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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밖으로 뛰쳐나온 지유는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전혀 추운 줄 몰랐다. 그저 지금은 어디론가 도망가고만 싶을 뿐이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그녀는 서서히 발걸음을 멈추고 거친 숨을 토해냈다.

두 손으로 무릎을 짚고 바닥을 바라보니 어디선가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

지유는 그제야 자신이 눈물범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눈물들이 볼을 타고 쉴 틈 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모든 게 다 가짜였다.

그와 함께했던 아름다운 순간들도, 설렐 만큼 다정했던 그의 모습들도 전부 가짜였다.

그는 그저 그녀에게 보상해준 것뿐이었다. 단지 그의 죄책감 때문에.

지유는 이제야 노승아가 했던 말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여이현이 그녀와 결혼한 건 이용하기 위한 것뿐이라는 그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일말의 호감도 작은 떨림도 없었다.

지유는 지금 부는 차가운 바람보다 마음이 더 시리고 추워 자신의 두 다리를 꼭 끌어안았다.

마치 상처받기 싫은 아이처럼 얼굴을 묻은 채 그렇게 웅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상처는 받았고 마음은 너덜너덜해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지유는 서서히 고개를 들어 뒤에 있는 큰 별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처음부터 저 자리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지유는 지금 지갑도 핸드폰도 아무것도 손에 쥐고 있지 않아 이 밤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두 손으로 팔을 감싸고 정처 없이 길가를 거닐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시야가 흐릿하나 싶더니 이내 그녀는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한편, 여희영은 서재 문고리를 잡고는 아직 화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이현에게 경고했다.

“네가 한 말 꼭 지켜야 할 거야. 지유는 상처받아도 되는 그런 애 아니야. 그 노승아인지 뭔지 하는 애보다 훨씬 더 나은 아이니까 처신 똑바로 해. 노승아가 눈에 밟혀도 이제는 눈길도 주지 마! 만약 지유가 상처받기라도 한다면 내가 너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알아들어?!”

“저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현은 냉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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