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일이 있었어?”신남준은 턱을 만졌다.“그럼요, 아버지.”진주도 옆에서 거들었다.“고귀한 도련님께서 언제 주동적으로 귀족 아가씨를 만나러 간 것을 본 적이 있어요? 효린이를 찾아온 건 분명 마음에 두고 있다는 뜻이에요.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이에요. 뿐만 아니라 아버지께서는 좋은 마음으로 구아람 씨와 도련님을 연결해주려 하시는 거죠.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구아람 씨 곁에 이미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는 소문이 있어요.”신경주는 눈을 쳐들고 싸늘하게 진주를 바라보았다.얇은 입술을 꼭 다물고 침을 삼키는 모습이 마음속의 감정을 억누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깜짝 놀란 신남준은 다급하게 물었다.“소아에게 남자친구 생겼어? 누군데?”“윤씨 그룹 윤 회장님의 막내아들, 넷째 도련님 윤유성이에요.”진주는 부랴부랴 대답했다.이 소식은 전에 김은주에게서 들은 것이다.하지만 나중에 신효린도 구아람과 윤유성이 쭉 연락하고 지낸다고 해서 진짜든 가짜든 일단 어르신의 생각을 없애려고 했다.“구아람과 윤유성은 사귀는 사이가 아니에요.”경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찻잔을 쿵 하고 내려놓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하지만 둘이 사적으로 데이트를 한두 번 한게 아니라고 들었는데, 장미 정원도 가고 콘서트도 가고…….”“제가 아니라면 아닌 거예요.”경주의 칠흑 같은 눈에는 분노가 타올랐고 차가운 눈빛으로 진주를 바라보았다.“앞으로 상황을 잘 모르시면 함부로 지어내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구아람은 여자아이이고 지금은 구씨 가문의 아가씨이자 KS 호텔의 사장님입니다. 이런 소문을 퍼뜨리면 명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의붓아들의 말에 진주는 말문이 막히고 화가 나서 입가를 떨었다.“신경주! 이게 어른과 말하는 태도야? 무슨…….”신광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경주는 싸늘하게 일어섰다.“잘 먹었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신남준은 분연히 떠나는 손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눈을 가늘게 떴다.……가슴이 답답한 경주는 손을 뻗어 넥타이를 잡아
이소희에게서 받은 알렉스의 주얼리 목걸이 모조품이 역시 작용을 발휘했다.신효린은 안나 조에게 사적으로 선물할 때 들켜서 망신을 당할까 봐 안절부절못했었다.하지만 그녀는 이미 변명할 방법을 생각해 들켜도 상관없었다. 들키면 지인에게 속았고 자신도 주얼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대충 넘기려 했다.그러나 알렉스 제자의 솜씨가 너무 좋았는지, 안나 조는 이 목걸이가 가짜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빙글빙글 웃으며 바로 목에 걸치고는 빼기 아까워했다.결국, 안나 조와 신효린은 정식 계약을 맺었다.뿐만 아니라 진주가 아낌없이 도와준 바람에 늘 회사 핵심에 들어가지도 못하던 신효린이 신광구에 의해 이사로 파격 발탁되어 그룹 고위층 정기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그날 밤 진주 모녀는 베란다에 앉아 미리 축하주를 마셨다.“딸, 안나 조의 결혼식이 끝나면 네 아버지는 정시으로 너에게 호텔을 맡길 거야.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나아가면, 조만간 이사회에 들어올 수 있을 거야. 그땐 엄마와 같이 신경주 그놈을 쫓아내자!”딸을 안고 있는 진주는 눈빛이 번쩍이며 마치 새롭게 떠오르는 희망을 안고 있는 것 같았다.“딸, 네 동생에게 더 이상 바랄 수 없어. 엄마의 후반생은 너에게 맡길게!”“엄마, 걱정 마! 내가 성공적으로 그 자리에 오르게 되면, 신경주의 세력을 천천히 없애버릴 거야, 그럼 신씨 그룹 전체가 우리의 손에 들어올 거야!”사치스러운 빛이 뿜어져 나오는 신효린은 신나게 진주와 건배했다.이때, 문밖에서 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아가씨, 방금 두 분의 초대장이 왔어요.”모녀는 서로 바라보더니 베란다를 나섰다.그러자 신효린이 물었다.“누가 보낸 거예요?”“KS WORLD 호텔 사장님의 비서가 준 것입니다. 성은 임 씨고요.”‘KS? 구아람이 보낸 거라고?’“알겠어, 나가 봐.”진주는 초대장을 받고 문을 닫았다.봉투를 열어보니 안에는 주얼리 바자회 초대장 두 장이 들어 있었다.진주는 붉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구윤은 눈썹을 찌푸렸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운동하려고?”“응, 오빠. 기분이 좋아서 카약을 타려고 하려던 참이야!”구아람은 목을 뒤로 젖히고 작은 얼굴을 치켜들더니 히죽히죽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한밤중에 무슨 카약이야, 물에 빠지면 어떻게, 네가 수영을 잘하는 것도 아니잖아.”구윤은 그녀의 가는 허리를 살짝 꼬집었다.“그리고, 밖에 온도가 거의 영하로 떨어지는 걸 몰라? 이렇게 적게 입고 나갔다가 감기 걸리면 어떡해?”그리고 그는 임수해를 힐끗 보았다.“아가씨 곁에 평소에 너 밖에 없는데, 왜 지켜보지 못해?”“죄송합니다, 사장님. 저의 잘못입니다.”수해는 허리를 깊이 숙이며 잘못을 인정했다.“그만해, 오빠. 수해를 탓하지 마. 나에게 말했었는데, 내가 수해의 말을 듣는 것도 아니잖아.”남매는 손을 잡고 소파에 앉았고 아람이는 오빠의 넓은 어깨에 기대었다.“오빠, 방금 ‘민트’의 에디터와 전화로 행사 과정을 결정했어. 이렇게 좋은 행사를 하게 해줘서 고마워. 내가 ‘민트’를 엄청 좋아해, 어렸을 때부터 이 잡지를 보고 자랐어, 이건 나의 패션 디자인의 계몽이야!”‘민트’ 잡지의 수석 에디터 엘스는 패션계에 비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마녀이다. 쇼를 볼 때 그녀가 눈썹을 살짝 찡그려도 브랜드에게는 큰 재난이다. 그래서 이 여자는 패션계의 거물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그런데 바로 이런 거물이 방금 직접 아람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당시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하던 아가씨가 손에 땀이 날 정도로 흥분했다는 것을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아람아, 너만 좋다면 돼.”구윤은 다정한 눈을 가늘게 뜨며 손을 들어 그녀의 작은 코를 긁었다.“안나 조가 신씨 그룹에게 빼앗긴 일로 마음이 답답해할까 봐 걱정했어, 네가 한가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서 일을 찾아주었지. 바빠지면 짜증 나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잖아.”“쳇, 내가 그렇게 나약한 사람이야? 요즘 먹을 것도 많이 먹고 잠도 푹 잤어, 그 일을 아예 마음에 두지 않
눈 깜짝할 사이에 KS WORLD에서 주얼리 자선 바자회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이번 행사는 자선과 연계되어 KS 측과 ‘민트’는 초기에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성주 매체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민트’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패션잡지로 많은 톱스타들이 표지를 장식하기 위해 체면을 불고하고 경쟁하고 있어 그 영향력을 집작할 수 있다.그날 많은 스타들이 모여 호텔 밖은 시끌벅적했다.보안부 전원이 출동해 질서를 유지했고 현장의 혼란으로 인해 압사사고가 방생할까 봐 스타들도 협조해 주며 팬들과 인사를 나눈 뒤 빠르게 입장했다.줄줄이 늘어선 링컨 한 대가 군중 속으로 들어서자 비로소 현장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보디가드가 문을 열더니 화려한 턱시도를 입은 진주와 신효린이 차에서 내렸다.행사를 참석한 다른 귀족 부인들은 뒷문이나 VIP 통로로 갔지만, 이 두 모녀만이 버릇을 못 고치고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싶어 했다. 가끔 번쩍거리는 플래시에 비치지 않으면 불편한 듯했다.“봐봐, 저 사람이 김은주의 이모 아니야?”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진주의 귀에 들어가자 그녀의 얼굴은 바로 파랗게 질렸다.‘한물간 여배우’, ‘내연녀’라는 타이틀을 떼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신씨 그룹 회장님의 부인으로 되는 데 수년이 걸렸다.그러나 김은주 그 악명 높은 계집애 때문에 또 ‘김은주의 이모’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비록 김은주의 이모는 맞지만, 지금 이 말이 욕처럼 들렸다.“아이고! 맞네!”사람들은 맞장구를 쳤다.“그때 뇌물 공여나 횡령으로 검찰에 불려갔던 것 같은데?”“맞아! 그러다가 또 풀려났어. 쯧쯧, 재벌이 정권을 장학하는 성주는 하늘까지 캄캄하네!”“네티즌들이 기억이 없는 줄 알고 뛰쳐나온 거야? 참 뻔뻔하네. 신광구는 왜 이 비겁한 아내를 단속하지 않는 거지?”“지금 진주를 보자마자 김은주 생일잔치에서 얼굴을 붉히며 조카를 자랑하던 모습이 생각나네. 그러더니 김은주의 이미지가 바로 무너졌잖아, 정말 진주를 엿 먹이는 거 아니었어?”“그때 표
신효린은 멍이 든 팔을 움켜쥐고 욕을 퍼붓는 진주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다.어려서부터 진주는 신광구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고 많은 길을 열어주었지만, 여전히 그녀가 고상한 지위에 오를 수 없는 상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이소희의 어머니, 그리고 구씨 가문 둘째 사모님인 유민지와 같은 귀족 가문 출신의 아가씨들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사람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부모님이야, 이건 치명적인 단점이네!’……오늘 밤 행사는 리셉션과 바자회 두 부분으로 나뉜다.리셉션 현장에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얼굴들이 밝게 빛났다. 마치 연예계 절반의 사람이 와서 성원해 준 것 같았다.구아람은 호텔의 사장님이자 이번 자선 바자회 주최 측 책임자로서 언론 기자의 인터뷰를 피할 수 없었다.카메라와 마이크를 마주한 그녀는 거침없이 대답했다.“구 사장님, 안나 조는 이미 신씨 호텔을 선택했어요. 이 시기에 ‘민트’ 잡지의 바자회를 주관한 것은 신씨 그룹과 경쟁한다는 뜻인가요?” 기자가 물었다.“이런 생각을 하시는 건 이해합니다. 저희가 늘 신씨 그룹과 경쟁하고 있으니까요.”아람은 담담하게 웃었다.“하지만 이번 행사는 ‘민트’ 잡지가 자발적으로 저희를 선택한 것입니다. 모든 것은 우연이었고 의도하지 않았습니다.”“안나 조께서 KS WORLD을 선택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는데 왜 결국 신씨 호텔로 바뀌었나요? 혹시 무슨 착오가 생긴 건가요?”“이건 계약과 관련되었고 호텔 내부 영업 비밀이기에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안나 조의 결혼식 현장이 알려지면서 계약을 파기하고 신씨 그룹과 협력했는데요.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까?”아람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눈빛이 차가워졌다.‘이 기자가 수상하네, 누가 끼어놓은 건가?’그러나 이때, 이소희는 샴페인을 마시며 아람이가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장면을 보면서 음산한 웃음을 지었다.그 상스러운 기자는 바로 이소희가 끼어놓은 것이다.세상을 뒤흔드는 역할을 하지 못하더라도 아람을 역겹게 하고 외부로부터 더 많은 비난을 받게 할 수 있
신효린의 발언이 주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그 안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있었다.첫째, 모든 잘못은 KS WORLD에 있고 안나 조는 이 사건에서 권익을 침해당한 피해자이다.둘째, 아람은 아직 호텔의 문제를 수습하지 못한 채 민트의 행사를 성급히 맡은 것은 대개 사람들의 눈을 속이려는 것이다. 호텔이 안나 조의 계약 해지 사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여전히 큰 행사를 주관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이다.셋째, 아람은 사장으로서 심각한 직무태만을 범했으며 KS WORLD 호텔은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비밀 유지를 제대로 이루지 못했으며 보안에 허점이 있다.안나 조가 바로 신씨 그룹을 선택한 것은 신씨 호텔은 모든 면에서 KS WORLD보다 우수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기자들도 웅성거리며 줄줄이 가운데 서 있는 아람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아람은 오늘 자신에게 이런 문제가 닥칠 것을 알고 있었다.신효린이 부채질한 것은 여론으로 자신을 공격하고 호텔을 공격하려는 것이다.그녀는 이 모녀의 정교한 화장도 감출 수 없는 소인의 득의양양한 얼굴을 바라보았다.‘하찮은 것들, 참 우습네!’이때, 패션계와 연예계의 거물인 엘스와 안나 조가 함께 입장했다.마침 신효린이 아람을 비아냥거리며 기자들에게 몰리는 장면을 봤다.선글라스를 끼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엘스는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아람을 바라보더니 팔꿈치로 옆에 있는 안나를 툭툭 쳤다.“구아람 씨와의 협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왜?”안나 조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왜냐하면 구아람 씨의 오빠는 엄청 출중하고 훌륭한 남자이기 때문이야. 구윤 씨는 제가 살면서 본 가장 잘생긴 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구윤을 언급하자 선글라스 뒤에 숨에 있는 눈이 반짝거렸다.“제 이상형이거든.”“구아람 씨의 오빠가 이상형인데, 협력을 안 하는 것과 부슨 상관이야?”안나 조는 어안이 벙벙했다.그러자 엘스는 의미심장하게 말하며 목소리까지 부드러워졌다
“첫 번째는 저 헛소리하는 기자를 국내 뉴스계에서 없애버려.”“네!”“두 번째는 신씨 그룹의 여론팀에게 전화를 걸어서 인터넷 여론을 감시하라고 해. 구아람과 KS WORLD에 대한 부정적인 리뷰는 즉시 삭제해.”“네!”한무는 돌아서서 경주가 내린 명령을 수행하러 갔다.경주는 그 자리에 홀로 서서 아람의 의연하고 고집 센 표정을 바라보더니 눈빛이 점점 부드러워졌다.“이 정도쯤이야, 고마워할 필요 없어.”‘앞에서 넌 마음껏 해. 뒤에선 내가 도와줄 테니까.’……아래층에는 여전히 떠들썩거렸다.“구아람 씨. 이번 안나 씨와 협력을 하지 못한 건 참 유감스럽네요.”모두 아람에게 화살을 돌린 것을 본 진주가 나서서 비아냥거리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경영이 처음이고 나이도 어리니 실수를 범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하지만 차츰 좋아질 겁니다. 젊었을 땐 그 누구도 잘못을 저지르잖아요. 중요한 건 잘못을 알고 고칠 수 있다는 겁니다.”“그러네요. 이번엔 제가 소홀해서 나쁜 짓을 도모하는 사람에게 당했네요.”아람의 눈웃음을 지은 표정에서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앞으로 제가 반드시 철저히 대비할 겁니다. 이번에는 학비를 냈다 치죠.”진주는 속으로 경멸했다.“구 사장님의 말씀은…… 모함을 당했다는 건가요?”기자가 놀라서 물었다.“여러분, 바자회가 곧 시작되니 행사장으로 옮겨야 합니다.”아람은 직접 대답하지 않고 당당하게 다른 연회장으로 갔다.심지어 진주와 신효린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그러자 모녀는 적을 제압하는 쾌감과 승리의 기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저년이, 교묘한 수작을 부리면 상황이 뒤 짚일 줄 알아? 참 허황한 생각을 하네!”진주는 음흉한 눈빛으로 아람의 뒷모습을 노려보았고, 말투는 매우 사나웠다.“흥, 방금 봤어? 변명하기도 귀찮아하잖아. 이미 포기한 거네!”신이 난 신효린은 어머니의 팔을 껴안았다.“행사가 끝나면 몇몇 언론사에게 기사를 써라고 할게. 구아람을 잘 홍보해 줘야지, 호텔 관리자로서 얼마나 무능한지 보
하객들은 바자회를 참가하기 위해 잇달아 다른 연화장으로 들어갔다.구아람은 기자들 앞에서 빠져나와 공격을 피하고 복도로 가서 안정을 찾았다.“아가씨!”임수해는 걱정되어 급히 그녀 곁으로 달려갔다.“괜찮으세요?”“까다로운 기자들일 뿐인데, 무슨 일이 있겠어, 괜찮아.”침착한 아람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지금 내 곁에 있지 말고 연회장에 가서 돌봐야지.”“하지만…… 아가씨가 걱정돼요.”급해난 수해는 목소리까지 쉬었다.“저 기자들은 분명 목적을 가지고 온 거예요. 누군가가 아가씨를 괴롭히기 위해 보내온 사람들이에요! 계속 우리의 실수만 따지고 있잖아요, 망신 당하게 하려고!”“그건 당연한 거잖아. 자선 행사를 열었는데 설마 기자들이 와서 덕담을 해주겠어?”아람은 팔짱을 끼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리고 질문들도 문제없어. 확실히 내가 소홀해서 실수한 것이고, 화려하게 입은 짐승들이 그 틈을 타서 날 비꼬는 것도 남을 탓할 수 없지.”‘화려하게 입은 짐승들이라…….’수해의 머릿속에는 순간 진주 모녀가 떠올랐다.“하지만, 네가 한 말을 동의할 수 없어. 기자들은 확실히 누군가가 일부러 보낸 사람들이지만 날 망치려는 것이 아니라 날 도와주러 온 거야.”아람은 벽에 기대고 손끝으로 팔을 가볍게 툭툭 쳤다.“신효린이 득의양양하고 떠들썩거리게 내버려 둬. 내가 젤 잘하는 건 상대가 세상을 다 가진 줄 알았을 때 갑자기 떨어뜨려 여지없이 패배하게 하는 거야. 허허, 재밌어.”수해는 아가씨의 점점 어두워지는 눈빛을 보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독해지면 정말 구윤 사장님과 똑같으시네. 장미는 비록 예쁘지만 가시가 있고 독이 있는 법이지.’연회장에 사장님 비서인 수해의 도움이 필요해 그는 쏜살같이 달려갔다.아람은 행사 때문에 하루 종일 아침만 먹고 온 하루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배고파서 소파에 축 늘어진 그녀는 하이힐을 걷어차고 하얀 발을 드러냈다.불쌍하게 웅크리고 있었고 배가 고파서 위가 쓰려났다.“배…… 배고파.”아람은 힘없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