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우는 머리를 살짝 기울이고 회색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차준호를 바라봤다.“내가 웃음 파는 사람이야?”차준호는 하마터면 사레들릴 뻔했다. 이제 막 조은서에 관해 물어보려 할 때 이지우가 와인잔을 들고 이리로 다가왔다.그녀는 오늘 작정하고 예쁘게 꾸몄다.페미닌룩의 치마를 입고 제스처마다 여성스러운 느낌을 물씬 풍겼다.그녀는 유선우 옆에 앉아서 낯익은 말투로 홀가분하게 물었다.“오빠 왜 은서 씨랑 함께 안 왔어요? 두 분 결혼하고 나서부터 은서 씨 데리고 나오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네요. 뭐죠? 대기업가님께서 제가 마음에 안 드신 거예요 아니면 아내분이 마음에 안 드신 거예요?”그녀의 말속에 3할의 애틋함과 7할의 떠보는 듯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게다가 이 말을 건넬 때 온몸이 유선우의 어깨에 닿을 것만 같았고 새하얗고 부드러운 속살이 남자의 흰 셔츠에 달라붙어 은근 비벼댔는데 이런 유혹에 안 넘어올 남자가 거의 없었다. 적어도 이지우는 그렇게 믿었다.차준호는 눈꼴사나워서 아예 못 들은 척하며 양주를 마셨다.유선우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고개 돌려 이지우를 바라봤는데 야한 치마가 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여자의 도발적인 암시를 남자가 모를 리 있을까?유선우는 시선을 거두고 정색하며 가볍게 웃었다.“이런 장소는 그 사람한테 안 어울려!”이지우가 갖은 플러팅을 해댔지만 유선우는 전혀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가 살짝 화나려 할 때 유선우가 대뜸 이렇게 말했다.“근데 네가 언급한 김에 이리로 불러와야겠어. 마침 내가 급하게 오느라 선물을 못 챙겨왔으니 네 언니더러 챙기라고 할게!”선물, 언니...차준호는 하마터면 마시던 술을 내뿜을 뻔했다.고개를 번쩍 들자 이지훈이 보였고 순간 그는 유선우가 왜 이런 식으로 말했는지 알아챘다. 일부러 이지훈을 들으라고 그런 거였다!아니나 다를까 이지훈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저쪽에서 유선우는 조은서에게 전화해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내와 통화했다. 이지우의 생일파티에 참석해달라고, 또한 선물도 챙겨오라
조은서는 어떻게 보아낸 것일까?하지만 그녀는 반박하지 않고 결정권을 유선우에게 넘겼다. 똑똑한 여자는 이런 장소에 주목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모두 유선우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유선우는 몸을 옆으로 기댄 채 담배를 비벼끄며 담담하게 말했다.“같이 놀죠!”예전에 그는 이런 사교모임에 참석해도 유치한 게임에는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다.조은서는 그의 옆에 앉아 있었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그 모습이 꼭 사랑하는 부부처럼 보였다.가끔 조은서가 걸려서 벌칙을 받을 때면 유선우가 그녀를 붙잡고 뜨거운 손으로 그녀의 작은 얼굴을 부드럽게 만지며 애정을 과시했다.조은서는 그가 일부러 이런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 맞춰주었다.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즐거워했지만 이씨 남매만 표정이 점점 안 좋아졌다. 특히 이지훈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또 조은서가 게임에서 졌다.이번에는 진실게임이었다. 이지훈이 이겼기에 질문을 던졌다.이지훈은 머그컵을 들고 안에 있는 독한 술을 원샷했다. 옆에 있던 차준호는 그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그에게 속삭였다.“이지훈, 진정해! 모두 어렸을 때부터 함께 논 친구야. 이미 결혼한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네가 이러면 안 되지.”이지훈이 그를 밀어냈다.그는 조은서의 무심한 얼굴을 바라보며 치명적인 질문을 던졌다.“조은서 씨, 지금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정적이 흘렀다.모두 바보가 아니었다. 이지훈이 이런 질문을 했다는 것은 조은서에게 마음이 있다는 뜻이었다. 조은서는 유선우의 아내였기에 이것은 금기였다.다들 유선우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유선우는 매우 침착했고 놀라지도 않은 것 같았다. 심지어 아직도 아내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있었다.그는 이미 이지훈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제일 먼저 입을 연 건 이지우였다. 그녀는 자기 오빠를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말했다.“오빠, 미쳤어!”그녀는 이지훈을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
유선우는 재벌 집 아들이었다.기억 속에 그는 누구와 싸우는 일이 거의 없었다. 여자 때문이라면 더더욱 불가능했다.하지만 오늘 그는 이지훈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험악하게 말이다. 누구도 말릴지 않고 누구도 설득하지 않은 채 다들 구경만 했다.마지막으로 유선우가 이지훈에게 발차기를 날렸다.그러고 나서 그는 조은서에게 말했다.“가!”이지훈은 고통을 참으며 조은서의 팔을 잡았다. 그는 얼굴에 멍이 든 채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지난번에 은서 씨가 내게 말했죠. 난 여자를 당황하게 할 뿐이라고. 전연우 아니면 은서 씨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했죠... 이제 똑똑히 알려줄게요. 나 이지훈도 할 수 있어요. 전연우가 은서 씨한테 줄 수 있는 건 나도 줄 수 있고 전연우가 줄 수 없는 것도 난 줄 수 있어요. 은서 씨 왜 전연우 옆으로 돌아간 거예요? 왜 아직도 사랑 없는 결혼 생활에 갇혀 있는 거예요?”“은서 씨 입으로 직접 말했잖아요. 더 이상 전연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조은서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시간이 조금 흐른 뒤 그녀는 살며시 이지훈의 손을 밀어내며 살짝 웃었다.“이지훈 씨 오해하셨나 보네요. 내가 원에서 연우 씨에게 돌아간 거예요. 우리 사이 감정 아주 좋아요. 어른들의 결혼은 좋아하는 마음이나 사랑 같은 마음보다 이익을 더 많이 생각하죠. 아닌가요?”그녀는 또 말했다.“이런 건 나보다 이지훈 씨가 더 잘 알 것 같은데.”이지훈은 그녀의 눈빛이 낯설게 변한 것을 느꼈다. 전혀 모르는 사람 같았다.조은서의 얼굴은 아무런 충격도 많은 것 같지 않았다.결국 이지훈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정말 위선적이네요, 전연우 아내분.”조은서는 전연우의 팔을 부드럽게 잡았다.그녀는 고개를 살짝 들어 그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마음 아파했다.“연우 씨, 집에 가서 약 발라 줄게요.”전연우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30분 뒤 기사는 두 사람을 별장으로 데려다주었다.차가 멈추자 조은서
조은서는 여전히 그의 잘생긴 얼굴을 만지고 있었다.순간 전연우가 그녀의 손가락을 잡고 더 만지지 못하게 했다.그는 그녀의 가냘픈 손목을 베개에 단단히 고정하고 그녀를 마음껏 즐기려고 했다. 조은서의 흰 손목에 있는 옅은 붉은 자국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지난번 그가 그녀에게 강압적으로 했을 때 남겨진 자국이었다.전연우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그런 다음 그는 그녀를 세게 누르고 더 이상 거칠게 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럽게 대했다. 그는 얇은 입술을 그녀의 상처에 섬세한 키스를 남겼다. 그러고는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아직도 아파?”조은서는 어색해서 고개를 돌렸다.그날 밤 호텔에서 전연우는 그녀를 마치 싸구려 여자들처럼 대했다. 그녀는 그날 일을 잊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전연우가 자기를 거칠게 대하는 건 참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의 부드러움을 참을 수 없었다.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는 예전에 그의 사랑과 연민을 구걸하던 자신이 떠올랐다.조은서의 눈가가 촉촉해졌다.그녀는 전연우의 얼굴을 감싸며 부드러운 입술로 그에게 다가갔다. 평소 그에게서 배운 대로 키스했다.그녀는 전연우를 꽉 껴안았다. 마치 이렇게 즐기는 것이 익숙한 여자처럼 말이다.전연우는 그녀의 뒤 머리를 잡으며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의 온몸이 떨려왔다...뜨거운 시간이 끝난 뒤 전연우는 샤워가운을 입고 소파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다.깊은 밥이라 안개가 자욱했다.연기는 왜 이렇게 모두 아름다운 것일까...조은서는 샤워를 끝내고 약상자를 가져왔다.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부드럽게 약을 발라주었다. 담배 냄새가 너무 독하게 느껴져 그의 입에서 담배를 떼어 냈다.전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자기 와이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실크 잠옷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더 온화해 보였다. 방금 침대에서 방탕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잠자리를 좋아하지 않을 남자는 없다.전연우도 지극히 평범한 남자였다. 그가 아무리 조은서를 사랑하지 않
임지혜는 마음이 아파서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조은서의 손을 꼭 잡았다.“전연우는 왜 그렇게 변덕스러운 거야. 설마 벌써 갱년기라도 온 거 아니야?”우울했던 분위기가 임서우의 농담에 풀어졌다. 조은서도 함께 웃었다.“그럴 수도 있겠다.”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임지혜은 복잡한 표정으로 조은서를 바라보았다.“어젯밤에 이지훈이 입원했다며. 갈비뼈가 부러져서 차준호가 병원에 데려다줬대. 이지우도 이지훈이 너한테 마음이 있는 걸 참아줄 수가 없었는지 병원에서 크게 싸웠다고 하네. 그 뒤로는 두 사람 엄마가 와서 해결했고. 이씨 가문도 많이 혼란스러울 거야.”조은서는 고개를 숙인 채 커피를 부드럽게 젖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난 그 사람을 자극하지 않았어.”임지혜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을 이지훈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조은서는 지금 전연우의 와이프이기에 이지훈이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다. 만약 어느 날 전연우의 와이프가 아니라면...임지혜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이렇게 흥을 깨는 얘기를 그녀들은 오랜만에 나눴다. 임지혜는 섹시한 속옷을 사러 가자며 말했다. 요즘 젊은 모델이 차준호의 주위를 맴돈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을 잘 가꾸어 차준호를 잘 단속하겠다고 했다.조은서는 그녀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사실 임지혜는 애초에 차준호를 사랑하지도 않았다.백화점으로 가서 임지혜는 조은서를 데리고 몇 벌 옷을 샀다.조은서는 너무 섹시하다고 생각했지만 임지혜는 그녀의 피부가 하얘서 짙은 컬러의 레이스가 제일 잘 어울린다고 했다. 결국 임지혜는 또 입어보러 들어갔다.조은서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전연우의 전화였다.조은서의 미소가 사라졌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연우 씨, 무슨 일이에요?”전연우는 YS그룹에 있었다.그는 화려한 대표 사무실에 앉아 의자를 살짝 돌리며 가볍게 물었다.“아줌마가 말하던데, 너
전연우는 회사에서 온 것이었다.스리피스 슈트를 그가 입으니 아주 멋있었다. 젊고 잘생겼지만 눈빛에서는 또 성공한 남자의 매력이 뿜어져 나왔다.많은 어린 소녀들이 그를 몰래 훔쳐보았다.이런 시선에 전연우는 오래전에 이미 익숙해졌다. 그는 바로 조은서 앞으로 걸어왔다. 고개를 들어 거대한 영화 포스터를 바라보았다.“이거 보고 싶어?”조은서는 손에 들고 있던 영화 티켓을 꽉 쥐며 어색하게 웃으며 부인했다.“아니요. 그냥 콜라 하나 사려고요.”전연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직접 가서 그녀에게 콜라를 사주었다. 결제하며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전에는 콜라 안 마셨잖아.”조은서는 담담하게 웃었다.“사람은 변하는 거니까요.”전연우는 콜라를 그녀에게 건네주며 웃었다.“같이 영화 볼까?”전연우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만약 조은서가 예전 같았다면 엄청나게 고마워 눈물까지 흘리며 3일 동안 기뻐서 잠들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대꾸하기도 귀찮았다.그러나 그녀 또한 남편이 시간을 쉽게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로 거절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에는 쇼핑백을 그에게 건네주며 표를 사러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전연우가 쇼핑백을 제대로 잡지 못해 안에 담겨 있던 속옷이 바닥에 떨어졌다.검은색 레이스 속옷 여러 장이 바닥에 흩어졌다.그것도 C컵이었다.주변 사람들이 보기 전에 전연우는 신속하게 속옷을 주워 쇼핑백에 도로 넣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잘생긴 눈썹을 들썩였다.“방금 산 거야?”조은서는 콜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그의 팔을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아까 지혜하고 같이 샀어요. 연우 씨는 어때요? 좋아해요?”전연우의 눈빛이 깊어졌다.결혼한 뒤로 조은서가 그의 앞에서 요염한 모습을 드러낸 적은 거의 없었다. 전연우가 그녀에게 냉담했던 것도 있었고 둘이 있을 때면 그는 항상 강압적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일부러
유선우는 그녀의 턱을 잡았다. 그는 백아현한테 이성적인 마음이라고는 조금도 없었기에 만나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유선우는 단지 과거의 감정들 때문에 그녀의 다리만 치료해 주는 것일 뿐, 다시 김재원에게 보내 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조은서에게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 삼 년 동안 부부로 지낸 그들이었기에 유선우는 조은서가 자신에 대한 감정들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단지 유선우와의 데이트가 싫다는 이유로 다른 남자랑 약속을 잡을 수 있을가? 조은서에게는 남편을 향한 마음이 이젠 남아 있지 않았다. ... 평소 유선우는 고용인들에게 너그러운 편이었다. 하지만 아내의 이런 태도 돌변에 마음이 크게 상한 그는 저녁 식사 때 반찬이 마음에 안 든다며 애꿎은 그들에게 화풀이 하였다. “오늘 저녁 반찬이 입에 맞지 않다면 제가 당신 좋아하는 거로 다시 해줄게요.” 남편이 자신에게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눈치챈 조은서가 말했다. 그러자 유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기대어 주머니 속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불 붙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그렇게 해.” 조은서가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주방으로 향하니 고용인은 연신 그녀에게 사과하였다. “사모님,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저희가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밝은 LED 등불 아래에 서 있는 조은서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니에요, 선우 씨가 까탈스러운 거 이모님도 아시잖아요. 그러니 자책 하지 마세요.” 하지만 고용인은 주방에서 반찬을 만드는 안주인의 모습이 너무나 맘에 걸렸다. “하지만 사모님, 이런 일은 하인들이 해야 할 일이잖아요.” 조은서는 개의치 않다는 듯이 말했다. “괜찮아요, 집안일이야 어디서든 다 하는 거니까요. 생계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할 수 있죠.” 안주인의 말을 듣고서야 고용인들은 한시름 놓았다. ‘집안일은 어디서든 다 한다라...’ 유선우는 아내가 고용인
이른 아침, 조은서는 YS 그룹 주주총회에 참가할 남편을 위해 셔츠를 다림질하고 있었다. 또 정성껏 유선우를 위해 넥타이며 벨트도 신경 써 골라 주었다. 이때, 유선우는 갑자기 카라핀을 해주는 아내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어제저녁의 사건으로 며칠 동안 냉전을 할 줄 알았던 조은서는 남편의 이런 행동에 조금은 놀라웠다. 유선우는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영화 티켓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뿐더러 한 손으로 아내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카라핀을 만지작거리며 조은서에게 말했다. “그동안 당신이 집에 없어서 나 너무 불편했어.” 조은서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제가 돌아왔잖아요.” 말이 끝나자마자 유선우는 그녀를 자신의 쪽으로 휙 돌렸다. 그러고는 유리창에 기대 아내를 자기 다리 위에 올려 놓고 가운 사이로 손을 넣어 조은서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저질스러운 행동을 하는 남편이 싫었지만 꾹 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유선우는 조은서와 관계를 갖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아내의 반응이 궁금했었던 것이었다. “마음도 사람도 다 돌아온 거 맞나 몰라?” 남편의 이러한 질문에 기분이 상했지만, 조은서는 꾹 참고 유선우의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속삭였다. “여보, 하려면 빨리해요. 늦지 않게 주주총회에 참가하려면 8시에 집에서 출발해야 해요.” 아내의 말에 유선우는 하던 것을 멈추고 되물었다. “당신 언제부터 진 비서가 해야 할 일까지 하는 거야?” 조은서는 화장대에 앉아 긴 머리를 쓸어내리면서 대답했다.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요.” 말을 마친 그녀는 화장대 거울에 비친 유선우의 얼굴을 보았고 그 남자의 얼굴에는 비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 유선우를 주주총회에 보내고 난 뒤 조은서는 2층으로 가 바이올린 연습을 시작했다. 점심쯤, 임도영에게서 부터 바이올린 개인지도에 관하여 연락이 왔고 조은서도 계속하여 김재원에게 바이올린 개인지도를 받기 위하여 약속 장소를 정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약속 장소로 도착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