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혜는 마음이 아파서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조은서의 손을 꼭 잡았다.“전연우는 왜 그렇게 변덕스러운 거야. 설마 벌써 갱년기라도 온 거 아니야?”우울했던 분위기가 임서우의 농담에 풀어졌다. 조은서도 함께 웃었다.“그럴 수도 있겠다.”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임지혜은 복잡한 표정으로 조은서를 바라보았다.“어젯밤에 이지훈이 입원했다며. 갈비뼈가 부러져서 차준호가 병원에 데려다줬대. 이지우도 이지훈이 너한테 마음이 있는 걸 참아줄 수가 없었는지 병원에서 크게 싸웠다고 하네. 그 뒤로는 두 사람 엄마가 와서 해결했고. 이씨 가문도 많이 혼란스러울 거야.”조은서는 고개를 숙인 채 커피를 부드럽게 젖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난 그 사람을 자극하지 않았어.”임지혜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을 이지훈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조은서는 지금 전연우의 와이프이기에 이지훈이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다. 만약 어느 날 전연우의 와이프가 아니라면...임지혜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이렇게 흥을 깨는 얘기를 그녀들은 오랜만에 나눴다. 임지혜는 섹시한 속옷을 사러 가자며 말했다. 요즘 젊은 모델이 차준호의 주위를 맴돈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을 잘 가꾸어 차준호를 잘 단속하겠다고 했다.조은서는 그녀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사실 임지혜는 애초에 차준호를 사랑하지도 않았다.백화점으로 가서 임지혜는 조은서를 데리고 몇 벌 옷을 샀다.조은서는 너무 섹시하다고 생각했지만 임지혜는 그녀의 피부가 하얘서 짙은 컬러의 레이스가 제일 잘 어울린다고 했다. 결국 임지혜는 또 입어보러 들어갔다.조은서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전연우의 전화였다.조은서의 미소가 사라졌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연우 씨, 무슨 일이에요?”전연우는 YS그룹에 있었다.그는 화려한 대표 사무실에 앉아 의자를 살짝 돌리며 가볍게 물었다.“아줌마가 말하던데, 너
전연우는 회사에서 온 것이었다.스리피스 슈트를 그가 입으니 아주 멋있었다. 젊고 잘생겼지만 눈빛에서는 또 성공한 남자의 매력이 뿜어져 나왔다.많은 어린 소녀들이 그를 몰래 훔쳐보았다.이런 시선에 전연우는 오래전에 이미 익숙해졌다. 그는 바로 조은서 앞으로 걸어왔다. 고개를 들어 거대한 영화 포스터를 바라보았다.“이거 보고 싶어?”조은서는 손에 들고 있던 영화 티켓을 꽉 쥐며 어색하게 웃으며 부인했다.“아니요. 그냥 콜라 하나 사려고요.”전연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직접 가서 그녀에게 콜라를 사주었다. 결제하며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전에는 콜라 안 마셨잖아.”조은서는 담담하게 웃었다.“사람은 변하는 거니까요.”전연우는 콜라를 그녀에게 건네주며 웃었다.“같이 영화 볼까?”전연우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만약 조은서가 예전 같았다면 엄청나게 고마워 눈물까지 흘리며 3일 동안 기뻐서 잠들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대꾸하기도 귀찮았다.그러나 그녀 또한 남편이 시간을 쉽게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로 거절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에는 쇼핑백을 그에게 건네주며 표를 사러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전연우가 쇼핑백을 제대로 잡지 못해 안에 담겨 있던 속옷이 바닥에 떨어졌다.검은색 레이스 속옷 여러 장이 바닥에 흩어졌다.그것도 C컵이었다.주변 사람들이 보기 전에 전연우는 신속하게 속옷을 주워 쇼핑백에 도로 넣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잘생긴 눈썹을 들썩였다.“방금 산 거야?”조은서는 콜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그의 팔을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아까 지혜하고 같이 샀어요. 연우 씨는 어때요? 좋아해요?”전연우의 눈빛이 깊어졌다.결혼한 뒤로 조은서가 그의 앞에서 요염한 모습을 드러낸 적은 거의 없었다. 전연우가 그녀에게 냉담했던 것도 있었고 둘이 있을 때면 그는 항상 강압적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일부러
유선우는 그녀의 턱을 잡았다. 그는 백아현한테 이성적인 마음이라고는 조금도 없었기에 만나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유선우는 단지 과거의 감정들 때문에 그녀의 다리만 치료해 주는 것일 뿐, 다시 김재원에게 보내 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조은서에게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 삼 년 동안 부부로 지낸 그들이었기에 유선우는 조은서가 자신에 대한 감정들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단지 유선우와의 데이트가 싫다는 이유로 다른 남자랑 약속을 잡을 수 있을가? 조은서에게는 남편을 향한 마음이 이젠 남아 있지 않았다. ... 평소 유선우는 고용인들에게 너그러운 편이었다. 하지만 아내의 이런 태도 돌변에 마음이 크게 상한 그는 저녁 식사 때 반찬이 마음에 안 든다며 애꿎은 그들에게 화풀이 하였다. “오늘 저녁 반찬이 입에 맞지 않다면 제가 당신 좋아하는 거로 다시 해줄게요.” 남편이 자신에게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눈치챈 조은서가 말했다. 그러자 유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기대어 주머니 속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불 붙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그렇게 해.” 조은서가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주방으로 향하니 고용인은 연신 그녀에게 사과하였다. “사모님,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저희가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밝은 LED 등불 아래에 서 있는 조은서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니에요, 선우 씨가 까탈스러운 거 이모님도 아시잖아요. 그러니 자책 하지 마세요.” 하지만 고용인은 주방에서 반찬을 만드는 안주인의 모습이 너무나 맘에 걸렸다. “하지만 사모님, 이런 일은 하인들이 해야 할 일이잖아요.” 조은서는 개의치 않다는 듯이 말했다. “괜찮아요, 집안일이야 어디서든 다 하는 거니까요. 생계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할 수 있죠.” 안주인의 말을 듣고서야 고용인들은 한시름 놓았다. ‘집안일은 어디서든 다 한다라...’ 유선우는 아내가 고용인
이른 아침, 조은서는 YS 그룹 주주총회에 참가할 남편을 위해 셔츠를 다림질하고 있었다. 또 정성껏 유선우를 위해 넥타이며 벨트도 신경 써 골라 주었다. 이때, 유선우는 갑자기 카라핀을 해주는 아내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어제저녁의 사건으로 며칠 동안 냉전을 할 줄 알았던 조은서는 남편의 이런 행동에 조금은 놀라웠다. 유선우는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영화 티켓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뿐더러 한 손으로 아내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카라핀을 만지작거리며 조은서에게 말했다. “그동안 당신이 집에 없어서 나 너무 불편했어.” 조은서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제가 돌아왔잖아요.” 말이 끝나자마자 유선우는 그녀를 자신의 쪽으로 휙 돌렸다. 그러고는 유리창에 기대 아내를 자기 다리 위에 올려 놓고 가운 사이로 손을 넣어 조은서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저질스러운 행동을 하는 남편이 싫었지만 꾹 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유선우는 조은서와 관계를 갖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아내의 반응이 궁금했었던 것이었다. “마음도 사람도 다 돌아온 거 맞나 몰라?” 남편의 이러한 질문에 기분이 상했지만, 조은서는 꾹 참고 유선우의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속삭였다. “여보, 하려면 빨리해요. 늦지 않게 주주총회에 참가하려면 8시에 집에서 출발해야 해요.” 아내의 말에 유선우는 하던 것을 멈추고 되물었다. “당신 언제부터 진 비서가 해야 할 일까지 하는 거야?” 조은서는 화장대에 앉아 긴 머리를 쓸어내리면서 대답했다.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요.” 말을 마친 그녀는 화장대 거울에 비친 유선우의 얼굴을 보았고 그 남자의 얼굴에는 비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 유선우를 주주총회에 보내고 난 뒤 조은서는 2층으로 가 바이올린 연습을 시작했다. 점심쯤, 임도영에게서 부터 바이올린 개인지도에 관하여 연락이 왔고 조은서도 계속하여 김재원에게 바이올린 개인지도를 받기 위하여 약속 장소를 정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약속 장소로 도착하니
진부한 사상을 지닌 심정희는 심사숙고 끝에 입을 열었다. “은서야, 아이를 가져. 애가 있으면 너도 덜 힘들 거야.” 조은서는 엄마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딸이 남편에게 소외를 당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예전의 그녀는 유선우의 아이를 갖고 싶어했지만, 다시 그 남자의 곁에 돌아온 뒤로부터는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조은서는 웃으며 엄마의 말에 대답했다. “아직은 그럴 여유가 없어요. 2년 뒤에 생각해 볼게요.” 이런 딸의 대답에 심정희는 한숨을 푹 쉬었다. 조은서는 재활센터에서 나와 산부인과로 가서 경구피임약을 처방받았다. 그녀의 착각일수 있지만 최근 유선우와 부부관계를 가질 때마다 그는 콘돔을 사용하려 하지 않았고 또 가끔은 콘돔 포장지만 뜯을 뿐, 사용은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런 남편의 행동으로 보아 이 남자는 아이를 갖고 싶은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조은서는 유선우의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기에 할 수 없이 피임약을 처방받아야만 했다. 약 처방을 받고 산부인과에서 나오던 도중 백아현과 김춘희 모녀와 마주쳤다. 두 모녀의 가정 배경은 뛰어나지 않았으나 유선우 덕분에 이 병원의 모든 치료진과 간호사들은 그 두 모녀를 아주 깍듯이 대했다. 이러한 원인으로 백아현과 김춘희는 항상 오만방자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했다. 조은서를 본 김춘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저번에 병원에서 유선우는 분명히 백아현을 싸고 돌았었다. 이런 광경을 본 김춘희는 당연히 그가 조은서와 이혼하고 자기의 딸한테 청혼 할 줄 알았지만, 조은서가 다시 유선우에게 돌아오면서 김춘희의 환상은 깨지고 말았다. 휠체어 손잡이를 놓은 김춘희는 아니꼽다는 듯이 말했다. “유 대표와 잠자리 몇 번 가졌다고 뭐라도되는 줄 아나 본데 착각하지 마. 유 대표 마음엔 우리 아현이 뿐이라는 것을 잊지마. 아, 그리고 김재원 선생님 알지? 우리 아현이 곧 김재원 선생님 제자로 들어갈 거야. 또 유 대표 덕에 김재원 선생님이 특별히 우리 아현이를 위해 특별 파티를
엘리베이터는 침묵만이 흘러넘쳤다. 참다못한 유선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필 YS 그룹에서 만든 피임약을 처방 받았네?” 조은서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피임약이야 다 똑같죠.” 그러고는 해맑게 이어 물었다. “왜 따라 내려왔어요? 애인 곁에 있어 주지. 아현 씨는 당신이 옆에 있어 주기를 원하는 눈치던데.” 유선우는 그윽한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한참 조은서를 바라보던 그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더니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물어보았다. “우리 자기는 서방님이 옆에 있어 주기를 원하지 않아?” 조은서는 남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저는 유 대표님의 아내라는 타이틀로만 충분해요.” 그녀의 이 말은 남편의 심기를 건드렸던 것이었다. 화가 난 유선우는 아내의 말에 대답했다. “소박한 꿈이라 참 고맙네.” ... 그렇게 그들은 유쾌하지 않은 채로 헤어졌다. 유선우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넥타이와 카라핀을 쥐어뜯었다. 그러다 그는 카라 핀에 손가락이 찔려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 유선우의 굳은 표정을 본 진 비서는 단번에 조은서와 싸운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실 백아현은 그나마 선견지명이 있었지만, 그녀의 엄마인 김춘희는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유선우가 다시 돌아온 것을 보고 또다시 허망 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유 대표, 비록 우리 아현이와 부부의 연은 없지만 그래도 우리 딸이...” “엄마!” 백아현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사실 그녀는 유선우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 남자의 눈빛은 몹시 차가웠지만 조은서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현실에 직면한 백아현은 눈물이 핑 돌았다. 김춘희도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유선우의 눈치를 살피며 진 비서에게 말했다. “앞으로 우리 집에 주는 지원금을 줄여줘.” 그녀의 말을 들은 백아현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동안 유선우의 지원이 있었기에 두 모녀
“나 머리 좀 눌러줘” 유선우의 목소리는 허스키했다. 조은서는 읽던 책을 내려놓고 남편의 머리를 마사지해 주려고 다가갔다. 오래전 그녀는 매일 힘들게 일하는 남편을 위해 특별히 마사지를 배웠다. 유선우의 이마에 손을 올린 그녀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당신, 열나요.” 아내의 말에 그는 눈을 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관계로 유선우의 두 눈은 평소처럼 빛이 나지 않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조은서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의 몸을 쓰다듬었다. 관계를 갖고 싶어 하는눈치였다. 조은서는 유선우의 나쁜 손을 뿌리쳤다. 평소 잘 아프지 않는 유선우지만 아플 때마다 신경이 많이 예민해졌기에 그의 무례한 요구에도 웬만해서 들어주는 조은서였다. 몸도 안 좋은 상황에서 그의 성적인 욕구도 채워주지 못하면 유선우는 사람을 더 귀찮게 굴 것이다. 그 남자는 조은서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왜? 해주기 싫어?” 조은서는 약상자에서 체온계를 꺼내 남편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체온을 재주었다. 체온계를 보니 39도였다.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열이 높네요. 감기약 가져다줄 테니, 먹어요. 그리고 몸도 성치 않으니 엉큼한 생각은 그만해요.” 하지만 유선우는 아내의 말을 듣는 척도 하지 않고 하던 것을 계속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유선우는 하던 것을 멈추고 다시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그러자 조은서는 집안의 고용인들이 방금 남편과 있었던 일을 눈치채지 못하게 흐트러진 치맛자락을 정리했다. 왜냐하면 고용인들이 뒤에서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매사에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아내가 얄미웠던 유선우는 비꼬며 말했다. “흥, 부부 사이에 밝은 낮에도 불붙으면 관계를가질 수 있지. 고용인들이 알면 뭐 어때?” 이런 남편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으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에서 나왔다. 그러고는 감기약과 고용인이 준비한 따뜻한 차를 유성우에게 가져다주었다. 이젠 날도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고 방안도 불빛 하나 없이 어두웠다. 조은서가 방안의
조은서가 반항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몸 상태가 안 좋은 유선우였지만 아내쯤이야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힘이 빠진 조은서는 반항을 포기하고 화가 난 유선우의 심기를 더 건드리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소파에 얼굴을 파묻었다. 유선우는 강제적으로 아내의 턱을 잡아 자신 쪽으로 끌며 말했다. “조은서, 잘 비교해 봐 나랑 그놈 둘 중에 누가 더 너를 기분 좋게 해주는지.” 수치심을 느낀 그녀는 남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조은서는 그 남자의 얼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희미한 등불 아래 비친 유선우의 모습은 이처럼 섹시할 수가 없었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머리카락도 땀에 흠뻑 젖은 유선우는 지금 이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그러고는 몸은 낮춰 아내의 귀를 살짝 깨물며 말했다. “은서야, 나 아직 사랑해?” 누구도 이런 강박적인 질문에 대답하기 싫을 것이다. 아내가 대답하지 않자, 유선우는 밖에서 대기 하는 고용인도 들을 수 있게 더 격렬하게 몸을 움직였다. 조은서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해졌다. 남편의 이런 무모한 행동에 그녀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왜 당신을 사랑해야 하는데요?”유선우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자, 조은서는 다시 말하였다. “유선우, 내가 왜 아직도 너를 사랑해야 하는데!” 그녀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이 남자와 몸을 섞고 싶지 않았던 조은서는 다시 이 남자에게로 부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고는 울면서 말했다. “새롭게 생활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은 나를 다시 이 집으로 끌어들인 게 누군데요? 항상 나 더러 당신이 골라주는 옷만 입게 하고 머리 스타일도 당신 취향대로, 심지어 잠자리에서의 신음소리 마저 당신 취향대로 내라는 당신을 내가 미쳤다고 사랑하겠어요?” 방안에는 침묵만이 흘러넘쳤고 밖에서는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만 들려왔다. 치열한 몸의 대화를 나눈 그들이었지만 마음만은 얼음장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유선우는 소파 반대편에 앉아 담뱃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