 벌이면 그 성격상 분명 바로 관리 주임을 고발할 것이고 그럼 관리 주임 본인도 꼼짝없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그는 어떻게든 그녀를 보호해야만 했고 절대 실수가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했다.관리 주임은 이미 여러 번 이런 일을 겪어본 터라 자신 있었다.VIP 병실에는 절대 CCTV를 설치하지 않고 일반 병실도 마찬가지로 내부에는 설치되지 않으며 복도에만 카메라가 있었다.증거도 없고 목격자도 없는 상황에서 결국 둘의 말만 남게 되는 것이다.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약한 여성을 더 쉽게 동정하는 경향이 있기에 일이 커지면 누가 불리해질지 장담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이 약자라는 위치가 대중의 동정심을 자극할 가능성이 컸다.관리 주임은 계속해서 설득을 이어갔다.“선생님, 제가 보기엔 이 일에 굳이 끼어들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긴 CCTV도 없는데 어떻게 친구분이 무조건 잘못 없다고 확신하시는 건가요? 임이나 씨 일은 제 당직 때 생긴 일이고 또 병원장님과 선생님은 친분도 있으시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가 이 일을 완벽하게 처리할 테니까요. 다만 임이나 씨 아직 젊잖아요. 얼굴이 이렇게 팔리면 안 되죠. 조금의 보상이면 될 겁니다. 시간을 조금 드릴 테니 친구분과 상의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임이나 씨한테도 제가 말해서 보상금을 조금 깎도록 설득하겠습니다. 이미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었으니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을 겁니다.”이런 설득을 여러 번 해본 듯 관리 주임은 말이 청산유수처럼 나왔다.그러자 김성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이런 일을 여러 번 했나 보군요. 마침 이번에 전부 조사해 보면 되겠네요. 병원장이 제 친구가 아니었으면 저도 이런 일에 신경 쓰지 않았을 겁니다.”관리 주임은 김성훈이 강경하게 나오자 결국 본색을 드러내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전 이 일을 더 이상 중재하지 않겠습니다. 임이나 씨가 신문에 내거나 인터넷에 호소하는 건 제가 막을 수 없습니다. 젊은 여자애가 자칫 충격을 받아서
그는 여론을 권력층이 힘을 남용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려고 하며 온갖 헛소리를 늘어놓았다.그러자 김성훈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제가 뭐 언제 권력을 남용하겠다고 했나요? 자, 저기 뭐가 보여요?”관리 주임과 임이나는 그의 손가락을 따라 천장을 쳐다보았다.거기엔 숨겨진 카메라가 하나 있었다!김성훈이 스위치를 누르자 카메라에 불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관리 주임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말도 안 돼. 이걸 언제 설치한 겁니까? 병실에선 CCTV 설치가 금지되어 있잖아요!”김성훈은 냉소하며 말했다.“지난번 한 간호사가 아래층으로 쫓겨난 후 설치된 겁니다. 바로 당신들 같은 사람들을 방지하기 위해서 말이죠.”그는 비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이번엔 이 CCTV 덕분에 병원의 명예를 해친 벌레들을 제대로 잡아낼 수 있겠군요.”관리 주임은 얼굴이 붉어졌다가 다시 창백해지며 억울함을 호소하려 했지만 이미 누군가에 의해 끌려나가고 있었다.이제 임이나의 차례였다. 역시 창백해진 얼굴로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 저...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그저 장난 좀 친 거였어요...”“장난?”김성훈은 콧방귀를 뀌었다.“맞아요. 정말 장난이었어요. 선생님은 대인배시잖아요. 제발 저한테 이러지 말아주세요. 저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그녀는 김성훈의 발치로 기어가며 눈물 범벅된 얼굴로 애원했다.“김 선생님, 제가 다 따를 테니... 용서해 주세요. 네?”“나 만지지 마.”김성훈은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더러우니까.”임이나는 이 말에 얼굴이 순식간에 잿빛이 되었다.곧이어 그녀가 더 말을 잇기도 전에 주훈이 빠르게 다가와 임이나를 끌고 나갔다.더 이상 기다리면 이준혁이 분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들의 떠들썩한 소리가 사라지자 병실은 다시 고요해졌다.김성훈은 이준혁의 차가운 표정을 못 본 척하고 의자를 끌어와 이준혁 앞에 앉았다.“이제 좀 기분 풀렸어?”이준혁은 아무런 표정 없이 김성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