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의 말에 순간 화가 난 유선우는 피식 냉소를 터뜨렸다.“난 매 순간 다 필요한데.”조은서는 외투를 껴입고는 차에서 내리며 차 문에 기댄 채 유선우의 각진 옆모습을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그건 병이니까 제때 병원에 가보세요.”혹여나 휘말려 들까 봐 조은서는 곧바로 운전기사를 불렀다.조은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선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고 유선우도 차를 빼지 않았다.짓궂은 장난이었을 뿐 유선우는 조은서의 의사를 매우 존중한다. 그는 운전기사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장소를 옮기며 바깥에 서 있는 조은서에게 말을 덧붙였다.“사모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조은서는 그를 힐끗 곁눈질하고는 곧바로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하지만 단호한 움직임과는 달리 몸을 돌리던 그 순간, 그녀의 마음속 가장 여린 부분이 살며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안으로 들어가니 심정희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기사님을 부른 거야?”조은서는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리며 아무래도 좀 찔리는지 낮은 소리로 얼버무렸다.심정희 역시 다 겪어봤기에 금세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는 싱긋 웃어 보였다.“강인한 여자가 결국 남자의 사랑을 가장 무서워하는 셈이지.”...유선우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10시가 다 되어갔다.뜻밖에도 정원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고급 캠핑카 한 대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 차는 바로 함은숙이 타고 다니던 그 차였다.유선우는 한참 동안 그 차를 바라보더니 이내 홀 안으로 들어갔다.아니나 다를까, 함은숙이 식당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식탁 위에는 16개의 반찬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한 젓가락도 손을 대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식탁 앞에 앉아 그 반찬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오랫동안 그를 기다린듯하다.그때, 발걸음 소리를 듣고 함은숙이 문 쪽을 바라보았다.유선우는 코트를 벗어 고용인에게 맡기고 신발을 갈아 신은 뒤, 함은숙에게 다가가 물었다.“어떻게 왔어요?”가까이서 보니 함은숙의 안색은 매우 초췌했다.함은숙은
함은숙은 조은서가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러나 조은서는 매우 너그럽게 그녀를 대해주며 그녀를 감옥에 보내지 않았다... 아마도 행복하게 지냈던 과거를 보아 그녀에게 별다른 벌은 내리지 않은 모양이다.늦은 밤, 호화로운 캠핑카 안에서 함은숙은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같은 시각, 유선우는 계단 위에 서서 조용히 그 차를 바라보았다. 한참이 지나도 떠나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 함은숙이 눈물을 흘리고 있으리라 추측했다. 하지만 그는 위로하러 가지 않았다...다시 집으로 돌아온 유선우가 생각에 잠겼다. 누구에게나 마음에 품고 있는 상처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사람이 치유할 수 없는 것이다....설 연휴 두 번째 날, 유선우는 유문호를 보러 갔다.새해지만 유문호의 몸은 좋지 않은 것 같다.유선우는 빨간 벽돌의 작은 양옥 아래에 차를 세우고 차에 앉아 담배를 피운 후에야 물건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이 아파트는 유선우가 산 것인데 부지도 괜찮고 면적도 40평으로 적당한 크기였다.유문호의 집 앞에 도착하고 문을 두드렸다.그러나 뜻밖에도 문을 열어준 사람은 유문호가 아니었다. 그 사람은 유선우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작은이모?”허문혜, 그러니까 함은숙의 친동생이다.그때, 앞치마를 두르고 자애롭고 얌전한 모습을 한 허문혜가 유선우를 보고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표정을 풀며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어머. 선우 왔어?”“문호 오빠, 선우 왔어!”그녀는 유선우를 반갑게 맞아주고 실내화도 가져다주었다. 한편, 유선우는 세심하게 허문혜의 발에 여성용 슬리퍼가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보기에 매우 깨끗한 것으로 보아 최근에 새로 산 것 같다.허문혜를 바라보는 유선우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이모, 안녕하세요.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유선우와 눈이 마주친 허문혜는 유문호의 눈을 쏙 빼닮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흠칫하더니 이내 싱긋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다 한 가족인데 실례라니
허문혜는 물끄러미 유문호를 바라보았다.함은숙의 정교함에 비해 늠름한 기색을 더한 허문혜는 또 다른 미를 가지고 있었다.“선우가 기분 나빠할까 봐, 언니가 기분 나빠할까 봐 그래요?”침묵을 지키던 유문호는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선우는 아마...”허문혜는 단 한 번도 그에게 깊은 애정을 표한 적이 없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마음을 꺼내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선우는 제가 오빠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챘죠. 맞죠?”그러자 유문호는 아연실색하며 안절부절못했다.평생 성실하게 살아온 유문호는 단 한 번도 격식을 벗어나는 일을 한 적이 없었다. 허문혜의 몰아붙이는 말에 그는 뜻밖에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생각한 끝에 결국 그녀를 거절했다.“난 유부남이야. 게다가 문혜야, 난 너한테 그런 마음을 품은 적 없어. 난 그저 널 은숙이의 동생이라고 생각해 왔어.”그러자 허문혜는 깊은 눈빛으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형부, 난 오빠 마음에 내가 없다는 걸 믿지 않아요.”당황한 유문호는 목소리를 낮춰 반박했다.“정말 없다니까. 그러니까 다시는 찾아오지 마. 약은 내가 직접 살게.”허문혜가 계속하여 무슨 말을 덧붙이려 하자 유문호는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지금 그는 비록 함은숙과 별거하고 있지만, 그들은 아직 부부이다. 게다가 허문혜는 그녀의 여동생이니 유문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짐승만도 못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유문호가 다시 집에 돌아왔을 때 유선우는 아직 집에 있었다.그는 소파에 기대어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집안에 들어서는 유문호를 바라보았다... 여자와 싸웠는지 풀이 죽은 기색이다.“이모와 말다툼한 거예요?”유문호는 현관에 서서 입을 딱 벌리고 본능적으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그런 거 아니야. 선우야, 나와 네 이모는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괜한 생각 하지 마.”그러자 유선우는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문혜 이모는 제 작은 이모인데 제가 어떻게
결국, 조은서는 끝까지 그를 거절했다.“선우 씨, 우리는 같이 영화를 볼 사이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앞으로 이런 말 하지 마세요.”그러자 유선우가 그녀의 말에 되물었다.“그럼 우리는 무슨 사이인데?”조은서는 대답하기 싫어서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지만, 전화를 끊고 나니 얼굴이 화끈거리며 뜨거워지고 뒤늦게 수치스러움이 몰려왔다... 어쨌든 그들은 어젯밤 유선우의 차 안에서 매우 친밀한 행동을 했었던 사이이기 때문이다.오후가 되니 햇살이 눈 부신 황금빛을 띠며 세상을 비춰주었다.조은서는 2층 서재의 작은 소파에 기대어 책을 보고 있었다. 따스한 햇볕에 온몸이 나른해지고 그녀의 곁에는 이안이와 이준이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약 30분 후, 정원에서 갑자기 자동차 소리가 울렸다.하지만 조은서는 개의치 않았다.잠시 후, 입구의 고용인이 문을 두드리고 방안에 들어왔다.“은서 씨, 유선우 대표님께서 찾아와서 두 아이를 보고 싶다고 하시는데 어떻게...”조은서가 미처 말을 하기도 전에 이안이가 기쁨에 겨워 자리에서 팔짝 뛰었다.“아빠 왔다!”이안이는 혼자 뛰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이준이도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러자 고용인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두 아이가 다시 눈밭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좀 지켜봐 주세요.어젯밤 이안이가 좀 기침하더라고요.”고용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말하고 즉시 계단을 내려갔다.서재 문이 가볍게 닫히고 조은서는 계속해서 책을 뒤적거렸지만, 그녀의 마음은 계속 혼란스러웠다.요즘 유선우에게 바짝 쫓기고 있는 기분이었다.유선우는 조은서가 다시 사모님의 신분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했고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조은서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쉽게 그를 다시 사랑할 수 없었다.지금, 이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아래층 로비에서 두 어린아이가 유선우를 에워싸고 기뻐하며 돈 봉투를 가져갔다. 할머니께서 주셨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안이의 얼굴에는 기쁜 감정이 잔뜩 어려 있었고 심지어
조은서는 김재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미처 어색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선우의 존재를 무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그는 바로 그녀의 옆에 있었고 그녀와 매우 가까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는 남성 애프터셰이브 냄새가 풍겼다.하지만 이를 눈치채지 못한 김재원은 여전히 그녀와 담소를 나누었다.그리고 동시에 유선우에게도 친근하게 대하며 그를 완전히 조은서의 남편으로 바라보았다.유선우는 웨이터가 조은서에게 샴페인을 건네자 자연스럽게 그를 막으며 입을 열었다.“주스로 바꿔주세요.”얼핏 보면 지극히 평범한 행동이지만 사실은 소유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유선우 대표님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전 사모님을 품고 있다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들 모두 유선우가 정말 다시 일어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누군가 속삭였다.“유선우 대표님 건강은 회복되었지만 누군가는 이제 재수가 없어지겠네요.”“그러니까요. 대표님은 당한 건 반드시 갚아야 하는 사람이잖아요.”“2년 동안 감히 대표님의 사람을 건드렸으니 이젠 아마 꽁무니를 빼고 도망갈 일만 남았겠네요...”...그러나 유선우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전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그의 눈은 오직 조은서만 보고 있었다.결혼식이 시작되고 사회자가 다가와 김재원을 불러 대사를 맞추었다. 순간 아무도 말을 하지 않자 지루해진 조은서는 임지혜에게 메시지를 보내 물었다.[왔어?]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임지혜의 답장이 도착했다.[차가 막혀서 조금 늦어질 수도 있어.]조은서는 그제야 안심하고 단상을 응시하며 임도영이 그의 신부와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진심으로 선배 임도영의 행복을 위해 기뻐했다.그때, 식탁보 아래에서 누군가가 그녀의 손을 쥐어 잡았다.유선우였다.그러나 그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표정도 읽을 수 없었다. 조은서 말고는 아무도 가면 뒤에 숨겨진 그의 개인적인 맹랑함을 알 수 없었다. 조은서의 눈빛은 희미한 분노를 띠고 있었지만 그는
그녀는 자신이 미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분명히 헤어졌는데 유선우가 매번 조은서에게 집적거릴 때마다 그녀는 결국 거절하지 못했다... 그녀는 결국 그의 뛰어난 플러팅 기술 속에 빠져들 것이다.조은서는 눈을 들어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정신을 차리도록 일깨워 주었다.그렇게 한참이 지나 화장실을 떠나 이제 연회장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앞쪽 통로에서 남녀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게다가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는 모두 조은서에게 익숙한 목소리였다. 모퉁이에 서서 확인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임지혜와 차준호였다.임지혜는 이곳에서 차준호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에게 있어서 차준호는 사실 아주 오래된 추억이다.그녀는 그를 원망했었다.그러나 반성훈이 나타나 그녀를 구해주었고 지금은 반성훈이 그녀의 곁에 없어도 마음속에는 여전히 반성훈의 사랑이 남아 있다.통로에서 오랜만에 옛 애인을 다시 만난 그들은 이제 모두 젊지 않았다.차준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담배 연기가 스르르 피어오르더니 사방이 희미해지며 서로의 눈길도 흐려졌다.차준호가 먼저 말을 꺼냈다.“요즘은 어떻게 지내?”임지혜는 더 이상 과거의 임지혜가 아니다.과거 임지혜는 차준호의 애인이었다. 아무리 그의 앞에서 발버둥을 쳐도 항상 그보다 한 수 아래였지만 반성훈의 부인이 된 지금은 그녀의 명의로 몇 조에 달하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이제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임지혜는 말없이 차준호를 바라보았다.한참이 지나 임지혜는 가방에서 여성 전용 담배를 꺼내려다 차준호에게 제지당하고 말았다.“넌 여자가 무슨 담배를 피워.”그러자 임지혜는 눈을 들어 그를 빤히 바라보며 피식 가볍게 웃었다. “성훈 씨가 아직 살아있을 때 성훈 씨는 나를 별로 상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성훈 씨는 나에게 한두 개비만 피울 수 있도록 허락했고 많아지면 주지 않았어요. 내가 또 피우려고 하면 아예 나를 침대로 안아갔죠...”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선정적으로 말했다.
차준호는 천천히 다가가 그녀를 등 뒤에서 꼭 껴안았다.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를 품에 안고서 미안하다고 속삭였다... 그들에겐 아직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한참 보고 있던 조은서는 결국 참지 못하고 그들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의 손에 의해 제지당하고 말았다. 그 손은 조은서를 끌어당겨 자신의 뜨거운 품속에 가두어버렸다.유선우였다.유선우는 고개를 숙인 채, 얇은 입술을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저들끼리 해결하게 내버려 둬. 걱정하지 마. 지혜 씨가 손해 볼 일은 없어.”조은서가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아무리 허우적거려도 소용없었다. 하여 그녀는 이를 악물고 으름장을 놓았다.“이거 놔요.”술기운에 얼굴이 뜨거워진 유선우는 그녀의 옆에서 분노가 가득한 작은 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네 운전기사는 이미 돌려보냈어. 난 술을 마셨으니까 네가 내 차를 운전해.”하지만 조은서가 다시 한번 그를 거절하자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지금 밖에 눈이 오는데 내가 운전하면 사고 날지도 몰라...”억지가 따로 없었다.조은서가 다시 한번 발버둥 치자 이번에는 유선우도 순순히 그녀를 풀어주었다. 그러자 조은서는 그를 보며 냉소를 터뜨렸다.“예전에는 당신이 이토록 억지를 부리는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한쪽 벽에 기대어 있어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자 유선우의 잘생긴 얼굴이 더욱 돋보였다.하물며 오늘은 스타일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기에 매력이 흘러넘치는 수준이었다.그는 조은서를 바라보며 입가에는 매혹적인 미소를 머금었다.“그야 예전에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적이 없으니까 너는 나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겠지. 은서야, 남자가 여자를 쫓아다닐 땐 원래 대부분 뻔뻔하게 구는 거야.”조은서는 그의 손에서 외투를 받으며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그래요? 몰랐던 지식이 또 하나 늘었네요.”조은서의 냉담함에도 유선우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녀를 데리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조은서에게 조수석의 차 문을 열
차창에는 작은 눈송이가 몇 개가 붙어 있다.조용히 지켜보던 조은서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올해는 내내 눈이 오네요.”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가벼워 자칫하면 묻힐 수도 있었지만 그 말을 듣게 된 유선우는 운전대를 잡은 채 계속하여 앞길을 주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그러게. 계속 눈이 오네. 은서야, 우린 지금 과거에 가보지 않았던 길을 걷고 하지 못했던 연애를 다시 한번 하는 것 같지 않아?”말을 마친 유선우가 그녀를 곁눈질했다.맞은편에서 차 한 대가 그들을 지나가는 순간, 헤드라이트가 차 안을 비추자 유선우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과거에 비해 남자다운 성숙미가 물씬 풍겼다.과거 유선우는 그녀를 박대했었다.또한, 미친 듯이 좋아하고 그녀를 소유하려 하기도 했었다.하지만 오늘날 조은서에 대한 그의 사랑은 이제 매우 평화롭고 부드러웠다.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닌 세월이 흐를수록 더 깊어진 것이다...마음이 넓어진 것은 아마도 조은서가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유선우는 조은서의 마음속에서 대체할 수 없는 지위를 가지고 있다.같은 시각, 조은서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유선우도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묵묵히 차를 몰다가 20분쯤 지나 그들은 유명 클럽하우스의 입구로 향했다.차가 멈춰서고 유선우는 안전벨트를 푼 뒤 몸을 기울여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다 아는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이따가 나만 따라오면 돼.”조은서가 담담히 웃어 보였다.차에서 내린 유선우는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신사적으로 잡아주고는 다른 한 손으로 코트를 들어주는 등 결혼한 지 몇 년 된 금실 좋은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용모까지 뛰어나니 곧바로 클럽 매니저의 눈에 띄게 되었다.매니저는 종종걸음으로 달려와서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들을 맞이했다.“대표님 오셨어요? 이 대표님께서는 지금 몸을 풀고 계십니다. 근데 정말 금실이 좋나 봐요. 보기 좋으세요.”유선우는 손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더니 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