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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1화

심정희는 삼 일 동안 입원해 있었고 그녀가 퇴원하는 날은 마침 섣달그믐날이었는데 눈이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심정희가 차에 올라타 자책했다.

"늙으면 쓸모 없다더니 너한테 폐나 끼치고. 은서야, 나 생각해 봤는데, 이제 이준이까지 다 크면 나는 그냥 요양원에 가서 지내려고. 거기 내 동년배들도 많을 거고 친구도 생길 거야."

"어머니, 제가 어떻게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낼 수 있겠어요?"

조은서가 차를 몰며 부드럽게 말했다.

"예전에 저도 너무 바빠서 어머니랑 같이 시간을 못 보냈어요. 이제 선우 씨도 건강해졌고 애들 돌볼 수 있으니까 저는 어머니랑 여기저기 나가서 좀 다녀보려고요."

심정희는 한참 동안 친목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우도 몸이 금방 괜찮아졌으니까 지금은 너랑 아이들한테만 정신을 쏟을 거야. 하지만 남자는 그렇다? 너한테서 얻을 걸 다 얻지 못했다고 생각이 되면 밖에 나가서 다른 여자를 찾기 마련이야. 은서야, 내가 선우 편드는 건 아닌데 그래도 걔가 널 좋아한다는 건 나도 알 수 있어. 둘이 서로 그렇게 잊지 못하는데 그냥 같이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조은서는 이제 31살이고 유선우도 35살이었다.

둘 다 적지 않은 나이였고 같이 많은 일을 겪어 왔기에 심정희는 내심 두 사람이 잘 됐으면 하고 있었다.

조은서도 많은 부부들이 아이들 때문에 계속 같이 지낸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 때문에 유선우를 봐준 적이 없었다.

그녀가 유선우의 곁으로 돌아갔을 때도 그저 그를 사랑했기 때문이었고, 그의 곁을 떠날 때도 그를 예전만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유선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조은서가 전화를 받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선우 씨, 저 내일 아이들 데리러 갈게요. 오늘은 그냥 거기서 그믐날 밤 보내도록 해요. 괜찮죠?"

설이었지만 그녀는 아직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기에 차라리 유선우 쪽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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