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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그날 밤, 신씨 가족이 모처럼 모여 한 달에 한 번씩 신씨 어르신과 함께 식사하러 만월교로 향했다.

밥 먹는 동안 분위기는 엄청 화기애애해 보였다. 신효린마저 뜬금없이 신효정에게 음료수를 따라주고 음식을 집어주었다. 그 모습은 마치 사이가 엄청 좋은 자매처럼 보였다.

신효정은 둘째 오빠 옆에 앉아 밥만 먹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록 자폐적이고 내성적이지만 기개가 있다.

신효린이 따라준 물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고 집어 준 음식도 옆으로 놓은 채 한 입도 먹지 않았다.

“아버지, 저랑 진주가 요즘 중요한 일을 상의하고 있었는데, 이미 생각을 끝마쳤어요. 이번에 특별히 말씀드리러 왔어요, 그리고 아버지의 의견도 듣고 싶고요.”

신광구는 단정하게 앉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귀공자다운 그는 식사 예절도 잘 지켰다.

“부부끼리 이미 얘기가 끝났는데, 왜 나 같은 늙은이에게 말하려는 거야.”

신남준은 눈을 내리깔고 동파육을 입에 넣더니 오물오물 씹었다.

“너의 사랑스러운 아내가 해결 못하는 일도 있어? 진주가 아이디어 내주잖아. 몇 년 동안 그렇게 해왔으면서.”

억지로 웃고 있는 진주의 눈빛에는 원망스러움이 담겨있었다.

매달 그녀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 바로 이곳에 와서 늙은이와 함께 식사하는 것이었다. 늘 그녀를 향해 비꼬는 말을 해서 매번 오기 전날 밤마다 잠을 설치곤 한다.

‘이 늙은이가 도대체 언제 천당으로 가는 거야!’

신광구는 눈썹을 찌푸리며 가볍게 기침을 하더니 탁자 밑에서 진주의 손을 잡았다.

“아버지, 효린이도 이제 결혼 적령기가 되었으니 슬슬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효린은 가볍게 입술을 오므렸고 얼굴이 불그레 졌다.

“결혼?”

신남준은 젓가락질을 멈추더니 눈썹을 찌푸렸다.

“우리 큰 손녀딸이 겨우 스물다섯이야, 얼마나 젊어. 아직 우리 두 손녀딸이 내 곁에 2년 더 있다가 시집갔으면 좋겠는데, 뭐가 그리 급해!”

“게다가 우리 신씨 가문의 딸이 시집을 걱정할 필요가 없잖아, 스물다섯은커녕 오십둘도 아름다운 꽃과 마찬가지야. 결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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