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으로 돌아온 신은지는 여전히 강태민이 자신에게 해외로 출국하라고 한 일에 관해 생각했다. 강씨 가문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쩐지 갑자기 경인시에 와서 가문이 발전하기는 했다. 신은지는 강씨 가문의 일을 생각하느라 박태준의 상처를 잊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가 보이지 않았다. “??” 좋은 기회를 두고 요구하지 않다니 이건 박태준 답지 않다. 신은지가 위층으로 올라가는 하는 순간 나유성에게 전화가 왔다. “은지야, 회사에서 역사 관광 지구 프로젝트를 위해 파티를 할 예정인데, 시간 있어? 프로젝트팀 사람들이 하루 종일 너 보고 싶다고 하던데, 네가 온다면 분명 다들 좋아할 거야.” 신은지는 회사에서 매일 4시간을 넘지 않게 일하는 시간제 근무자이다. 빡빡한 스케줄로 인해 그녀는 잡담할 시간도 없이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거의 바로 업무를 시작한다. 따라서 그들은 신은지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일부러 나유성을 놀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신은지도 나유성의 마음을 몰랐으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신은지는 말했다. "유성아, 미안해. 이따가 일이 있어서 많이 바쁠 것 같아......” 나유성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 말했다. "참, 우리 엄마가 며칠 전에 집안을 정리하시다가 너희 어머니가 남겨주신 물건을 찾으셔서 너에게 직접 전해주려고 하셨는데, 요 며칠 아파서 일어나질 못하셔. 내가 파티장으로 가져갈게.” "너희 어머님이 아프셔? 심각해?" "감기 걸리셨는데 워낙 기본 체력이 안 좋은 데다가, 병원을 바로 가지 않으셔서 병이 깊어졌어.”그의 말에 신은지는 걱정이 되었다. 나유성 어머니는 신은지 엄마의 몇 안 되는 친구 중 한 명이었고 평소 신은지를 잘 챙겨준 사람이었다. "그럼 너희 어머니를 뵈러 갈게. 지금 병원에 계셔?” "집에 계셔. 나도 잠깐 들렀다가 아파트로 갈 건데 내가 데리러 갈까?” 나유성이 아파트 관리실에서 듣기로는 신은지는 오랫동안 아파트로 돌아오지 않았고, 이사 나간 것 같다고 했다.
손목시계는 잘 보존되어 있는데, 금속의 밴드가 오래되어 산화된 것 외에는 스크래치도 거의 없었다. 신은지는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신진하에 대해 원망했다. 다른 사람들도 어머니의 유품을 이렇게 잘 보관해 주는데……신진하 그 나쁜 놈은 혼자 외롭게 죽을 자격도 없다.손목시계 바늘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니 배터리가 나간 것 같았다. 시곗바늘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신은지를 보며 나유성이 말했다. "배터리가 다 닳았어. 나중에 시계 수리점에 가서 배터리를 교체하면 별 문제없을 거야.” “아니야, 엄마의 유품이니 이대로 잘 보관하고 싶어.” 신은지는 시계를 넣으며 말했다. "이모, 감사해요.” 나유성 어머니는 나유성을 쳐다보았다. 나유성의 온화한 얼굴에 우울한 빛이 스쳤다. "예의 바른 것 봐. 그 당시 네 아버지가 그런 일을 저질렀을 때, 유씨 가문도 자금 회전이 어려워서 너를 도울 수 없었어. 요 몇 년 동안 네게 너무 미안해서 나중에 죽어서 네 엄마를 볼 면목이 없다고 생각했어...” 나유성 어머니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다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가사도우미가 방금 만든 디저트를 들고 오며 말했다. "은지 씨, 사모님이 은지 씨 온다고 특별히 부탁하셔서 만든 건데, 옛날 맛이 날지 모르겠어요. 맛 좀 보세요.” "고맙습니다.” 나유성 어머니가 기운이 없어 잠시 앉아 있지도 못할 정도로 힘들어 하자 신은지는 그녀를 부축하여 방으로 데리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나유성이 전화를 받으며 신은지에게 말했다. "향미 씨가 널 찾아.” 신은지가 물었다. "응? 향미 씨가 날 찾는데 왜 나에게 전화하지 않고?” 지난번에 나유성이 입원했을 때 향미는 신은지에게 전화를 했었기에 그녀의 연락처를 갖고 있을 것이다. "저녁 파티에 대한 세부사항을 물어보면서 너에게 전화하겠다고 하길래 내가 너랑 있다고 했더니 바꿔달라고 난리 쳤어.” “……” 나유성이 사실대로 말했지만 신은지는 그가 향미에게 한 말이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상상력
신은지는 고개를 들어 검은 머리에 흰 피부, 크고 둥근 눈동자를 가진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의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있는 젊은 여자를 보았다. 젊은 여자는 괜찮겠냐는 눈빛으로 신은지를 바라보았다. 신은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앉으세요.” 신은지가 보내고 있던 카톡 답장을 계속하려고 하자 젊은 여자가 물었다. "방금 유성 씨와 함께 오시던데, 유성 씨 여자친구인가요?” "아니요, 전 그 회사 직원이었어요." 그녀는 무대 위의 '역사 관광 지구'라는 글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축하 파티에 참석하러 왔어요.” "아, 그것 참 잘됐네요. 제 이름은 주경하에요." 주경하는 기쁜 얼굴로 말했다. "저희 아버지와 유성 씨 아버지가 엮어주려고 하시는데 사실 저도 유성 씨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런데 방금 그쪽과 유성 씨가 함께 들어오길래, 제가 거절당할 줄 알았어요.” "……” 신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경하는 처음 보는 신은지를 마치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람처럼 말을 하기 시작했다. 주경하는 자신의 첫 데이트와 첫사랑, 첫 키스까지 언급하며 순식간에 모든 것을 얘기했다.그녀는 나유성과의 결혼식을 전통방식으로 할지, 서양식으로 할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아이를 낳고 싶은지를 이야기했다.. "주경하 씨." 신은지가 주경하의 말을 끊었다. "경하 씨, 앞으로 혼자 외출하지 말아요.” "왜요?” "다른 사람에게 속기 쉬울 것 같아요.” “……” 주경하의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신은지는 박태준에게 답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파티장 입구가 소란스러운 듯하여 신은지가 고개를 돌려보니, 뜻밖에도 강태민이 육지한을 대동하고 들어오고 있었다. 신은지는 입구를 잠깐 본 뒤 시선을 거두었다. 경인시에 입성한 강씨 가문은 여러 사교 모임에 참석하여 인맥을 넓혀야 할 것이다. 주경하는 여전히 신은지가 한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다. 신은지는 앞에 놓인 케이크를 먹으며 드문드문 대답해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은 신은지에게 손을 내밀며 시계를 받으려는 순간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느낌을 받아 고개를 들자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박태준이 보였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얼굴로 입술을 오므리고 신은지의 손에 들려 있는 손목시계를 보고 있었다. “……” 분위기가 좀 서늘해졌다. 그 사람은 재빨리 자신의 손을 거두었다. "은지 씨, 나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그 사람은 말을 마치고 빠르게 그 자리를 떠났다 신은지는 어이없어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박태준이 사람을 놀라게 했다고 비난하려고 했지만 파티장 안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녀 쪽을 보고 있었다. 원래 신은지가 있던 장소는 사람들의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구석이었는데, 박태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주목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신은지는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키고, 박태준과 친분이 없는 척하며 그를 지나쳤다. 신은지는 자리를 떠나며 그 손목시계를 벨벳 상자에 넣어 가방에 넣었다. 그 조심스러운 신은지의 동작은 마치 귀중한 골동품을 보관하는 것 처럼 보였다. 박태준의 안색은 더 어두워졌다. "이 시계가 네에게 중요한 거야?” 박태준은 자신이 전생에서 시계를 전문적으로 해체하는 사람이었기에 이번 생에 이 빌어먹을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신은지는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대답했다. "응.” 수많은 시선들과 취재진들이 있는 자리에서 신은지는 감히 박태준에게 말을 할 수 없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라 신은지와 박태준이 눈만 마주쳐도 둘의 관계를 눈치채고도 남는다. 그리고 예전에 정말 그런 사례도 있었다. 사실 이런 일은 연예계에도 별것 아닌 일이다. 요즘은 전남편과 전처가 다시 재혼하고, 커플이 갈라지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황산을 뿌린 배후를 아직 찾지 못했고 그 범인이 이 파티장에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신은지가 시계가 그녀에게 중요한 물건이라고 쿨하게 인정하자 박태준은 입안 쪽부터 쓴맛을
분위기가 강태민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해주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강태민은 오랜 세월을 살면서 이렇게 망나니 같은 놈을 처음 보았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눈앞에 있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강태민을 은근히 훑어보았다. 강태민에게서는 세월을 겪으며 누적된 포용력과 우아함이 뿜어져 나왔다. 또한 아직도 건장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군천시의 강씨 가문, 그녀는 강태민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집안의 자금 부족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들었다. "강 어르신, 한 잔 올리겠습니다.” 며칠 전에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60대 노인에게 시집 보내려고 했지만 실현 가능한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대표와 그의 전 부인은 서로 감정 없이 하룻밤으로 맺어진 결혼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수천억 원의 빚을 갚기 위해 박태준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박태준은 분명히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고, 앞에 있는 강태민도 나쁘지 않았기에 그녀는 속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열정에 강태민도 예의상 술잔을 들었다. 강태민은 고개를 돌려 박태준을 바라보며 냉소했다. 너 같이 다른 속셈이 많은 사람이 은지와 결혼할 수 있겠어? 박태준은 강태민의 속마음을 전혀 모른 채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이만 강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박태준은 연회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박태준은 이미 이곳에 오기 전에 한 차례 접대를 했고, 여기서도 술을 많이 마셨더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파티장에서 나온 그는 입구에 서서 신은지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와, 가자.] 신은지를 기다리는 동안 박태준은 담배를 꺼내 입술에 물고 고개를 숙였다.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 순간 한 사람이 어물어물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마치 놀란 사슴처럼 온몸이 긴장되어 있었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바로 날아갈 것 같은 모습이었다박태준은 동작을 멈추고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
다음 날.작업을 마친 신은지는 물이라도 마시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때, 책상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낯선 번호를 확인한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은지야, 나야.”신은지는 강이연의 목소리를 알아듣자마자 전화를 끊고 번호를 블랙리스트에 넣었다.얼마 후, 다시 낯선 번호로 전화가 들어왔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누군지 추측할 수 있었다.매몰차게 전화를 끊어버렸지만 강이연은 끈질기게 전화를 걸어왔다.그녀는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고 말했다.“강이연, 너 미친 거 아니야? 아침부터 왜 이렇게 사람을 귀찮게 해?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신은지 씨?”그녀가 욕설을 퍼붓는 사이 상대가 다급히 그녀의 말을 끊었다.“청신 교도소입니다. 장경준 씨가 어제 옥 중에서 갑자기 심장발작을 일으키더니 사망하였습니다.”수감자가 사망하면 가족들에게 알리는 게 원칙인데 최근 몇 달 사이 장경준의 면회를 갔던 사람은 신은지가 유일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그녀에게 가장 먼저 소식을 전한 것이다.“장경준 씨 가족들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서 연락드렸습니다. 시체는 현재 청신 병원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장경준 씨 가족들에게 대신 연락 좀 해줄 수 있을까요? 만약 신은지 씨가 보호자라면 장례식 절차 좀 부탁드립니다.”“뭐라고요?”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신은지는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경준 씨가 사망하였습니다.”‘분명 잘 살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심장발작?’신은지는 상대가 감옥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손을 뻗을 수 있으면서 왜 자신을 놓아주었는지 궁금했다. 설마 뭔가를 두려워하는 걸까?‘설마 박태준이 무서워서?’“신은지 씨?”수화기 너머로 교도관의 다급한 부름 소리가 들려왔다.“왜 그러시죠?”“장경준 씨 장례는…”“저도 가족들과 연락이 안 됩니다. 무연고 시체로 처리해 주세요.”연락이 된다고 해도 엄마를 죽인 원수를 위해 그런 것까지 해줄 필요는 없었다.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재수 없는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
가문의 실질적인 가주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계속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안 그래도 강이연에게 당한 게 있으니 그냥 정신손해 배상금을 받았답시고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생각을 정리한 그녀는 진유라에게 문자를 보냈다.[이따가 쇼핑 나갈래?]하지만 앞가림도 처리하기 바쁜 진유라에게 쇼핑을 나갈 여유가 있을 리 만무했다.[안 돼. 시간 없어.]답장을 보낸 그녀는 책상 위에 놓인 적나라한 사진들을 보고 절망한 표정으로 곽동건을 바라보며 말했다.“곽 변호사님, 그냥 해본 소리인데 이렇게 진지하게 나올 필요는….”그날 곽동건이 그녀에게 탐미 문학에 대해 물었고 그녀는 당사자 앞에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일반인이랑은 다른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그때 당시 곽동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보내주었다. 그런데 이런 걸 준비하고 찾아올 줄은 몰랐다. 사진 속에는 전부 남성 동성애자들이 사랑을 나누는 적나라한 모습들이 찍혀 있었다.곽동건은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또박또박 말했다.“탐미 문학의 시초는 일본입니다. 현재는 일반적으로 남성과 남성 지간의 사랑을 가리키더군요.”진유라는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그녀는 황급히 사진들을 그에게 밀어놓으며 말했다.“이거 빨리 치워요. 내 가게에서 이런 걸 내놓았다가 혹시라도 손님들이 들어와서 보면 가게 이미지는 어떡하라고요….”그녀는 거의 울상을 지으며 애원하듯 말했지만 속으로는 곽동건을 미친놈이라고 욕하고 있었다.사진을 가져오더라도 정상적인 사진이 인터넷에 많은데 하필이면 알몸 사진이라니!곽동건이 담담히 말했다.“직관적인 걸 가져오지 않으면 진유라 씨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할까 봐서요.”‘그건 또 무슨 미친 소리야!’“진유라 씨, 혹시 나에 대해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 게 아닌가 싶어서요.”진유라가 황급히 말했다.“곽 변호사님, 제가 경솔한 언행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밥 한끼 살 테니 이 일은 그만 넘겨요.”곽동건은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진유라 씨가 합리적인 해명을
박용선은 다급히 아내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입 한번 맞췄다고 그렇게 흥분하면 어떡해? 당신 아들내미가 은지한테 입을 맞춘 거야. 은지는 아직 태도 표시도 하지 않았다고. 이따가 은지가 태준이 녀석 귀뺨을 때리고 경찰서에 변태가 성추행한다고 신고할 수도 있어!”강혜정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남편을 흘겨보며 말했다.“무슨 그런 재수없는 소리를 해요? 아들며느리가 잘되기를 바라지는 못할망정!”말은 그렇게 해도 강 여사는 어느새 긴장한 얼굴로 그들의 표정을 주목하고 있었다.남편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박태준이 일방적으로 키스한 거고 신은지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였다.한편, 갑작스러운 키스에 신은지는 다급히 뒤로 뒷걸음질치며 그와 거리를 벌렸다.“박태준,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누가 뽀뽀하라고 했어? 혹시 누가 보면 어쩌려고?”말을 마친 그녀는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둘려보았다.박태준은 어느새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나랑 있는 게 그렇게 창피해?”신은지는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려고 했지만 서러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박태준을 보니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창피한 게 아니라 나한테 황산을 부은 사람을 아직 못 찾았잖아. 갑자기 어디 숨어 있다가 나타나서 당신이나 나한테 또 황산 테러를 하면 어떡해?”어제 그런 일이 있고 그녀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을 때, 박태준은 자신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했다.오늘 아침에 진전을 물었을 때도 범인을 찾지 못했다.“곽 변호사님도 안 계신데 혹시라도 또 나타나서 황산을 퍼부으면 당신 잘생긴 얼굴 망가질까 봐 걱정돼서 그래.”조금 전까지 원망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남자는 그 말을 듣고 순식간에 얼굴이 환해졌다.그는 새침하게 코웃음치며 말했다.“곽동건이 할 수 있는 일, 나도 할 수 있어. 나도 내 여자 지킬 능력은 있다고. 범인은 어제 이미 잡았어. 너무 걱정 마. 다시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태준은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아니나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