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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다 잊었다

말하고 나서 신은지는 박태준을 한참 동안 쏘아보았지만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다.

“기민욱이 주선해 준 약혼녀가 무척 맘에 들었나 봐. 언제 적 일인데 아직도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

박태준에게 이 이름은 단지 한 사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시작이다. 이 이름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고통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짧은 시간이 아니라 평생 가도 이 세 글자를 잊기 어려울 것이다.

“...”

박태준은 잠시 침묵하더니 부인하지 않고 정중하게 약속만 했다.

“은지야, 난 그 여자를 본 적도 없고 실존하는 인물인지도 몰라. 기민욱에게 납치되어 갇혀 있을 때 그 여자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기억하는 건 이름뿐이야. 그러니 우리 사이 애정에 아무 실질적인 영향도 끼치지 않아.”

엄숙하고 진지하게 설명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신은지는 마음이 아파 급히 그의 손을 잡았다.

“농담이야. 나 화나지 않았어. 기억해도 상관없어.”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니 그녀였다면 꿈에서도 그 이름을 부를 정도로 더 똑똑히 기억했을 것 같다.

신은지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너 어제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뇌 검사를 했는데, 큰 문제는 없대. 두통은 최면과 약을 잘못 먹은 후유증일 수 있다는데, 무슨 다른 증상은 없어?”

박태준이 잠깐 머뭇거렸다.

“수면 질이 안 좋고 가끔 넋을 잃어...”

그는 천천히 말하면서 수시로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신은지는 참다 참다 결국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

“그리고?”

“기억력이 이전보다 나빠졌어.”

박태준은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했고 복수학위까지 땄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기 때문에 애매모호한 이 대답은 하나 마나 했다.

신은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전보다 나빠졌으면 어느 정도야?”

“가끔 과거의 일이 기억 나지 않아.”

이전에는 기억이 어렴풋할 뿐이고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들만 잊었지만 최근에 이런 증상이 심해졌다는 것을 뚜렷이 느꼈다. 그는 노트를 뒤지기 시작했지만 노트에서 봐도 알게 될 뿐 기억나지는 않았다. 잊어버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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