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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유선우는 H시로 떠났고 차가 월드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밤 9시였다.

네온사인이 한창 비추고 있다.

강남의 밤은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유선우는 검은색 밴에서 내려 나란히 산책하고 있는 남녀 한 쌍을 보았다.

자신의 아내와 다른 남자.

초겨울 날씨에 조은서는 딥 브라운 색의 캐시미어 코트를 입고 있었고 긴 흑발은 살짝 컬을 추가해 어깨 뒤로 드리워져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이 밤에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그녀는 표정이 편안해 보였는데 조금 즐거워하는 느낌도 들었다. 특히 그녀가 허민우랑 얘기할 때면 시선을 집중한 모습이었는데 자신을 보는 것처럼 그렇게 냉랭한 눈빛이 아니었다.

명품으로 치장한 유선우는 호텔 로비한 가운데 서서 손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에 그가 사진을 보았을 때는 6시경이었는데 지금은 9시가 되었다. 그 말인즉 이 세 시간 동안 조은서는 계속 허민우랑 다정한 연인처럼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유선우는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린 조은서가 유선우를 보자 얼굴에 있던 미소가 점점 사라졌다.

유선우는 다가가서 그녀의 곁에 섰지만, 허민우한테 말을 건넸다.

“민우 선배, 여기서 선배를 만나다니 정말 기막힌 우연이네요.”

잠시 공백이 있고 난 뒤 허민우는 살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는 거죠.”

두 남자의 말은 다 의미심장했다.

유선우는 조은서를 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정한 남편처럼 얘기했다.

“나 아직 식사를 안 했어. 나랑 밥 먹으러 가자.”

조은서가 대답하기도 전에 유선우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허민우에게 얘기했다.

“내일 다시 얘기하죠, 민우 선배. 오늘은 시간이 늦었네요.”

허민우는 유선우의 생각을 읽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유선우가 조은서를 데리고 떠날 때 허민우는 갑자기 유선우를 불러세웠다. 네온사인이 뒤섞인 하늘아래서 그는 아주 진지하게 유선우한테 얘기했다.

“정말 좋아한다면 눈물 흘리게 하지 말아요.”

유선우는 조은서를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차가운 공기 때문에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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