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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3화

조진범이 차 문을 열고 나섰다. 조진범의 단정하고 고상한 모습은 형형색색의 네온 불빛 아래서 더욱 빛났다. 이 비서는 조수석에서 내려 조진범 곁으로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조 대표님, 들어가시죠. 회장님과 정씨 집안 분들이 모두 와 계십니다.”

조진범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조용히 계단을 올랐다.

길고 화려한 클럽 복도 위로 내려오는 크리스탈 조명이 일행의 그림자를 부드럽게 감싸며 은은하게 반짝였다. 매니저가 나서서 두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여깁니다, 조 대표님.”

조진범은 안쪽을 바라보았다. 조진법의 부모님과 정씨 가족들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분위기는 성벽처럼 차갑고 단단하게 느껴졌다. 테이블 위에는 몇 가지 음식이 놓여 있었으나 아무도 식사할 마음이 없는 듯했다.

이 순간 조진범이 등장하자 조은혁 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지혜의 가냘픈 몸은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정지혜는 문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자신과 결혼할 뻔했던 그 남자를 바라보며 조진범이 C성에 갔던 긴 시간 동안 자신을 전혀 그리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과의 혼약을 파기하려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무너졌다.

정지혜는 계속해서 조진범을 바라보았다. 조진범이 들어와 앉는 모습을 눈으로 따라가며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고였다.

문이 부드럽게 닫혔다.

조진범은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와인 잔을 들어 정씨 부모님께 경의를 표하며 차분히 사과했다. 정지혜에게 미안하다고,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정지혜의 부모님은 여전히 탐탁지 않다는 눈빛으로 조진범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조진범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조진범은 사업가였고 오늘 저녁의 이 자리 역시 사실상 사업을 논하는 자리였다. 조진범은 홀로 술을 한 잔 들이켜고 나서 거액의 현금 보상과 함께 20조 원 상당의 계약을 정씨 가족에게 제안했다.

정지혜의 부모는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

이 계약은 정씨 가족에게는 커다란 유혹이었고 몇백억 원의 현금 보상까지 더해져 있었으니 조씨 집안이 이 정도로 배려해 준 것은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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