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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0화

붉은 피가 조진범의 이마를 타고 콧등을 지나 차 보닛에 떨어졌다.

순간 세상이 멈춘 듯 오직 조진범의 피 떨어지는 소리만 들려왔다.

조진범은 손바닥을 보닛에 대고 열심히 몸을 일으키려 노력했지만 도저히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결국 조진범은 쓰러진채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그의 아내와 아이를 바라보았다.

조진범의 눈동자와 시선 속에는 그의 세계가 담겨있었다.

진안영은 몸을 돌려 피범벅에 쓰러져 있는 조진범을 바라보며 이름조차 부르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얼어붙어 눈만 쳐다봤다.

조진범이 눈을 깜빡이는 그 순간마다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고 한발씩 다가가는 이 길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진범 씨, 죽으면 안 돼요.’

‘진범 씨, 나 아직 당신을 용서하지 않았어요.’

‘진범 씨, 아현이 이제 겨우 100일이에요. 아이가 크는 걸 직접 봐야죠. 우리 아현이의 순간순간을 함께 지켜봐야죠. 우리 아직… 재결합도 못 했잖아요.’

마침내 진안영은 조진범의 옆에 다가왔다.

진안영은 아이를 안고 손을 뻗어 조진범의 몸을 흔들며 주변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119! 누가 119 좀 불러 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누군가 즉시 전화를 걸며 진안영을 위로했다.

진안영은 아이를 껴안고 끊임없이 조진범의 이름을 불렀다.

“구급차가 곧 올 거예요! 잠들면 안 돼요. 진범 씨 잠들지 말아요.”

조진범은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머리는 어지럽고 몸은 부서지는 듯이 아팠다.

조진범은 어딘가 파열된 것처럼 고통스러웠지만 울고 있는 진안영을 보자 마음이 더 아파져 왔다.

조진범은 오랫동안 진안영이 우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더욱이 이 눈물은 자신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었다.

그는 손을 뻗어 진안영의 얼굴을 만져주고 싶었지만 헛수고였다.

조진범의 얼굴에는 씁쓸한 옅은 미소가 퍼졌다.

‘안영아, 울지 마. 네가 울면 마음이 아파.’

진안영의 눈물이 끊임없이 조진범의 얼굴에 떨어졌다.

그녀는 한 손으로 조진범의 손을 꼭 쥐고 생명의 마지막 버팀목이라도 되길 바라며 온기를 나눴다.

정지혜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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