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56화

다음날 이른 아침, 유선우는 회사로 가려던 참이었다.

고용인이 이르길 누각에 누군가 두 가지 물건을 보내왔다고 했다.

유선우는 소매 단추를 풀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물건은 어디에 있어요?”

고용인이 정교한 종이상자 두 개를 들고 왔다. 고용인이 2층으로 옮겨주려 하자 유선우가 말했다.

“제가 할게요.”

그는 상자를 들고 2층으로 올라와 조심스레 열었다.

그 두 물건은 복원을 거쳐 깨끗해졌지만 조은서가 당시 썼던 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일기장의 반은 조은서가 열심히 쓴 글이 적혀 있고 반은 백지장이었다.

유선우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그 글들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의 표정은 부드러웠다. 이 글들을 보면 마치 은서가 18살 그때처럼 그를 열렬히 좋아하는 것만 같았다.

그 사진을 한참을 보다가, 벽에 걸어두었다.

...

3일 후, 조은서는 접대 자리에서 유선우를 만났다.

그녀는 임도영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후원을 건의하려 했다. 와인 두 잔을 마신 후 상기되어 화장실에서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조금 나은가 싶었지만 여전히 조금 불편했다.

오늘 밤 계획은 실패할 것이 분명했다...조은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유선우의 부인이므로 절대 체면 세워줄 수 없다는걸. 그들이 별거한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 어떻게 유선우를 개의치 않고 그녀의 음악회에 투자할 수 있겠는가.

화장실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거울에 익숙한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유선우였다.

두 사람의 시선이 거울 속에서 교차했다. 그의 단정한 옷차림과 늠름한 모습은 초라한 차림의 그녀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조은서는 금색 수도꼭지를 잠그고 떠나려 했다.

얇은 손목이 그의 손에 잡혔다.

그가 조은서를 확 끌어안는 바람에 그녀의 얼굴이 유선우의 재질 좋은 양복 외투에 닿게 되었다. 옷에서 드라이클리닝 섬유유연제 향과 옅은 담배 냄새가 섞여 코를 간지럽혔다.

“놔요!”

조은서가 낮게 말했다.

그러나 유선우는 놔주지 않았다. 그리곤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샴페인 색의 실크 셔츠에 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