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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고용인이 다시 위층으로 올라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진 비서 오셨습니다.”

유선우가 다이아반지를 들고 빤히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래층에서 기다리라고 해줘요.”

진 비서가 1층 거실에 앉아있다.

올 때 이미 고용인으로부터 조은서가 별거하겠다고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소식에 기뻐할 줄 알았으나 그녀는 기쁘지 않았다.

유선우는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는 다소 지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가며 물었다.

“얼마나 급한 일이길래 집까지 와서 말해?”

말을 마친 그가 식탁 앞에 앉아 밥을 먹었다.

혼자 먹으려니 왠지 쓸쓸한 기분이 들어 입맛이 별로 없다.

진 비서 역시 어쩔 수 없이 온 것이었으므로 그녀는 한참을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아현 씨가 만나고 싶어 했지만, 연락도 받지 않으시고 만나주지도 않으셔서 병원에서 또 손목을 그엇답니다. 피를 많이 흘렸다고...”

국을 뜨던 유선우가 잠시 멈칫하더니 담담히 대답했다.

“몸이 그런데 더 흘릴 피가 있어?”

그의 말로부터 백아현이 그의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아낼 수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대응할지 물어보려 할 때 유선우가 국을 마시고 말을 이었다.

“잘됐네. 나도 마침 백아현한테 물어볼 게 있어.”

가볍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폭풍전야 같았다.

진 비서는 감히 숨도 크게 내쉬지 못했다....밤 10시, YS 병원 최고급 VIP 병실.

창백한 얼굴의 백아현이 힘없이 침대에 누워있다. 손등에는 바늘이 꽂혀 수혈 중이었고 백아현의 어머니가 시중을 들며 위로하느애썼지만 백아현은 여 여전히 흐느끼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유선우가 걸어들어왔다.

검은색의 클래식 정장은 유난히 냉담하고 차가워 보였고 백씨 모녀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가 문 옆에 서서 진 비서를 향해 몸을 돌려 말했다.

“어머님 모시고 나가줘. 둘이 얘기할 거야.”

백아현의 어머니는 싫은 눈치였지만 결국 나갔다.

병실 문이 닫히자 내부는 숨 막힐 정도로 조용했다.

백아현의 앙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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