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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조은서도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눈빛은 매우 태연했다.

유선우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조은서가 받았고, 전화 속에서 유선우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려.”

그를 바라보며 조은서가 담담하게 말했다.

“선우 씨, 우린 이미 별거했어요. 내가 누구랑 왕래하든 선우 씨가 상관할 바 아니에요. 이제 당신 때문에 일부러 친구와 멀리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민우 씨 어머님 생신이어서 밥 먹으러 가는 거지, 바람 피우는 게 아니라고요.”

“허민우가 너 좋아하는 거, 너도 알잖아!”

“그게 어때서요? 백아현도 당신 좋아하잖아요. 그건 괜찮고요?”

...

조은서가 전화를 끊었다.

차 유리를 사이에 두고, 그가 조은서의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보았다. 얘기 도중 백아현의 이름이 나와서 그런 건가?

맞은 편의 허민우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가속 페달을 밟기만 하면 두 차는 부딪힐 것이다.

허민우의 차가 유선우의 차를 보기 좋게 긁으며 지나갔다. 그 순간 찢어질 듯한 마찰음이 귀를 강타했다.

유선우는 종래로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하물며 상대가 허민우인데 어떻겠는가.

그러나 조은서가 그 차에 있었다.

그는 조은서가 다칠까 봐 두려웠다.

검은색 벤틀리가 천천히 뒤로 물러났고, 유선우 역시 뒤로 물러나 조은서를 떠나게 두었다. 차가 스쳐 지나갈 때 유선우가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조은서를 붙잡으려는 듯 했지만 결국 잡지 못했다.

좋아해...

이 세글자가 오랫동안 메아리쳤다. 그러나 들은 사람은 유선우 한 사람뿐이다.

조은서는 가죽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멍하니 있다.

눈에 눈물이 조금 고여있다.

허민우가 백미러를 보고는 조은서를 힐끗 보며 작게 말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어때? 유 대표 이렇게 다른 사람 신경 쓰는 건 처음 보는데...”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지라 허민우는 유선우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유선우는 아까 같은 상황에서 물러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사랑하지 않는다니.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

허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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