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뜨거운 손바닥으로 아람의 어깨를 덥석 잡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미친! 왜 또 이러는 거야, 더러운 손 치워!’그녀가 벗어나려는 것을 눈치챈 경주는 아람의 어깨뼈를 부숴버릴 정도로 세게 잡았다.전 부부가 이렇게 친밀한 것을 보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신남준만이 기쁘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우울했던 기분이 순간 좋아져 입을 다물지 못했다.‘아아아! 소아랑 경주가 다시 만나는 건가? 왜 소아 표정은 싫은 거 같지? 에이, 몰라. 아무튼 우리 손자가 드디어 정신차렸네! 관계가 발전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 축하할 만하네!’아람은 결국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사람들 몰래 천천히 발을 들어 세게 내리밟았다.“악-”경주는 눈썹을 찌푸리고 아람이만 들릴 수 있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끙끙거렸다.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내심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하이힐로 그의 고급 수제 구두의 끝을 힘껏 눌렀다.‘휴! 속이 시원하네.’그러나 경주는 입술이 떨릴 정도로 아팠다.마음까지 아프게 한 통증으로 영혼이 나갈 뻔했다.경주는 이를 악물고 천천히 시선을 돌려 품 안에서 의기양양하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찌푸린 미간이 저도 모르게 천천히 풀렸다.‘허, 날 괴롭히는 게 이렇게 좋아? 그럼 더 밟아도 괜찮겠네.’“할아버지! 저는 모함을 당한 거예요!”이대로라면 전 부부에게 당할 것 같은 신효린은 임윤호를 끌어들여 자신의 결백을 증명했다.“제가 정말 죄가 있다면, 변호사님이 무죄를 받아내서 저를 풀어주지 않았겠죠! 경찰이 바보도 아닌데, 진짜 죄가 있다면 증거가 있겠죠! 처음부터 끝까지…… 구아람 이 나쁜 X이 저를 모함한 거예요!”“신 선생님, 경찰이 사건 처리하는 데는 엄격한 절차가 있습니다.”임윤호도 이때 신효린을 위해 나섰다.“저는 신효린 씨의 변호사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저의 의뢰인의 합법적 이익이 손상되지 않는 겁니다. 사실을 왜곡할 능력은 없습니다.”그리고 구아람을 바라보았다.“구아람 씨, 제 의뢰인과 무슨
구아람이 나타나면, 신씨 가문은 분명 난장판으로 될 것이며 결국 불쾌한 기분으로 물러날 것이다. 기분이 안 좋은 아람은 신남준에게 굳이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나서지 않더라도 결백한 사람은 결백하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구만복과 유민지는 임윤호의 행동거지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신효린을 경찰서에서 꺼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숨겨진 위험을 깨끗이 처리했다는 것이다. 양준호를 협박하고 희생양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아도 경찰 쪽에서 마무리했다면, 당분간 사건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임윤호가 얼마나 예의 바르더라도 음흉한 존재일 수 있다.신남준 역시 그녀를 난감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람의 인품은 믿을 만하며, 금과 같은 진심을 본 적도 있었다. 만약 백소아조차 믿을 수 없다면,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믿을 가치가 없을 것이다.아람은 직접 휠체어를 밀어서 신남준을 방으로 데려다주었다. 경주는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고 그녀의 뒤를 바짝 붙었다. 그럴수록 아람은 더욱 짜증 나고 불쾌했다.하지만 신남준은 오늘 밤 매우 만족스러웠다. 경주 부부가 자기 곁에 있는 것을 보자 얼굴에는 항상 흐뭇한 미소를 띠었고,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활기차 보였다. 사랑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응원하는 커플을 보는 것 또한 마음이 더욱 좋아진다.“할아버지, 죄송해요. 제가 요즘 너무 바빠서 뵈러 오지 못했어요. 기분이 안 좋으셨어요?”아람은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바보야,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신남준은 그녀의 따뜻한 손을 잡고 의미심장하게 경주를 힐끗 쳐다보았다.“젊은 사람이 자주 나가 놀고, 훌륭한 남자들을 많이 만나보아야지. 이유희, 윤 도련님…… 다 너와 친한 사이라고 하던데, 어때? 맘에 드는 놈이 있어? 있으면 할아버지한테 꼭 데려와, 내가 봐 줄게!”경주는 눈썹을 찌푸리고 가슴이 할아버지에게 세게 맞은 것처럼 답답하고 아파 났다.‘이 어르신이, 휠체어에 앉아서도
구아람은 신남준에게 건강에 대해서 몇 마디 당부하고는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왔다.그녀가 나가자마자 신경주는 급히 따라 나왔다.“데려다줄게.”그의 말은 심플했다.신남준 앞에서 화내기 난감했던 아람은 마침내 화가 터져 갑자기 뒤로 물러서더니 그의 얼굴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말했다.“가!”말문이 막힌 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아람은 부끄러워 입술을 오물거렸다. 원래‘아니’라고 하려다가 ‘가’라고 말실수를 해버렸다.‘됐어, 어차피 같은 뜻이야!’“데려다줄 필요 없어, 스무 살 넘었는데 집을 못 찾을까 봐 그래?”“너무 늦었어, 데려다줄게.”경주는 그 말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오늘 밤 이 남자에게 안겼다는 것을 생각하자 아람은 손을 들어 어깨를 툭툭 털었다.“신경주, 방금 내가 화내지 않은 건, 널 봐주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계셔서 그래. 선 넘지 마. 임윤호와 신효린 때문에 짜증 나서 화풀이를 하고 싶거든. 또다시 그렇게 하면 때릴 거야.”아람은 자기가 한 말이 매우 위풍당당하고 위압적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이 나왔다.“임윤호가 또 널 귀찮게 하면, 나한테 알려줘. 내가 해결해 줄게.”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허, 필요 없어! 임씨 가문과 구씨 가문의 일에 외부인이 간섭하지 마. 너 나 잘해!”오늘 밤 자신을 위해 가족들 앞에서 임윤호의 체면을 구겼던 것을 떠올리자 마음속에 애매한 감정이 맴돌았다.하지만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아마 경주가 자신의 이익을 고려해서 한 짓일 것 같았다.‘신광구가 임윤호를 신씨 그룹에 영입하고 싶어 하네. 임윤호가 진짜로 신씨 그룹의 법률 고문으로 된다면, 능력자 한 명이 더 생기니 신경주에게 불리해지겠네.’이런 생각이 들자 아람은 피식 웃었다.경주가 다시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경주야!”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돌아서보니 신광구가 다가오고 있었다.“서재로 와, 할 얘기가 있어.”“나중에 갈게요. 지금 구아람 씨를 데려다주겠어요.”
서재에는 진주와 신효린이 함께 있었다.신광구는 당연히 신남준을 부르지 않았다. 그는 늘 신경주의 편을 들어주기 때문이다.지금 부자는 완전히 맞서고 있다.경주의 어머니인 정서연이 자살한 이후, 두 사람은 명목상의 부자 관계로 되었다.두 사람의 사이도 이제 아람 때문에 더 악화되었다.이것은 진주가 가장 원하는 것이었다.‘생각해 보면, 신광구도 그 사람 자식인데, 결국 억압당할 거잖아?’두 사람이 맞서서 각자의 길을 걸어야만 혼란의 틈을 타 신씨 가문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알려줄 게 있어서 부른 거야.”신광구는 냉정하게 소파에 앉아 갓 인쇄한 임명장을 경주 앞에 내던졌다.“임윤호를 신씨 그룹의 법률 고문 겸 법무부 부장으로 정식 임명하기로 했어. 임명장은 내일 아침 일찍 전달될 거야. 내가 사인했으니 네가 할 필요는 없어.”진주 모녀는 은근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전 동의하지 않습니다.”냉기가 감돌고 있는 경주는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네가 동의할 필요 없어, 내가 동의하면 돼. 임윤호는 보기 드문 인재야. 재단에서 훌륭한 변호사를 영입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오늘 밤 구아람과 임윤호의 대화를 못 들으셨어요?”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차갑게 웃었다.“저런 배은망덕하고 이익만 추구하는 파렴치한 변호사를 영입하는 건, 같은 배를 타고 싶어서였군요.”“너! 이 건방진 자식!”신광구가 벌떡 일어나며 그 충격으로 눈이 캄캄해졌지만, 다행히 진주가 제때에 그를 부축해 주었다.“오빠, 화내지 마. 몸 상하면 안 돼!”그녀는 남편의 척추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웃음꽃이 피었다.“구씨 가문은 임씨 가문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어요. 구 회장님은 온 가족을 보살펴 주셨죠. 동생마저 KS 그룹에서 일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나쁜 마음을 품고 있어요.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위해 약속을 무시렸다고요. 그런 사람을 통제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더 유혹적인 조건이 나온다면, 순순히 신씨 그룹에 남아 아버지를 위해 일할 것 같
마치 피비린내 나는 아수라장에서 본 것 같은, 인간과 악마를 구분할 수 없는 눈빛이다.신광구는 숨이 막혀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때 정서연이 위층에서 뛰어내렸을 때, 어린 경주는 어머니의 피투성이 된 시신을 붙잡고 뒤늦게 온 아버지를 바라보았는데, 바로 그 눈빛이었다.혐오하고 미워했지만 두려움이 훨씬 더 컸다.지금 단지 아람 때문에 친 아버지와 감정이 틀어지려 한다.진주와 신효린은 경주를 비웃으러 온 것이지만, 웃음거리 대신 놀라움을 느꼈다.겁에 질린 그녀들은 숨을 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경주는 눈을 감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 뒤돌아서서 자리를 떠나려 했다.“신경주!”목이 쉰 신광구는 벌벌 떨면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이렇게 구씨 가문의 딸을 지켜주는 것은…… 구씨 가문의 편을 들고 친아버지를 거역하려는 거야? 네가 누구 집 자식인지 잊지 마. 내가 널 지지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어떻게 권력을 가졌겠어!”자주 듣는 말이라 새롭지도 않았다.경주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말을 들었고, 심지어 역겨웠다.“남의 힘을 빌려 이룬 성공은 쉽게 무너져! 감히 날 거역한다면…… 사장 자리에서 쫓아낼 거야! 힘이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어!”신광구는 그야말로 히스테리를 부렸다.아내인 진주조차 이 정도로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마음대로 하세요. 정말 그럴 용기가 있으시다면.”경주는 세상과 단절된 듯한 눈빛으로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구아람을 위해서라면, 신씨 가문 전체와 맞서도 상관없어요.”……서재에서 나온 경주의 넓은 어깨가 처지며 영혼이 탈탈 털린 것 같았다.“경주야.”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눈을 부릅뜨고 보니 신남준이 눈앞에 있었다.방금 전까지 복잡한 감정에 빠져서 복도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신남준은 잠옷을 갈아입지 않고 여전히 입고 온 긴 셔츠를 입고 있었다. 관해 정원에서 잘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신광구와 진
일주일 후.안나 조와 세계적인 명품 자동차 브랜드 CEO의 세기의 결혼식이 예정대로 KS WORLD에서 열렸다.이날 국내외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모두 이 엄청난 소식으로 가득 찼다.성주의 언론도 총출동하여 열나게 취재를 했다.인터넷의 뉴스 헤드라인도 화제성을 높이기 위해 일을 벌였다.[라이벌을 제치고 주최권을 획득한 KS WORLD에게 축하를 보냅니다!][해문 KS가 성주에서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최고였던 신씨 그룹이 실패하여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신씨 가문에서 잇달아 스캔들에 휘말리는데, 같은 귀족 가문으로서 왜 격차가 이렇게 큰 걸까요?]이날 KS WORLD 호텔에 대한 관심도 최고조에 달했다.네티즌들은 신분이 밝혀진 구아람을 극도로 칭찬했고, 신효린을 언급하며 아가씨를 더 돋보이게 했다.[이번 게임은 역시 구아람 씨가 이겼네, 알렉스랑 맞선다고? 신경주 미쳤어!][솔직히 말하면 신 사장님과 상관없잖아. 신효린이 신의 머리 위에서 까불다가 망신 당한 거지!][신효린은 구아람 씨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고 생각했을 텐데, 결국 추악한 보습만 보였네. 하하하하!][너무 추해! 가짜 주얼리를 사서 월드 스타에게 선물해 주다니!][이해가 안 되지? 아끼면서 속일 때까지 속여보는 거야!][경찰서에서 무사히 나왔더라도, 이미 지위도 명예도 잃었어. 추악하기 짝이 없어!]악명이 높은 신효린은 요즘 실검에 오르내리며 욕먹는 모습을 보자, 화가 난 나머지 병이 들어 병석에 누워버렸다.진주는 강인하고 승부욕이 강한 마음을 내려놓고, 아픈 딸을 돌보며 신광구의 마음에 다가가려고 애썼다.이를 위해 40세를 넘긴 그녀는 미용을 하며 몰래 검은 레이스로 꾸민 에로틱한 옷 몇 벌을 샀고, 최음제 아로마 디퓨저까지 구입했다. 매력을 발산할 기회를 찾으며 20년 전처럼 신광구를 다시 자기에게 빠지게 만들고 싶었다.그런데 예전에는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던 남자가 반년 동안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신광구는 의도적으로 진주를 피하는 듯했다. 일주일 동
“수고했어.”“올해는 왜 갑자기 등산하러 가려는 거예요?”한무는 궁금해서 물었다.“매년 갔잖아.”경주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어린 시절, 심리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여름방학을 이용해 두 달 동안 기락산 삼림공원에서 삼림 보호 봉사자를 한 적이 있다.당시에는 먹고 자는 것 외에 범 팀장을 따라 등산을 다니며 등산객을 구조하거나 안전 위험 요소를 점검하는 단순한 생활을 보냈다.하지만 그의 인생에서 드물게 짧고 편한 시간이었다.나중에 사장이 된 후 매년 삼림 보호를 위해 공원에 많은 돈을 기부했다. 이 사실은 그와 범 팀장 외에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사장님! 안나 조의 결혼식을 보셨어요? 대박! 사모님 정말 대단해요!”눈이 별빛으로 변한 한무는 구아람의 팬으로 되었다.“블랙 장미! 어떻게 블랙 장미로 현장을 장식할 생각을 했을까요? 의외로 안나 조도 동의했고요!”“평범한 여자가 아니잖아. 구아람인데.”경주는 눈웃음을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이 여인은 언제나 방법이 있어.”한무는 눈을 부릅뜨고 입을 벌렸다.‘내가…… 잘못 들었나? 사장님이 사모님을 여인이라고 불렀다고? 왜 갑자기 부드러운 남자 콘셉트로 변한 거야?’……경주와 신남준이 개입해서 임윤호가 신씨 그룹 법무부 부장으로 임명된 것도 물거품으로 되었다.늘 순조로웠던 임윤호는 처음으로 좌절의 맛을 경험하자, 일주일 동안 유럽에서 마음을 진정시켰다가 임씨 가문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일주일 내내 기다리던 임수해에게 붙잡혔다.“안녕, 우리 구씨 가문 아가씨 옆에서 충성을 하는 비서잖아?”임윤호는 비아냥거리며 수해를 노려보았다.“아가씨 옆에 있지 않고 왜 왔어?”“임 변호사, 나한테 해명할 게 없어?”수해는 그의 놀림을 무시하고 냉정하게 물었다.“해명? 임수해, 이게 네가 형한테 말하는 태도야?”이미 화가 나 있었던 임윤호는 마침내 폭발하기 직전이었다.“지난번엔 진주, 이번엔 신효린. 임 변호사는 정말 업계의 모범이네, 더러운 일을 모두 도맡아 버리
반응이 빠른 임승철은 정신없이 손찌검을 하고 있는 수해를 잡아당긴 후, 뒤에서 꽉 안았다.“수해야! 미쳤어, 어떻게 형한테 그럴 수 있어?”“미친…… 미쳤어!”임윤호는 얼굴을 가리고 바닥에서 일어났다.“구씨 가문의 그 계집애를 위해…… 가족도 버리는 괴물로 됐네!”“괴물로 변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임윤호!”수해는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그만해! 입 다물지 못해!”임정운은 아내를 감싸 안고 두 아들을 향해 소리쳤다.임씨 사모님은 자식들의 이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마음이 급해났다.“수해야, 형이 신씨 가문을 도와줬다는 얘기를 들었어. 형을 탓하지 마. 그게 형의 일이야.”임승철은 그들이 또다시 싸울까 봐 중간에서 해명해 주었다.“오늘 밤 나가서 잘게요.”수해는 멍이 든 얼굴로 밖으로 나갔다.“수해야! 어디 가!”임씨 사모님은 걱정스럽게 소리쳤다.“허, 어디 가겠어. 아가씨를 돌보러 가겠지.”임윤호는 단 한 번도 이런 굴욕을 당한 적이 없었다. 외부인이 없는 틈을 타 수해의 가슴을 찌르는 말을 내뱉었다.“구씨 가문의 아가씨가 우리 수해가 없으면 잠을 잘 수 있으려나.”“이 자식! 아가씨를 함부로 모욕하지 마!”수해는 원망스러워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고 주먹을 꽉 쥐었다.임승철이 잡고 있지 않았다면 분명히 다시 싸웠을 것이다.“윤호야! 아가씨에게 감히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임정운은 더 이상 듣지 못하고 재빨리 걸어와 두 형제 가운데 서서 보이지 않는 압박감을 주었다.“오늘 밤 아무도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서재에 가 있어! 승철아, 막대기를 가져와. 가정 규칙으로 가야지!”임윤호와 수해는 깜짝 놀랐다.임승철도 어쩔 수 없이 말을 들어야 했다.“네, 아버지.”임씨 사모님은 말리고 싶었지만 가장인 남편을 평생 말려본 적이 없어서 한숨만 쉬었다.“수해야, 네가 먼저 손 댄 거야?”임정운은 눈썹을 찌푸리고 진지하게 물었다.“네, 아버지.”“형에게 사과해, 어서!”수해는 여전히 주먹을 불끈 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