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이 지나서야 유선우는 멈추었다. 그는 부드러운 조은서의 입술을 만지며 작게 중얼거렸다.“그 사람 좋아하지 마!”조은서는 유선우를 밀어내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음식 주문할게요. 좋아하느니 안 좋아하느니 유치하지도 않아요?”조은서는 유선우에게 붙잡혔다. 유선우는 다시 조은서에게 키스했는데 이번에는 그녀를 높이 안아 들고 키스를 했다. 결혼한 지도 몇 년인데 조은서는 유선우가 밤일에 대해 이토록 미쳐있는 줄 몰랐다. 유선우가 그녀를 놓아주었을 때는 그녀의 가녀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그녀는 방금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며 치욕적인 기분이 들었다.유선우 이 짐승 같은 자식!단정해 보이는 외모는 그저 가식일 뿐이다. 유선우는 뼛속으로부터 여자와 관계를 맺는 일을 밝히는 저질인 남자들과 다름이 없었다... 심지어 더 미쳐있었다.조은서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그녀는 유선우를 깊이 사랑했었다. 조은서는 유선우의 고귀한 모습과 그의 재산을 일찍이 알고 있었고 필요할 때에만 보이는 다정한 모습까지도 알고 있었다...이 모든 것이 순수한 소녀한테는 저항할 수 없이 빠지게 되는 조건들이다.하지만 조은서는 유선우한테 3년 동안 상처만 받았다.3년, 아무리 뜨거운 마음이라도 식게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녀는 유선우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만약 그가 정말 자신을 사랑한다면 방금 문 앞에서 자신한테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자신에 대한 호감은 사실 그저 놀음 같은 몸 정일 뿐이다. 관계를 맺을 때 자신은 그를 편안하고 만족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소유욕에 의한 것일 뿐이다!유선우가 충분히 자신을 갖고 논 다음에는 쉽게 떠날 것이다.그때가 되면 조은서는 자신의 마음만은 온전히 남길 수 있다....유선우는 사실 아주 바빴다. 요즘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이것을 다 직접 해야 했다.조은서가 심기를 건드려서 그는 H 시까지 쫓아왔지만, 회사의 많은 일은 나 몰라라 할 수 없었기에 저녁 늦게까지 회
유선우는 작게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렇게 좋아해?”조은서가 기뻐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조은서와 유선우의 관계는 이런 기쁜 일을 공유할만한 관계가 아니기에 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얼버무렸다.“사고 싶었던 물건이 재입고가 됐어요.”유선우는 액세서리 같은 사치품인 줄 알고 웃으며 말했다.“뭐가 갖고 싶어, 내가 사줄게.”조은서는 대답하지 않고 핸드폰을 들고 맨발로 옷방으로 들어가는데 등 뒤에서 유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핸드폰은 왜 계속 갖고 다니는 거야, 내가 무슨 비밀이라도 볼까 봐 그래? 또 어느 젊은 남자의 연락처를 추가했어?”조은서는 옷방에서 옷을 골라 갈아입었다.그녀는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나한테 무슨 비밀이 있겠어요? H 시는 당신의 지역이잖아요. 당신은 지금 예전 만났던 사람도 만나고 아주 재미있겠네요!”유선우는 마음이 일렁였다. 그는 쫓아가서 문에 살짝 기대고는 그녀의 태연한 모습을 보면서 말했다.“나는 그 여자와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야! 나는 그 여자한테 손을 댄 적이 없어. 그 사진은 그 여자가 몰래 찍은 거야.”조은서는 딱히 관심 없다는 듯 웃으며 검은색 스타킹을 신었다. 그녀의 가녀린 다리에 스타킹을 더하니 몹시 섹시하고 사람을 유혹하는 맛이 있었다.유선우는 당연히 좋지만, 아내가 이런 섹시한 스타킹을 신고 밖에 나가는 것은 어느 남편이든 싫어할 것이다. 그는 기분 나빠하며 말했다.“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그걸 입는다고?”조은서는 그를 지나쳐 화장실로 갔다.“코트 안에 치마를 입는데 스타킹을 안 신고 맨살로 다니게요?”유선우는 미간을 찌푸렸다.“더 두꺼운 거 없어?”조은서는 얼굴을 씻다가 고개를 들어 거울에서 유선우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선우 씨, 만약 당신이 불만이라면 다음에 더 두꺼운 거로 입을게요. 아무래도 저는 지금 당신이 오빠를 위해 소송을 진행하기를 바라는 처지라 당신의 말을 어떻게 거역할 수 있겠어요.”의미심장한 그녀의 말은 유선우의 심기를 건드렸다.하지만
“무슨 일인지 얘기해.”유선우는 서른도 안 되는 나이지만 성격이 차분하여 상업계에서는 태산처럼 묵직하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하지만 진 비서가 하는 얘기를 들은 그는 당황하기 시작했다.진 비서는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백아현 씨가 기념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걸 동의하셨잖아요. 이 일은 원래 제가 해야 했는데 요즘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조수한테 하라고 시켰어요. 근데 조수가 상황을 잘 모르고 진이 정원의... 열쇠를 백 씨 집안사람들한테 줬어요. 오늘 아침 백아현 씨가 그 안에서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그 피드 내용이 아주 가관이에요...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야말로 세컨드죠.’라고 썼어요.”핸드폰을 쥐고 있는 유선우의 손가락은 하얗게 질렸다. 그는 5초 이내에 수습할 방법을 생각해서 말했다.“인스타그램의 관계자한테 당장 연락해. 얼마를 줘도 상관없으니까 얼른 백아현이 올린 피드를 삭제하라고 해. 나는 조은서가 이걸 보게 되는 걸 원치 않아.”진 비서는 사실대로 말했다.“그건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 피드는 이미 유저들에 의해 10만 번이 넘게 인터넷에 노출돼서 지금 그 피드 하나만 삭제한다고 해서 의미가 없게 돼요...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 불찰이에요!”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유선우는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그래도 삭제해야 해!”전화를 끊고 그는 조은서를 보았다.무대 중앙에 있는 조은서는 조명을 받고 있었지만 더는 눈이 부신 것이 아니라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었다.그녀는 백아현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게 되었다. 도발적인 문구를 보았지만, 딱히 신경이 쓰이지 않는데 그녀가 제일 견딜 수 없는 것은 백아현이 당당하게 진이 정원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자신의 부모가 애지중지하던 곳으로 들어갔다... 백아현은 누구인가? 그녀는 유선우의 애인이었다!진이 정원은 유선우가 매입한 것이었다.지금 유선우는 자신의 애인이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조은서의 어머니가 살았던 집안을 활보하면서
조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유선우가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하듯 바라보았다.“지금 바로 B시로 가서 처리할게. 너한테 영향 주지 않도록 이번 일 꼭 묻을게.”조은서의 눈동자가 희망을 잃은 듯 힘없이 바닥을 향했다.한참이 지나서 그녀가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어떻게 묻어요? 무려 10만 리트윗인데. 어떻게 묻냐고요!”유선우는 손을 꽉 쥐더니 떠났다.백아연이 벌인 일은 조씨 가문과 YS그룹 모두에게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만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YS그룹의 주식은 오늘 당장 하한가로 떨어질 수 있다.유선우가 극장의 출구로 걸어갔다.그가 참지 못하고 뒤돌아 조은서를 보았으나, 조은서는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선 그녀는 그토록 연약하고 쓸쓸해 보였다.조은서가 극장 책임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혼자 있고 싶은데. 그래도 돼요?”그녀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던 책임자가 얼른 대답했다.“당연히 됩니다. 얼른 여길 정리할 테니 얼마든지 계세요. 우리 극장은 오후 6시에 마감합니다.”조은서가 낮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인사했다.사람들이 모두 극장을 떠난 후, 조은서는 다시 바이올린을 들고 눈을 감은 채 마스네의 을 연주했다. 이는 어머니께서 가장 좋아하던 곡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여름밤이면 어머니는 어린 은서를 껴안고 가볍게 흥얼거리곤 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따스한 품에서 은서는 달콤한 잠을 청했다.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소리에 우울함이 담겨있다. 힘을 너무 세게 준 탓에 현이 끊어져 버렸다...조은서는 바이올린을 천천히 내려놓았다.같은 자리에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조승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 번을 다시 걸어서야 통화가 연결되었다.서로가 말이 없다.전화 속에서 들려오는 가쁜 숨결이 아버지가 이 일을 알고 있음을 알려주었다.조은서의 목이 메왔다.“아빠. 죄송해요.”한참을 침묵을 지키던 아버지가 30여 초가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그런데 뜻밖에도 목멘 소리가 나왔다.침묵을 지
B시로 돌아온 조은서는 공항에서 차를 몰고 바로 산소로 향했다.초겨울의 찬 바람이 살을 에는듯하다.블랙코트를 입은 그녀가 한 손에 어머니가 생전 좋아하던 데이지꽃을 들고 서 있다. 어머니의 웃는 얼굴을 응시하며 찬 바람을 아랑곳 하지 않고 꿋꿋이 서 있다.어머니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기억 속의 어머니는 부드럽고 다정한 사람이었고 아버지와 무척 사이가 좋았다. 저녁 무렵 진이 정원에 차 경적이 울리면 어머니는 그녀를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버지를 맞이했다. 아버지는 먼저 어머니와 가볍게 입을 맞추고 그녀를 품에 안고 묻는다.“우리 은서 아빠 보고 싶었어?”“보고 싶었어요!”“오빠 하교하면 아빠랑 같이 데리러 가고 싶어요!”“오케이! 그럼 엄마 그림 그리는 거 방해 하지 말고 같이 데리러 가자!”...어린 은서는 검은색 캠핑카에 앉아 뒤차 창을 통해 어머니를 바라본다. 어머니는 어깨에 숄을 걸친 채 정원에 서 있다. 곁에는 매화나무 한 그루가 예쁘게 꽃을 피웠고 어머니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눈물 한 방울이 속절없이 떨어졌다.조은서는 허리를 숙여 데이지꽃을 어머니의 묘비 앞에 내려놓았다.그녀는 생각했다. 이른 봄이 오면 이곳에 매화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겠다고. 이제 겨울이 다시 오면 어머니가 그녀를 안고 아버지의 퇴근을 기다릴 것이다...*저녁 무렵 그녀는 별장으로 돌아왔다.그녀가 돌아온 것을 본 고용인이 긴장된 표정으로 다가왔다. 말투도 몹시 조심스러웠다.“사모님 돌아오셨어요? 주인님께선 회사에서 전화하셨어요...”조은서는 유선우와 관련된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계단을 오르려다 걸음을 멈추고 낮게 말했다.“집에서 안 먹을 거니 제 저녁밥은 준비 안 해도 돼요. 수고하세요.”고용인이 영문을 몰라 멍하니 서 있었다.조은서는 2층으로 올라가 큰 캐리어 하나를 끌고 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렇다. 유선우와 별거할 것이다.아직 그를 떠나 생활할 능력이 안 된다고 할지라도도 그와 동침하고 한 지붕 아래서 함
빠져나가려는 그녀가 힘껏 유선우의 얼굴을 꼬집었다.얼마나 세게 꼬집은 건지 금방 멍이 들었다.잠시 후 조은서의 스타킹이 벗겨져 침대 끝머리에 던져졌다...유선우가 입술을 맞댄 채 연인처럼 중얼거렸다.“절대 가게 두지 않을 거야! 난 백아현 좋아한 적 없어. 근데 나도 말할 수 없는 사정이란 게 있다고. 우리 전에 행복했었는데...”조은서의 검은색 머리칼이 흰 침대 시트에 늘어뜨려졌다.단정하게 입었던 옷이 마구 흐트러졌다. 나약한 몸은 저항조차 할 수 없다.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유선우를 향해 입을 열었다.“제발 절 강요하지 마세요.”그의 눈동자가 깊어졌다.“뭐?”조은서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우린 아직 공적으로 부부 사이죠. 선우 씨도 스캔들이 생기는 건 원하지 않겠죠? 더 이상 절 강요한다면 어떤 미친 일을 저지를지 몰라요. 내일, 모레, 혹은 일주일 후에라도 유씨 가문 대표가 아내에게 배신당한 뉴스가 B시 전체에 퍼져요. 대중들은 당신의 그 내연녀 뉴스보다 아내한테 배신당했는지 여부가 더 궁금할 것 같은데요. 그럼 당신의 비즈니스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당신은 또 어떻게 나가서 비즈니스를 논하겠어요?”유선우는 화내지 않고 되레 웃었다.“그런 건 누가 알려줬어? 아니면 혼자 터득한 건가?”조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유선우의 눈을, 표정을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그제야 유선우가 그녀를 풀어주었다. 그렇게 자신을 싫어하는데, 더 이상 강요하면 정말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지훈이나 허민우를 찾아가 작당할 수도 있었다.정말 독하기에 그지없다.청출어람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이제 그를 놓을 수 있게 된 걸까. 어느 쪽이든 유선우에게 달가운 상황은 아니었다.그가 몸을 일으켜 침대 옆에 서서 태연하게 말했다.“보내줄게. 근데 이혼은 안 돼. 너도 더 이상 날 조급하게 만들지마.”유선우에게서 풀려난 그녀는 무사히 떠날 수 있었다.이때에야 그녀는 두 다리가 나른해져 힘이 빠졌음을 느꼈다.유선우는 침실을 나와
고용인이 다시 위층으로 올라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주인님, 진 비서 오셨습니다.”유선우가 다이아반지를 들고 빤히 바라보며 대답했다.“아래층에서 기다리라고 해줘요.”진 비서가 1층 거실에 앉아있다.올 때 이미 고용인으로부터 조은서가 별거하겠다고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소식에 기뻐할 줄 알았으나 그녀는 기쁘지 않았다.유선우는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는 다소 지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가며 물었다.“얼마나 급한 일이길래 집까지 와서 말해?”말을 마친 그가 식탁 앞에 앉아 밥을 먹었다.혼자 먹으려니 왠지 쓸쓸한 기분이 들어 입맛이 별로 없다.진 비서 역시 어쩔 수 없이 온 것이었으므로 그녀는 한참을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그 일이 있고 난 뒤 아현 씨가 만나고 싶어 했지만, 연락도 받지 않으시고 만나주지도 않으셔서 병원에서 또 손목을 그엇답니다. 피를 많이 흘렸다고...”국을 뜨던 유선우가 잠시 멈칫하더니 담담히 대답했다.“몸이 그런데 더 흘릴 피가 있어?”그의 말로부터 백아현이 그의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아낼 수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대응할지 물어보려 할 때 유선우가 국을 마시고 말을 이었다.“잘됐네. 나도 마침 백아현한테 물어볼 게 있어.”가볍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폭풍전야 같았다.진 비서는 감히 숨도 크게 내쉬지 못했다....밤 10시, YS 병원 최고급 VIP 병실.창백한 얼굴의 백아현이 힘없이 침대에 누워있다. 손등에는 바늘이 꽂혀 수혈 중이었고 백아현의 어머니가 시중을 들며 위로하느애썼지만 백아현은 여 여전히 흐느끼고 있었다.문이 열리고 유선우가 걸어들어왔다.검은색의 클래식 정장은 유난히 냉담하고 차가워 보였고 백씨 모녀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그가 문 옆에 서서 진 비서를 향해 몸을 돌려 말했다.“어머님 모시고 나가줘. 둘이 얘기할 거야.”백아현의 어머니는 싫은 눈치였지만 결국 나갔다.병실 문이 닫히자 내부는 숨 막힐 정도로 조용했다.백아현의 앙상하
유선우가 조은서를 좋아한다. 그가 조은서를 의식한다.백아현이 갑자기 미친 듯이 악을 썼다.수혈하던 바늘을 뽑아버려 마른 손등에 피가 줄줄 흘렀다. 그러나 백아현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온통 분개한 얼굴로 쏘아댔다.“선우 씨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선우 씨의 결혼 상대는 나였어요! 선우 씨, 당신은 그 여자가 단순히 그 사고를 설계했다고 생각해요? 아니? 그 여자가 벌인 일은 많고 많아요! 그 여자는 나를 저속한 남자와 결혼하도록 했어요. 그 남자는 가정폭력범이었다고요. 죽도록 패는 가정폭력범! 전에 죽도록 맞아서 하혈했을 때,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늦어버려서 자궁을 떼어낼 수밖에 없었어요. 난 영원히 아이를 가질 수 없어요. 이제 불구가 된 거라고요. 그런데 조은서, 이 유씨네 사모님이란 사람은 온실 속 화초처럼 당신한테 예쁨 받고 있어요. 제가 질투하고 배 아파하는 게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누려야 할 걸 그 여자가 대신 누리고 있다고요! 유씨 가문의 사모님이라는 이름도 원래는 내 것이었다고요!”말을 끝낸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었다.그가 또 중얼중얼 덧붙였다.“나한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해.”유선우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는 몸을 돌려 창문을 열어 밤바람이 병실의 피비린내를 환기하도록 했다. 뒤에 있는 백아현이 찬 바람에 심하게 기침했지만 유선우는 상관하지 않았다.그는 월계수를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100억 줄 거고, 외국에서 치료할 수 있게 할 거야. 너든 네 부모든 B시엔 다시 오지 마.”유선우는 오래 머물지 않고 떠났다.그가 병실을 나올 때 백아현은 침대에 앉아 울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잠시 후, 진 비서가 들어와 수표 한 장을 그녀에게 건넸다.백아현 몸을 부들부들 떨며 물었다.“선우 씨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진 비서가 잠시 침묵하다 대답했다. “3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아내에게 열렬히 사랑받았으니 그럴 만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