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과 임수해는 위엄 있게 자리를 떴다. 하지만 KS 그룹 사장의 갑작스러운 방문 소식은 빛의 속도로 그룹에서 퍼져나갔다.이유희는 경주를 사무실로 부축했다. 한무도 걱정되어 따라왔다. 팔이 탈골되어 식은땀은 옷을 흠뻑 젖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유희가 한무의 상태를 눈치채고 억지로 병원에 데려갔다. “평소 구윤은 예의 바른 것 같은데, 정말 미친놈이네.”이유희는 한숨을 쉬며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너무 무서웠다.“모두 동생을 위한 거잖아. 이해해.”경주는 무력하게 소파에 앉아 목을 뒤로 젖히고 온몸이 피곤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아람을 괴롭혔다면 아마 구윤보다 더 미친 짓을 했을 것이다. 구윤이 떠날 때 한 말을 생각하자 숨이 막히고 피가 얼어붙은 것 같았다.“그래, 효정이라면 나도 진정할 수 없어.”이유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경주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상처가 깊지는 않지만 하얀 셔츠를 빨갛게 물들였다.“병원에 가서 치료하자.”“괜찮아.”경주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구윤이 갑자기 왜 너한테 그러는 거야?”이유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아람과의 일을 이미 알고 있어.”“구윤의 눈에 아람은 동생이 아니라 딸이야. 이건 아빠 같은 오빠네. 다행히 총을 들고 들어오지 않았어. 너 이 자식, 운이 좋았네.”이유희는 일부러 농담했다.“내가 잘못한 거 맞아. 이혼했는데 아람을 건드리지 말아야 했어.”경주는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한숨을 내뱉었다.“하지만 유희야, 자제할 수 없어. 생각을 통제할 수 없고 몸을 통제할 수 없어. 나한테 너무 치명적인 유혹이야. 머릿속에 오직 아람을 원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아람을 소유하고 채우고 원했다. 이유희는 신효정의 말을 떠올리자 가슴이 아팠다.“경주야, 잘 생각해 봐. 구윤이 널 죽이려는 것도 맞아. 그 당시 네가 아람한테 한 짓이 정말 나빴어.”“무슨 말이야?”경주는 멍하니 바라보았다.“2년 전에 이미 아람과 잤어. 2년 전부터 네 여자야. 어떻게 기억이 없을 수 있어? 네
‘바보야, 구아람 왜 이렇게 멍청해!’“효정이 증인이야. 다른 사람을 못 믿어도 효정은 믿어야 해. 정말 놀랐어. 여자랑 잤는데 아무런 기억도 없어? 너무 이상하잖아!”“몰랐어, 정말 몰랐어.”경주는 가슴을 찌르는 듯한 고통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충격을 먹었다.“그날 어머니 기일이었어. 기분이 좋지 않아서 술을 많이 마셨어. 그 후로 가끔씩 침대에서 아람과 같이 있는 꿈을 꾸곤 했어. 꿈인 줄 알았어. 같이 잔 줄 상상도 못했어.”“2년 전, 김은주와 엮이고 있었잖아. 그 당시 앞으로 김은주와 꼭 다시 만날 거고, 반드시 아람과 이혼하겠다고 했어. 네 마음속에 아람의 자리가 없었어. 맞아? 신경주, 이 말도 되지 않는 것들이 네가 직접 한 말이 맞지?”이유희의 말은 경주의 가슴을 찔렀다. 수많은 뺨을 맞은 것 같았다. 경주는 멍하니 앉아 있었고, 머릿속에는 온통 자신을 바라보던 아람의 증오와 눈물이 담긴 눈이다.‘2년 전 그날 밤, 아람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당시 날 얼마나 사랑했을까? 나한테 괴롭힘을 당하고도 날 따라다녀? 난 죽을죄를 졌어. 구윤이 단검으로 더 깊게 찔러야 했어.’“경주야, 사실 넌 예전부터 아람에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 그저 네가 사랑이 뭔지 모르고, 어떻게 사랑할지 모르는 것 같아. 어린 시절 목숨을 구해준 김은주에게 조종당해왔기 때문에 아람을 받아들이지 못한 거야. 자신의 마음을 몰랐어.”이유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친구인 경주가 어이없고 마음이 아팠다.“이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왔어. 아람을 포기하지 말라고 하려고 했어. 어떻게 되든 포기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어. 끝까지 집착했으면 좋겠어. 하지만 오늘 구윤이 너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경주야. 어쩌면 엇갈린 것도 운명이야. 너희들이 정말 인연이 아닐 수도 있어. 억지로 만나는 건 서로에게 고통만 줄 거야. 게다가 아람은 가족을 중시해. 구윤의 태도로 널 받아주지 않을 거야. 구씨 가문은 널 받아주지 않을 거야. 아람의 마음속에 네가 있더라도, 너희들이 다시 만난
이 말을 들은 윤유성은 알 수 없는 감정이 생겼다.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갑자기 물었다.“지난번에 내가 조사해 달라고 부탁한 사람, 서현에게 접근한 사람을 알아냈어?”우 비서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난감해하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윤 사장님, 알아내지 못했습니다.”“알아내지 못했다고?”윤유성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제, 제가 쓸모가 없습니다!”우 비서는 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했다.“하지만 모든 인맥을 동원했는데도 그 남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 사람의 정보는 국가 비밀인 것처럼 아무런 단서도 없습니다!”“그래? 허, 재밌는 사람이네.”윤유성은 입술을 치켜올렸지만 눈에는 웃음기가 없었다.“요즘 서현을 감시해 줄 사람을 보내라고 했잖아. 서현이 말을 잘 들어?”“그럼요, 서현 씨는 천세당 아니면 사장님께서 마련하신 별장에 있어요. 다른 곳에 가지 않았어요.”“잘 지켜봐. 이제는 나가게 하지 마.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병원에 도착한 윤유성은 서둘러 아람이 있는 병실 층에 도착했다. VIP 병동 복도에 도착하자마자 구윤이 배치한 경호원들이 그들을 막았다.“윤 사장님과 구아람 씨가 무슨 사이인지 몰라요? 몰라도 구 회장님과 우리 윤 회장님의 사이, 구씨 가문과 윤씨 가문의 사이는 알겠죠?” 우 비서는 윤유성을 막는 것을 보자 화를 냈다. 경호원은 이 말을 듣자 서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길을 내주지 않았다. 윤유성은 미소를 지으며 차갑게 안경을 올렸다. 입을 열려고 하자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사이를 따져? 말장난을 하고 있어?”윤유성은 차갑게 눈을 들자 동공이 흔들렸다. 바로 우석이 조사해 내지 못한 남자, 그날 밤 서현에게 접근한 남자였다.‘도대체 누구야, 왜 여기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어?’백신우는 검은색 코트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잘생긴 눈에서 지루한 기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윤유성을 바라보는 눈빛은 오만하고 차가웠다.“그래서 윤 사장님이 우리 동생과 도대체 무슨 사이에요? 좀 궁금하네
백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으며 몰래 윤유성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날 밤 술집에서 아람처럼 보이는 여자가 서둘러 술집에서 나와 윤씨 가문의 차를 탔다. 골목이 어둡고 차 안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기에 백신우는 차 안의 남자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고 요원인 백신우의 관찰력과 기억력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다. 남자의 실루엣을 보고 70% 이상 확신할 수 있다. 그날 밤 서현 옆에 앉은 남자가 바로 윤유성이다.“넷째 형님, 오랜만이네요. 반가워요.”윤유성은 바로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먼저 인사를 했다.“응? 저를 알아요?”백신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깜짝 놀랐다.“저와 아람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어요. 아버지와 만복 아저씨도 좋은 친구예요. 어렸을 때 자주 놀러 갔었어요.”윤유성은 부드럽게 말하며 웃었다.“알고 있어요. 사모님께서 다섯 명의 자녀가 있어요. 아람에게 오빠 네 분 있어요. 그중 셋째 오빠와 넷째 오빠가 어머니의 성을 따랐어요.”백신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윤유성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셋째 형은 백진이에요. 뵌 적이 있어요. 지금은 군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어요. 넷째 형님은 처음 봬서 이름을 몰라요.”윤유성은 가볍게 말했다.“하지만 괜찮아요. 아람의 오빠이니 저도 형이라고 부를게요. 제 친형처럼 생각할게요.”“잘 분석했네요, 우리 가족에 대해 많이 알고 있네요.”백신우는 고개를 기울이며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아람에 대한 일이라면 더 알고 싶어요. 관심이 있어서 그래요.”윤유성의 눈빛이 애정으로 불타오른다. 백신우는 구윤을 통해 윤유성이 아람에게 구애를 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아람을 좋아하는 남자라면 오빠로서 잘 알아야 봐야 했다. 백신우는 아람이 나쁜 남자를 만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경주를 만난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왠지 모르게 불편했다.‘신경주는 평생 블랙리스트에 있어. 이 윤유성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네.’게다가 그날 술집에서 윤유성이라는 걸 확신하진 않지만
백소아는 테이블 위에 놓인 합의이혼서를 바라보았다. 서류엔 이미 남자의 이름이 사인되어 있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젖은 눈동자 속에 비친, 신경주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거두곤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차갑고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뒷모습은 마치 어서 빨리 합의서에 사인하라고 재촉하고 압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가 사인을 끝냈으니 당신도 어서 하세요. 은주가 돌아오기 전에, 저는 당신과의 모든 법적 절차를 끝내고 싶어요.”신경주는 양손을 등 뒤에 짊어진 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결혼 전에 이미 재산 공증을 했기 때문에 재산 분할을 할 필요는 없지만, 소아 씨 당신한테는 그간 정이 있으니 40억 상당의 서부의 별장 한 채를 더 넘겨줄게요. 어쨌든 당신이, 이 집을 나가야 하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 할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을 것 같아서요.”그의 말에 백소아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눈앞이 번쩍였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이 저랑 이혼하려는 건 아세요?”“모르면 뭐 어때요. 그게 제 결정에 영향을 미칠 꺼라 생각해요?”그녀는 여윈 몸으로 서 있지도 못하고 책상에 겨우 몸을 지탱한 채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경주 씨……, 우리 꼭 이렇게까지 이혼을 해야 해요?”그 말에 마침내 신경주는 돌아서서 짜증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그녀를 쳐다보는 남자의 뚜렷한 이목구비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가슴 떨리게 했다.“왜요? 이 결혼이 행복하다고 생각해요??”“왜냐하면……, 전 여전히 경주 씨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백소아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사랑한다구요, 경주 씨. 전 경주 씨의 아내로 그냥 있고 싶어요. 당신이 저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더라도 그냥 옆에만 있게 해주세요…….”“전 이제 지긋지긋해요. 사랑도 없는 이 결혼생활 저에게 일분일초가 지옥 같아요.”신경주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그녀의 말을 계속 들어줄 인내심조차 없었다.
저녁 식사 시간, 김은주는 신씨 가문의 사람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화목한 분위기 속, 신경주 한 사람만은 굳은 표정으로 음식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백소아는 구윤의 차를 타고 그 사람과 함께 떠났다.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하고 말이다. 40억 원에 달하는 별장을 포함한 어떤 것도 가져가지 않았다.“소아는? 왜 아직도 밥 먹으러 안 오는 거니?”신 회장이 의아한 듯 물었다.“저희는 이미 이혼하기로 결정했고, 합의서에 이미 사인했습니다.”신경주가 담담하게 말했다.“곧 법원에 서류를 제출할 예정입니다.”“뭐? 이혼? 왜?”신 회장이 말했다.“아이고, 여보. 제가 진작에 말했잖아요. 우리 경주랑 소아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두 사람은 어르신께서 억지로 결혼시키신 거잖아요.”진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아이는 3년이나 힘들게 참으면서 지냈어요. 이제야 소아가 경주와 이별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어찌 보면,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을 수도 있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경주가 사랑하는 사람은 은주잖아요.”“경주야, 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하물며 그 아이는 말이야…….”“아버지, 이미 이혼 합의서도 다 썼고, 그 사람도 이곳을 떠났어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맨몸으로 집을 나갔어요.”신경주는 답답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허, 그렇게 안 봤는데 꽤 고집 있네?”신효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 바깥에 가서 우리 신씨 가문이 자신을 푸대접했다고 함부로 말하면 어떡해요?”신경주는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난 기색이 역력했다.“경주야, 이번에는 네가 경솔하게 행동한 듯하구나. 할아버지는 아직 입원 중이셔. 이 일을 할아버지께 어떻게 설명할 거야?”신회장은 이 일로 어르신의 노여움을 살까 봐 초조함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다음 달에 결혼 소식을 알리고, 은주를 정식으로 제 아내로 맞이할 거예요.”김은주는 잘생긴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감동 어린 눈빛을 하고 있었다.“헛소
해문 구가네 집, 해장원.고급스러운 저택 마당 앞. 롤스로이스 한 대가 레드카펫 중앙에 자리를 잡고 멈추자, 구가네 둘째인 구진이 직접 마중 나와 여동생을 위해 문을 열어줬다.“우리 집 공주의 귀환을 환영합니다.”구아람의 얼굴은 화려한 등불에 비쳐 너무 아름다웠다. 그녀는 차에서 운동화를 벗고 높은 하이힐로 갈아 신은 뒤, 마치 여왕처럼 도도하게 차에서 내렸다.“오빠, 다들 별일 없었지?”“그럼, 네가 돌아와서 다들 너무 기뻐하고 있어. 불꽃놀이 예쁘지? 내 생일 선물이 도시 전체 시민의 관심을 끌어서…… 글쎄 인터넷 실검에 올랐지 뭐야?”구진의 수려하고 잘생긴 얼굴은 아람에게 칭찬받고 싶어하는 표정이었다. “응. 봤어. 엄청 아름다웠어.”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구진은 코를 훌쩍이며 감격하여 그녀를 품에 안았다. “아람아, 이제 어디 안 가지?”“안 가. 쫓겨난 마당에 가긴 어딜 가?”구아람은 더는 묻지 말라는 표정으로 그의 등을 살짝 때렸다.“아이참,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네. 3년 안에 남자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으니…….”그녀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리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꾹 참았다.그녀는 신씨 가문을 나서면서 다시는 신경주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더 이상 그에겐 그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신경주, 이 빌어먹을 놈. 감히 내 여동생을 차다니. 내가 내일부터 그놈 뒷조사를 철저하게 할 테니, 내일 넷째 형님한테 시간을 내라고 해야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리게…….”그러자 구아람의 표정이 한껏 어두워졌다.“아멘. 오빠, 장난치지 마.”구윤이 말했다.“맞아요. 사랑과 평화를 중요시해야죠.”그러자 구진은 씩씩거리며 버럭 소리쳤다.“어쨌든, 난 절대 그냥 못 넘어가. 내 여동생을 괴롭힌 것들은 내가 똑같이 배로 되돌려 줄거야.”구아람은 팔짱을 끼고 오른손으로 구진을 잡아당겼다. 그렇게 세 남매는 웃으면서 오랜만에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한편
5일 뒤, 신경주는 비서를 사무실로 불렀다.“백소아에 관한 일은 조사했어?”신경주가 물었다. 그는 몸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우뚝 솟은 몸매는 위압적인 카리스마를 풍겼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아직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한준희는 긴장했는지 몸을 떨며 말했다.“그리고 그날 밤 떠난 후, 사모님께서는 전에 일하셨던 요양원으로 돌아가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직접 사모님의 고향으로 달려가 확인했는데, 그 주소는 가짜였고, 거기에는 백씨 성을 가진 집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주소가 가짜라고?”신경주는 몸을 돌려 비서를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네, 현지 경찰을 통해서도 찾아봤지만 그런 집은 하나도 없었습니다.”그 말에 신경주는 머리가 멍해졌다. 그럼 그와 3년 동안 같이 산 여자는 누구란 말인가? 설마 비밀 스파이 요원은 아니겠지?“그럼 그때 구윤이랑 같이 갔는데 구윤을 조사해도 아무런 단서가 없어?”“사실, 구윤 대표님께서 정말 작정하고 사모님을 숨기신다면, 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신경주의 눈빛은 미묘하게 흔들렸다.“구윤 그 사람, 인품은 단정해 보이는데 어떻게 유부녀를 건드릴 수가…….”“사실 따지고 보면 도찐개찐 아닐까요?”신경주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준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한준희는 깜짝 놀라 숨을 고르지 못하고 헛기침만 했다. 그날 밤 구윤이 다정하게 구아람의 허리를 감싸고 가는 것을 본 신경주는 가슴이 왠지 답답해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깊은 정이 담겨 있었다.구아람의 매력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여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기로 소문난 구윤마저 사로잡았단 말인가? ‘이혼 안 하면 안되냐고? 사랑한다고? 거짓말쟁이.’신경주의 온몸에서는 매서운 한기를 풍겼다. 그는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생각을 멈추고 김은주의 전화를 받았다.“은주야, 왜 그래?”“오빠, 나 신씨 그룹 로비인데, 좀 데리러 나올 수 있어요? 제가 직접 만든 딤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