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은 하나둘씩 장미 정원에서 떠나자 끝없이 넓게 펼쳐진 꽃밭에는 오직 구아람과 김은주만이 남아 있었다.주위의 빛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지만 민낯으로 있는 구아람의 얼굴은 밝은 달처럼 하얗고 빛나 김은주의 부러움과 질투를 불러일으켰다.원한을 떠나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구아람이 엄청 드문 팔방미인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그녀의 남자와 결혼생활을 3년이나 했다. 설령 유명무실하더라도 마음이 불안하고 원망스러웠다.그래서 김은주는 이를 악물고 긴 머리를 넘기며 구아람을 향해 다가갔다. 신경주 앞에서의 여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승리자처럼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벌써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거야? 수단이 참 대단해. 진작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경주 오빠에게 아무리 매달려도 그는 더 이상 너를 쳐다보지 않을 거야.”구아람은 정신병자를 보듯 그녀를 흘겨보았다.“내가 왜 신경주를 쳐다봐? 꼬실 것도 아닌데.”김은주는 짜증이나 속으로 욕설을 퍼붓더니 승부수를 띄웠다.“만난 김에 기쁜 소식을 알려 줄게, 나랑 경주 오빠는 곧 약혼식을 올릴 거야. 날짜는 내 생일날로 정했어.”“그래? 축하해. 하지만 난 너에게 줄 축의금이 없어.”구아람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나른한 말투로 말했다.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자 김은주는 기분이 상한 것 같아 화가 치밀어 올랐다.“허, 넌 입만 살았네, 마음속으로는 엄청 화가 나겠지. 근데 무슨 소용이 있겠어? 결국 오빠는 내 사람인데, 넌 성주의 웃음거리일 뿐이야!”“어휴, 김은주. 넌 나를 만날 때마다 신경주의 마음을 얻겠다고 아우성치지 않으면 둘의 사랑이 단단하다고 자랑을 하고 있네. 너의 인생은 이렇게 무미건조해? 재혼남 말고는 더 이상 내세울 것이 없지?”구아람은 지루한 듯 한숨을 쉬었다. 그녀와 말하면 자신의 등급이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그러나 이런 독선적인 나쁜 여자를 디스 하지 않으면 양심에 걸리는 것 같다.“뭐라고?”김은주는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고
“성형도 할 수 있고 이름도 바꿀 수 있지만 했던 짓들은 아무리 지워봐도 흔적이 남아 있어서 자세히 조사해 보면 찾아낼 수 있어. 내가 말하지 않는 건 착해서가 아니라 나랑 상관이 없고 귀찮아서 그러는 거야. 하지만 네가 또 날 건드린다면, 내가 모든 것을 까밝혀도 날 원망하지 마.”김은주는 마치 구아람이 그녀의 피를 모두 빼 버린 것처럼 온몸이 차가워지고 소름이 돋았다.……신경주가 장미 정원에서 나왔을 때, 구아람과 윤유성은 이미 떠나버렸다.그 남자와 얘기를 하고 나서 그는 화석처럼 홀로 찬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었다.이때, 날은 이미 저물었다.신경주는 김은주를 병원으로 데려다주라고 명령한 후, 한무와 함께 관해 정원으로 갔다.가는 길에 한무는 초조하여 식은땀을 뻘뻘 흘리더니 슈트를 흠뻑 적셨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끊임없이 신경주에게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무슨 처벌을 주시든 흔쾌히 받겠습니다! 다 제 탓입니다, 제가 사전 조사를 제대로 못해서 그 담당자가 윤씨 가문의 사람인지 몰랐어요, 모두 제 탓입니다.”말을 마치자, 사나이인 한무는 갑자기 울컥하였다.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던 신경주는 천천히 눈을 뜨더니 싸늘하게 비웃었다.“몇 살인데 이런 일 때문에 눈물까지 흘려?”“이게 작은 일은 아니잖아요.”“윤유성 쪽 사람들은 이미 십여 년 동안 국내에 있지 않았어. 조사를 못해낸 것도 정상이야.”신경주는 다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네가 조사해 보아도 결과는 똑같아, 그들은 우리와 협력하지 않을 거야. 국내에 비슷한 장미 정원이 몇 개 더 있던데, 계속 연락해 보면 공급자를 찾을 수 있을 거야.”“네, 내일 바로 알아볼게요!”한무는 눈을 비비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 윤 도련님은 사모님에게 정말 너그럽네요, 그렇게 큰 프로젝트를 바로 주다니, 보통 사업가들은 여러 곳과 비교를 해보면서 신중히 고려하지 않아요?”이 말은 마치 가시처럼 신경주의 마음에 깊이 박혔다.그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한
윤유성은 구아람을 위해 오마카세를 준비했다. 이것은 그녀의 엉뚱한 성격과 참 잘 어울렸다.공수해 온 참다랑어는 신선하고 맛있으며 덴푸라는 겉바속촉이 느껴졌고 참돔도 너무 신선하고 부드러웠다. 음식들은 어느 하나 빠짐없이 다 맛있었다.아가씨가 음식도 맛있게 먹고 술도 조금 마시더니 점점 기분이 좋아져 수다쟁이로 되었다.윤유성과 구아람은 모두 견문이 넓은 사람이어서 그들은 문학, 음악,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하지만 그녀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그들은 같은 해외의 비대칭 서바이벌 게임을 놀고 있었고 두 사람 다 백정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게임 얘기가 나오자 구아람은 더욱 싱글벙글해져 청순한 작은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손놀림을 하며 말할수록 점점 더 신났다.윤유성도 그녀의 말을 끊지 않고 적절하게 리액션을 해주면서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배불리 먹은 두 사람은 나란히 식당에서 걸어 나왔다.식사를 하는 동안 비록 즐거웠지만 윤유성이 협력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잡담만 해서 구아람을 난감하게 했다.곧 헤어질 것 같아 그녀가 얘기를 꺼내려고 하는 순간 윤유성은 그녀의 마음을 읽은 듯 먼저 말했다.“구아람 씨, 프로젝트의 기획안이 준비되면 언제든지 저에게 보내도 줘도 돼요. 절차만 밟으면 정식으로 계약할 수 있어요.”“도련님.”구아람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부드럽게 말했다.“오늘 신씨 그룹을 선택하지 않고 저와 협력한 것은 아마 저 대신 화풀이를 해주고 싶어 신경주를 난감하게 하려고 했던 것 같네요.”윤유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담하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러나 비즈니스는 장난이 아니라 모두 이익을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도련님이 신중하게 선택했으면 좋겠어요. 사적인 친분 때문에 판단이 어긋나면 안 돼요. 비록 신경주와 사이가 좋지 않지만, 저는 아무 이유 없이 그를 괴롭히고 싶지 않아요. 그도 협력을 하고 싶어 하니 공평하게 그의 기획안도 잘 검토해 보시고 더 훌륭한 쪽을 선택했으면 좋겠어요.”구아람은
부가티는 어둠 속에서 점점 멀어졌다.윤유성은 안경을 치켜 올리며 미소를 지었고 가슴이 계속 두근거렸다.……부가티 라 부아튀르 느와르는 길 위에서 질주를 하고 있다.구아람은 차창을 내려 지나가는 밤바람을 즐겼고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아가씨, 벌써 윤 도련님과 친해진 거예요?”임수해는 핸들을 움켜주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마도, 말은 잘 통했어.”“그가 아가씨를 구한 적은 있지만, 몰래 별장까지 뒤 따라온 사람이에요. 마음 놓고 그 사람과 만나면 안 돼요.”임수해는 화가 나서 중얼거렸다.“아마 날 알아보고 궁금해서 그랬을 거야. 만나보니 사람이 괜찮더라고, 그냥 말이 이상하게 들릴 때가 있었어, S 국이 개방적이어서 그런가?”구아람은 순간 눈이 반짝 겼다.“제일 중요한 건, 그가 나랑 같은 게임을 좋아하더라고! 그래서 게임을 같이 하기로 약속했어!”임수해는 들을수록 마음이 아파났다.그는 입술을 오므리고 한참 머뭇거리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아가씨는 이제 막 알게 된 남자에게 이렇게 너그럽게 대한 적이 없었어요, 혹시…… 그를 좋아합니까?”“와, 넌 눈이 삐었구나, 아예 그 눈을 파 버려.”구아람은 어이없다는 듯 임수해를 째려보았다.“만약 좋아하더라도 그가 나를 좋아하는 거야, 내가 할 짓이 없어서 남자를 좋아하겠어? 흥, 남자는 그냥 나에게 민폐가 될 뿐이야!”임수해는 웃음을 금치 못하였고 우울했던 마음도 사라졌다.‘다행이네, 아가씨가 윤 도련님에게 마음이 없다니, 정말 다행이네.’이때, 차가 과속방지턱을 지나자 꽃바구니에서 카드 한 장이 떨어져 나왔다.“응?”구아람은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숙였다.카드를 열어보니 윤유성이 예쁜 손글씨로 그녀에게 편지를 남겼다.‘청춘에 머무른 우리는 좋은 시절을 헛되게 하지 말자.’구아람은 눈을 가늘게 떴다.‘참 재밌는 사람이네.’“정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또 김은주를 만났네요, 이상한 말을 하며 대들진 않았어요?”임수해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
병원에 돌아온 김은주는 잔뜩 겁에 질려 넋을 잃었다.구아람의 음산한 말들을 떠올리자 그녀는 초조하여 손톱을 물어뜯으며 병실에서 왔다 갔다 했다.“아니야, 이대로는 안 돼! 구아람은 지금 구씨 가문의 아씨이고 사람 됨됨이가 너무 능글맞아, 그녀는 이미 내가 M 국에서 한 일들을 알고 있어, 아마 곧 더 많은 일들을 찾아낼 거야!”그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반드시 조치를 취해야 했다.그러자 김은주는 부들부들 떨며 엄명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는 한참 후에야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 한밤중에…….”“엄명준! 구아람이 지금 날 조사하고 있어, 아마 곧 우리 사이를 알게 될 거야.”김은주는 급해서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조차 쉬었다.“넌 지금 당장 성주를 떠나,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설마 나를 차버리려는 거야? 돈을 받지 못하면 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만약 구아람이 우리 사이를 알게 된다면 나랑 신경주의 결혼은 완전히 끝장날 거야! 그럼 넌 100억은커녕 10원도 가지지 못해!”김은주는 이를 악물고 낮게 으르렁거렸다.“그래, 한 번만 더 믿어볼 게, 그러나 절대 수작 부리지 마, 아니면…….”“약속한 돈은 무조건 줄 테니, 당분간 문제를 일으키지 마, 연락도 하지 말고!”말을 마치자 김은주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손은 여전히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그녀는 감정을 추스르고 어머니인 진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 지금 당장 병원으로 와, 상의할 게 있어!”……한편, 엄명준의 꺼진 핸드폰은 구아람의 손에 있었다.엄명준은 요즘 줄곧 지하실의 ‘검은 방’에 갇혀 있었다, 보디가드가 지키고 있어 그는 도망칠 수도 없다.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거꾸로 매달려 있지 않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감격한 그는 구아람에게 무릎을 꿇을 직전이다.계속 거꾸로 매달려 있으면 뇌가 충혈되어 죽을 지도 모른다.“잘 했어, 연기가 점점 좋아지네.”구아람은 핸드폰을 임수해에게 주면서 눈썹을 치켜세웠다.“아닙니다, 아가씨를 위해 모든 것을
구아람은 하품을 했다.“요즘 여기서 엄청난 고생을 했으니, 마음속으로 김은주와 나를 엄청 미워하고 있을 거야. 멘탈이 무너질 때쯤 조금만 잘해 줘도 그는 감격하여 나에 대한 미움을 김은주에게 돌릴 거야. 그때가 되면, 그는 최선을 다하여 김은주에게 복수하겠지.”“아가씨, 현명하시네요!”임수해는 칭찬을 금치 못했다, 그러고는 바로 차갑게 피식 웃었다.“허, 그들이 서로 물어뜯는 모습이 너무 기대되네요!”……일주일 후.방금 레스토랑 순찰을 마친 구아람은 만족한 듯 사무실로 돌아와 게임을 몇 판 했다.그녀가 호텔을 인수한지 거의 반년이 지났다. 호텔의 모든 것이 날로 번창해졌다. 이번에 평판이 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올해 가장 있기 있는 호텔’이라는 칭호까지 얻었다.그러나 아직 성에 차지 않는다. 그녀는 신씨 그룹에서 연속 5년 동안 받은 ‘올해의 호텔’이라는 칭호를 받아낼 거라고 결심했다.운은 돌고 도는 것이니 구아람이 돌아온 이상, 행운도 구씨 가문에게 올 거다.요즘 구아람은 국내 유명 언론사 세 곳의 인터뷰를 받았다. 그러나 임수해는 아가씨가 직접 출연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것은 그녀의 겸손한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구아람이 그렇게 한 데는 분명 그녀만의 이유가 있다.KS 그룹의 사장이 되려면 오직 구회장의 딸이라는 신분으로 대중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더 이상 배후에서 지도하는 리더가 아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어 KS 그룹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녀의 업적을 보여줄 것이다.구회장이 그에게 호텔을 맡긴 건 그녀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그녀가 기회를 잡은 이상 최고의 가치를 창조해낼 것이다.이때, 구아람은 또 게임에서 우승을 거두었다. 임수해에게 커피를 리필 하라고 시키려 다가 순간 그가 파견 갔다는 것이 생각났다.일주일이 지나 모레가 바로 김은주의 생일 파티이지만 임수해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구아람은 눈을 지그시 감고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책상을 탁탁 쳤다.그녀의 생각은 절대 틀리지 않을
김은주는 생일 파티를 위해 온갖 정력을 다했다.그녀는 기력이 넘쳐흘러 침대에 누워 비실 거리지 않고 장소를 정하기도 하고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 모습은 마치 약혼식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그동안 신경주는 한 마디도 더 묻지 않았다. 그녀의 상태가 좋아지자 아예 병문안도 오지 않았다.김은주는 비록 기분이 나빴지만, 지금 생일 파티를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생일 파티 전날 밤, 김은주는 문별에게서 애써 빌려온 드레스를 입어보았다.그녀는 가녀린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드레스의 가슴 사이즈가 너무 넓어 도저히 지탱할 수 없었다. 하인 두 명은 초조해서 땀을 뻘뻘 흘렸다. 아무리 해봐도 옷이 그녀에게 맞지 않았다.“왜 이렇게 서툴러! 김씨 가문은 왜 이런 쓸데없는 사람들을 둔 거야!”김은주는 급해서 볼이 벌겋게 달아올라 하인들에게 화를 냈다.“아가씨, 아니면 재봉사를 불러 옷을 고쳐볼 까요? 아니면 핀 두 개로 고정시켜볼까요?”하인은 간담이 서늘해져 조심스럽게 제의했다.김은주는 짜증이나 땀을 벌벌 흘렸다. 하지만 돈을 배상할 까봐 고치자고 말하지 못했다.이 드레스의 값은 수십 억이고 게다가 그녀는 합의서에 사인까지 했다.만약 더럽히거나 망가뜨리고, 제멋대로 고치고, 핀으로 꽂기만 해도 그녀는 5배의 가격으로 배상을 해야 했다. 돈이 아까운 것보다는 문별이가 구아람과 한통속이기 때문에 그녀는 결코 그 여자가 자신의 돈을 한 푼도 더 벌게 할 수 없다!“테이프 가져와, 빨리!”하인들은 재빨리 테이프를 가져와서 안쪽 가슴둘레에 붙였다. 그리고 김은주가 드레스를 다시 입어보니 역시 떨어지지 않았다.“아가씨, 너무 똑똑하시네요! 이 방법이 너무 좋아요!”하인들은 옆에서 아첨을 떨었다.김은주는 숨을 길게 내쉬며 의기양양한 기색을 보였다.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진정이 굳은 표정으로 부랴부랴 들어왔다.“엄마!”김은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하인에게 명령하였다.“먼저 나가 봐.”하인들이 방에서 나가자 진정은 바로 문
한편, 신효린은 친한 몇몇 귀족 가문 아가씨들과 담소를 나누었다.“효린아, 축하해, 곧 형수가 생기겠네.”“에이, 또 형수가 생기겠네라고 해야지.”귀족 가문의 아가씨들은 신나게 말했다.“아무튼, 새것이 낡은 것보다는 좋잖아? 그리고 김은주 씨가 사모님의 조카이니, 사돈에 사돈까지 더해져서 앞으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겠네?”신효린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사이좋기는 무슨!’“김은주 씨와 신 사장님은 죽마고우라고 들었어, 몇 년 동안 많은 시련을 겪고 결실을 맺었다던데. 전처와 이혼하자마자 결혼한 걸 보니, 무조건 진정한 사랑이야. 효린아, 너희 오빠는 인기가 이렇게 많은데, 넌 언제 남자친구를 만나서 우리에게 국수를 먹여줄 거야?”이 말을 듣자, 신효린은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며 좋아하는 이유희를 찾았다.……그러나 이때, 이유희는 신경주와 함께 있었다.호화로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서 두 사람은 모두 신들의 공분을 자아낼 정도로 멋진 슈트 차림으로 긴 창문 앞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별처럼 펼쳐진 성주의 야경이 보였다.이유희는 오늘 밤 고급 드레스의 흰색 슈트에 검은색 셔츠를 입었고, 긴 목덜미에 금빛 장미 펜던트를 한 목걸이를 착용하여 고귀하고 섹시하였다.그러나 신경주는 변함없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입었다. 포인트는 네크라인에 있는 황금색 용 무늬 넥타이로 범상치 않은 품격과 권력자의 도도함을 드러냈다.이유희는 눈앞의 어두운 남자를 보더니 당황해서 말했다.“왜 이렇게 입었어, 생일 파티가 아닌 장례식에 온 줄 알겠어.”신경주는 차갑게 눈썹을 찌푸리며 비웃었다.“흰옷은 그렇게 안 보일 것 같아?”“헐, 역시 하느님은 공평하셔. 잘생긴 얼굴에 말을 독하게 하는 입을 주셨네. 역시 사람은 완벽한 것이 아니야.”이유희는 웃으며 욕설을 퍼붓더니 갑자기 그의 넥타이핀이 눈에 들어왔다.“참 독특해 보이네, 빌려주면 안 돼?”신경주는 굳은 얼굴로 거절했다.“꿈 깨.”“예전에는 우리 팬티도 바꿔 입을 정도로 친했는데, 지금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