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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넌 내가 비참하고, 멍청하고, 우스워 보이지?”

신경주의 목소리는 뜨거운 불에 타버린 것처럼 쉬었고 얇은 입술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유희는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경주야, 난 너의 유일한 친구이자 제일 친한 친구야. 무슨 일이 있던 난 너를 비웃지 않을 거야. 그냥…… 좀 아쉬운 것 같아서.”

“아쉽다고…….”

신경주는 충혈된 눈을 감고 머릿속에서 김은주와의 추억들을 한 조각도 남김없이 찢어버렸다.

“아쉬울 게 없어, 내가 눈이 삐어서 사람을 잘 못 봤어, 난 당해도 싸.”

“아니, 그게 아니라.”

이유희는 안타까운 듯 숨을 내쉬었다.

“구아람이 너와 결혼한 그 3년 말이야, 김은주만 없었더라면 너희들은 사랑했을 거야. 지금처럼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행복했을 건데, 안 그래?”

‘행복했을 거다…….’

신경주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넋이 나가 있었다.

“경주야, 우리 이혼 안 하면 안 돼?”

“왜냐하면…… 너를 사랑하니까.”

윙하는 소리와 함께 터지는 듯한 이명이 들려오자 머리에 통증이 밀려왔다. 그는 황급히 벽을 짚고 주먹을 웅크리며 물에 빠진 듯한 질식감이 느껴지면서 가슴이 무너지는 것처럼 아파났다.

그 당시, 구아람은 이혼하지 말자고 울부짖었다. 그는 단지 그녀가 이 결혼을 유지하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녀를 감옥으로 여기고 늘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야 뒤늦게 깨달았다.

구아람은 단 한 번도 그를 구속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모든 자존심을 걸고 사랑이 이어 가기를 바란 것이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사랑한 적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붙잡은 것은 이혼 후 그를 사랑할 자격조차 없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이가 서너 살 된 것 같던데, 그럼 김은주는 M 국에 있을 때부터 너 몰래 바람을 피웠던 거야. 내가 알기로는 그때 그녀가 계속 너에게 집착했던 것 같은데, 널 사랑하기 때문에 너를 기다리려고 어쩔 수 없이 이국 타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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