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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Author: 류한나
여희영은 깜짝 놀랐다. 놀라움 뒤에 남은 건 분노와 실망뿐이었다.

이때 이현이 병실에서 나왔다. 고개를 든 이현이 지유와 함께 있는 여희영을 보며 공손하게 불렀다.

“고모.”

“그렇게 부르지 마.”

화가 치밀어오른 여희영은 이현을 나무라기 시작했다.

“내가 고모긴 하니? 지유와 이혼한다며? 이렇게 큰일을 왜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거야? 할아버지 당부 잊었어? 지유 잘 보살펴주라고 했는데 이따위로 보살피는 거야? 여이현. 너 자라는 거 옆에서 쭉 지켜봤지만 이렇게 책임감 없는 사람인 줄은 몰랐다. 이혼? 침대에 누워서 별의별 생쇼는 다하는 세컨드 년 때문에 부부간의 연을 끊겠다고?”

“어머, 아가씨, 말은 가려서 해야죠. 세컨드 년이 뭐예요? 그리고 책임감 소리는 왜 하시는 거예요? 이게 책임감이랑 무슨 상관있다고?”

여진숙은 거북하게 들리는 여희영의 말에 처음으로 앞에 나서서 반박했다.

“현이가 이혼하든 말든 알아서 할 일이지 아가씨가 무슨 상관이에요? 어른이랍시고 우리 아들 자꾸 혼내시는데 보기 안 좋아요.”

지유는 자신이 한 말로 여희영과 여진숙이 다투게 될 줄은 몰랐다. 하여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얼른 여희영을 뜯어말렸다.

이 일이 아니어도 여진숙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여희영이 하찮다는 듯 코웃음 치며 말했다.

“내가 내 조카랑 얘기하고 있는데 왜 끼어들죠? 올케, 지금 나랑 말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요?”

“아가씨, 이렇게 나온다 이거죠?”

여진숙이 이렇게 말했다.

여희영은 늘 여진숙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여진숙도 마찬가지였다. 하여 둘은 마주칠 때마다 대화가 별로 없었고 모르는 사람보다 못한 사이었다.

여희영은 늘 여진숙을 무시했기에 말을 가려 하는 법이 없었다. 여희영은 여진숙을 향해 다가가더니 오만하게 여진숙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할 소리예요. 엄마가 돼서 현이한테 잘해준 게 뭐에요? 내가 일일이 다 말할 필요 없죠? 여기서 제일 말할 자격 없는 사람이 올케예요. 내가 조카를 어떻게 혼내든 올케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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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이 서로를 알게 된 후 지석훈은 이미 문지원에게 충분히 많은 것을 도와주었다. 그에게 진 빚도 갚지 못할 정도였던지라 만약 그가 그녀를 구해주다가 다치게 된다면 그녀는 정말로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몰랐다.눈 앞에 펼쳐진 위험한 상황을 지석훈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이대로 가버린다면 문지원 혼자서 그 위험을 감당해야 했기에 그는 그녀를 두고 절대 혼자 도망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두 남자에게 달려들어 싸웠다.문지원이 초조해하고 있던 때 마침 그녀가 신고했던 경찰들이 도착했다. 경찰들은 차에서 내려 그들에게 총을 겨눴다.“움직이지 마! 두 손 들어!”두 남자는 빠르게 도망치려고 했지만 자신들의 차로 문지원의 차를 쳤던지라 더는 시동을 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도망칠 수 없었던 그들은 이내 경찰에게 제압당했다. 문지원과 지석훈도 경찰서로 따라가 진술서를 작성했다.진술서를 작성하고 나니 어느새 밤이 되었고 피로 물든 그의 셔츠를 보던 문지원은 눈가가 붉어졌다.“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이런 일에 휘말리게 했어요. 만약 제가 아니었다면 석훈 씨가 다칠 일도 없었을 텐데...”“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 뭘. 괜찮아.”지석훈은 애초에 자기 상처에 신경 쓰지 않았다.“오늘 밤은 우리 집에서 지내. 거기가 더 안전할 거야.”그러나 문지원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누구 집이 더 안전한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친 사람이 있으니 당연히 병원부터 가야 한다.“다쳤잖아요. 그러면 병원 가서 치료부터 받아야죠. 온몸에 이상 없나 확인해야 저도 마음이 놓일 것 같아요.”지석훈도 그녀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고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자꾸만 올라갔다.“문지원,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잊은 거야? 내가 의사야. 이 정도 상처는 별거 아니니까 병원까지 갈 필요 없어.”“아무리 별거 아닌 상처라고 해도 치료는 해야죠. 그렇게 내버려 두면 안 되는 거잖아요.”문지원은 여전히 그가 걱정되었다. 그러자 지석훈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더 짙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37화

    그 순간 두 남자는 문지원을 향해 빠르게 달려왔다. 문지원은 급하게 차에 올라탄 뒤 사람이 많은 시내로 향했다. 시내엔 사람이 많았던지라 아무리 두 사람이 그녀에게 범죄를 저지르려고 해도 수많은 시선이 느껴지는 앞에서는 대놓고 하지 못할 것이었으니까.다행히 차가 옆에 있어 그녀는 바로 문을 열어 차에 올라탔다. 안전벨트를 할 새도 없이 시동을 걸었고 멈춰선 두 남자는 서로 마주 보았다.“도망치고 있어요!” “뭘 멍청하게 서 있어! 얼른 차 시동 걸어! 쫓아가야지!”옆에 있던 남자가 그의 머리를 내리치며 말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두 사람은 애초에 돈을 받고 무엇이든 해주는 흥신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만약 이대로 문지원을 놓친다면 의뢰인이 난리를 피우며 돈을 달라고 할 것이 뻔했다.두 사람의 차도 근처에 주차되어 있었던지라 남자는 빠르게 차를 몰고 다른 남자가 있는 곳으로 와서 태웠다. 차에 올라탄 남자는 이내 지휘했다.“속도 올려서 일부러 부딪쳐.”“네!”남자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속도를 꾹 울린 후 문지원의 차를 쫓아갔다.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지고 두 차는 서로 부딪치게 되었다. 문지원의 몸이 그 충격에 앞으로 확 나갔고 다행히 제때 펴진 에어백 덕에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그녀는 두 남자가 돈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두 남자는 차에서 내린 후 그녀가 있는 운전석으로 달려와 끊임없이 창문을 두드렸다. 문지원은 당연히 열어줄 생각이 없었다. 두 남자도 그녀의 생각을 알고 있었던지라 한 사람은 계속 밖에서 그녀를 협박하고 다른 한 사람은 차로 돌아가 망치를 들고 왔다.“문지원 씨, 우린 문지원 씨랑 싸우려고 온 게 아니에요. 일단 내려서 평화롭게 잘 얘기를 나눈다면 우리도 조용히 물러갈 거예요. 굳이 이렇게까진 할 필요 없잖아요. 안 그래?”문지원은 당연히 남자의 말을 믿지 않았다. 흉흉한 두 남자의 얼굴만 봐도 신뢰도가 떨어졌다. 만약 남자의 말을 믿고 문을 열었다면 그들에게 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36화

    마침 월말이었던지라 입원비를 낼 때가 되었고 약값도 내기 위해 특별히 통장 잔액에 얼마가 남아 있나 확인했다. 여이현이 준 2억으로 대부분 재료를 샀고 남은 돈은 밀린 직원들의 월급을 정산해 주었음에도 여전히 6000만 원 넘게 남아 있었다. 거기에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돈까지 합하니 7000만 원 정도 되었다.잔액을 본 문지원은 다소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여이현이 그녀가 무엇을 할지 미리 예상을 하고 2억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여진 그룹을 이끌어가고 있는 여이현이 대단하게 느껴졌다.대부분 사람들이 여이현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인한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이렇게나 세심한 사람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한숨을 내쉰 그녀는 자신이 그에게 꽤나 많은 신세를 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한 채 병원으로 향했다.원무과에서 입원비와 약값을 계산한 후에야 그녀는 문용석을 보러 갔다. 병실에 누워있는 문용석은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침대에 누운 그의 모습은 꼭 바깥세상과 거리를 둔 듯한 모습이다.“아빠, 저 여진 그룹과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중이에요. 우리 공장도 다시 가동되고 있고 전처럼 활력도 생겼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입을 연 순간 그녀는 코끝이 시큰해졌다. 결국 밀려오는 감정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건을 적셔왔다. 문용석의 몸을 닦아주며 그녀는 계속 굳게 눈을 감은 문용석에게 말을 걸었다. 설령 문용석이 병으로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대답하지 못한다고 해도 말이다.그녀는 문용석의 곁에 오래 있어 주고 싶었지만 해야 할 일이 많아 결국 병실에서 한 시간만 머물다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병실 문을 열자마자 들어오려는 지석훈과 마주치게 되었다. 지석훈은 하얀 의사 가운을 입고 있었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있었다. 가슴팍 주머니엔 펜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고 마스크를 낀 채 눈만 내놓고 있었다.그의 뒤로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대부분 의사와 간호사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35화

    문지원은 시간을 내서 주현철을 만나 따져 물을 생각이었지만 그녀가 연락하기도 전에 주현철은 무슨 생각인지 먼저 그녀에게 연락했다.전화를 받은 문지원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주현철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고 그는 훌쩍이며 그녀에게 사과했다.“지원아, 아저씨는 현 대표가 너한테 그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단다. 다 내 탓이다. 내가, 내가 정말 네 아빠 볼 면목도 없구나!”전화기 너머로 철썩철썩 소리가 났다. 아마도 자기 뺨을 때리는 것 같았다. 문지원은 느껴지는 수상함에 일단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그를 떠보기로 했다.‘그날 일을 아저씨가 정말로 몰랐다고?'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말이 거짓이라고 단정 지었다. 애초에 그 자리는 주현철이 주선한 것인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는가.“아저씨, 전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에요. 그런 말로 절 속이실 필요 없으세요. 소용없으니까요.”문지원이 직설적으로 말하자 주현철은 역시나 조용해졌다. 한참 지나서 그가 입을 떼려고 하자 그녀는 빠르게 말을 자르며 논리적으로 말했다.“아저씨는 아저씨 체면을 지키기 위해 저한테 사업 파트너를 소개해주겠다고 하신 거겠죠. 저도 사실은 아저씨가 저희 아빠랑 친한 사이여서 아저씨 때문에 그 자리에 나간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저한테 그러실 수 있는 거예요? 정말로 아저씨가 몰랐다고 쳐도 마침 그 타이밍에 자리를 비운 건 너무도 이상하지 않아요? 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짐승보다 못한 놈이 제 몸에 자꾸 손을 올릴 땐 왜 말리지 않으셨어요? 한 마디 정도는 하실 수 있으셨잖아요.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와서 저한테 전화로 몰랐다느니, 미안하다느니 억울한 척하시는 거예요?”가해자가 피해자인 척 연기를 하고 있는데 문지원은 하마터면 속아 넘어갈 뻔했다. 뒤늦게 정신이 번쩍 든 문지원은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 주현철이 대체 무슨 낯짝으로 자신에게 먼저 연락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전화기 너머로 긴 침묵이 이어졌다.“주현철 씨, 우리 아빠에게서 받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34화

    간단히 말해 나이가 많은 아저씨들은 집안일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문지원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 문제는 확실히 그녀가 생각지 못한 문제였고 확실히 사소한 문제는 아니었다. 숙식 문제는 직원들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숙식 제공한다고 말해놓고 정작 더러운 돼지우리를 보여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일단은 그렇게 말씀해 주세요. 청소 문제는 제가 해결해 볼게요.”문지원은 빠르게 머리를 굴려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위생 문제는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저 청소부 직원을 고용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청소부 직원까지 고용하기엔 너무 수지에 맞지 않았다.청소부 직원은 하루에 몇만 원씩 번다. 그런 직원을 여럿을 고용한다면 하루에 몇십만 원 나갈 것이고 이 돈이면 차라리 그녀가 직접 하는 것이 더 나았다. 그녀가 직접 한다면 돈을 아낄 수 있을뿐더러 구석구석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으니까.“참, 그게 있었지! 왜 이제야 생각이 난 거지?”문지원은 뭔가 떠오른 듯 눈빛을 반짝이더니 바로 집으로 달려갔다. 도우미 아주머니 도은숙은 이미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상태였다. 다급하게 집으로 들어와 집안의 청소도구를 뒤지는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지원 씨, 지금 뭘 찾는 거예요? 집 안의 청소는 제 담당이지 않아요?”도은숙은 그만 놀란 표정을 짓고 말았다. 문지원은 집안일이라곤 전혀 해본 적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문용석은 항상 딸은 귀하게 키워야 한다면서 집안일도 못 하게 했고 주방에 들어가 손에 물 묻히는 것조차 못하게 했다. 물론 문지원이 요리나 집안일에 흥미가 있다면 하게 해줄 것이었지만 문지원은 요리에 재능이 없었을 뿐 아니라 집안일에도 재능이 없었다.그랬기에 지금까지 그녀는 손에 물 한 방울 묻힌 적 없이 자랐다고 할 수 있다. 문지원은 빗자루를 찾아내면서 말했다.“공장의 숙소에 청소할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청소부 직원 고용해도 되긴 한데 비싸서 제가 직접 해보려고요. 그러면 돈을 아낄 수 있잖아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33화

    현관으로 온 지석훈은 그제야 문지원이 떠올라 망설이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문지원은 일부러 핸드폰을 꺼내 보면서 괜찮은 척했지만 속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씁쓸함이 밀려왔다.“전 괜찮으니까 얼른 가보세요. 그 사람들도 더 어떻게 찾아오진 못할 거예요. 여기서 더 찾아온다면 범죄가 될 테니 말이에요.”“그래. 무슨 일이 생기면 나한테 바로 연락해.”안색이 조금 풀린 지석훈은 바로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집 안에는 문지원 혼자 남게 되었다. 예전에도 집 안에 혼자 남은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엔 이상하리만큼 외롭고 쓸쓸했다. 창문이 굳게 닫혀 있음에도 자꾸만 어딘가 바람이 새어 나와 그녀의 손발을 차갑게 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최대한 다른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했고 따듯한 물에 샤워한 후 일찍 쉬려고 했다. 다행히 이날 밤 그녀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다음 날이 되자 문지원은 청소 직원을 불러 문과 바닥을 도배한 붉은 페인트를 지워달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바로 공장으로 달려가 구인 상황을 살펴보았다. 결과는 놀랍게도 지원자가 14명이나 모였고 그녀는 보자마자 기뻐했다. 손기영과 같은 마을에 사는 마을 주민이라는 것을 들은 그녀는 바로 손기영에게 물었다.“공장장님 마을 사람들이 정말로 공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어요?”“당연하지. 마다할 리가 있겠어? 내가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일하고 싶다고 찾아온 사람들이야.”손기영은 원래 바쁘게 일하고 있었지만 그녀를 보자마자 하던 일을 멈추고는 걱정이 담긴 잔소리를 해댔다.“문 사장, 앞으로 공장으로는 가끔 찾아오는 것이 좋겠어. 여긴 평소에 작업하느라 공기가 좋지 않아. 우리 직원들도 모자며, 마스크며 꽁꽁 쓰고 일한다고.”문지원은 황급히 손을 올려 아무것도 없는 얼굴을 만졌다.“아, 죄송해요. 깜빡하고 있었어요. 지금 바로 가서 마스크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올게요!”그녀는 얼른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내 손기영은 그녀를 데리고 막 공장으로 출근한 직원들을 소개해주었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32화

    문지원은 지석훈이 자신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유한과 프로젝트를 위해 자신을 팔아버린 주현철, 그리고 현유한에게 당한 폭행과 욕설만 떠올리면 저도 모르게 몸이 덜덜 떨렸다. 현유한이 절대 자신이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을 그녀는 확신할 수 있다.지석훈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눈치챘지만 그가 묻기도 전에 문지원이 먼저 고개를 들어 말했다.“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저 좀 데려다주세요.”“그래.”지석훈은 구겼던 미간을 폈다. 그녀가 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어차피 그는 며칠 동안 그녀를 돌봐줄 생각이었다. 그녀에게 더는 다른 나쁜 일이 생기길 바라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녀의 집에 도착한 지석훈은 문 앞 바닥과 현관문에 빨간 페인트로 ‘X 녀'와 ‘쌍 X'라는 욕으로 가득 도배된 것을 보게 되었다. 절로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욕설들이었다.그는 더는 모른 척 넘어갈 수 없어 옆에 있던 문지원을 보았다.“요즘에 이상한 사람한테 걸리기라도 한 거야?”그녀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그는 계속 물었다.“혹시 오늘 다친 것과 연관이 있는 거지?”비록 의문문이었지만 그의 어투엔 확신으로 가득했다. 더는 숨길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 더구나 현유한이 이렇듯 빨리 자신의 거처까지 찾아낼 줄은 몰랐다. 문지원은 자신이 절대 다른 사람과 맞설 수 없는 존재임을 알았다. 지금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직접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더는 믿을 수가 없다.문지원이 현재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지석훈 한 명뿐이었다. 괴로운 눈빛으로 빨간 글씨를 보던 문지원은 이내 시선을 돌려 키를 꺼냈다.“일단 들어가서 얘기해요. 오늘은 주말이고 은숙 아주머니도 쉬는 날이에요.”지석훈은 묵묵히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온 문지원은 먼저 겉옷을 벗었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털썩 앉아 오늘에 있었던 일을 전부 지석훈에게 알려주었다.“전 현철 아저씨가 예전에 우리 아빠와 계속 협력을 이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31화

    지석훈은 문지원이 말을 하지 않자 한숨을 내쉬었다.“일단 상처부터 치료해줄게.”이내 그는 소독약을 들고 돌아왔다. 문지원은 움찔하며 다소 민망해진 어투로 말했다.“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 제가 할게요.”그러나 지석훈은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움직이지 마.”문지원은 저도 모르게 그의 말을 따랐다. 지석훈이 들고 있는 면봉이 그녀의 피부에 닿을 때마다 그녀는 어딘가 자극을 받은 것처럼 움찔거렸고 차가운 소독약에 찌릿찌릿한 기분이 들었다. 지석훈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이 약을 아프게 바른 것은 아닌지 생각했지만 문지원은 오히려 자신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오해했다.“미안해요...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에요. 약이 상처에 닿으니까 따가워서 저도 모르게 움찔거린 거예요.”문지원은 원래부터 곱게 자란 부잣집 딸이었다. 문용석은 입원하기 전까지 행여나 자기 딸이 조금이라도 다치게 될까 봐 애지중지하며 길렀던지라 상처에 소독약을 발라보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그럼 살살 발라줄게.”이렇게 말한 지석훈은 천천히 움직였지만 문지원은 오히려 더 고역이었다. 소독약이 묻은 면봉이 상처에 닿을 때 원래는 그저 따갑기만 했지만 지석훈이 살살 바르고 있으니 깃털로 간질이는 것처럼 간지럽기도 했다.어떤 사람들은 고통을 잘 참을 수 있어도 간지러움은 참지 못했다. 문지원이 바로 이런 부류에 속했다. 결국 참지 못한 그녀는 손을 뻗어 지석훈의 손을 잡아버렸다. 지석훈도 멈추며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시선이 맞닿은 순간 문지원은 그제야 자신이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그냥 아까처럼 발라주세요. 이건 너무 간지러워요.”그 말을 들은 지석훈은 굽혔던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헛기침 두어 번하며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 내가 거기까진 생각을 못 했네. 하지만 네 몸에 있는 상처들은 약 발라야 나을 수 있는 상처들이야. 어떤 부위엔 네 손도 닿지 않을 거고. 아니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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