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취한다.불빛에 비친 조은혁의 얼굴에는 걱정과 근심이 가득했다. 그 순간 조은혁은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사실 박연희가 그 사람의 딸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 그리고 사실 자신도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는 생각... 박연희는 원수의 딸이 아니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도 무고한 사람이었다.그때 박연희가 감정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속 시원했으면 지금은 그만큼 마음이 아파 났다.조은혁은 두 손을 들고 박연희를 바라봤다. 조은혁의 눈에는 괴로움이 가득했고 마음에는 비통함이 가득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기뻐하고 슬퍼하고 만나고 또 헤어졌는데 그 모든 건 혼자만의 쇼였던것이다.박연희는 민지희의 딸이었다.이 사실이 조은혁을 고통스롭게 했다. 제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연희가 심씨 가문에 들어가게 되면 조은혁과는 더 이상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었다.심지철의 뜻은 이것이었다.조은혁은 더 이상 의기양양해 보이지 않았다.조은혁이 박연희를 주시해 보면서 가볍게 물었다.“연희야, 우리 계속 만날 수는 없는 거야?”박연희가 손을 뿌리치려 했다.그러나 조은혁이 놓아주지 않았다.조은혁은 박연희의 부드러운 손을 잡고 연희가 아직 자기의 와이프인데 민지희의 딸이 된다고 해서 변하게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조은혁은 손을 놓지 않았다. 놓으려 하지 않았다.그는 박연희를 뚫어져라 쳐다봤고 박연희도 조은혁을 바라보고 있었다.시간이 좀 지나자 박연희가 말했다.“원래부터 당신이랑 끝내려고 했어요.”박연희는 부드러운 말투로 차가운 말을 했다.박연희는 푸른색의 고가 명품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전처럼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러나 박연희는 더 이상 조은혁이 필요 없어다고 했다. 아무런 여념이 없는 말투로 선포하는 듯 했다. 이것이 마지막 엔딩이라고 말이다.조은혁은 뒷걸음질을 쳤다.조은혁의 뒤에는 오래된 월계수가 있었다. 나뭇잎이 불빛을 가렸고 그저 얼마 안 되는 약한 빛이 조은혁의 얼굴에 비춰졌다, 아주 흐릿하게.조은혁은 여
박연희가 고가의 드레스를 바꿔입고 귀중한 액세서리들을 빼고 샴푸를 왕창 써서 스프레이를 겨우 깨끗이 지워냈다. 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실크 잠옷을 걸쳤다.하루 종일 바삐 돌아치고도 박연희는 여전히 자기관리에 충실했다.큰 거울에 머리카락이 어깨에 놓여지고 피부에는 촉촉한 광이 돌았고 부유한 생활로 인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아해 보였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흩날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박연희는 신경 쓰지 않았다.박연희는 꼼꼼히 스킨케어를 하고 클래식 음악을 틀고 있었다. 이렇게 적막한 밤을 만끽하고 있었다.창문이 누군가에 의해 열려졌다.창문 밖에는 조은혁이 있었다. 윤곽이 뚜렷한 얼굴은 밤하늘에 의해 더욱더 선명해졌고 검은 머리카락은 바람에 흩날렸다. 그 두 눈은 박연희를 쳐다보고 있었다.박연희가 조은혁을 바라봤다.의자에 등을 기대어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박연희는 조은혁이 무슨 짓을 할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좀 지나고 조은혁이 말했다.“축하한다고 말해야 하나, 와이프.”조은혁이 박연희 안방에 들어왔다.창문을 닫고는 박연희의 앞에 걸어와 박연희가 반응하지 못한 틈에 가는 손목을 쥐었다. 허리를 감싼 채 폭신한 소파에 같이 누웠다.조은혁의 몸에서 술 냄새가 났다.그러나 조은혁의 눈빛은 아주 또렷했다. 박연희를 쳐다보는 그 눈에는 갈망, 욕구가 가득했고 조은혁은 욕구대로 했다.먼저 박연희의 목에 키스했다.그리고는 몸을 어루만졌다.다른 사람을 불러오지 않게 하려고 박연희의 입을 손으로 막았고 조은혁의 거친 손길에 박연희는 세게 저항했다.몸에 있는 실크 잠옷은 다 풀어져 있었다.조은혁은 눈이 빨개 났다.그러고는 박연희의 몸을 마음껏 만져댔다.박연희는 크게 숨을 쉬고 있었다. 조은혁의 행동에 대한 불쾌한 감정으로 인해 세게 저항을 했다. 박연희는 조은혁이 싫었다.박연희의 몸도 조은혁을 거부했다.조은혁이 행동을 멈추고 박연희를 쳐다봤다. 조은혁이 욕을 하고는 더 이상 하지 않고 몸을 박연희에게 더 가까이하고는 그녀의 귀 옆에 얼굴을
박연희는 여전히 소파에 누워 있었으나 그녀의 몸은 여전히 나른해 났다.그녀가 말했다.“안 돼요.”달빛이 호수마냥 고요했다.그들의 상황은 이미 달라졌다.조은혁이 떠난 후 바에 가서 술을 진탕 마셨다. 여기에 매니저가 조은혁과 친했다. 매니저도 뉴스를 보고 와이프가 신씨 가문의 아가씨가 됐고 돌아가지 않게 된 것을 알게 됐다.매니저도 사람을 안타까워할 줄 알았다.그는 조은혁의 곁에 가서 위로하며 눈치를 줬다. 문 앞에 있는 여자애들을 들어오게 말이다.“금방 졸업해서 아직 일자리를 못 찾아서 여기서 임시로 일하는 애들이에요. 다 깨끗한 애들이라니까요.”조은혁은 흥미가 생길지 않았다. 손사래를 치고 나가라고 하면서 고개를 든 순간 멈칫했다.그 여자애는 20대 초반의 박연희 같았다.사실 박연희도 겨우 25살이다. 하지만 결혼한 후 출산하고 예전처럼 여리지 않았고 단정해져 부끄러워하는 그런 모습은 사라졌다.조은혁이 소파에 기대어 앉아 말했다.“저 애 보고 들어오라고 하세요.”매니저가 웃었다.남자라면 이런 유혹을 참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똑같게 생긴 얼굴에 더 어린 몸, 그것도 깨끗한 여자애를 어느 남자가 싫어하겠는가.여자애가 걸어 들어왔다.매니저가 당부했다.“잘 모셔드려.”여자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기 전에 매니저가 조은혁이 뭘 하고 싶다고 하든 간에 반항해서는 안 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매니저가 고객은 돈을 내고 기쁨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니, 얼굴을 찌푸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룸의 문이 닫혔다.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애의 다리는 길고 가늘었다. 여자애는 무서워 났다.조은혁이 소파에 기대여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고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삼키기라도 할듯한 눈빛으로 말이다.여자애는 조은혁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조은혁의 옆에 무릎을 뀷은 채 술을 따랐다.여자애의 하얀 손으로 술잔을 조은혁의 입 옆에 갔다 댔다.그녀는 처음으로 남자를 모시는 것이었다.조은혁이 움직이지 않고
조은혁은 소파에 누웠다. 그날따라 두통이 너무 심한 듯했다.그녀가 다가가 문을 열자 문밖에 있는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김 비서였다.김 비서가 그녀를 쓱 쳐다보았다.그녀는 생김새가 박연희를 많이 닮았다. 김 비서는 한눈에 조은혁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김 비서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지만 겉으로는 꾹 참고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다.그녀는 그 술병들을 피해 조은혁 곁으로 가서 입을 열었다.“조 대표님, 당장 회사로 가셔야 해요. 큰일 나셨어요!”조은혁은 손등으로 눈을 가렸다.“민지희 씨가 손을 댔어?”김 비서는 한 마디로 다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심지철 어르신의 인맥이 어떠신지 잘 아시잖아요. 다른 건 그렇다 쳐도 전에 말해뒀었던 프로젝트들도 다 물거품으로 됐어요. 게다가 우리가 뭐라고 말할 수도 없고요. 심지철 어르신은 일 처리를 잘하셔서 아무런 약점도 저희 손에 들어오지 않았어요.”“늙은 여우 같으니, 하루도 못 기다리고.”조은혁은 이렇게 말하고 일어났다.그는 손으로 머리를 툭툭 털면서 셔츠 단추를 채우고는 급히 떠났다. 그러면서도 떠날 때 1억 원짜리 수표 한 장 주는 걸 잊지 않았다. 이건 클럽의 규칙이었다.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아가씨와 밤을 보내기만 하면 돈을 지불해야 했다.그는 걸으면서 김 비서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김 비서가 그의 말을 끊었다.“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대표님은 여자와 잠자리를 가지고 싶으세요?”“안 잤어!”“안 잤는데 왜 수표를 뿌리세요!”“...”아래층으로 내려가 그는 캠핑카의 뒷좌석에 앉았다. 뒷좌석에는 깨끗한 옷이 있었다.그가 손을 뻗어 버튼을 누르자 가림막이 솟아올랐다.조은혁이 옷을 갈아입는 동안 김 비서는 말을 이어 나갔다.“그 몇 가지 프로젝트 말고도 위에서 검찰팀을 만들어서 JH 그룹에 대한 조사를 한다고 들었어요. 대표님, 어르신은 번개 같은 기세로 쳐들어오고 있어요.”조은혁도 바보가 아니었다.그도 김 비서의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
차가 점차 멀어지자 김 비서는 조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하룻밤 사이에 2,000만 원을 땄으니 기분이 좋으시겠어요, 정부인님.”조은혁은 어두운 밤거리에 서 있었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연한 연기가 서서히 피어올랐다.“도와주지 않을 거였으면 이 2,000만 원을 가지지 않았겠지.”사실 조은혁은 김 비서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는 정연후와 한 배를 타기 위해 정 부인을 함정에 빠뜨린 적이 있었는데 아주 잘생긴 젊은 대학생이 정 부인의 침대에 올라간 동영상을 찍은 것이었다.동영상은 아직도 그의 손에 있었다.그 대학생은 이제 곧 27살쯤일 것이었다. 낮에는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했고 밤에는 정부인만의 장난감으로 일했다. 그런 일이 있었지만 지금도 그 대학생은 여전히 그녀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거리에 있는 네온 빛이 조은혁에게 비쳐서 반짝반짝했다.결국 정연후가 나서서 심지철 어르신을 상대했다.어르신은 정연후를 상대해야 했기 때문에 조은혁에게 쓰는 화력이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JH 그룹은 여전히 버티기 힘들었다. 보름 동안 JH 그룹의 직원들은 거의 매일 밤 늦게까지 야근을 했고 가끔은 밤을 새워가며 검사에 협조하고 회사를 도와 뒷처리를 했다.그리고 조은혁은 거의 매일 밤 접대가 있었다.보름 동안 그가 도박에 잃은 돈은 적어도 1,000억 정도였다.정연후도 어르신을 봐주지 않고 끝까지 싸웠다. 결과적으로 보면 조은혁이 어르신과 죽기 살기로 싸워서 간신히 비겼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양 쪽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둘 다 손해를 볼 것이 뻔했다. 그러나 아무도 손을 떼지 않았다.화창한 봄날,벚꽃 연극단이 B 시에 와서 공연을 하는데 공연표 한 장도 구하기 어려웠다.최민정은 공연표 두 장을 구해서 슬그머니 박연희의 침실로 와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제가 뭘 가져왔는지 맞춰봐요.”하지만 박연희는 전혀 알아맞히지 못했다. 그래서 최민정은 공연표를
“정연후 씨를 모시고 나쁜 일을 하다니.”“정말 조은혁이 지극히 훌륭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저는 그 박아진 씨도 틀림없이 그의 손에 꼬투리가 잡혀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드러낼 수 없는 비밀이 있으니 집에 돌아가서 남편을 설득하여 조은혁을 돕는 거죠.”...마침 조은혁이 이쪽을 바라보았다.박연희는 즉시 고개를 돌려 최민정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저 사람은 원래 독해요.”최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직원 한 명이 들어오더니 손에는 신선한 과일 쟁반을 들고 작은 탁자 위에 물건을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조 대표님께서 두 분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이 외에도 두 분께 드릴 간식이 더 있습니다.”박연희는 거절하고 싶었으나 최민정은 오히려 이를 받아들였다.웨이터가 자리를 뜨자 최민정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거절하는 건 오히려 조은혁의 체면을 세워주는 거예요. 그저 담담하게 행동해서 그가 연희 씨의 진짜 생각을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낫습니다. 그리고 이런 유치한 친절은 우리 심씨 가문 아가씨의 눈에는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것도 알게 해줘요.”“연희 씨, 생각해 봐요. 7만 원어치의 과일 모둠이 당신과 한 번 얘기할 가치가 있을까? 이거 조은혁의 체면을 너무 세워주는 것 아닌가요? 그러니까 우린 그냥 그대로 받고 그대로 놔둬서 서운하게 하는 거예요.”“연희 씨가 싫다고 하면 남자들은... 연희 씨가 말로는 싫다고 하지만 사실은 갖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거든요.”...최민정의 한바탕 말솜씨에 박연희는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되었고 과연 그녀는 최민정의 말대로 과일에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녀들은 연극 관람에 여념이 없다.그러나 맞은편 조은혁의 얼굴은 연극을 볼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조은혁의 심란한 마음과는 달리 벚꽃 연극단의 광팬인 박아진은 가끔 조은혁에게 몇 마디 말을 걸곤 했다. 조은혁 역시 그녀의 말에 대응해 주었지만 눈길은 줄곧 박연희에게만 쏠려 있었다. 그녀는 오늘 밤 연보라색 실크 원피스를 입고 검은 머리를 뒤통
조은혁은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그의 넥타이는 박연희의 가는 손목을 묶고 있었고 그녀는 온몸이 그의 품에 안겨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조은혁이 이미 그녀의 옷의 반쪽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그녀는 더욱 사람을 부를 면목이 없었다.그는 그녀의 몸 위에 엎드린 채 달빛을 따라 한 줄기의 빛깔을 띤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한참이 지나 그는 천천히 몸을 숙여 그녀의 품에 기대었다.키가 크고 건장한 몸을 가진 조은혁과 달라 박연희는 가냘프고 작은 덩치를 가졌다. 그렇게 그는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답지 않게 나약함을 보였고 그 나약함은 두려움과 공포감에서 비롯된 것이다.그는 항상 자신이 있었고 박연희가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정말로 그를 떠날 수 없다고 믿었었다. 왜냐하면, 그는 권세가 있으니까. 모든 수단을 다 써서 그녀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으니까.그런데 이젠 모든 것이 그의 예상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심지철이 박연희의 아버지가 된 것이다.심지철로 말하자면 그는 무서울 정도로 강한 존재이다.조은혁은 현재 자신의 모든 적금으로 내기를 건 것이다.지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잃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모든 것을 잃어도... 그의 연희는 여전히 그를 떠날 거라는 것이다.그가 재기했을 때는 이미 오랜 세월이 흐르고 당시 그는 40을 넘겼지만 박연희는 이제 서른도 채 되지 않아 한창 젊을 때였다.그는 그녀의 얇은 어깨 위에 엎드려 거의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미안해.”박연희는 대답하지 않았다.조은혁은 박연희가 여전히 그를 탓하고 있고 용서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윽고 그는 얼굴을 박연희의 목 안으로 옮겨 그녀와 매우 밀착한 상태에서 오뚝한 콧날을 그녀의 섬세한 피부를 받치고 끊임없이 이 몇 글자를 중얼거렸다...조은혁은 박연희에게 말하지 않았다.그와 심지철의 사이는 겉보기에는 비슷한 기량의 싸움 같았지만 사실 심지철이 훨씬 뿌리가 깊고 겉으로도 이미 강노의 끝자락에 이르렀으
한참이 지나서야 조은혁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장소는요?”그러자 심지철은 담담히 웃으며 답했다.“저택으로 하지. 집안의 사적인 일을 사무실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데다 사람이 많으면 쓸데없이 얘기가 많아지니까... 이건 매우 나쁘지.”조은혁이 전화를 끊었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 안은 채 김 비서에게 물었다.“나 망한 거야? 그래?”김 비서는 오랫동안 대답을 하지 않았다.가죽 의자에 기대앉은 조은혁은 김 비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모두 민지희 눈치만 보고 있어. 누가 감히 공공연히 내 편에서 민지희와 싸우겠어? 내 생각에 모두 JH 그룹의 주식이나 몰래 팔고 있겠지.”“괜찮아. 그들이 던진 만큼 난 개인적으로 모두 먹어버릴 테니까.”김 비서는 부당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조은혁은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이며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나는 체면을 잃었어. 그런데 안까지 몽땅 잃을 순 없어. 내가 그 돈을 가지고 뭘 하겠어. JH 그룹의 껍데기는 지켜야지... 청산만 있으면 땔나무가 걱정되진 않지.”김 비서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이렇게 하면 조은혁은 언젠가 결국 파산하고 말 것이다.하지만 조은혁은 이미 마음을 굳혔고 크리스털 재떨이에 담배꽁초를 꽂으며 일어섰다.“난 집에 좀 다녀올게... 회사 일은 네가 알아서 해.”...조은혁은 차를 몰고 별장으로 돌아갔다.저녁 무렵.하늘엔 먹구름이 떠다니고-조은혁의 검은 롤스로이스는 정원에 멈춰 섰다. 그는 저택을 올려다보고 또다시 핸들을 들여다보고 마지막에는 그가 입고 있는 고급 수제 옷을 내려다보았다...이것들은 곧 법원에 의해 압수될 것이다.왜냐하면, 그는 곧 파산할 거니까.그는 이 집이 아까웠다. 이곳은 그가 박연희와 함께 살던 곳이었지만 그 이후로는 단 하나의 추억도 없다...그가 차에서 내릴 때 고용인은 갑자기 돌아온 조은혁을 보고 약간 놀란 눈치였다.“대표님, 왜 돌아오셨어요?”현관을 지나 위층으로 향하던 조은혁이 답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