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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Author: 류한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5-31 17:50:25
이현은 마치 지유를 품속에 녹여버릴 듯이 꽉 끌어안았다. 그녀가 더는 상처받지 않게 말이다.

그는 턱을 그녀의 머리에 올려놓고 깊이 자책했다.

“괜찮아, 지유야, 이제 괜찮아. 내가 왔으니 괜찮아.”

지유는 이현의 품에 기댄 채 온몸을 부르르 떨며 치를 떨었다.

“왜 이제야 온 거예요? 하마터면, 정말 하마터면 당신 못 보게 될 수도 있었다고요.”

이현이 핏기를 잃고 창백해진 지유의 입술을 보더니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눈동자에 분노가 가득 차올랐지만 지유를 인내심 있게 다독이며 안전감을 주려고 노력했다.

“미안해. 내가 늦었어.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앞으로 다시는 너 혼자 두지 않을게.”

지유가 걱정돼서 나와봤는데 그래도 늦은 것이다.

지유는 멘탈이 완전 나가서는 흐느꼈다. 그 속에는 그녀의 불안과 두려움과 그에 대한 원망이 들어 있었다.

지유는 솜방망이 같은 주먹으로 이현의 가슴을 두드렸다.

“아니에요. 당신은 나 버릴 거예요. 언젠가는 나 버릴 거예요. 전에도 그랬잖아요. 지금도 그렇고.”

지금까지 지유는 수도 없이 버림을 받았다. 몇 번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그렇게 버려질 때마다 남은 건 실망뿐이었다.

이현은 지유를 품에 꼭 끌어안더니 슈트로 그녀를 꽁꽁 감쌌다.

“앞으로 절대 그럴 일 없어. 한 번만 믿어줘. 지유야, 앞으로 너 버리지 않는다고 약속할게.”

지유는 소리 없이 흐느꼈고 이현의 가슴을 두드리던 손도 힘없이 옆으로 축 늘어졌다. 아직도 두려움이 가시지 않는지 지유는 이현의 품에 안겨 사시나무 떨듯 떨기만 했다. 될 수만 있다면 영원히 단단한 이현의 품에 숨어있고 싶었다.

이현은 인내심 있게 그녀를 다독이며 이마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지유의 정서가 어느 정도 가라앉고 몸에서 전해지는 떨림도 살짝 약해지자 이현은 허리를 숙여 지유를 소파에 올려주고 데려온 사람에게 보살피라고 했다.

이현은 느긋하게 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바닥에 누워 비몽사몽한 이 대표를 쏘아봤다.

물 한 바가지가 이 대표의 얼굴에 쏟아졌다.

꿈에서 깬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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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다솔은 이미 자신을 때릴 준비가 된 아버지의 손바닥을 감당할 각오를 하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예상했던 통증은 오지 않았다.눈을 뜬 그녀는 권용민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으면서 참아내는 모습을 보았다.김영은이 옆에서 권용민을 달래며 말했다.“혼자 화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지금 중요한 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느냐죠. 이건 분명히 진호 씨 쪽 문제예요.”“당장 진호 씨를 불러서 해결해야 해요.”권용민은 그 말을 듣고 딸을 곁눈질로 보며 속으로 화를 다스렸다.참고 또 참고 나서야 그는 여전히 차갑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들었지.”“만약 아직도 자존심이 있다면 더는 진호 씨를 감싸선 안 돼. 그는 다 큰 남자다.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권다솔은 잠시 침묵한 후 배진호에게 문자를 보내 집으로 오라고 했다.문자를 받은 배진호는 급히 회사에서 달려왔다.거실에서 앉아 있는 권다솔을 보자마자 다가가려 했지만 권용민의 날카로운 시선에 얼어붙었다.“길게 말하고 싶지 않네요.”권용민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손으로 권다솔을 가리키며 말했다.“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당신 어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두 들었습니다.”배진호는 고개를 들고 권용민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제 어머니가 그날 한 말은 잘못됐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 생각도 그렇다는 뜻이 아닙니다.”권용민은 그의 단호한 눈빛을 보며 속으로 약간 안도하면서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그는 배진호를 나쁘게 보지 않았다.그를 존중한 이유는 단순히 과거에 자신을 구한 은혜 때문이 아니라 그의 능력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었다.처음에는 배진호를 단순한 비서로만 보았다. 하지만 이후 그는 자신의 실력으로 한 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능력을 증명했다.그의 경영 방식은 보통 사람이 쉽게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권용민은 배진호를 인정했다.그 기억을 떠올리며 권용민은 자신의 날카로웠던 시선을 조금 누그러뜨리며 말했다.“진호 씨, 저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58화

    김영은은 깜짝 놀라 잠시 말을 잃었다.“너 그 집안과 엮이고 싶지 않다고 했었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왜 또?”권다솔은 고개를 숙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영은은 딸의 반응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걸 알았기에 굳이 캐묻지 않았다.하지만 권용민은 달랐다.“그때는 결혼하면 잘해 주겠다느니 너희가 행복하게 살 거라느니 말만 번지르르하게 했네.”권용민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런 일이 생긴 거냐?”“이건 전적으로 진호 씨의 잘못은 아니에요...”“아직도 진호 씨를 두둔하는 거야? 그럼 말해 봐. 진호 씨 잘못이 아니라면 왜 너는 이틀 동안 아무 소식도 없었던 거냐?”권다솔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테이블 아래에서 손가락을 꼬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머릿속이 뒤엉켰다.그녀는 부모님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두 분 모두 불의를 참지 못하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이었다. 만약 자신이 배진호의 어머니에게서 받은 모욕을 털어놓으면 김영은은 분명 즉시 그 집으로 찾아가 난리를 칠 것이다.그리고 겨우 허락했던 권용민 역시 배진호와의 이혼을 요구할 게 뻔했다.부모님에게 있어 딸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용납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결국 권다솔은 침묵을 선택했다.그녀의 태도에 권용민은 더욱 답답함과 분노를 느꼈다. 딸이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좋아, 네가 말하지 않으면 내가 진호 씨에게 직접 물어봐야겠다!”권용민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결혼한 지 일주일도 안 돼서 내 딸이 이런 대접을 받는 이유가 뭔지 물어보지 않으면 안 되겠어!”그러면서 휴대폰을 들어 배진호에게 전화를 걸려 했다.권다솔은 급히 그의 손을 붙잡으며 전화를 막아섰다. 그녀는 김영은과 함께 애타게 설득하며 아버지를 저지했다.휴대폰을 간신히 빼앗았지만 권용민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분명히 말한다, 다솔아. 오늘 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57화

    남태건의 거듭되는 청혼은 권다솔에게 그의 절박함을 분명히 느끼게 했다.그 절박함은 오히려 그녀가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했다.다음 날, 열이 내린 권다솔은 남태건에게 떠나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남태건은 잠시 멈춰 서 담담하게 물었다.“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서둘러 떠나려는 거야?”“의사도 쉬라고 했잖아.”어제 공진혁이 분명히 더 쉬어야 한다고 말했었다.하지만 공진혁과 남태건의 친밀한 분위기를 본 권다솔은 그의 말을 신뢰할 수 없었다.권다솔은 단호히 떠나겠다고 했다.남태건의 눈빛은 점점 차가워졌다. 그는 입을 다물었다. 거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며 불안한 공기가 감돌았다.유선화와 집안 사람들은 분위기를 파악하고 입을 다물었다.오랜 침묵 끝에 남태건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우아하게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지금은 안 돼.”“왜 안 되는 건데요?”권다솔이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지금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들 잊었어? 여론이 정리되지 않으면 네가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어. 차라리 배진호에게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해서 빨리 그런 소문들을 잠재우라고 해.”남태건은 입가에 냉소를 띠며 말했다.권다솔은 지금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들을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소문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들은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배진호는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권다솔은 다시 한번 스스로를 다독였다.‘믿어야 해. 진호 씨를 믿어야만 해.’그녀는 깊은숨을 들이쉬며 말했다.“그래도 여기에 더 이상 머물 수는 없어요. 이미 오래 머물렀고 더 이상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아요. 오늘 밤 짐을 정리해 집으로 돌아가겠어요.”“가능하다면 차를 마련해 주셨으면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제가 알아서 갈게요.”권다솔의 단호한 태도에 남태건은 잠시 그녀를 응시했다. 그 순간 그녀를 억지로라도 붙잡아 두고 싶다는 어두운 충동이 머릿속을 스쳤다.하지만 결국 남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56화

    권다솔의 간곡한 부탁에 유선화는 충전 중이던 휴대폰을 건네주었다.권다솔은 통화 기록을 열어보았다. 부재중 전화는 예상대로 열 통이 넘었고 가장 최근 것은 5분 전에 걸려 온 것이었다.익숙한 번호를 바라보며 그녀는 망설였다.마음 깊은 곳에서는 배진호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가 자신의 안부를 묻는 다정한 목소리 걱정 어린 말들이 그리웠지만 전화를 걸 손가락이 화면에 닿을 때마다 정미진의 차가운 말투가 떠올랐다.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머뭇거리던 찰나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하며 울리기 시작했다.놀란 권다솔은 전화기를 떨어뜨릴 뻔했다.“선화 씨, 이 전화 좀 대신 받아주실 수 있나요?”권다솔은 유선화를 바라보며 말했다.방금 겨우 모은 용기가 전화벨 소리와 함께 흔들려버렸다.“지금은 누구와도 연락하고 싶지 않아요.”유선화는 의아해했지만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었다.전화기를 받아 든 유선화는 뜻밖에도 상대가 남자라는 점에 놀랐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는 지친 기색이 가득했다.전화기 너머에서 배진호는 기쁨을 억누르지 못한 듯 말했다.“다솔 씨, 드디어 전화를 받아줬네요!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예요?”“다솔 씨를 정말 오래 찾아다녔어요. 아무리 찾아도 너를 찾을 수 없었어요. 어머니 대신 사과할게요. 제발 집으로 돌아와 주세요.”“저기... 죄송하지만, 저는 다솔 씨가 아닙니다.”유선화는 약간 어색하게 말을 끊었다.전화기 너머로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나서야 배진호의 혼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럼 당신은 누구죠?”“저는 집안일을 돕는 사람입니다. 다솔 씨께서 지금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시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도 하셨습니다. 며칠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신다고 하시네요.”권다솔은 옆에서 손짓으로 유선화에게 할 말을 알려주었고 유선화는 그녀의 말을 따라 천천히 전달했다.모든 말을 전한 뒤 전화기 너머에서는 길고도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 침묵은 끝날 줄 몰랐다.한참의 침묵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55화

    남태건은 굳은 얼굴로 권다솔에게 다가가 손등을 그녀의 이마에 살짝 대었다.뜨거운 열기가 손끝으로 전해지자 그의 얼굴은 더 어두워졌다.남태건이 손을 거두며 공진혁을 부르려 했지만 그 순간 손을 붙잡혔다. 멈칫하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권다솔이 그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옆에서 지켜보던 유선화와 비서는 잠시 말을 잃었다.방 안은 무거운 침묵으로 가득 찼다.남태건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지려는 찰나 권다솔의 입에서 그의 인내심을 시험할 이름이 흘러나왔다.“배진호 씨...”남태건은 순간적으로 손을 뿌리치듯 빼냈다.“대표님! 제가 의사를 불러오겠습니다.”비서는 서둘러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유선화도 눈치를 보며 방에서 나갔다.곧 가정의인 공진혁이 도착해 기본적인 검사와 약 처방을 준비했다.하지만 약을 처방하려던 순간 남태건이 중단시켰다.“임신 중이니까 약효가 순하고 아이에게 해가 되지 않는 걸로 처방해 줘.”남태건은 침대에서 잠든 권다솔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너는 또 얼마나 나를 원망하게 될까.’공진혁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물었다.“아이를 임신했다고?!”남태건은 담담한 얼굴로 공진혁을 흘낏 보며 대답했다.“내 아이는 아니야. 더는 묻지 말고 진료나 계속해.”공진혁은 남태건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 무언가 복잡한 사정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권다솔은 약을 먹은 뒤에도 깨어나지 않았지만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하루 종일 이어진 소동 끝에 이제야 조금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공진혁은 남태건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 물었다.“아까 네 아이가 아니라고 했잖아. 그런데도 이렇게 애쓰는 걸 보면 무언가 특별한 감정이 있는 것 같은데.”“설마 남의 아이를 키울 생각이라도 있는 거야?”남태건은 그 말을 듣고 싸늘한 눈빛으로 공진혁을 쳐다보았다.비록 오랜 친구 사이였지만 그 질문은 그가 참아내기 어려운 선을 넘었다.남태건의 날카로운 시선에 공진혁은 긴장한 듯 침을 삼키며 말했다.“역시 너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54화

    얇은 입술을 살짝 다문 남태건의 검은 눈동자는 어디에도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그때, 발표를 하느라 진이 빠진 팀장이 기대 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대표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좋아요.”남태건은 무심하게 대답한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그대로 진행하세요.”그 말을 남기고 직원들의 혼란스러운 얼굴을 뒤로 한 채 회의실을 떠났다.밖으로 나오자마자 그의 비서가 다급히 다가왔다.“대표님! 한 남성분이 회사에 무단으로 들어와 대표님을 꼭 만나야 한다고 합니다.”남태건은 발걸음을 멈췄다.1층 로비로 내려간 그는 예상대로 배진호와 마주쳤다.두 사람의 분위기는 지난번 유람선에서의 만남보다 훨씬 더 날카로웠다. 차가운 표정을 한 두 사람은 마치 당장이라도 싸울 것처럼 서로를 노려봤다.리셉션 직원은 긴장하며 상황을 지켜봤다. 혹시라도 자신이 말려들까 봐 잔뜩 몸을 움츠렸다.“남태건 씨, 다솔 씨를 어디로 데려갔죠?”배진호는 냉정하게 물었다.그는 밤새 고민했다.권다솔의 집을 찾아봤지만 그녀는 없었다. 남태건 외에 권다솔이 찾아갈 만한 사람은 없었다.권다솔은 원래 이런저런 곳을 다니는 성격이 아니었고 가까운 사람도 몇 없었기에 남태건이 가장 의심스러웠다. 과거에 이미 그녀를 데리고 간 적도 있었으니 더욱 그랬다.남태건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태연한 태도로 대답했다.“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배진호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차올랐다.“태건 씨!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을 텐데요. 다솔 씨에 대한 마음을 제가 모를 거라고 생각해요? 당신이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 것도 모를 거라고요?”두 사람의 시선이 강렬하게 부딪혔다.배진호는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응시했다. 남태건은 도발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리셉션 직원은 충격을 받으며 조용히 입을 틀어막았다.‘이렇게 큰일을 듣게 되다니... 혹시 이 때문에 회사에서 쫓겨나는 건 아니겠지?’남태건은 끝까지 권다솔의 행방을 밝히지 않았다.시간이 지날수록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53화

    남태건은 권다솔에게 서두르거나 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집에 머물게 하며 객실을 준비해 주었다.권다솔은 지금 어디로 갈지조차 알 수 없었다.휴대폰은 꺼둔 상태였고 배진호와 마주치고 싶지도 않았으며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이곳에 머무르게 되었다.밤이 지나고, 권다솔은 휴대폰을 다시 켰다. 부재중 전화가 열 통 넘게 쌓여 있었다.모두 배진호가 걸어온 것이었다.“아가씨.”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어나셨나요?”문을 열자 한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 온화한 인상을 가진 그녀는 손에 새우 죽 한 그릇을 들고 있었다. 죽 위에는 은은한 기름과 짧게 썬 파가 얹혀 있었고 식욕을 자극하는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권다솔의 시선을 눈치챈 여성은 부드럽게 말했다.“저는 이 집의 가정부입니다. 유선화예요.”“도련님께서 방해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벌써 점심때가 다 됐는데 다솔 씨께서 아무것도 드시지 않은 것 같아서 몸이 상할까 걱정돼 죽을 가져왔어요.”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죽 그릇을 옆 테이블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태건 씨가 그렇게 하라고 한 거예요?”“그런 셈이죠. 다솔 씨를 많이 걱정하고 계세요. 사실 저는 가문 쪽에서 이곳으로 온 사람이에요.”유선화는 마치 어린아이를 보는 듯한 친절한 눈빛으로 권다솔을 바라봤고 그 시선에 둰가솔은 조금 어색함을 느꼈다.“도련님께서 이렇게 누군가를 신경 쓰시는 건 정말 처음 봐요.”“그래요...”권다솔은 입술을 움직였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남태건의 마음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솔직히 말해 권다솔은 어젯밤 그 차에 탄 걸 후회하고 있었다.어젯밤 그녀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았고 비를 맞은 탓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남태건의 집까지 따라올 일은 없었을 것이다.이리저리 얽힌 생각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권다솔은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약간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거기 놔두세요. 조금 있다 제가 먹을게요.”그렇게 말한 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52화

    차는 3층짜리 고급 별장 앞에서 멈춰 섰다.남태건은 권다솔에게 차에서 내려 옷을 바꿔 입을 것을 제안했다.그제야 권다솔은 그를 본 후 처음으로 말을 꺼냈다.“저는 안 들어갈게요. 그냥 길가 아무 데나 내려주시면 돼요. 혼자 돌아갈 수 있어요.”“이 상태로 길가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을 거야?”남태건이 가리킨 곳을 바라본 권다솔은 젖은 옷이 몸에 착 달라붙어 드러난 몸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당황했다.어디를 가려야 할지도 몰라 순간적으로 경직된 얼굴이 되었다.남태건은 더 이상 말로 설득하지 않고 별장의 문으로 가서 지문 잠금을 해제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권다솔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그를 따라 들어갔다.남태건이 그녀에게 불순한 마음을 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두 집안의 오랜 인연을 고려하면 그가 실제로 그녀를 해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였다.반면 밤길에 홀로 남아 위험을 마주할 가능성은 훨씬 높았다.권다솔은 그런 상황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별장의 인테리어는 단정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남태건이라는 사람처럼 차가우면서도 품위 있는 오만함이 묻어나는 공간이었다.처음엔 그런 분위기가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졌지만 권다솔은 곧 자신의 생각을 바꿨다.남태건은 그녀를 위해 목욕물을 미리 준비했고 수건과 세면도구 세트는 물론, 갈아입을 옷까지도 마련해 두었다.그 세심함에 권다솔은 약간 놀라면서도 의아했다.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남태건은 그녀에게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이거 마셔. 기분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야.”권다솔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잔을 받아 들고 조용히 말했다.“고마워요.”잔을 손에 든 채 소파에 앉자 몸속으로 퍼지는 따뜻함이 빗속에서 느꼈던 차가움을 몰아내는 듯했다.식어 있던 마음도 몸이 따뜻해짐에 따라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남태건은 소파의 다른 쪽에 자연스럽게 앉아 다리를 꼬았다. 카키색 스웨터가 그의 움직임에 따라 약간 주름이 생겼다. 그는 솔직하게 물었다.“왜 혼자 비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51화

    권다솔은 순간 온몸의 피가 얼어붙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배진호는 두 주먹을 단단히 쥔 채였다.“어머니, 말이 너무 심하잖아요. 이건 다솔 씨의 잘못이 아니에요. 다솔 씨에게 사과하세요.”“사과? 그까짓 거 하면 되지.”배진호의 어머니인 정미진은 입으로는 사과한다고 말했지만 표정에는 일말의 미안함도 없었다.“다솔 씨, 이해하지? 우리 집이 큰 가문은 아니어도 나와 진호 아버지는 교직에 몸담아 왔어. 교양 있는 가문이라고. 그런 우리 집에 당신 같은 사람은 받아들일 수 없어.”정미진은 애초에 말을 순화할 의도가 없었다.권다솔은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빼앗긴 채 사람들 앞에 던져진 것 같은 굴욕감을 느꼈다. 참혹함에 권다솔은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그녀의 마음이 소리쳤다.'여기서 더는 못 버텨. 당장 이곳을 벗어나야 해.'권다솔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의자가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오늘은 제가 실례했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그 말을 남기고 권다솔은 뒤돌아보지 않은 채 밖으로 뛰쳐나갔다.배진호는 그녀를 따라가려 했지만 정미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의 발을 붙잡았다.“지금 나가면 다시는 이 집으로 돌아올 생각하지 마! 진호야, 내 말 잘 들어. 내가 죽기 전에는 절대로 이런 여자와 결혼 못 시켜. 결혼한 다음에도 이런저런 남자와 얽히는 여자는 절대 안 돼!”배진호가 잠깐 망설인 사이 모든 것이 틀어지고 말았다.몇 분 후, 배진호는 비를 맞으며 권다솔을 찾아봤지만 그녀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그가 건 전화도 모두 연결되지 않았다.여이현이 그의 전화를 받았을 때 배진호는 거의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대표님! 제발 다솔 씨를 찾아주세요. 다솔 씨를 본가로 데리고 갔다가 문제가 생겼습니다.”“집 밖으로 뛰쳐나가서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비가 오는 데 혼자 있어서 걱정돼요.”배진호의 다급한 목소리에 그가 얼마나 초조한 상태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여이현은 아무런 주저 없이 돕기로 했다.하지만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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