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희가 고가의 드레스를 바꿔입고 귀중한 액세서리들을 빼고 샴푸를 왕창 써서 스프레이를 겨우 깨끗이 지워냈다. 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실크 잠옷을 걸쳤다.하루 종일 바삐 돌아치고도 박연희는 여전히 자기관리에 충실했다.큰 거울에 머리카락이 어깨에 놓여지고 피부에는 촉촉한 광이 돌았고 부유한 생활로 인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아해 보였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흩날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박연희는 신경 쓰지 않았다.박연희는 꼼꼼히 스킨케어를 하고 클래식 음악을 틀고 있었다. 이렇게 적막한 밤을 만끽하고 있었다.창문이 누군가에 의해 열려졌다.창문 밖에는 조은혁이 있었다. 윤곽이 뚜렷한 얼굴은 밤하늘에 의해 더욱더 선명해졌고 검은 머리카락은 바람에 흩날렸다. 그 두 눈은 박연희를 쳐다보고 있었다.박연희가 조은혁을 바라봤다.의자에 등을 기대어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박연희는 조은혁이 무슨 짓을 할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좀 지나고 조은혁이 말했다.“축하한다고 말해야 하나, 와이프.”조은혁이 박연희 안방에 들어왔다.창문을 닫고는 박연희의 앞에 걸어와 박연희가 반응하지 못한 틈에 가는 손목을 쥐었다. 허리를 감싼 채 폭신한 소파에 같이 누웠다.조은혁의 몸에서 술 냄새가 났다.그러나 조은혁의 눈빛은 아주 또렷했다. 박연희를 쳐다보는 그 눈에는 갈망, 욕구가 가득했고 조은혁은 욕구대로 했다.먼저 박연희의 목에 키스했다.그리고는 몸을 어루만졌다.다른 사람을 불러오지 않게 하려고 박연희의 입을 손으로 막았고 조은혁의 거친 손길에 박연희는 세게 저항했다.몸에 있는 실크 잠옷은 다 풀어져 있었다.조은혁은 눈이 빨개 났다.그러고는 박연희의 몸을 마음껏 만져댔다.박연희는 크게 숨을 쉬고 있었다. 조은혁의 행동에 대한 불쾌한 감정으로 인해 세게 저항을 했다. 박연희는 조은혁이 싫었다.박연희의 몸도 조은혁을 거부했다.조은혁이 행동을 멈추고 박연희를 쳐다봤다. 조은혁이 욕을 하고는 더 이상 하지 않고 몸을 박연희에게 더 가까이하고는 그녀의 귀 옆에 얼굴을
박연희는 여전히 소파에 누워 있었으나 그녀의 몸은 여전히 나른해 났다.그녀가 말했다.“안 돼요.”달빛이 호수마냥 고요했다.그들의 상황은 이미 달라졌다.조은혁이 떠난 후 바에 가서 술을 진탕 마셨다. 여기에 매니저가 조은혁과 친했다. 매니저도 뉴스를 보고 와이프가 신씨 가문의 아가씨가 됐고 돌아가지 않게 된 것을 알게 됐다.매니저도 사람을 안타까워할 줄 알았다.그는 조은혁의 곁에 가서 위로하며 눈치를 줬다. 문 앞에 있는 여자애들을 들어오게 말이다.“금방 졸업해서 아직 일자리를 못 찾아서 여기서 임시로 일하는 애들이에요. 다 깨끗한 애들이라니까요.”조은혁은 흥미가 생길지 않았다. 손사래를 치고 나가라고 하면서 고개를 든 순간 멈칫했다.그 여자애는 20대 초반의 박연희 같았다.사실 박연희도 겨우 25살이다. 하지만 결혼한 후 출산하고 예전처럼 여리지 않았고 단정해져 부끄러워하는 그런 모습은 사라졌다.조은혁이 소파에 기대어 앉아 말했다.“저 애 보고 들어오라고 하세요.”매니저가 웃었다.남자라면 이런 유혹을 참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똑같게 생긴 얼굴에 더 어린 몸, 그것도 깨끗한 여자애를 어느 남자가 싫어하겠는가.여자애가 걸어 들어왔다.매니저가 당부했다.“잘 모셔드려.”여자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기 전에 매니저가 조은혁이 뭘 하고 싶다고 하든 간에 반항해서는 안 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매니저가 고객은 돈을 내고 기쁨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니, 얼굴을 찌푸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룸의 문이 닫혔다.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애의 다리는 길고 가늘었다. 여자애는 무서워 났다.조은혁이 소파에 기대여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고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삼키기라도 할듯한 눈빛으로 말이다.여자애는 조은혁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조은혁의 옆에 무릎을 뀷은 채 술을 따랐다.여자애의 하얀 손으로 술잔을 조은혁의 입 옆에 갔다 댔다.그녀는 처음으로 남자를 모시는 것이었다.조은혁이 움직이지 않고
조은혁은 소파에 누웠다. 그날따라 두통이 너무 심한 듯했다.그녀가 다가가 문을 열자 문밖에 있는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김 비서였다.김 비서가 그녀를 쓱 쳐다보았다.그녀는 생김새가 박연희를 많이 닮았다. 김 비서는 한눈에 조은혁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김 비서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지만 겉으로는 꾹 참고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다.그녀는 그 술병들을 피해 조은혁 곁으로 가서 입을 열었다.“조 대표님, 당장 회사로 가셔야 해요. 큰일 나셨어요!”조은혁은 손등으로 눈을 가렸다.“민지희 씨가 손을 댔어?”김 비서는 한 마디로 다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심지철 어르신의 인맥이 어떠신지 잘 아시잖아요. 다른 건 그렇다 쳐도 전에 말해뒀었던 프로젝트들도 다 물거품으로 됐어요. 게다가 우리가 뭐라고 말할 수도 없고요. 심지철 어르신은 일 처리를 잘하셔서 아무런 약점도 저희 손에 들어오지 않았어요.”“늙은 여우 같으니, 하루도 못 기다리고.”조은혁은 이렇게 말하고 일어났다.그는 손으로 머리를 툭툭 털면서 셔츠 단추를 채우고는 급히 떠났다. 그러면서도 떠날 때 1억 원짜리 수표 한 장 주는 걸 잊지 않았다. 이건 클럽의 규칙이었다.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아가씨와 밤을 보내기만 하면 돈을 지불해야 했다.그는 걸으면서 김 비서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김 비서가 그의 말을 끊었다.“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대표님은 여자와 잠자리를 가지고 싶으세요?”“안 잤어!”“안 잤는데 왜 수표를 뿌리세요!”“...”아래층으로 내려가 그는 캠핑카의 뒷좌석에 앉았다. 뒷좌석에는 깨끗한 옷이 있었다.그가 손을 뻗어 버튼을 누르자 가림막이 솟아올랐다.조은혁이 옷을 갈아입는 동안 김 비서는 말을 이어 나갔다.“그 몇 가지 프로젝트 말고도 위에서 검찰팀을 만들어서 JH 그룹에 대한 조사를 한다고 들었어요. 대표님, 어르신은 번개 같은 기세로 쳐들어오고 있어요.”조은혁도 바보가 아니었다.그도 김 비서의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
차가 점차 멀어지자 김 비서는 조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하룻밤 사이에 2,000만 원을 땄으니 기분이 좋으시겠어요, 정부인님.”조은혁은 어두운 밤거리에 서 있었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연한 연기가 서서히 피어올랐다.“도와주지 않을 거였으면 이 2,000만 원을 가지지 않았겠지.”사실 조은혁은 김 비서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는 정연후와 한 배를 타기 위해 정 부인을 함정에 빠뜨린 적이 있었는데 아주 잘생긴 젊은 대학생이 정 부인의 침대에 올라간 동영상을 찍은 것이었다.동영상은 아직도 그의 손에 있었다.그 대학생은 이제 곧 27살쯤일 것이었다. 낮에는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했고 밤에는 정부인만의 장난감으로 일했다. 그런 일이 있었지만 지금도 그 대학생은 여전히 그녀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거리에 있는 네온 빛이 조은혁에게 비쳐서 반짝반짝했다.결국 정연후가 나서서 심지철 어르신을 상대했다.어르신은 정연후를 상대해야 했기 때문에 조은혁에게 쓰는 화력이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JH 그룹은 여전히 버티기 힘들었다. 보름 동안 JH 그룹의 직원들은 거의 매일 밤 늦게까지 야근을 했고 가끔은 밤을 새워가며 검사에 협조하고 회사를 도와 뒷처리를 했다.그리고 조은혁은 거의 매일 밤 접대가 있었다.보름 동안 그가 도박에 잃은 돈은 적어도 1,000억 정도였다.정연후도 어르신을 봐주지 않고 끝까지 싸웠다. 결과적으로 보면 조은혁이 어르신과 죽기 살기로 싸워서 간신히 비겼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양 쪽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둘 다 손해를 볼 것이 뻔했다. 그러나 아무도 손을 떼지 않았다.화창한 봄날,벚꽃 연극단이 B 시에 와서 공연을 하는데 공연표 한 장도 구하기 어려웠다.최민정은 공연표 두 장을 구해서 슬그머니 박연희의 침실로 와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제가 뭘 가져왔는지 맞춰봐요.”하지만 박연희는 전혀 알아맞히지 못했다. 그래서 최민정은 공연표를
“정연후 씨를 모시고 나쁜 일을 하다니.”“정말 조은혁이 지극히 훌륭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저는 그 박아진 씨도 틀림없이 그의 손에 꼬투리가 잡혀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드러낼 수 없는 비밀이 있으니 집에 돌아가서 남편을 설득하여 조은혁을 돕는 거죠.”...마침 조은혁이 이쪽을 바라보았다.박연희는 즉시 고개를 돌려 최민정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저 사람은 원래 독해요.”최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직원 한 명이 들어오더니 손에는 신선한 과일 쟁반을 들고 작은 탁자 위에 물건을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조 대표님께서 두 분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이 외에도 두 분께 드릴 간식이 더 있습니다.”박연희는 거절하고 싶었으나 최민정은 오히려 이를 받아들였다.웨이터가 자리를 뜨자 최민정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거절하는 건 오히려 조은혁의 체면을 세워주는 거예요. 그저 담담하게 행동해서 그가 연희 씨의 진짜 생각을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낫습니다. 그리고 이런 유치한 친절은 우리 심씨 가문 아가씨의 눈에는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것도 알게 해줘요.”“연희 씨, 생각해 봐요. 7만 원어치의 과일 모둠이 당신과 한 번 얘기할 가치가 있을까? 이거 조은혁의 체면을 너무 세워주는 것 아닌가요? 그러니까 우린 그냥 그대로 받고 그대로 놔둬서 서운하게 하는 거예요.”“연희 씨가 싫다고 하면 남자들은... 연희 씨가 말로는 싫다고 하지만 사실은 갖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거든요.”...최민정의 한바탕 말솜씨에 박연희는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되었고 과연 그녀는 최민정의 말대로 과일에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녀들은 연극 관람에 여념이 없다.그러나 맞은편 조은혁의 얼굴은 연극을 볼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조은혁의 심란한 마음과는 달리 벚꽃 연극단의 광팬인 박아진은 가끔 조은혁에게 몇 마디 말을 걸곤 했다. 조은혁 역시 그녀의 말에 대응해 주었지만 눈길은 줄곧 박연희에게만 쏠려 있었다. 그녀는 오늘 밤 연보라색 실크 원피스를 입고 검은 머리를 뒤통
조은혁은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그의 넥타이는 박연희의 가는 손목을 묶고 있었고 그녀는 온몸이 그의 품에 안겨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조은혁이 이미 그녀의 옷의 반쪽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그녀는 더욱 사람을 부를 면목이 없었다.그는 그녀의 몸 위에 엎드린 채 달빛을 따라 한 줄기의 빛깔을 띤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한참이 지나 그는 천천히 몸을 숙여 그녀의 품에 기대었다.키가 크고 건장한 몸을 가진 조은혁과 달라 박연희는 가냘프고 작은 덩치를 가졌다. 그렇게 그는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답지 않게 나약함을 보였고 그 나약함은 두려움과 공포감에서 비롯된 것이다.그는 항상 자신이 있었고 박연희가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정말로 그를 떠날 수 없다고 믿었었다. 왜냐하면, 그는 권세가 있으니까. 모든 수단을 다 써서 그녀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으니까.그런데 이젠 모든 것이 그의 예상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심지철이 박연희의 아버지가 된 것이다.심지철로 말하자면 그는 무서울 정도로 강한 존재이다.조은혁은 현재 자신의 모든 적금으로 내기를 건 것이다.지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잃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모든 것을 잃어도... 그의 연희는 여전히 그를 떠날 거라는 것이다.그가 재기했을 때는 이미 오랜 세월이 흐르고 당시 그는 40을 넘겼지만 박연희는 이제 서른도 채 되지 않아 한창 젊을 때였다.그는 그녀의 얇은 어깨 위에 엎드려 거의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미안해.”박연희는 대답하지 않았다.조은혁은 박연희가 여전히 그를 탓하고 있고 용서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윽고 그는 얼굴을 박연희의 목 안으로 옮겨 그녀와 매우 밀착한 상태에서 오뚝한 콧날을 그녀의 섬세한 피부를 받치고 끊임없이 이 몇 글자를 중얼거렸다...조은혁은 박연희에게 말하지 않았다.그와 심지철의 사이는 겉보기에는 비슷한 기량의 싸움 같았지만 사실 심지철이 훨씬 뿌리가 깊고 겉으로도 이미 강노의 끝자락에 이르렀으
한참이 지나서야 조은혁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장소는요?”그러자 심지철은 담담히 웃으며 답했다.“저택으로 하지. 집안의 사적인 일을 사무실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데다 사람이 많으면 쓸데없이 얘기가 많아지니까... 이건 매우 나쁘지.”조은혁이 전화를 끊었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 안은 채 김 비서에게 물었다.“나 망한 거야? 그래?”김 비서는 오랫동안 대답을 하지 않았다.가죽 의자에 기대앉은 조은혁은 김 비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모두 민지희 눈치만 보고 있어. 누가 감히 공공연히 내 편에서 민지희와 싸우겠어? 내 생각에 모두 JH 그룹의 주식이나 몰래 팔고 있겠지.”“괜찮아. 그들이 던진 만큼 난 개인적으로 모두 먹어버릴 테니까.”김 비서는 부당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조은혁은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이며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나는 체면을 잃었어. 그런데 안까지 몽땅 잃을 순 없어. 내가 그 돈을 가지고 뭘 하겠어. JH 그룹의 껍데기는 지켜야지... 청산만 있으면 땔나무가 걱정되진 않지.”김 비서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이렇게 하면 조은혁은 언젠가 결국 파산하고 말 것이다.하지만 조은혁은 이미 마음을 굳혔고 크리스털 재떨이에 담배꽁초를 꽂으며 일어섰다.“난 집에 좀 다녀올게... 회사 일은 네가 알아서 해.”...조은혁은 차를 몰고 별장으로 돌아갔다.저녁 무렵.하늘엔 먹구름이 떠다니고-조은혁의 검은 롤스로이스는 정원에 멈춰 섰다. 그는 저택을 올려다보고 또다시 핸들을 들여다보고 마지막에는 그가 입고 있는 고급 수제 옷을 내려다보았다...이것들은 곧 법원에 의해 압수될 것이다.왜냐하면, 그는 곧 파산할 거니까.그는 이 집이 아까웠다. 이곳은 그가 박연희와 함께 살던 곳이었지만 그 이후로는 단 하나의 추억도 없다...그가 차에서 내릴 때 고용인은 갑자기 돌아온 조은혁을 보고 약간 놀란 눈치였다.“대표님, 왜 돌아오셨어요?”현관을 지나 위층으로 향하던 조은혁이 답했
조은혁은 그저 희미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역사책은 항상 승자가 쓴 것이다.심지철은 지독한 사람으로서 그의 뺨을 한 달 동안이나 호되게 때렸는데 인제 와서 갑자기 단맛을 주었다.아니나 다를까, 심지철의 요구는 그가 박연희와 이혼하는 것이었다. 혜택이라면 북방의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인데 반쯤 죽은 JH 그룹을 회생시키기에는 충분한 제안이었다.조은혁은 그의 말을 자세히 듣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이혼할게요. 하지만 당신이 말한 혜택은 받고 싶지 않습니다. 저 조은혁, 감옥에서 나와 자수성가할 수 있었다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심지철의 눈빛이 횃불처럼 불타올랐다.“자네는 자기가 아직 30대 초반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조은혁은 그의 풍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사실 여기까지 오면서 그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었다. 심지철과 담판을 진행하고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그는 박연희와의 결혼이 장사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녀는 항상 그들의 시작이 속임수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그러니 끝날 땐 좀 더 아름답게 끝내고 싶었다.그는 또 박연희가 심지철의 서재에 자주 찾아오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가 앉는 이 자리가 그녀가 자주 앉는 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생각을 하다 보니 그는 어느새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펴 소파 등을 쓰다듬었다.“경서도 여기 앉는 걸 좋아하더라고.”그 순간, 조은혁은 어루만지던 손가락을 거두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서재 문으로 걸어갔다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심지철을 바라보았다.“그 유리 등, 저에게 줄 수 있습니까?”심지철은 별말 없이 등불을 떼어 그에게 주었다.조은혁은 분홍빛 유리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 부드러운 분홍빛은 마치 어린 소녀의 수줍음과 귀여움을 담고 있는듯했고 유리 등을 만지고 있자니 마치 박연희의 손바닥을 만지는 것 같았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감사를 표했다.큰 몸으로 어둠 속으로 발을 들여놓으니 뒷모습은 적막하기만 했다.심지철은 한동안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