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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화

여름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최하준 앞으로 다가갔다. 작은 손이 이불 밑에서 꼼지락거렸다. 볼 수가 없으니 더듬기만 할 뿐 계속 실패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겁니까?”

최하준도 얼굴이 붉어져서 여름을 노려보았다.

여름은 하는 수 없이 머리를 이불 속으로 들이 밀었다.

바로 이때, 의사 선생님이 병실로 들어왔다.

“최하준 님, 좀 어떠신가요?”

눈 앞에 벌어진 광경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의사 선생님 얼굴도 붉게 달아올랐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타이밍을 잘 못 맞춰 들어왔나 봅니다. 아, 저… 지금 나갑니다!”

여름이 잽싸게 얼굴을 빼냈다.

‘망했다! 선생님,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요!’

“그런 게 아니에요. 선생님! 저는 그냥…”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못 봤어요.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계속 하세요.”

의사가 얼굴이 벌게져서 시선을 피하며 나갔다

입구까지 가더니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두 분이 혈기가 넘치는 건 알겠습니다만, 환자 분은 절대 안정이 필요합니다. 수술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으셨어요.”

“그게 아니라…”

여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의사는 급히 나가버렸다.

여름은 울기 직전이었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

화가 나서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을 힘껏 노려보았다.

“다 당신 때문이에요.”

“나 때문이라고?”

최하준이 통증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군요, 내가 괜히 사람 구한다고 나서서 이렇게 되었네. 지금쯤 영안실에 누워있든 말든 그냥 둘 걸. 뭘 한다고 나서서 화장실 가는 것도 도움 받는 지경이 되었는지…”

“됐어요. 그만 해요.”

여름이 몸서리쳤다.

“당신 때문 아니에요. 날 구해준 은인인 걸요.”

“이제야 알아듣는 것 같군요.”

그러더니 말했다.

“이제 치워주십시오.”

여름은 가까스로 숨을 돌렸다. 입이 바싹 말라 목을 축이려고 물 한잔을 따랐을 때 최하준이 또 불렀다.

“내 몸을 좀 닦아줄 수 있습니까?”

“……”

물잔을 들고 쏟을 뻔했다. 뒤돌아 최하준을 바라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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