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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조은서의 말에 순간 화가 난 유선우는 피식 냉소를 터뜨렸다.

“난 매 순간 다 필요한데.”

조은서는 외투를 껴입고는 차에서 내리며 차 문에 기댄 채 유선우의 각진 옆모습을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그건 병이니까 제때 병원에 가보세요.”

혹여나 휘말려 들까 봐 조은서는 곧바로 운전기사를 불렀다.

조은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선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고 유선우도 차를 빼지 않았다.

짓궂은 장난이었을 뿐 유선우는 조은서의 의사를 매우 존중한다. 그는 운전기사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장소를 옮기며 바깥에 서 있는 조은서에게 말을 덧붙였다.

“사모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조은서는 그를 힐끗 곁눈질하고는 곧바로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

하지만 단호한 움직임과는 달리 몸을 돌리던 그 순간, 그녀의 마음속 가장 여린 부분이 살며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심정희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기사님을 부른 거야?”

조은서는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리며 아무래도 좀 찔리는지 낮은 소리로 얼버무렸다.

심정희 역시 다 겪어봤기에 금세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는 싱긋 웃어 보였다.

“강인한 여자가 결국 남자의 사랑을 가장 무서워하는 셈이지.”

...

유선우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10시가 다 되어갔다.

뜻밖에도 정원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고급 캠핑카 한 대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 차는 바로 함은숙이 타고 다니던 그 차였다.

유선우는 한참 동안 그 차를 바라보더니 이내 홀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함은숙이 식당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16개의 반찬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한 젓가락도 손을 대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식탁 앞에 앉아 그 반찬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오랫동안 그를 기다린듯하다.

그때, 발걸음 소리를 듣고 함은숙이 문 쪽을 바라보았다.

유선우는 코트를 벗어 고용인에게 맡기고 신발을 갈아 신은 뒤, 함은숙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떻게 왔어요?”

가까이서 보니 함은숙의 안색은 매우 초췌했다.

함은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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