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연우는 회사에서 온 것이었다.스리피스 슈트를 그가 입으니 아주 멋있었다. 젊고 잘생겼지만 눈빛에서는 또 성공한 남자의 매력이 뿜어져 나왔다.많은 어린 소녀들이 그를 몰래 훔쳐보았다.이런 시선에 전연우는 오래전에 이미 익숙해졌다. 그는 바로 조은서 앞으로 걸어왔다. 고개를 들어 거대한 영화 포스터를 바라보았다.“이거 보고 싶어?”조은서는 손에 들고 있던 영화 티켓을 꽉 쥐며 어색하게 웃으며 부인했다.“아니요. 그냥 콜라 하나 사려고요.”전연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직접 가서 그녀에게 콜라를 사주었다. 결제하며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전에는 콜라 안 마셨잖아.”조은서는 담담하게 웃었다.“사람은 변하는 거니까요.”전연우는 콜라를 그녀에게 건네주며 웃었다.“같이 영화 볼까?”전연우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만약 조은서가 예전 같았다면 엄청나게 고마워 눈물까지 흘리며 3일 동안 기뻐서 잠들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대꾸하기도 귀찮았다.그러나 그녀 또한 남편이 시간을 쉽게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로 거절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에는 쇼핑백을 그에게 건네주며 표를 사러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전연우가 쇼핑백을 제대로 잡지 못해 안에 담겨 있던 속옷이 바닥에 떨어졌다.검은색 레이스 속옷 여러 장이 바닥에 흩어졌다.그것도 C컵이었다.주변 사람들이 보기 전에 전연우는 신속하게 속옷을 주워 쇼핑백에 도로 넣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잘생긴 눈썹을 들썩였다.“방금 산 거야?”조은서는 콜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그의 팔을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아까 지혜하고 같이 샀어요. 연우 씨는 어때요? 좋아해요?”전연우의 눈빛이 깊어졌다.결혼한 뒤로 조은서가 그의 앞에서 요염한 모습을 드러낸 적은 거의 없었다. 전연우가 그녀에게 냉담했던 것도 있었고 둘이 있을 때면 그는 항상 강압적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일부러
유선우는 그녀의 턱을 잡았다. 그는 백아현한테 이성적인 마음이라고는 조금도 없었기에 만나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유선우는 단지 과거의 감정들 때문에 그녀의 다리만 치료해 주는 것일 뿐, 다시 김재원에게 보내 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조은서에게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 삼 년 동안 부부로 지낸 그들이었기에 유선우는 조은서가 자신에 대한 감정들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단지 유선우와의 데이트가 싫다는 이유로 다른 남자랑 약속을 잡을 수 있을가? 조은서에게는 남편을 향한 마음이 이젠 남아 있지 않았다. ... 평소 유선우는 고용인들에게 너그러운 편이었다. 하지만 아내의 이런 태도 돌변에 마음이 크게 상한 그는 저녁 식사 때 반찬이 마음에 안 든다며 애꿎은 그들에게 화풀이 하였다. “오늘 저녁 반찬이 입에 맞지 않다면 제가 당신 좋아하는 거로 다시 해줄게요.” 남편이 자신에게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눈치챈 조은서가 말했다. 그러자 유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기대어 주머니 속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불 붙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그렇게 해.” 조은서가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주방으로 향하니 고용인은 연신 그녀에게 사과하였다. “사모님,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저희가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밝은 LED 등불 아래에 서 있는 조은서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니에요, 선우 씨가 까탈스러운 거 이모님도 아시잖아요. 그러니 자책 하지 마세요.” 하지만 고용인은 주방에서 반찬을 만드는 안주인의 모습이 너무나 맘에 걸렸다. “하지만 사모님, 이런 일은 하인들이 해야 할 일이잖아요.” 조은서는 개의치 않다는 듯이 말했다. “괜찮아요, 집안일이야 어디서든 다 하는 거니까요. 생계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할 수 있죠.” 안주인의 말을 듣고서야 고용인들은 한시름 놓았다. ‘집안일은 어디서든 다 한다라...’ 유선우는 아내가 고용인
이른 아침, 조은서는 YS 그룹 주주총회에 참가할 남편을 위해 셔츠를 다림질하고 있었다. 또 정성껏 유선우를 위해 넥타이며 벨트도 신경 써 골라 주었다. 이때, 유선우는 갑자기 카라핀을 해주는 아내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어제저녁의 사건으로 며칠 동안 냉전을 할 줄 알았던 조은서는 남편의 이런 행동에 조금은 놀라웠다. 유선우는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영화 티켓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뿐더러 한 손으로 아내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카라핀을 만지작거리며 조은서에게 말했다. “그동안 당신이 집에 없어서 나 너무 불편했어.” 조은서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제가 돌아왔잖아요.” 말이 끝나자마자 유선우는 그녀를 자신의 쪽으로 휙 돌렸다. 그러고는 유리창에 기대 아내를 자기 다리 위에 올려 놓고 가운 사이로 손을 넣어 조은서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저질스러운 행동을 하는 남편이 싫었지만 꾹 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유선우는 조은서와 관계를 갖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아내의 반응이 궁금했었던 것이었다. “마음도 사람도 다 돌아온 거 맞나 몰라?” 남편의 이러한 질문에 기분이 상했지만, 조은서는 꾹 참고 유선우의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속삭였다. “여보, 하려면 빨리해요. 늦지 않게 주주총회에 참가하려면 8시에 집에서 출발해야 해요.” 아내의 말에 유선우는 하던 것을 멈추고 되물었다. “당신 언제부터 진 비서가 해야 할 일까지 하는 거야?” 조은서는 화장대에 앉아 긴 머리를 쓸어내리면서 대답했다.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요.” 말을 마친 그녀는 화장대 거울에 비친 유선우의 얼굴을 보았고 그 남자의 얼굴에는 비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 유선우를 주주총회에 보내고 난 뒤 조은서는 2층으로 가 바이올린 연습을 시작했다. 점심쯤, 임도영에게서 부터 바이올린 개인지도에 관하여 연락이 왔고 조은서도 계속하여 김재원에게 바이올린 개인지도를 받기 위하여 약속 장소를 정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약속 장소로 도착하니
진부한 사상을 지닌 심정희는 심사숙고 끝에 입을 열었다. “은서야, 아이를 가져. 애가 있으면 너도 덜 힘들 거야.” 조은서는 엄마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딸이 남편에게 소외를 당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예전의 그녀는 유선우의 아이를 갖고 싶어했지만, 다시 그 남자의 곁에 돌아온 뒤로부터는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조은서는 웃으며 엄마의 말에 대답했다. “아직은 그럴 여유가 없어요. 2년 뒤에 생각해 볼게요.” 이런 딸의 대답에 심정희는 한숨을 푹 쉬었다. 조은서는 재활센터에서 나와 산부인과로 가서 경구피임약을 처방받았다. 그녀의 착각일수 있지만 최근 유선우와 부부관계를 가질 때마다 그는 콘돔을 사용하려 하지 않았고 또 가끔은 콘돔 포장지만 뜯을 뿐, 사용은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런 남편의 행동으로 보아 이 남자는 아이를 갖고 싶은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조은서는 유선우의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기에 할 수 없이 피임약을 처방받아야만 했다. 약 처방을 받고 산부인과에서 나오던 도중 백아현과 김춘희 모녀와 마주쳤다. 두 모녀의 가정 배경은 뛰어나지 않았으나 유선우 덕분에 이 병원의 모든 치료진과 간호사들은 그 두 모녀를 아주 깍듯이 대했다. 이러한 원인으로 백아현과 김춘희는 항상 오만방자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했다. 조은서를 본 김춘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저번에 병원에서 유선우는 분명히 백아현을 싸고 돌았었다. 이런 광경을 본 김춘희는 당연히 그가 조은서와 이혼하고 자기의 딸한테 청혼 할 줄 알았지만, 조은서가 다시 유선우에게 돌아오면서 김춘희의 환상은 깨지고 말았다. 휠체어 손잡이를 놓은 김춘희는 아니꼽다는 듯이 말했다. “유 대표와 잠자리 몇 번 가졌다고 뭐라도되는 줄 아나 본데 착각하지 마. 유 대표 마음엔 우리 아현이 뿐이라는 것을 잊지마. 아, 그리고 김재원 선생님 알지? 우리 아현이 곧 김재원 선생님 제자로 들어갈 거야. 또 유 대표 덕에 김재원 선생님이 특별히 우리 아현이를 위해 특별 파티를
엘리베이터는 침묵만이 흘러넘쳤다. 참다못한 유선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필 YS 그룹에서 만든 피임약을 처방 받았네?” 조은서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피임약이야 다 똑같죠.” 그러고는 해맑게 이어 물었다. “왜 따라 내려왔어요? 애인 곁에 있어 주지. 아현 씨는 당신이 옆에 있어 주기를 원하는 눈치던데.” 유선우는 그윽한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한참 조은서를 바라보던 그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더니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물어보았다. “우리 자기는 서방님이 옆에 있어 주기를 원하지 않아?” 조은서는 남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저는 유 대표님의 아내라는 타이틀로만 충분해요.” 그녀의 이 말은 남편의 심기를 건드렸던 것이었다. 화가 난 유선우는 아내의 말에 대답했다. “소박한 꿈이라 참 고맙네.” ... 그렇게 그들은 유쾌하지 않은 채로 헤어졌다. 유선우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넥타이와 카라핀을 쥐어뜯었다. 그러다 그는 카라 핀에 손가락이 찔려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 유선우의 굳은 표정을 본 진 비서는 단번에 조은서와 싸운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실 백아현은 그나마 선견지명이 있었지만, 그녀의 엄마인 김춘희는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유선우가 다시 돌아온 것을 보고 또다시 허망 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유 대표, 비록 우리 아현이와 부부의 연은 없지만 그래도 우리 딸이...” “엄마!” 백아현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사실 그녀는 유선우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 남자의 눈빛은 몹시 차가웠지만 조은서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현실에 직면한 백아현은 눈물이 핑 돌았다. 김춘희도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유선우의 눈치를 살피며 진 비서에게 말했다. “앞으로 우리 집에 주는 지원금을 줄여줘.” 그녀의 말을 들은 백아현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동안 유선우의 지원이 있었기에 두 모녀
“나 머리 좀 눌러줘” 유선우의 목소리는 허스키했다. 조은서는 읽던 책을 내려놓고 남편의 머리를 마사지해 주려고 다가갔다. 오래전 그녀는 매일 힘들게 일하는 남편을 위해 특별히 마사지를 배웠다. 유선우의 이마에 손을 올린 그녀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당신, 열나요.” 아내의 말에 그는 눈을 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관계로 유선우의 두 눈은 평소처럼 빛이 나지 않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조은서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의 몸을 쓰다듬었다. 관계를 갖고 싶어 하는눈치였다. 조은서는 유선우의 나쁜 손을 뿌리쳤다. 평소 잘 아프지 않는 유선우지만 아플 때마다 신경이 많이 예민해졌기에 그의 무례한 요구에도 웬만해서 들어주는 조은서였다. 몸도 안 좋은 상황에서 그의 성적인 욕구도 채워주지 못하면 유선우는 사람을 더 귀찮게 굴 것이다. 그 남자는 조은서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왜? 해주기 싫어?” 조은서는 약상자에서 체온계를 꺼내 남편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체온을 재주었다. 체온계를 보니 39도였다.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열이 높네요. 감기약 가져다줄 테니, 먹어요. 그리고 몸도 성치 않으니 엉큼한 생각은 그만해요.” 하지만 유선우는 아내의 말을 듣는 척도 하지 않고 하던 것을 계속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유선우는 하던 것을 멈추고 다시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그러자 조은서는 집안의 고용인들이 방금 남편과 있었던 일을 눈치채지 못하게 흐트러진 치맛자락을 정리했다. 왜냐하면 고용인들이 뒤에서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매사에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아내가 얄미웠던 유선우는 비꼬며 말했다. “흥, 부부 사이에 밝은 낮에도 불붙으면 관계를가질 수 있지. 고용인들이 알면 뭐 어때?” 이런 남편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으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에서 나왔다. 그러고는 감기약과 고용인이 준비한 따뜻한 차를 유성우에게 가져다주었다. 이젠 날도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고 방안도 불빛 하나 없이 어두웠다. 조은서가 방안의
조은서가 반항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몸 상태가 안 좋은 유선우였지만 아내쯤이야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힘이 빠진 조은서는 반항을 포기하고 화가 난 유선우의 심기를 더 건드리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소파에 얼굴을 파묻었다. 유선우는 강제적으로 아내의 턱을 잡아 자신 쪽으로 끌며 말했다. “조은서, 잘 비교해 봐 나랑 그놈 둘 중에 누가 더 너를 기분 좋게 해주는지.” 수치심을 느낀 그녀는 남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조은서는 그 남자의 얼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희미한 등불 아래 비친 유선우의 모습은 이처럼 섹시할 수가 없었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머리카락도 땀에 흠뻑 젖은 유선우는 지금 이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그러고는 몸은 낮춰 아내의 귀를 살짝 깨물며 말했다. “은서야, 나 아직 사랑해?” 누구도 이런 강박적인 질문에 대답하기 싫을 것이다. 아내가 대답하지 않자, 유선우는 밖에서 대기 하는 고용인도 들을 수 있게 더 격렬하게 몸을 움직였다. 조은서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해졌다. 남편의 이런 무모한 행동에 그녀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왜 당신을 사랑해야 하는데요?”유선우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자, 조은서는 다시 말하였다. “유선우, 내가 왜 아직도 너를 사랑해야 하는데!” 그녀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이 남자와 몸을 섞고 싶지 않았던 조은서는 다시 이 남자에게로 부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고는 울면서 말했다. “새롭게 생활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은 나를 다시 이 집으로 끌어들인 게 누군데요? 항상 나 더러 당신이 골라주는 옷만 입게 하고 머리 스타일도 당신 취향대로, 심지어 잠자리에서의 신음소리 마저 당신 취향대로 내라는 당신을 내가 미쳤다고 사랑하겠어요?” 방안에는 침묵만이 흘러넘쳤고 밖에서는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만 들려왔다. 치열한 몸의 대화를 나눈 그들이었지만 마음만은 얼음장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유선우는 소파 반대편에 앉아 담뱃갑에
가을의 날씨는 많이 쌀쌀했다. 그 남자는 검은색 정장 차림에 밖에도 검은색 바람막이를 걸쳤다. 가을 아침의 햇살은 그의 얼굴을 비췄고 머리카락은 바람에 흩날려 더 분위기 있어 보였다. 조은서가 자신을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 유선우는 테라스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약속이라도 한 듯, 눈이 마주쳤지만, 그 누구도 눈을 피하지 않았고 햇빛을 마주해 서 있는 아내의 모습은 오늘따라 더욱 예뻐 보였다. 유선우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고는 무슨 재미나는 일이 떠 올랐는지 피식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때, 진 비서가 캐리어를 끌고 온 것을 본 조은서는 그제야 남편이 출장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자 조은서는 안방으로 걸어갔다. 전화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진 비서였다. “사모님, 대표님이 드실 감기약 좀 가져다주세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진 비서의 목소리는 예의 바르면서도 낯설었다. 조은서는 그녀가 자신에게 이렇게 지시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필시 유선우의 지시였다. 할 수 없이 조은서는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소파에 널브러진 약통들을 정리했다. 밖으로 나가기 전방 안의 상태를 살펴보다가 엊저녁 남편의 무모한 짓 때문에, 소파에 묻은 하얀색 액체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돌아와 직접 소파에 묻은 그것을 치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고용인들이 이것을 보았다가는 반드시 뒤에서 말들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정원에 와 보니 유선우는 이미 차에 올라타 있었고 뒷좌석 창문은 내려져 있었다. 조은서는 내려진 창문으로 약을 건네며 말했다. “하루에 한 알씩 두 번 먹으면 돼요.” 유선우는 아내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입을 삐쭉거리며 물었다. “어디로 출장 가는지, 며칠 가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태클을 걸어오는 남편이 너무나 미웠지만 조은서는 마음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밖에서 몸조심해요. 진 비서님, 선우 씨 잘 부탁해요.” 뒷좌석의 창문은 올려졌다. 이 남자는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