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하는 소리와 함께 마치 우렁찬 번개가 김은주의 치마 밑에 떨어진 것 같았고 현장도 떠들썩거렸다.“세상에! 이 더럽고 옹졸한 남자가 김은주의 애인이야? 눈이 삐었나? 신 사장님과 같은 고귀한 남자와 연애를 하면서 왜 쓰레기 같은 남자와 바람을 피운 거야?”“에이, 원래 고귀한 것들을 만나다 보면 질려서 쓰레기를 찾게 되는 법이야!”“이 남자와 아이를 낳자마자 버리고는 귀족 가문에 시집가서 사모님을 하고 싶어 하다니…… 마음이 왜 이렇게 독한 거야! 아이는 자기 핏줄인데!”“대박, 이건 정말 팝콘각이야!”“큰일이네, 신 사장님이 실연당했네!”혼란스러운 가운데, 이유희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고 몸을 숙여 바닥에 있는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두 번이나 확인한 후에야 신경주에게 주었다. 그리고 일부러 주위 사람들이 똑똑히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 또박또박 말했다.“경주야, 이 보고서를 낸 감정 기구는 국내에서 엄청 권위 있는 곳이야, 보고서가 아마 진짜일 거야.”신경주의 얇은 입술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오므렸고 불거진 눈을 천천히 감았다.김은주의 눈에는 하나뿐인 희망의 창문이 닫혔다고 느껴져 해일 같은 공포감이 밀려왔다.“오빠, 그…… 그때 오빠를 떠난 후 엄청 심한 우울증을 앓았어, 오빠도 알고 있잖아! 내가 M 국에 있을 때 병세가 악화되어 몸도 마음도 엄청 괴로웠어, 나도 나의 행위들을 컨트롤할 수 없었어, 내가 뭐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이렇게 된 이상 김은주는 우울증을 핑계로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신경주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그도 경험해 본 사람이기에 다른 사람을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다.무대 위에서 이를 목격한 진주는 분노와 절망으로 가득 찼다.김은주 이 잘난 체하는 미련한 여자가 결국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사고를 쳤기에 분노하였고, 그녀가 자신의 입으로 이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인정하였기에 절망한 것이다.“하하하하하, 우
사람들은 놀라서 얼굴이 창백한 진정을 보고 있었다.경찰이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해서 체포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래서 진정이 청부업자를 고용해 살인을 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손목에 차고 있는 수갑을 바라보던 진정은 귀가 먹먹하고 하늘이 무너진 듯 눈앞이 캄캄했다.‘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이럴 수 있지?’사생아를 죽여라고 고용한 사람은 일 처리가 믿음직한 사람이고 돈도 넉넉하게 주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국내에서 일어난 것도 아닌에 어떻게 들킨 건지 알 수가 없었다.“정아! 진정아!”김 회장은 아내가 경찰에 연행되는 것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는 급히 쫓아가서 막으려다가 두 걸음도 못 걸고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가슴을 누르더니 뒤로 쓰러졌다.“빨리, 빨리 구급차를 불러!”신광구는 크게 놀라 쓰러진 김 회장을 데려가라고 명령을 내렸다.이유희는 어안이 벙벙하여 나지막하게 말했다.“헐! 너의 전 장모님이 살인 혐의로 잡혔어, 이것이야말로 오늘 밤의 빅뉴스야!”신경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고 김씨 가문을 도울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사람을 죽이면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는 건 당연한 일이야.”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진정은 비참하게 경찰에 끌려갔다.김은주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마지막으로 딸을 바라보았다.바로 이 눈빛이, 김은주를 거의 무너뜨렸다.“우리 엄마를 데려가지 마세요, 그녀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 엄마!”김은주는 울며 불며 달려가더니 갑자기 주르륵 소리가 들렸다.그러자 순간 추위가 느껴지더니 주위 사람들도 놀라 소리를 질렀다.드레스를 고정시킨 테이프가 땀에 젖어 끈기를 잃어 옷이 그녀의 몸에서 미끄럼을 타듯 벗겨졌다. 오직 튜브폽과 판티만 입은 그녀의 몸은 존엄성 없이 사람들 앞에 드러났다.“아!”김은주는 놀라서 몸을 움츠리고 두 팔로 가슴을 막으며 분통을 터뜨렸다.진주는 돌이킬 수 없는 이 장면을 바라보더니 분노에 치를 떨었다. 김은주를 위해
“넌 내가 비참하고, 멍청하고, 우스워 보이지?”신경주의 목소리는 뜨거운 불에 타버린 것처럼 쉬었고 얇은 입술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이유희는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 경주야, 난 너의 유일한 친구이자 제일 친한 친구야. 무슨 일이 있던 난 너를 비웃지 않을 거야. 그냥…… 좀 아쉬운 것 같아서.”“아쉽다고…….”신경주는 충혈된 눈을 감고 머릿속에서 김은주와의 추억들을 한 조각도 남김없이 찢어버렸다.“아쉬울 게 없어, 내가 눈이 삐어서 사람을 잘 못 봤어, 난 당해도 싸.”“아니, 그게 아니라.”이유희는 안타까운 듯 숨을 내쉬었다.“구아람이 너와 결혼한 그 3년 말이야, 김은주만 없었더라면 너희들은 사랑했을 거야. 지금처럼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행복했을 건데, 안 그래?”‘행복했을 거다…….’신경주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넋이 나가 있었다.“경주야, 우리 이혼 안 하면 안 돼?”“왜냐하면…… 너를 사랑하니까.”윙하는 소리와 함께 터지는 듯한 이명이 들려오자 머리에 통증이 밀려왔다. 그는 황급히 벽을 짚고 주먹을 웅크리며 물에 빠진 듯한 질식감이 느껴지면서 가슴이 무너지는 것처럼 아파났다.그 당시, 구아람은 이혼하지 말자고 울부짖었다. 그는 단지 그녀가 이 결혼을 유지하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녀를 감옥으로 여기고 늘 도망치고 싶었다.그러나 이제야 뒤늦게 깨달았다.구아람은 단 한 번도 그를 구속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모든 자존심을 걸고 사랑이 이어 가기를 바란 것이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사랑한 적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래서 최선을 다해 붙잡은 것은 이혼 후 그를 사랑할 자격조차 없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아이가 서너 살 된 것 같던데, 그럼 김은주는 M 국에 있을 때부터 너 몰래 바람을 피웠던 거야. 내가 알기로는 그때 그녀가 계속 너에게 집착했던 것 같은데, 널 사랑하기 때문에 너를 기다리려고 어쩔 수 없이 이국 타향으로
김씨 모녀의 스캔들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실검 1위는 더 이상 약혼 소식이 아닌 김은주의 사생아와 진정의 살인 사건으로 바뀌었다.생일 파티 현장에서의 혼란스러운 장면이 유출되었다. 김은주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심지어 드레스가 벗겨지고 반나체로 나오는 명장면이 세상에서 제일 웃긴 막장드라마처럼 인터넷에서 방송되고 있었다.SNS에서 김은주는 조롱과 욕설을 당하고 있었다.네티즌들은 권력자에게 빌붙기 위해 친딸을 버린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고, 심지어 김은주가 자신의 잔인무도한 행동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라는 청원까지 제기되었다.[친딸도 몰라보고, 아이를 해외에 버려둔 채 모른 척하는 게 사람이 할 짓이야? 동물들도 제 새끼를 보호해 주는데, 김은주는 동물보다도 못하네!][동물: 재수 없어!][신경주가 이런 더러운 년을 위해 아내를 버린 거야? 참 대단하네.[신경주는 실력으로 눈이 삐었다는 것을 증명했어, 비록 그의 전처를 본 적은 없지만 무조건 김은주보다는 낫겠지!][전처: 김은주보다 낫다고? 허, 모욕당하는 것 같지만 증거가 없군!][신경주와 김은주가 죽마고우라며? 죽마고우가 위험하네, 앞으로 이 글자만 봐도 역겨울 것 같아!][하하하하하, 너무 웃겨! 정말 막장이야! 제발 어느 재능 있는 감독님이 이걸 드라마로 찍으면 안 돼?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데!]한 사람을 망하게 하는 건 너무 쉬웠다.하지만 발견부터 폭로까지, 김은주를 절정에서 지옥으로 밀어 넣는 이 모든 과정들을 구아람은 어떻게 은밀하고 침착하게 전략을 세웠는지는 아마 구씨 가문의 오빠들만 알고 있을 것이다.구아람은 늘 침착하여 쉽게 나서지 않는다.그러나 그녀가 나서기만 하면 원수를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이때, 신씨 호텔 입구는 구경꾼, 언론 매체, 경찰차로 꽉 막혔다.사람들 앞에 나타난 진정은 안색이 창백했고 다리가 느른해져 일어서지 못하여 경찰들이 그녀를 끌어서 차에 태웠다.경찰이 체포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는 구경꾼들은 신이 나서
일곱째 도련님인 구도현이 바로 구씨 가문의 막내아들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범죄와 폭력을 척결하는 경찰이 되고 싶어 했고, 오늘날 그 꿈을 이루어 성주 제1수사대 팀장으로 되었다.“맞아! 죽여버려!”구진의 화난 감정도 구도현에 의해 점점 벅차올라 쿵 하고 차장을 쳤다.“형사들이 신문할 때 쓸 수 있는 특별한 수단이 없어? 우리 검찰은 그런 권력이 없어서, 아람이 대신 화풀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마!”구윤은 이 말을 듣고 웃음을 금치 못했다.구씨 가문의 딸들은 하나같이 고귀하고 청아하며 출중했다. 하지만 아들들은 모두 원한을 품고 있는 듯 걸핏하면 때리고 죽이고를 입에 달고 있다. 나쁜 세력에 어울린 적 있는 구윤보다 더 나빠 보였다.세 도련님이 손을 잡는다면 그들에게 겨누는 사람은 오직 죽음뿐일 것이다. ……신경주는 할아버지를 뵈러 급히 병원으로 갔다, 이유희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를 따라갔다.스포츠카가 날렵한 드리프트로 문 앞에 멈춰 섰다, 신경주는 돌볼 겨를도 없이 차를 버리고 병원으로 달려갔다.할아버지는 그가 신씨 가문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걸린 사람이다.할아버지만이 그를 진심으로 손자라고 생각하고 사랑해 주고 아껴준다. “할아버지, 할아버지!”신경주는 폭풍 질주를 하며 목이 잠긴 채 계속 중얼거렸다.그가 숨을 헐떡이며 복도로 뛰어드는 순간, 잠든 신효정을 끌어안고 벤치에 앉아 있는 구아람이 보였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화면은 마치 섬세하게 그린 한 폭의 유화와 같았다.평온하게 눈을 감고 품 안의 소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그녀는 눈부시게 빛났다.작은 몸에는 단단하고 강력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것 같았고, 사람들이 그녀가 필요할 때, 그녀는 늘 구원의 천사처럼 그들 곁에 나타나곤 한다.순간, 신경주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녀가 있어서 다행이야…….’발자국 소리를 듣자 구아람은 눈을 뜨고 신경주와 시선을 마주쳤다.순간의 멍해진 그녀의 눈에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따뜻함이 담겨 있어 남자를 두근거리게 하였
“무슨 일인데, 그냥 여기서 말해.”신경주의 시선은 구아람을 떠나지 않았다.이유희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오빠, 경주 오빠!”순간, 흐느끼며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유희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신경주는 눈썹을 찌푸리고 번개에 맞은 듯 뻣뻣하게 앉아 있었다.신효정은 귀에 거슬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고, 말라빠진 몸은 구아람의 품에서 실룩거리더니 눈을 번쩍 뜨고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왜요? 무슨 일이에요? 할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요?”“괜찮아, 효정아. 언니가 있는데 할아버지가 무슨 일이 있겠어?”구아람은 넋이 나간 김은주를 힐끗 쳐다보더니 신효정을 일으켰다.“효정아, 다른 곳에 가서 휴식하자, 그럼 할아버지가 깨어나시면 널 바로 볼 수 있을 거야.”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떠난 것을 본 신경주는 총알을 맞은 듯 가슴이 아파났다.“경주 오빠!”김은주는 너무 울어 눈이 호두처럼 부었다. 그녀가 신경주를 향해 달려들려고 하자 이유희가 두 팔을 벌려 무자비하게 그녀를 막았다.“김은주 씨, 경주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병원으로 가서 아버지를 돌봐 주시고, 어머니에게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주는 것이 효도하는 딸이 지금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김은주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뻔뻔하게 신경주를 향해 울부짖었다.“난 모함당한 거야! 난 피해자라고! 오빠, 제발 나를 믿어줘, 내가 그렇게 오빠를 사랑하는데 왜 배신하겠어?”그녀를 등진 신경주는 이를 악물고 눈빛은 지옥처럼 차가웠다.사랑한다는 말을 듣자, 그는 단지 구역질이 날 뿐이었다.“그렇게 큰 아이까지 있는데, 무슨 염치로 사랑한다고 하는 거예요, 정말 토할 것 같네.”이유희는 차갑게 그녀를 흘겨보았다.“경주가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라면 그 음탕한 놈을 죽여서 시체도 볼 수 없게 했을 게예요, 그리고 김씨 가문을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못하게 성주에서 쫓아낼 거예요.” 김은주는 너무 모진 말에 겁을 먹고 몸을 부들
“네가 M 국으로 가서 바람을 피우고 나 몰래 아이를 낳아도 너의 탓을 하지 않아.”신경주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지더니 주먹을 쥐고 화내면서 말했다.“그러나 심한 우울증을 걸렸다는 거짓말은 하지 말았어야지. 병을 핑계로 나의 마음을 제멋대로 농락하고, 이런 방식으로 날 속여서 결혼하게 한 거야?”“아 아니야.”김은주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횡설수설하였다. 그제야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우울증의 핑계를 댔다, 하지만 그 당시 신경주와 그의 어머니가 가장 고통스러운 우울증의 피해자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그는 김은주가 어머니의 뒤를 따를까 봐 늘 너그럽게 대해주고 그녀를 위해 자신을 깊이 사랑하고 있는 구아람까지 몰인정하게 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이 새빨간 거짓말이 들통나면 신경주의 마음을 농락하고 그의 어머니를 모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생각 못 했다.신경주는 죽어도 그녀를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나와 어머니의 병이 네가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는 도구가 되었네.”후회와 분노가 신경주의 마음에 뒤엉켜 자조적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김은주, 너 때문에 내가 바보처럼 보이잖아.”“오빠, 그, 그게 아니라…….”이유희는 고개를 저으며 호통을 쳤다.“넌 어렸을 때부터 경주와 함께 자랐어, 경주가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양심이 있다면 이런 방식으로 또다시 그에게 상처를 주고, 괴롭히고, 속이지는 말았어야지. 너희가 어렸을 때 겪은 모든 일들을 어떻게 네가 가스라이팅하고 협박하는 도구로 쓸 수 있어? 네가 경주를 진심으로 사랑하긴 한 거야? 사랑하는데 이런 짓을 해? 그럼 난 평생 연애를 하지 않겠어, 너무 역겨워.”“유희야, 그만해.”신경주는 김은주와의 추억을 회상하기 싫었고 다시는 그녀와 엮이기 싫었다.“한무야, 난 다시는 이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아, 당장 끌어내.”“네, 사장님.”한무는 쓰레기를 보는 듯 김은주를 바라보더니 그녀를 힘껏 끌어냈다.“신경주, 네가 무슨 자격으로
김은주가 문밖으로 끌려나가는 모습이 많은 의료진의 곁눈질을 받아 납작코가 되었다.하지만 모든 것을 잃은 그녀는 더 이상 체면을 신경 쓰지 않았다.“아!”한무와 경호원은 동시에 손을 힘껏 내젓자 김은주는 비참하게 주저앉았다.“휴지 있어?”한무가 경호원에게 물었다.“죄송하지만 없습니다.”“됐어, 이따가 간호사에게서 알코올 솜을 받고 손을 잘 닦자, 더러운 것을 만졌잖아.”말을 마치자 한무는 김은주를 힐끗 째려보고서야 경호원과 함께 들어갔다.때마침, 시커먼 밤하늘에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그러자 비가 물을 퍼붓듯 세차게 내리더니 바닥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이어 치명타를 입은 김은주는 멍한 눈빛으로 주저앉았고 폭우 속에서 일어설 힘조차 없었다.오늘 밤 생일 파티를 위해 정성껏 한 헤어스타일은 엉망진창이 되었고, 메이크업도 뒤집힌 듯 엉망이었다.“신경주…… 난 너의 생명의 은인인데, 네가 어떻게 날 이렇게 모질게 대할 수 있어!”김은주는 대성통곡하며 두 손으로 웅덩이를 치더니 더러운 물들이 얼굴에 튀었고, 큐빅네일도 부러져 아픔에 비명을 질렀다.이때, 검은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병원 앞에 멈춰 서자 흙탕물이 튀어 김은주의 입안까지 들어갔다.“퉤퉤!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사람이 있는데! 눈이 삐었어?”김은주는 폭우 속에서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고급차에 분노를 쏟아냈다.욕설 속에서 문이 열리자, 기사는 문 옆에서 검은 우산을 꺼내 차에서 내린 뒤 공손하게 뒷좌석 문을 열었다.구진이 먼저 차에서 내려와 우산을 받았고 등이 비를 맞고 있지만 우산을 차 문 쪽으로 향했다.그러더니 구윤이 싸늘하게 차에서 내려와 두 형제가 우산을 같이 쓰고 있었다. 온 세상이 비바람을 쳐도 기품이 넘치는 그림자들은 마치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명화와 같았다.구씨 가문 형제의 얼굴을 보자 김은주는 부들부들 떨며 욕을 참더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김은주 씨, 아버지가 이 병원에 안 계신 것 같은데, 엉뚱한 곳에서 우는 거 아니에요?”구진은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