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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6화

봄바람에 취한다.

불빛에 비친 조은혁의 얼굴에는 걱정과 근심이 가득했다. 그 순간 조은혁은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사실 박연희가 그 사람의 딸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 그리고 사실 자신도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는 생각... 박연희는 원수의 딸이 아니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도 무고한 사람이었다.

그때 박연희가 감정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속 시원했으면 지금은 그만큼 마음이 아파 났다.

조은혁은 두 손을 들고 박연희를 바라봤다. 조은혁의 눈에는 괴로움이 가득했고 마음에는 비통함이 가득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기뻐하고 슬퍼하고 만나고 또 헤어졌는데 그 모든 건 혼자만의 쇼였던것이다.

박연희는 민지희의 딸이었다.

이 사실이 조은혁을 고통스롭게 했다. 제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연희가 심씨 가문에 들어가게 되면 조은혁과는 더 이상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었다.

심지철의 뜻은 이것이었다.

조은혁은 더 이상 의기양양해 보이지 않았다.

조은혁이 박연희를 주시해 보면서 가볍게 물었다.

“연희야, 우리 계속 만날 수는 없는 거야?”

박연희가 손을 뿌리치려 했다.

그러나 조은혁이 놓아주지 않았다.

조은혁은 박연희의 부드러운 손을 잡고 연희가 아직 자기의 와이프인데 민지희의 딸이 된다고 해서 변하게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조은혁은 손을 놓지 않았다. 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박연희를 뚫어져라 쳐다봤고 박연희도 조은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박연희가 말했다.

“원래부터 당신이랑 끝내려고 했어요.”

박연희는 부드러운 말투로 차가운 말을 했다.

박연희는 푸른색의 고가 명품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전처럼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러나 박연희는 더 이상 조은혁이 필요 없어다고 했다. 아무런 여념이 없는 말투로 선포하는 듯 했다. 이것이 마지막 엔딩이라고 말이다.

조은혁은 뒷걸음질을 쳤다.

조은혁의 뒤에는 오래된 월계수가 있었다. 나뭇잎이 불빛을 가렸고 그저 얼마 안 되는 약한 빛이 조은혁의 얼굴에 비춰졌다, 아주 흐릿하게.

조은혁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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