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는 생일 파티를 위해 온갖 정력을 다했다.그녀는 기력이 넘쳐흘러 침대에 누워 비실 거리지 않고 장소를 정하기도 하고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 모습은 마치 약혼식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그동안 신경주는 한 마디도 더 묻지 않았다. 그녀의 상태가 좋아지자 아예 병문안도 오지 않았다.김은주는 비록 기분이 나빴지만, 지금 생일 파티를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생일 파티 전날 밤, 김은주는 문별에게서 애써 빌려온 드레스를 입어보았다.그녀는 가녀린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드레스의 가슴 사이즈가 너무 넓어 도저히 지탱할 수 없었다. 하인 두 명은 초조해서 땀을 뻘뻘 흘렸다. 아무리 해봐도 옷이 그녀에게 맞지 않았다.“왜 이렇게 서툴러! 김씨 가문은 왜 이런 쓸데없는 사람들을 둔 거야!”김은주는 급해서 볼이 벌겋게 달아올라 하인들에게 화를 냈다.“아가씨, 아니면 재봉사를 불러 옷을 고쳐볼 까요? 아니면 핀 두 개로 고정시켜볼까요?”하인은 간담이 서늘해져 조심스럽게 제의했다.김은주는 짜증이나 땀을 벌벌 흘렸다. 하지만 돈을 배상할 까봐 고치자고 말하지 못했다.이 드레스의 값은 수십 억이고 게다가 그녀는 합의서에 사인까지 했다.만약 더럽히거나 망가뜨리고, 제멋대로 고치고, 핀으로 꽂기만 해도 그녀는 5배의 가격으로 배상을 해야 했다. 돈이 아까운 것보다는 문별이가 구아람과 한통속이기 때문에 그녀는 결코 그 여자가 자신의 돈을 한 푼도 더 벌게 할 수 없다!“테이프 가져와, 빨리!”하인들은 재빨리 테이프를 가져와서 안쪽 가슴둘레에 붙였다. 그리고 김은주가 드레스를 다시 입어보니 역시 떨어지지 않았다.“아가씨, 너무 똑똑하시네요! 이 방법이 너무 좋아요!”하인들은 옆에서 아첨을 떨었다.김은주는 숨을 길게 내쉬며 의기양양한 기색을 보였다.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진정이 굳은 표정으로 부랴부랴 들어왔다.“엄마!”김은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하인에게 명령하였다.“먼저 나가 봐.”하인들이 방에서 나가자 진정은 바로 문
한편, 신효린은 친한 몇몇 귀족 가문 아가씨들과 담소를 나누었다.“효린아, 축하해, 곧 형수가 생기겠네.”“에이, 또 형수가 생기겠네라고 해야지.”귀족 가문의 아가씨들은 신나게 말했다.“아무튼, 새것이 낡은 것보다는 좋잖아? 그리고 김은주 씨가 사모님의 조카이니, 사돈에 사돈까지 더해져서 앞으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겠네?”신효린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사이좋기는 무슨!’“김은주 씨와 신 사장님은 죽마고우라고 들었어, 몇 년 동안 많은 시련을 겪고 결실을 맺었다던데. 전처와 이혼하자마자 결혼한 걸 보니, 무조건 진정한 사랑이야. 효린아, 너희 오빠는 인기가 이렇게 많은데, 넌 언제 남자친구를 만나서 우리에게 국수를 먹여줄 거야?”이 말을 듣자, 신효린은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며 좋아하는 이유희를 찾았다.……그러나 이때, 이유희는 신경주와 함께 있었다.호화로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서 두 사람은 모두 신들의 공분을 자아낼 정도로 멋진 슈트 차림으로 긴 창문 앞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별처럼 펼쳐진 성주의 야경이 보였다.이유희는 오늘 밤 고급 드레스의 흰색 슈트에 검은색 셔츠를 입었고, 긴 목덜미에 금빛 장미 펜던트를 한 목걸이를 착용하여 고귀하고 섹시하였다.그러나 신경주는 변함없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입었다. 포인트는 네크라인에 있는 황금색 용 무늬 넥타이로 범상치 않은 품격과 권력자의 도도함을 드러냈다.이유희는 눈앞의 어두운 남자를 보더니 당황해서 말했다.“왜 이렇게 입었어, 생일 파티가 아닌 장례식에 온 줄 알겠어.”신경주는 차갑게 눈썹을 찌푸리며 비웃었다.“흰옷은 그렇게 안 보일 것 같아?”“헐, 역시 하느님은 공평하셔. 잘생긴 얼굴에 말을 독하게 하는 입을 주셨네. 역시 사람은 완벽한 것이 아니야.”이유희는 웃으며 욕설을 퍼붓더니 갑자기 그의 넥타이핀이 눈에 들어왔다.“참 독특해 보이네, 빌려주면 안 돼?”신경주는 굳은 얼굴로 거절했다.“꿈 깨.”“예전에는 우리 팬티도 바꿔 입을 정도로 친했는데, 지금 그냥
신씨 호텔에서 누군가가 많은 별들이 달을 에워싼 듯 가장 빛나는 순간을 즐기고 있을 무렵, 구아람은 홀로 스포츠카를 몰로 시원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만월교의 도로에서 달리고 있다.차 안에는 신나는 케이팝 음악을 띄우고 있었다. 그녀는 차를 몰면서 노래를 부르며 기분이 좋아 보였다.이때, 구진이가 전화 왔다.“오빠!”구아람은 애교를 부렸다.“아이고! 오빠 마음이 녹을 것 같아, 녹음해서 신우에게 보내주고 싶네, 그가 질투해서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보고 싶어!”구진은 엄청 기뻐했다. 역시 남자들의 즐거움은 심플한 것이다.“오빠가 전화 온 건, 일이 잘 준비됐나 봐?”“그럼, 준비를 다 했어, 큰 형 그쪽도 준비를 마쳤어.”구진의 말투에는 애교가 가득했다.“우리 둘은 안심해도 돼.”“나 지금 할아버지를 뵈러 가고 있어, 오늘 진주가 신씨 그룹의 사람들을 김은주의 생일 파티에 초대했지만 할아버지는 가지 않으셨어. 사실 할아버지는 떠들썩한 것을 좋아해, 하지만 폐를 끼칠까 봐 말을 하지 않아, 할아버지는 외로움을 두려워해. 날 이렇게 이뻐하시는데 이럴 때 내가 할아버지의 곁에 있어줘야 해.”할아버지 얘기를 할 때마다 구아람의 눈빛은 따뜻했고 늘 마음이 아파났다.그가 신경주의 아내일 때, 할아버지의 곁에 자주 있어주었고 할아버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고, 보물을 감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노래를 불러 주기도 했고 함께 바닷가에서 산책을 하기로 약속도 했다.어느 해 밸런타인데이에 성주에 가장 큰 눈이 내렸다.구아람은 직접 만든 과자를 들고 폭설을 무릅쓰고 할아버지 댁에 찾아갔다.그녀는 그날 할아버지가 그녀의 얼굴과 코끝이 새빨갛게 얼어버린 것을 보고 놀라던 모습이 기억났다.“소아야, 오늘은 밸런타인데이야! 왜 경주랑 같이 있지 않고 이 영감한테 온 거야?”그때 그녀는 서둘러 신경주에게 이유를 만들어주며 억지로 웃었다.“경주가 그룹의 사장이잖아요, 휴식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밸런타인데이에 사장은 휴식을 안 하잖아요
“어휴, 고질병이야, 별일 없어.”신남준은 오히려 구아람을 위로하는 듯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세상사의 온갖 변천을 다 겪은 얼굴은 건강하지 못한 희부연 색을 띠고 있었다.구아람은 순간 가슴이 두근거려 급히 할아버지의 왼 속을 잡고 오른손 세 손가락을 노인의 맥박에 대고 진맥을 했다.그러더니 그녀는 엄숙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앞으로 매주 시간을 내서 침을 놓아 드릴 게요, 그리고 약도 사드릴 테니, 절대 게으름 피우지 마세요, 아저씨에게 할아버지가 약 드시는 것을 지켜보라고 할 거예요.”“소아야, 넌 예전과 달라, 넌 구씨 가문의 아가씨잖아. 구만복이 널 그렇게 아끼는데 내가 어떻게 너에게 이런 일을 시킬 수 있겠어. 네가 지금 구씨 호텔까지 맡고 있다고 경주에게 들었어, 얼마나 피곤하겠나, 서 씨가 잘 챙겨주고 있어.”신남준은 그녀를 자주 보고 싶지만 그녀가 피곤할까 봐 마음이 아팠다.구아람은 멍해 있었다. 신경주가 할아버지와 사적으로 그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생각도 못 했다.‘늘 나를 무시하던 사람이, 이혼하니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제가 구회장의 딸이면 할아버지의 손녀가 아닌가요?”구아람은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호기롭게 허벅지를 툭툭 쳤다.“다리는 제 것이니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할 거예요, 구회장이 참견할 수 없어요, 흥!”사납고 귀여운 모습이 할아버지와 신효정을 웃게 했다.이때, 핸드폰이 진동했다.구아람은 핸드폰을 보니 임수해가 문자를 보냈다.[아가씨, 준비를 모두 끝마쳤습니다, 지시를 내리세요.]……연회장의 무대 위에는 오색찬란하게 화려했다.무대 아래의 조명이 점점 어두워졌지만 무대 위의 조명은 오히려 눈부셨다.신경주와 이유희가 그제야 어슬렁어슬렁 연회장에 입장했다.비록 그들이 충분히 겸손했지만 눈부신 불빛에 의해 순식간에 관심의 초점으로 되었다.손님들의 시선은 신경주를 맴돌며 속삭였다.“늘 세상 물정을 경시하고 존귀한 신 사장님께서 김씨 가문 아가씨의 생일 파티에
“우와!”무대 아래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고, 박수소리는 방금 보다 더 뜨거웠다.이유희는 깜짝 놀라 걱정스럽게 신경주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남자는 얼음조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고,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산한 기운은 순식간에 모든 사람을 얼어붙게 할 것만 같았다.그러자 마치 계획된 것처럼, 한 줄기 빛이 인파를 스치고 지나 비웃는 것처럼 신경주의 몸에 비추었다. 빛으로 인해 그의 아름다운 얼굴은 더욱 창백해 보였다.“은주와 경주는 죽마고우였습니다, 두 사람은 너무 많은 시련을 꺾었고,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우리 신씨 가문은 너무 기쁜 마음에 이 기회를 빌려 여러분과 함께 이 좋은 소식을 나누고 싶었습니다.”진주는 마치 결혼식을 하는 것처럼 김은주의 손을 꼭 잡고 불그레한 얼굴로 시를 낭송하는 말투로 말했다. 김은주의 얼굴도 붉어졌고 눈에는 수줍은 웃음이 가득했다.그녀는 무대 아래의 신경주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가 긴장해서 표정이 이렇게 굳은 줄 알았다.……동시에, 다른 곳에서.구아람은 할아버지와 신효정을 위해 맛있는 설탕물을 끓이려고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큰일 났어요! 형수님, 큰일 났어요!”신효정은 겁에 질려 창백해진 얼굴로 손을 흔들며 뛰어 들어왔다.‘형수님이 큰일 났어?’구아람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할아버지가 쓰러지셨어요! 할아버지가…….”신효정은 급한 마음에 눈물을 뚝뚝 흘렸다.“뭐?”구아람은 눈을 부릅뜨고 마음이 세게 부딪힌 것처럼 아파 나며 숟가락을 버리고 부엌을 뛰쳐나갔다.거실에서 신남준은 바닥에 누워 두 눈이 찢어질 듯 천장을 빤히 바라보았고 팔다리가 마비되어 간질처럼 경련을 일으키더니 입이 삐뚤어지고 침이 흐르는 증상도 보였다.구아람은 숨을 들이쉬었다, 이것은 분명 급성 뇌경색이다!“신 선생님! 이미 구급차를 불렀어요, 제발 버텨주세요!”서 비서는 속이 타들어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아저씨, 괜찮아요! 제가 있으니 아무 일도 없을 거예
김은주는 무대 아래에서 여자들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 들렸다.그러나 그녀는 고귀한 백조처럼 턱을 들고 있고,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우쭐대고 있었다.‘마음껏 말해 봐, 나의 화려한 인생은 이제 시작이야, 너희들은 그저 나를 우러러보는 우물 안의 개구리일 뿐이야!’“경주야, 이것 좀 봐봐!”이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SNS 실검을 보더니 급히 신경주에게 보여주었다.순간 실검 1위가 남자의 눈에 들어왔다.[신경주 김은주 약혼]“경주야, 나 지금 뭐가 뭔지 모르겠어.”이유희는 깜짝 놀라 그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김은주와 헤어지겠다며? 너의 새어머니가 왜 너희들의 결혼 소식을 발표한 거야? 실검까지 올랐잖아! 아저씨도 반대하시는 것 같지 않은데, 어떻게 된 거야? 정말 헤어진 게 맞아?”신경주의 귓가에 맴도는 소리는 그를 화나게 하여 주먹을 꽉 쥐었다.그는 마치 끝까지 당겨진 활처럼 가슴속에 감춰져 있던 강렬한 분노와 감정이 아슬아슬하게 무너지고 있다.아름다운 꽃망울이 흩날리던 커다란 스크린이 갑자기 싸늘한 어둠으로 변해 버렸다.“어? 무슨 일이야?”“정전인가? 아님 스크린이 고장 난 건가?”사람들이 어리둥절한 사이에, 순간 스크린이 켜졌다.그러자 한 여자아이의 사진이 보였다.사진 속 어린아이는 너무 작고 말랐다. 헝클어진 머리에 남루한 옷차림을 한 채 눈물 콧물을 흘리며 통곡하고 있었다.“세상에! 누구 집 아이야, 너무 불쌍하네!”“그러게! 설마 김은주 씨가 이번 생일 파티에서 자선 모금을 하려는 건가? 그럼 나도 기부를 해야겠네, 난 공익 활동을 열심히 참가할래!”무대 아래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리자 김은주와 진주는 이상한 것 같아 황급히 몸을 돌려 스크린을 바라보았다.“이, 이게 뭐야?”진주는 깜짝 놀랐다.“이 꾀죄죄한 아이가 누구야? 왜 이런 사진이 생일 파티에 나오는 거야? 시스템이 문제 생겼어?”김은주는 입을 벌린 채 하염없이 스크린 속 어린 소녀를 바라보았다.무대 아래에 앉아 있던 진정의 얼굴은 이미 하얗게 질렸다
‘딸? 김은주의 딸?’김은주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마치 망치가 그녀의 관자놀이를 미친 듯이 두드리는 것처럼 아팠고, 머릿속은 순간 벼락을 맞은 듯 텅 비어 있었다.그녀는 이 일이 폭로될까 봐 너무 두려웠다. 아무리 봐도 아이는 김은주와 많이 닮았다.“그럴 수 없어, 말도 안 돼!”김은주는 귀신이 씌인 것처럼 중얼거렸다.“허허, 얼마나 우습고 아이러니한가.”엄명준은 그녀의 하얗게 질린 얼굴을 보며 싸늘하게 웃었다.“아이의 친엄마로서, 자기 딸도 못 알아보겠어? 엄마라는 사람이 참 책임을 다하고 있네.”이곳은 마치 거대한 바위가 바다에 떨어져 성난 파도를 일으킨 것처럼 떠들썩했다.절반 사람은 당황한 김은주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얼음처럼 차가운 신경주를 바라보았다.그의 머리 위에 비친 빛은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은주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진주는 억지로 고상한 표정을 유지하고 김은주를 힘껏 잡아당기더니 이를 악물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저 남자는 누구야, 어떻게 들어온 거야? 너희들 무슨 사이인데?”그러나 이때, 어머니인 진정은 추악한 일이 뒤가 들릴까 봐 화가 난 눈을 부릅뜨고 엄명준에게 달려들었다.“어디서 온 양아치야? 감히 우리 딸을 더럽히다니, 가만두지 않겠어!”늘 복싱을 해서 반응이 빠른 엄명준이 민첩하게 피하자 진정은 허공에서 팔을 휘저으며 앞으로 비틀거리더니, 곧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넘어졌다.주위에는 몰래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김 회장도 난처하여 얼굴이 빨개졌다. 그는 이 미친 X이 바로 자신의 아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저기요, 빨리 보디가드를 부르세요.”김은주는 겁에 질린 듯 호통을 치며 어머니를 돌볼 겨를도 없었다. 그녀는 단지 엄명준을 끌어내고 싶었다.“빨리 이 양아치를 끌어내세요, 빨리요!”엄명준은 이 여자가 인정하지 않는 것을 보고 점점 원망스러워져 결정타를 날리려고 했다.이때, 냉정하고 매력적이지만 섬뜩한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마치 우렁찬 번개가 김은주의 치마 밑에 떨어진 것 같았고 현장도 떠들썩거렸다.“세상에! 이 더럽고 옹졸한 남자가 김은주의 애인이야? 눈이 삐었나? 신 사장님과 같은 고귀한 남자와 연애를 하면서 왜 쓰레기 같은 남자와 바람을 피운 거야?”“에이, 원래 고귀한 것들을 만나다 보면 질려서 쓰레기를 찾게 되는 법이야!”“이 남자와 아이를 낳자마자 버리고는 귀족 가문에 시집가서 사모님을 하고 싶어 하다니…… 마음이 왜 이렇게 독한 거야! 아이는 자기 핏줄인데!”“대박, 이건 정말 팝콘각이야!”“큰일이네, 신 사장님이 실연당했네!”혼란스러운 가운데, 이유희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고 몸을 숙여 바닥에 있는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두 번이나 확인한 후에야 신경주에게 주었다. 그리고 일부러 주위 사람들이 똑똑히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 또박또박 말했다.“경주야, 이 보고서를 낸 감정 기구는 국내에서 엄청 권위 있는 곳이야, 보고서가 아마 진짜일 거야.”신경주의 얇은 입술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오므렸고 불거진 눈을 천천히 감았다.김은주의 눈에는 하나뿐인 희망의 창문이 닫혔다고 느껴져 해일 같은 공포감이 밀려왔다.“오빠, 그…… 그때 오빠를 떠난 후 엄청 심한 우울증을 앓았어, 오빠도 알고 있잖아! 내가 M 국에 있을 때 병세가 악화되어 몸도 마음도 엄청 괴로웠어, 나도 나의 행위들을 컨트롤할 수 없었어, 내가 뭐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이렇게 된 이상 김은주는 우울증을 핑계로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신경주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그도 경험해 본 사람이기에 다른 사람을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다.무대 위에서 이를 목격한 진주는 분노와 절망으로 가득 찼다.김은주 이 잘난 체하는 미련한 여자가 결국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사고를 쳤기에 분노하였고, 그녀가 자신의 입으로 이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인정하였기에 절망한 것이다.“하하하하하,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