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조은서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유선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예쁜 얼굴을 코트에 묻고 있었다.그녀의 잘록한 허리에 남자의 강인한 두 팔이 넝쿨처럼 감겨 있었다.그녀의 눈물에 그의 셔츠가 촉촉하게 젖어갔지만 그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그저 조은서를 더 꽉 끌어안을 뿐이었다.두 사람이 이렇게 서로를 안는 것은 너무 오랜만에 일어난 일이었다.밝은 태양 아래서 서로를 안은 지 너무 오래되었고 아무도 없는 밤에 서로를 끌어안는다고 해도 그건 고통으로 가득찼다.그때의 심정으로는 마치 내일이 없는 듯싶었다.유선우가 고개를 내려 품에 안긴 여인을 바라보았다.그가 잠긴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은서야, 내 곁으로 돌아와 줘."하지만 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를 더욱 끌어안는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그녀는 소리 없이 크게 울었다.너무 오랜 시간 동안 그녀는 유선우가 이대로 무너지지는 않을까 걱정했다.하지만 결국 그는 모든 걸 털어내고 일어섰고, 지금 조은서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유선우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온몸을 떨고 있었다.조은서는 아직 유선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이토록 완전한 유선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밝은 태양 아래 조은서가 그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지금 그들은 이혼한 부부도 아니고, 두 아이의 부모도 아니고, 그저 다시 예전의 18살 때로 돌아간 듯싶었다.그는 그녀에게 못되게 굴었고 자신을 좋아하지 말라고 했었다.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녀를 끌어안으며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부드럽게 말하고 있었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조은서는 겨우 평온을 찾았다.그녀는 붉어진 코와 떨리는 입술을 한 채 여전히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우 씨, 나는 더 이상 사랑할 자신이 없어요. 선우 씨 이제 다 나았으니까, 그러니까 다른..."그때 그녀의 허리에 감긴 팔이
유선우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은서를 자기 품에 끌어 않았다. 그녀의 세상이 자신의 냄새로 가득 찰 수 있게.한참 뒤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은서야, 그럼 내가 다시 너를 꼬셔볼게. 네가 내 곁으로 돌아와서 나랑 결혼하고 싶어질 수 있게."…유문호와 두 아이들, 그리고 다른 도우미들은 유선우의 건강이 회복된 걸 진작에 알고 있었다.좋은 일이 일어난 걸 축하하기 위해 오찬은 다른 때보다 더 풍성하고 뜻깊었다.점심을 다 먹은 후 유문호는 핑계를 대며 자리를 빠져나갔다.조은서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무언가 생각하는 듯싶다가 주방으로 가 물 한 병을 꺼내려고 했다.냉장고 문을 열기 무섭게 한 남자가 그녀 대신 물을 꺼내 줬다.조은서가 고개를 들어 유선우를 바라보았고 그 또한 뭔가 생각을 하는 듯싶었다."무슨 생각 해?"조은서는 그와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았기에 고개를 가로 적었다."아무 생각 안 해요."말을 끝마친 뒤 그녀가 가려고 하자 유선우는 그녀의 팔을 잡아 자기 쪽으로 천천히 끌어당겼다. 주방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었기에 그 이상의 스킨십은 하지 않았다."지금 우리 사이가 서로 속 터놓고 얘기할 사이는 아니지 않아요?"조은서가 쏘아붙였다."지금 우리 사이는 그냥 애들 얘기만 할 수 있는 사이죠.""그럼 몸의 대화는?"유선우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노골적으로 말을 뱉었다.그가 일부러 이런 말을 한다는 걸 알면서도 조은서는 얼굴을 붉혔다.그녀가 유선우의 손에서 페트병을 빼앗고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아주머니더러 애들 짐 좀 싸달라고 하세요. 애들 데리고 돌아갈 거예요."유선우가 미간을 찌푸렸다."이렇게 빨리? 며칠밖에 안 있었는데?"그는 조은서와 아이들과 더 오랫동안 같이 있고 싶었기에 그녀를 붙잡았다."이제 며칠만 지나면 설이잖아. 은서야, 여기서 같이 설 쇠자. 어머님도 모셔 올게."조은서가 천천히 페트병의 뚜껑을 닫으며 거절했다."그건 아닌 것 같
심정희는 삼 일 동안 입원해 있었고 그녀가 퇴원하는 날은 마침 섣달그믐날이었는데 눈이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심정희가 차에 올라타 자책했다. "늙으면 쓸모 없다더니 너한테 폐나 끼치고. 은서야, 나 생각해 봤는데, 이제 이준이까지 다 크면 나는 그냥 요양원에 가서 지내려고. 거기 내 동년배들도 많을 거고 친구도 생길 거야.""어머니, 제가 어떻게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낼 수 있겠어요?"조은서가 차를 몰며 부드럽게 말했다."예전에 저도 너무 바빠서 어머니랑 같이 시간을 못 보냈어요. 이제 선우 씨도 건강해졌고 애들 돌볼 수 있으니까 저는 어머니랑 여기저기 나가서 좀 다녀보려고요."심정희는 한참 동안 친목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우도 몸이 금방 괜찮아졌으니까 지금은 너랑 아이들한테만 정신을 쏟을 거야. 하지만 남자는 그렇다? 너한테서 얻을 걸 다 얻지 못했다고 생각이 되면 밖에 나가서 다른 여자를 찾기 마련이야. 은서야, 내가 선우 편드는 건 아닌데 그래도 걔가 널 좋아한다는 건 나도 알 수 있어. 둘이 서로 그렇게 잊지 못하는데 그냥 같이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조은서는 이제 31살이고 유선우도 35살이었다.둘 다 적지 않은 나이였고 같이 많은 일을 겪어 왔기에 심정희는 내심 두 사람이 잘 됐으면 하고 있었다.조은서도 많은 부부들이 아이들 때문에 계속 같이 지낸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 때문에 유선우를 봐준 적이 없었다.그녀가 유선우의 곁으로 돌아갔을 때도 그저 그를 사랑했기 때문이었고, 그의 곁을 떠날 때도 그를 예전만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유선우에게서 전화가 왔다.조은서가 전화를 받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선우 씨, 저 내일 아이들 데리러 갈게요. 오늘은 그냥 거기서 그믐날 밤 보내도록 해요. 괜찮죠?"설이었지만 그녀는 아직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기에 차라리 유선우 쪽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조은서는 순간 멈칫했다.그때 심정희가 지팡이를 짚고 가까이 다가오며 물건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말했다."다 수입품들이고 우리 집에서 자주 사용하는 브랜드들이야. 선우가 마음 꽤 썼네."그러자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여사님 말씀이 맞으세요. 대표님께서 직접 전화하셔서 저희도 가장 좋은 물건들로 골라서 바로 오는 길입니다. 해산물과 육류는 이미 다 손질 해놔서 바로 조리해서 드시면 돼요. 다른 물건들도 전부 최상급 물건 들입니다."조은서는 물건들을 거절하지 않고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그들에게 작은 돈봉투를 설 선물로 주었다.책임자가 두툼한 돈봉투를 확인하더니 기쁘게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그리고 사모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백년가약 하세요."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트럭이 떠나고 별장에 있는 도우미들이 물건들을 옮기며 바쁘게 움직였다.조은서는 그들에게도 돈봉투를 쥐여주었다.한 사람당 400 만 원씩 되는 돈봉투를 받은 그들은 더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조은서는 심정희를 부축해 집 안으로 들어간 뒤 다시 나와서 트렁크에서 짐을 꺼냈다.계단을 올라갈 때 꽤 쌓인 눈이 그녀의 신발에 밝히며 뽀득뽀득하는 소리를 냈다.봄이라도 온 듯 집안은 따뜻했고 도우미들이 꽃과 과일을 장식해 놓으며 하하 호호 웃었다."대표님이 고르신 꽃은 역시 뭔가 다르다니까요. 냄새도 그렇고 색깔도 다른 것들과는 비교가 안 돼요. 사모님, 예쁜 꽃들로 골라서 침실에 놓아둘게요."조은서는 유선우가 준 꽃을 침실에 두기 꺼려졌기에 그 제안을 거절했다.그녀는 위층에서 담요를 하나 가져와 심정희의 무릎에 덮어줬다.심정희가 부드럽게 말했다."선우가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데, 진짜 잘해 볼 마음 없어?"조은서가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어머니, 그한테 조금이라도 마음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지금 당장은 잘해 보고 싶지 않아요. 예전에도 충동에 휩싸여서 같이 있기로 결정했는데 선우 씨는 항상 저를 실망
그리고 유선우의 목소리를 들으니 자연스럽게 조은혁의 생각이 나기도 했다.그녀가 핸드폰을 조은서에게 돌려줬다.조은서가 유선우에게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서야, 새해 복 많이 받아."순간 조은서가 멈칫했다.두 사람이 알고 지낸 이래 올해 설이 아마 가장 기쁜 설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순간 기쁜 감정과 슬픈 감정이 동시에 몰려오며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선우 씨도 새해 복 많이 받아요."두 사람 중 누구도 먼저 전화를 끊지 않았고 그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상대방의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부드러운 숨소리가 마치 귀 옆에서 들려오는 듯싶었다.조은서는 귀가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심정희에게 그걸 들키기 싫어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심정희가 멍을 때리는 걸 발견하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어머니, 지금 아빠 생각하시는 거예요?"하지만 심정희는 그녀의 예상을 벗어났다."아까 선우 목소리 들으니까 네 오빠 생각이 나서 말이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네. 은혁이랑 그 여자애는 지금 어때?"조은서는 심정희에게 하인우의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오빠가 박연희를 씨를 데려온 후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하인우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 편이 좋았다.조은서는 그녀에게 일부분의 사실만을 알려줬다."연희 씨 지금 임신 6개월 차에요. 지금 당장 귀국하기는 어려울 거예요."조은서의 위안에도 심정희는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집안에 아이가 더 생기는 일이니 나도 기뻐. 그리고 너의 엄마 아빠도 기뻐하실 거야. 근데 박연희 씨의 아이라니... 은서야, 만약 언젠가 은혁이가 그 여자를 데리고 오면 나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 잘 대해 줘야 하는지, 그러면 안 되는 건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조은서도 마음이 복잡했기에 그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그건 나중에 생각해요. 근데 박연희 씨도 사실 아무런 잘못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굳
별장은 따뜻했고 도우미들도 전부 나이 든 여성들이었기에 조은서는 가벼운 차림으로 내려갔다.하지만 그녀는 유선우가 두 아이를 데리고 와 있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여의사 한 명을 데려왔는데 의사는 심정희에게 추나를 해 주고 있었다.그리고 그녀의 약을 한약으로 바꿔줬는데 심 정희는 그 약이 먹기 훨씬 더 편하다고 얘기하고 있었다.유선우는 그 옆에 서 있었는데 새해라 그런지 복장이 격식을 갖추고 있었다.새하얀 셔츠 위에 장인이 직접 만든 쓰리피스 정장을 입고 있었고 그 위에는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햇빛 아래 그의 이목구비가 더욱 근사하게 드러났고 약간 올라간 눈썹은 성인 남자의 위험한 분위기를 풍겼다.계단 쪽에서 소리가 들려오자 유선우는 고개를 들었고 마침 내려오는 조은서를 발견했다.흰색 실크 잠옷은 그녀의 몸매를 다 가리지 못한 채 실루엣을 언뜻 비추었다.익숙해 마지않는 그녀의 몸을 본 유선우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계단 두 개를 사이 둔 조은서가 옷을 갈아입으러 올라가려고 할 때 유선우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옆으로 끌어당기며 그녀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새해 선물이야?"조은서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이안이랑 이준이는요?"유선우는 그녀의 몸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대충 대답했다."임 기사님이랑 밖에서 눈사람 만들고 있어."조은서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심정희에게 아침 인사를 올리고 위층으로 옷을 갈아입으러 올라갔다.유선우는 그녀를 따라가지 않았고 그저 자리에 선 채 의사와 심정희의 병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심정희는 그런 유선우를 보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약을 바꾸니까 훨씬 나아. 사실 그렇게 심하게 다친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그러자 유선우가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집안 어르신인데, 제가 신경 써야죠."그 말에 심정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잠시 후, 조은서가 식당으로 내려왔고 유이안이 조은서에게 달려들더니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도우미가 뜨거운 물 한 바가지를 받아오자 조은서는 거기에 발을 담그면 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소파에 늘어지게 누워 책을 펼쳐 보고 있었다.유선우는 그 옆에 앉아 있다가 그녀의 발이 꼼지락거리자 그 발을 낚아챘다.조은서가 발을 빼내려고 했지만 결국 빼 내지 못하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선우 씨."그는 그녀의 발을 씻겨주고 있었다.유선우가 고개를 들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더니 발을 닦아 자신의 품으로 가져갔다.양말을 새하얀 발에 신겨 주고 있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야릇했다.조은서가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유성우가 그런 그녀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느껴?"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조은서는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라 그를 발로 차 버렸다."놔요, 이 변태."유선우가 그녀의 발을 놓아주며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청첩장을 집어 들었다.청첩장은 임도영에게서 온 것이었다.조은서는 유선우가 그녀를 놀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유선우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전 남자친구가 결혼하니까 기분이 많이 안 좋은가 봐?"조은서가 청첩장을 뺏어오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 아니에요."유선우는 너그럽게 더 이상 그녀를 놀리지 않았다."나도 받았는데, 같이 갈까?"조은서는 소파에 웅크리고 누운 채 자신의 허리까지 오는 장발을 만지며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우리라뇨? 선우 씨는 선우 씨고 저는 저죠. 그렇게 친밀하게 부르지 마세요."유선우는 소파에 앉아 그녀가 보던 책을 아무렇게나 넘겼다.그러다가 한참 후 가볍게 말했다."발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느낌이 오게 만들 수 있는데, 이래도 너는 너고 나는 나야?"조은서가 글을 내보내려고 하자 유선우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나 진짜로 가?"어찌 됐든 그는 그녀를 좋아했고, 지금 두 사람 외에 다른 사람도 없었고, 아까 약간 애매한 분위기도 있었기에 유선우는 지금 당장 그녀에게 키스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때 유이안이 밖에서 들어왔다.유이안은 한바탕 즐겁게 놀았는지 온몸에 눈
조은서의 시선은 곧바로 유선우의 다리에 머물게 되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눈 오는 날에는 혼자 운전하지 마세요. 제가 기사님한테 데려다주라고 할게요.”그러자 유선우는 눈빛을 번뜩이며 조은서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나 걱정해 주는 거야?”원래도 잘생긴 얼굴에 매력적인 눈빛까지 띠니 무릇 여자라면 이를 감당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물론 조은서도 예외는 아니다.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담담할 뿐 그 어떤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선우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러죠. 그러니까 선우 씨, 혼자 김칫국 마시지 말아요.”혼자만의 착각인지 아닌지는 유선우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조은서는 그를 사랑한다.하여 유선우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대로 조은서를 차에 끌고 들어가 자신의 품 안에 가둔 채 문을 쾅 닫아버렸다...바깥에는 흰 가랑눈이 보슬보슬 흩날리고 있다.따뜻하고 편안한 차 안, 좁고 좁은 공간에서는 유선우의 옅은 담배 냄새가 풍겼고 조은서는 약간 부끄러운 자세로 엎드려 있어야 했다.유선우는 조은서를 자신의 검은 눈동자에 가둔 채 곧바로 손을 뻗어 그녀의 몸을 눌렀다.그렇게 의자가 뒤로 젖혀지고...두 사람의 몸은 어느새 바짝 밀착되어 있었고 옷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끊임없이 흔들리는 리듬에 호흡도 흐트러지고 말았다. 이제 성인인 몸이니 약간의 스킨쉽만으로도 남모를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하물며 수없이 많은 관계를 맺은 사이는 더했다.“선우 씨, 이거 놔요!”조은서는 당연히 유선우의 스킨쉽을 원하지 않았고 그의 품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선우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있으니 몸부림칠수록 그녀의 꼴은 더욱 엉망이 되어갔다...나중에는 유선우에게 남자로서의 반응이 생겼다는 것마저 느낄 수 있었다.조은서는 더 이상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녀는 그의 품에 엎드린 채 물기가 어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인제 그만 나를 놓아줘요. 선우 씨, 이게 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