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는 그가 이보다 더한 짓을 할까 봐 담담하게 말했다.“가요!”그제야 유선우가 그녀를 놓아주었다.조은서가 허민우와 작별 인사를 했고 허민우는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시간 나면 놀러 와. 엄마가 널 보고 싶어 해.”조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유선우를 보지도 않고 곧장 검은색 벤틀리 차 옆으로 갔다. 그리고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탔다.유선우는 두 걸음 뒤로 물러선 뒤 그녀를 따라 차에 올랐다.차는 빠르게 자리를 떴다.허민우는 어머니가 내려와 그의 옆에 올 때까지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정주현이 아들의 어깨를 토닥이며 엷게 웃었다.“어쩐지 그 아일 좋아하더라니.”허민우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엄마, 근데 늦었나 봐요.”정주현이 아들의 팔을 잡고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그럼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놔. 그리고 은서가 힘들 때 도와줘.”*유선우의 차가 빠른 속도로 달렸다.5분쯤 후, 차는 인적이 드문 한 도로변에서 끽 소리를 내며 멈추었다.얌전히 앉아있던 조은서가 입을 열었다.“오늘 민우 씨 어머님 생신이어서 퇴근하는 길에 데리러 온 것뿐이에요. 오해하지 마세요.”유선우가 어둠이 내린 창밖을 보며 대답했다.“나한테 해명하는 거야? 아니면 내가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두려운 거야?”조은서는 솔직했다.“무슨 짓 할까 봐 그래요!”유선우가 담배 한 개비를 찾아 입에 물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기도 전에 다시 꺼버렸다. 이후에는 안전벨트가 풀렸다.그가 다가와 조은서의 어깨를 눌렀다.그가 조은서의 눈을 응시하며 낮고 가볍게 말했다.“그럼 허민우 좋아해? 걔랑 하는 거 상상해 봤어?”조은서가 그의 뺨을 때렸다.유선우는 그녀의 반응을 예상한 듯 피하지 않았다. 조금 전의 물음은 고의적인 도발이었다.차 안의 분위기가 미묘하다.조은서는 다투기 싫어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차 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유선우가 문을 잠가 버렸다.유선우가 몸을 의자에 기대며
YS 그룹의 꼭대기 층.진 비서가 가볍게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대표실에서 유선우가 문서를 확인하고 있다. 멀끔히 차려입은 정장은 더 귀티가 났다.인기척을 들은 유선우가 고개를 들었다.“일은 어떻게 됐어?”진 비서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금방 김재원 조수와 만나 물었는데, 절대 우리 쪽 후원은 받지 않겠답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답니다.”유선우가 의자에 몸을 기댔다.한참 동안 넋을 잃은 듯하던 그가 가볍게 말했다.“알겠어. 일단 나가봐.”어두워진 그의 표정을 보고 진 비서가 급히 문을 닫고 나갔다.사무실에 적막이 가득 찼다.유선우가 주머니에서 다이아 반지 하나를 꺼내 묵묵히 응시했다.조은서는 그가 보낸 차도, 투자도 받지 않고 있다... 진이정원도 싫단다. 이제 그와 백아현 사이의 관계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유선우는 그저 그를 떠나고 싶어 한다. 그녀는 필요 없으니 환심을 사려고 하지 말라고 했었다. 이미 헤어진 사이라고.그러나 유선우는 그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그는 조은서를 사랑했다. 그녀를 옆에 두고 싶었다. 그는 둘이 이런 참담한 결말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는 낮부터 밤까지 온종일 사무실 의자에 앉아있었다.진 비서가 들어와 문서를 정리할 때 유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1년 반 전 은서가 정신과 의사와 상담한 적이 있어. 그 의사 찾아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줘.”진 비서가 어리둥절하더니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사모님이 좋아하지 않으실...”유선우가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럼 알지 못하게 해.”진 비서는 감히 말을 보태지 못하고 즉시 분부대로 처리하러 갔다. 한 시간도 안 되어어 YS 그룹의 회의실에 돈을 적지 않게 받은 의사가 최고급 팀을 구성하여 조은서에 관한 자료를 PPT로 만들어 발표했다.액정 모니터 속의 푸른 빛이 유선우의 조각 같은 얼굴을 비췄다,그의 곁에 선 진 비서가 PPT 속의 조은서의 얼굴을 보고 있다.진 비서가 그의 곁에 서서, 덧니 하나를 드러낸 조은서의 청순한
그녀의 결혼반지였기 때문이다.조은서는 얼른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과연 유선우의 차가 아래에 세워져 있었다.그는 검은 양복을 입고 노을 속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조은서가 그를 바라보자 유선우도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그가 조은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조은서는 받자마자 입을 열었다.“선우 씨, 와서 강아지 데려가요.”그런데 그가 오히려 부드럽게 대답했다.“이름은 설리야. 3개월 됐고. 은서야, 강아지 키우고 싶어 했었잖아. 설리 엄청 귀여워.”조은서가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가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는 몸을 옆으로 돌려 담배를 끄고는 조은서를 향해 가볍게 웃어 보이고는 차에 올라탔다. 차는 빠르게 자리를 떴다.조은서는 멀뚱하게 차의 후미등을 바라보았다. 불빛이 안 보일 때까지. 그녀가 고개를 숙이자 그 강아지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고한 강아지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조은서는 당연히 키우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옷과 신발을 갈아입고 유선우에게 돌려보내기 위해 강아지를 안고 택시를 탔다.별장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진 뒤였다.고용인이 그녀가 돌아온 모습에 놀라우면서도 기뻐했다.“사모님 돌아오셨어요? 주인님도 금방 돌아오셨는데! 강아지 너무 예쁘네요.”조은서는 아무리 유선우와 싸웠어도 종래로 화를 고용인에게 풀지 않았다. 그녀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유선우 씨는요?”고용인이 친절히 대답했다.“주인님은 위층에 계세요! 먼저 얘기 나누고 계세요. 저녁밥은 조금만 기다리면 준비됩니다. 오늘 몇 가지 요리가 추가돼서.”조은서가 고개를 끄덕이고 설리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안방 불이 켜져 있었다. 그녀는 유선우가 안방에 있을 거로 생각하고 문을 노크했다. 안에서 유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조은서가 문을 열자 유선우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잡지를 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흰색 가운 하나를 입고 있었고, 머리카락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금방 샤워를 한 것이 분명했다.조은서가
조은서가 셋집으로 돌아왔다.프라이팬에 반쯤 볶던 요리가 남아있었지만 그녀는 더 이상 요리를 할 수 없었다.그녀는 보일러도 틀지 않은 채, 어두컴컴한 방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멍하니 넋을 잃은 듯 앉아있었다.그녀는 어렸을 때 유선우와 결혼하는 자신을 꿈 꿨었다. 아이 둘을 낳고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는 모습.“설리 엄마 해주면 안될까?”유선우의 다정한 말은 마치 칼처럼 그녀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무려 6년이다. 그는 유선우를 장장 6년을 사랑했다. 잊겠다고 어디 잊어지는 마음인가......밤새 밖에 앉아있었더니 날이 밝아오자 목이 부었다. 아마 감기에 걸린 듯했다.핸드폰이 울려서 보니 심정희가 걸어온 전화였다. 집으로 와서 함께 명절을 쇠자는 전화.조은서가 당황하며 물었다.“명절이요?”심정희가 웃음을 터뜨렸다.“잊었어? 오늘 설날이야. 아빠가 네가 오길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데...”심정희가 목소리를 낮추었다.“말은 안 해도 얼마나 걱정하고 계신다고!”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조은서가 고쳐 앉으며 대답했다.“점심 집에 가서 먹을게요.”전화를 끊고 그녀는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했다.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얼굴을 세게 비볐다. 유선우 생각이 더는 나지 않게...점심때가 되자 그녀는 집에 도착했다.심정희가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밥을 차렸다. 분위기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그녀는 수시로 부녀를 위해 요리를 집어다 주었다.“많이 먹어! 이게 영양가가 있어.”그런데 조승철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물었다.“듣자 하니 집을 나갔다며?”조은서가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네.”조승철이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네가 무슨 결정을 하든 집에 너를 탓하는 사람은 없어. 네 오빠는 더욱 더.”조은서가 다시 한번 알겠다고 대답했다. 눈가가 어느새 촉촉해져 왔다.심정희가 얼른 말을 돌렸다. 그녀가 조승철에게 말했다.“한 달 뒤면 우리 은이가 김재원을 따라 데뷔전을 할 텐데. 우선은 사적인 감정은 뒤로 하고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잠깐만!”유선우가 그녀를 불러세웠다.그가 차에서 서류를 꺼내 조은서에게 건넸다.“네 오빠 재판날짜가 나왔어. 내년 초.”서류를 받은 그녀가 여러 번이나 다시 읽고는 중얼거렸다.“아직도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한다니.”유선우가 그녀를 바라보며 가볍게 말했다.“재판이 끝나면 정식으로 나한테 이혼서류 내미는 거 아냐?”조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부정하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유선우의 눈빛이 서글퍼졌다.저녁 바람이 세차게 불어 그의 머리끝을 스쳤다.하얀 셔츠와 짙은 회색의 얇은 코트. 조은서가 가장 사랑하던 그의 모습이다.그의 깊은 눈이 조은서를 바라보았다.“우리 잘 살았었잖아. 2년쯤 후면 아이 둘 낳고. 은서야. 난 우리가 세상 대부분의 부부보다 잘 살 거라고 확신해.”조은서가 서류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한참 시간이 지나자 그녀가 고개를 살짝 들고 목이 멘채 입을 열었다.“확실히 솔깃한 말이긴 해요. 하지만 그렇게 살려면 전 절 부수고 다시 시작해야 해요. 눈물을 머금고 그동안 받았던 상처를 숨겨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가면을 써야 그 유씨 가문의 사모님 행세를 할 수 있어요. 들려도 안 들리는 척, 말할 수 있어도 못하는 척해야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을 거예요.”“우리의 아이도, 제가 낳았어도 제가 교육하지 못하게 할거잖아요.”“아이들을 선우 씨가 원하는 모습으로 키울 거잖아요.”“선우 씨가 나를 통제하려 했던 것처럼! 제 옷, 메이크업, 헤어까지... 다 당신이 원하던 모습이잖아요. 전 제 아이도 자아 없이 선우 씨만을 위해 살게 하고 싶지 않아요.”...유선우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다정했다.“은서야, 그럼 설리부터 다시 시작하면 안 돼? 설리를 너한테 맡길게. 어떻게 키우든 상관 안 할 거고, 그저저 아빠가 될게. 모든 걸 엄마 말 듣게 할게.”한결 부드러워진 말투에 끈질기게 자신을 붙잡는 남자.게다가 유선우인데 누가 견딜 수 있을까?하물며 이는 어렸던 조은서가 꿈꾸던 모습이
그제야 유선우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가 무릎을 굽히고 앉아 코트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병원에서 즉시 검사실을 준비하게 해. 금방 환자 데려갈 테니까.”전화의 건너편에서 대답했다.“예, 대표님!”유선우가 전화를 조은서에게 넘겨주고 조승철을 가볍게 일으켜 업고는 내려갔다.엘리베이터가 고장났으므로 그는 10여 층의 계단을 70킬로의 성인 남자를 업고 내려갔다. 흰색 셔츠가 땀으로 젖었지만 닦을 새도 없이 그가 안절부절못하는 심정희에게 말했다.“아버님 부축해서 떨어지지 않게 해주세요.”그리고 조은서를 차에 타게 한 뒤 강아지를 잘 안고 있으라고 했다.가속페달이 밟히고, 검은색 벤틀리는 YS 병원 본부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제때에 구급 조치를 취한데다가 실력이 가장 좋은 의료팀이 있었으므로 조승철은 별 탈 없이 며칠간 입원하면 괜찮을 것이라는 의사의 소견을 얻었다.깊은 밤 조은서는 아버지 침대 옆을 지켰다.심정희가 진하게 내려앉은 그녀의 다크서클을 보고 마음이 아파 얘기했다.“집에서 좀 쉬어. 여긴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간호사도 있는걸.”그러나 조은서는 고개를 흔들었다.“제가 있고 싶어서 그래.”마침 유선우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손에는 도시락 몇 개를 들고 있었다. 병원에서 임원에게 특별히 제공한 것으로 영양이 풍부한 도시락이었다. 그는 도시락을 내려놓고 작은 소리로 권했다.“어머님도 드세요. 제가 은서 데리고 옆 병실에서 쉬고 있을게요.”심정희는 오늘 일에 대해 매우 감격해 있던 차였다.그녀는 얼른 일어서서 말했다.“유 서방, 오늘 일은 정말 고마웠어. 수고했네.”“저와 조은서는 부부인걸요! 어머님, 예의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말을 마치고 그는 조은서의 어깨를 감싸고 나갔다.조은서는 반항하지 않았다.맞은편 VIP 병실에 들어서자 그녀는 작은 거실 한가운데에 서서 낮게 말했다.“유선우 씨, 전 고마워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절대 그냥 도와준 게 아닌 걸 아니까요.”셔츠 단추를 풀며
그의 다리에 앉은 조은서는 수치스러움을 느꼈다.연회색의 정장 바지에 뽀얗고 부드러운 피부가 비쳐 보기만 해도 충동을 느낄 것 같다.유선우가 그녀를 향해 다가갈 때, 조은서의 작은 코가 저도 모르게 미세하게 떨려왔다. 마치 수줍은 여자애처럼, 유선우와 3년간의 부부생활이 없었던 듯싶게, 마치 남녀 간의 그런 일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듯했다.“무서운 거야, 아니면 익숙하지 않은 거야?”유선우의 눈빛이 밤보다 더 깊다. 그가 조은서의 작은 얼굴을 응시하며 물었다.“아니에요!”조은서가 얼굴을 그의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매번 그녀가 이 행동을 할 때마다 순종하는 느낌이 들었다. 유선우는 이때 모든 것을 통제하기를 좋아했다.그는 조은서 몸의 모든 것을 좋아했으며 깊이 빠져들었다.그러나 오늘 그는 그녀를 범할 생각이 없었다.그가 조은서를 보며 얼굴을 가볍게 만졌다.매우 뜨거웠다.어느 곳을 만지든 모두 달아올랐다.유선우는 순진한 남자가 아니었다. 그가 조은서를 안아 흰색 병실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조은서의 작은 얼굴이 땀이 송골송골 난 채로 베개와 닿았다. 얼굴은 정신을 잃은 듯 몽롱했다.유선우가 윗몸을 구부리고 그녀와 입을 맞추었다.그는 조은서의 얼굴을 가볍게 만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피곤하면 자. 내가 있으니 안전해.”조은서는 반쯤 깬 채로 있다.그녀가 손을 들어 몽롱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다. 그녀가 흐느끼며 물었다.“선우 씨, 왜 날 이렇게 괴롭히는 거예요.”불빛이 유선우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의 조각 같은 얼굴에 몽롱함을 더해 온화해 보이게 했다.그가 낮게 대답했다.“몰라. 놓기가 싫은가봐. 손 놓으면 다시는 못 잡을 걸 알아서 그런가 봐.”조은서는 계속 흐느꼈다.유선우가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그는 엎드린 채 그녀의 귓가에 낮게 중얼거렸다.“울지 마. 가슴 다 찢어지겠다.”...조은서가 눈을 떴을 때 이미 이른 아침이었다.옆자리에 사람이 없었다.그녀는 깊
심정희는 깨어나자마자 유선우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려 했다. 유선우는 빠르게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눌렀다. “금방 갈 거예요!”그가 떠나면서 문이 살짝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심정희는 조은서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하지 않았다.*이틀 후, 조은서 아버지의 상태가 안정되어 언제든지 퇴원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조은서는 또 다른 좋은 소식을 들었다. 서미연이 전화를 걸어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서 씨, 당신이 김재원 선생님의 마음에 드는 학생이라니 놀랍네요! 사실은 우리 남편에게 돈이 아주 많은 친구가 하나 있는데 클래식 음악을 아주 좋아해요. 제가 말해보았는데 바로 투자한다고 했어요. 그 사람의 승낙이 어찌나 빠른지 우리 남편과 많이 비교되더라고요...”조은서는 놀라워했다.“정말이에요? 그분이 얼마나 투자할 수 있나요?”서미연은 침착하게 액수를 말했다. “400억이요! 이 금액이면 은서 씨의 급한 일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요?”조은서는 기뻐하며 말했다. “그것뿐이겠어요? 이 사모님, 음식 대접을 한번 하는 것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서미연은 기꺼이 동의했다. 전화를 끊은 후, 서미연이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자 이성철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 “왜 그렇게 근심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어? 유선우의 돈을 썼지, 우리 집 돈은 아니잖아, 뭘 그렇게 걱정하고 있는 거야?” 서미연은 남편을 한 번 보았지만, 속마음을 말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가 유선우를 위해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는 것도 자신의 이기적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이지훈 때문이었다. 이지훈이 조은서를 좋아해서 저번에 클럽에서도 유선우와 싸운 적이 있었다. 그날 싸운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유명해졌기에 이지훈의 부모님은 아들이 또 망신당하는 일을 저지를까 봐 걱정되어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서미연은 유선우와 조은서의 사이가 좋아지면 이지훈이 마음을 끊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부부 사이가 좋으면 제3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