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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작가: 류한나
지유는 이현의 목을 휘감으며 이렇게 말했다.

“옆에 있어 줘요.”

“여기 있을게. 아무 데도 안 가.”

이현이 지유의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몸이 빨갛게 달아올랐어. 잘 때 얌전하게 자야 상처가 덧나지 않는 거 알지?”

지유는 그제야 승아가 왜 이현에게만 늘 그렇게 약하게 굴었는지 알 것 같았다. 아픈 손가락에 눈길이 더 가기 마련이니까.

살짝만 약하게 나가도 이현은 정말 너무 부드러워졌다.

“네.”

지유는 아쉬움을 감추며 두 손을 풀었다.

이현은 지유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침대 가에 앉았다.

“추워?”

지유가 고개를 저었다.

“춥지는 않아요.”

“너 약간 미열이 있어.”

이현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젖은 수건 좀 가져올게.”

“고마워요, 남편이 제일이네.”

지유는 제일 진실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현이 웃으며 지유의 코를 꼬집었다. 지유도 피하지 않고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이현을 바라봤다. 잠깐이지만 이런 모습을 마음속에 영원히 새기고 싶었다.

하지만 이현이 이렇게 말했다.

“지유 님, 사람은 함부로 믿는 게 아니에요.”

이현이 수건으로 얼음을 감싸더니 지유의 이마에 놓아주며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없을 때 누가 잘해준다고 바로 따라가면 안 돼.”

이를 들은 지유는 찡해 나는 코끝에 입을 앙다물고 억지로 웃으며 강한 척했다.

“그럴 리가요.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쉽게 안 속아요.”

“내 생각엔 잘 넘어갈 것 같은데, 그 우석이라는 남자한테 홀라당 반한 거 아니야?”

이현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지유가 멈칫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이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남자 어떤 사람인지 물어본 적도 없네. 어떤 남자길래 지금까지 잊지 못하는 거야?”

지유가 시선을 돌리며 먹먹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현 씨랑 닮았어요. 근데 더 부드럽죠.”

이현은 물어본 게 살짝 후회될 정도였다. 기분이 이상했다. 우석이라는 남자보다 못하다는 소리로 들렸다.

“얼른 자.”

이현은 더 물어보기 싫었다. 지유도 사실 이 얘기를 꺼내는 게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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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겠어요. 본인 말로는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더 이상 머물 수 없었다면서 급히 떠났어요.”은서우는 무거운 마음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자신이 함정에 빠진 것만 같았다.‘세상에 이렇게 우연이 반복될 수 있나?’오히려 그 인턴은 들통날 걸 알고 단서를 끊어 그들이 더는 추궁할 수 없도록 미리 도망친 것처럼 보였다.은서우의 무거운 분위기와 달리 인명진은 담담했다. 그는 애초에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고마워요. 수고했어요.”그는 곧 은서우를 잠시 바라보고는 뒤돌았고 은서우도 그를 따라 몸을 돌렸다.그때 간호사가 참지 못하고 은서우를 불러 세웠다.“은 선생님, 언제부터 원장님이랑 그렇게 친했어요? 그리고 요즘 다들 원장님이 선생님을 차기 부원장으로 키우려고 한다던데 진짜예요?”은서우는 순간 당황했다.인명진이 그런 말을 한 적은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도 없는 일을 떠벌일 순 없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간호사가 다른 질문을 이을까 봐 급히 자리를 떠났다.복도로 나왔을 때 인명진은 하얀 가운을 입고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주위엔 많은 사람들이 오갔지만 아무도 감히 그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인명진은 마치 그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은서우의 심장이 천천히 뛰었다.조용히 그에게 다가갔지만 차마 방해할 수 없어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인명진이 먼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며 차분하게 말했다.“나중에 다시 확인해 보면 돼요. 이름이랑 신분이 가짜일 리는 없잖아요.”그가 인턴을 두고 한 말이라는 걸 깨달은 은서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갑자기 뒤에서 거친 외침이 들려왔다.“엉터리 의사, 거기 서!”깜짝 놀란 은서우가 뒤를 돌아보니 며칠 전 병원에서 소란을 피운 환자의 가족들이었다.한 쌍의 부부와 젊은 남성이 함께였는데 그들의 손에는 벽돌이나 나무 몽둥이가 들려 있었다.은서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33화

    가녀린 팔다리를 지녀 살짝 밀기만 해도 쓰러질 것처럼 보이는 은서우였지만 그녀가 얼마나 강인한 사람인지 인명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했다.인명진도 수술이 늦게 끝나 자정을 넘길 때가 많았는데 병원을 나설 때 늘 남아 있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바로 은서우였다.그녀는 늦은 시간까지 홀로 남아 의료 관련 논문을 읽으며 밤을 새웠다.그렇기에 그녀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기회를 주고 싶었다.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는 은서우가 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소씨 가문이 끝없이 돈을 요구할 때도 그녀는 울지 않았고 소태훈이 협박할 때도 울지 않았다.하지만 자신을 도와줬던 인명진 앞에서는 감정을 쉽게 다스리지 못했다.“제가 원장님을 실망하게 한 거 알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바로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사직서 낼게요. 직접 신고하지 않으셔도 자수하겠습니다.”그 말을 듣자 인명진은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누가 나가라고 했나요?”그 말에 두 사람 모두 순간 얼어붙었다.은서우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멍해졌고 인명진 역시 자신이 그렇게 말했다는 사실에 놀랐다.하지만 곧 깨달았다.그녀는 공범이 아니라 단순히 속아 넘어간 어찌 보면 불쌍한 희생양이었다.인명진은 손가락으로 미간을 누르며 피곤한 듯 한숨을 쉬었다.“내쫓을 생각은 없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전문 지식 배경이 탄탄하다는 건 알겠어요. 지금 저한테는 조수가 필요합니다. 병원에서 은 선생님을 대신할 사람은 없어요.”은서우는 눈을 깜빡였다.갑자기 하늘에서 커다란 떡이 떨어진 것만 같았다.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있었고 인명진은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그러니까 더 이상 자책하지 마세요. 은 선생님 잘못이 아니에요. 지금 중요한 건 그 인턴을 찾는 거예요.”그 말에 은서우는 즉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상처 부위가 당겨져 갑작스러운 통증에 숨을 들이마셨다.그녀는 머리를 부딪친 것 외에도 팔꿈치와 무릎에 멍이 들었다.내상은 심하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32화

    그때 은서우가 큰 소리로 외쳤다.“말할게요!”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고 손가락을 꼬아 쥔 채 눈을 자주 깜빡였다. 모든 몸짓과 표정이 지금 극도로 망설이고 긴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인명진은 그녀를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그녀가 말을 이어가길 기다렸다.은서우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자신이 몰래 사진 촬영을 했다는 사실까지 포함하여지난 며칠 동안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털어놓았다.모든 걸 말하고 나니 마치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은 듯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반면 인명진은 그녀가 말하는 내내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그의 반응을 알아차린 은서우는 너무 일찍 안도한 자신을 한탄했다.“죄송합니다. 고소하고 싶으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놓은 건 자신의 앞날을 지키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더 이상 인명진을 속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더 컸다.한 번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란 불가능하겠지만 최소한 계속해서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싶진 않았다.이제 그녀의 운명은 인명진의 손에 달려 있다.인명진은 처음엔 정말 화가 났다.누구라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몰래 사진을 찍혔다면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평범한 용도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면 문제가 심각했다.하지만 죄책감에 가득 찬 은서우를 보고 있자니 더 이상 따질 수가 없었다.결국 수없이 맴돌던 말들은 삼켜지고 전혀 다른 말이 나왔다.“그 인턴은 어디 있죠?”“네?”은서우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인명진은 다시 한번 천천히 물었다.“은 선생님한테 명령한 그 인턴 누구냐고요. 은 선생님이 주범이 아니라면 주범을 찾아서 직접 물어봐야겠죠.”그냥 묻힐 문제가 아니었다.어떤 의도로 몰래 촬영된 건지도 모르는데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은서우가 카카오톡을 추가한 인턴이 당사자임을 설명했다.“민지아라는 인턴이었어요. 얼마 전에 온 인턴인데 원장님은 기억 못 하실 수도 있어요.”그런데 예상과 달리 인명진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31화

    환자의 가족이 갑자기 달려들어 은서우를 밀쳐 넘어뜨렸다.그녀는 바닥에 넘어지며 이마가 복도에 있는 의자에 부딪혔고 순간적으로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흐릿해졌다.인명진은 은서우를 부축하고 이마에 남은 선명한 붉은 자국을 보고 가족들을 노려보았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가족들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뭐 하는 거냐고? 너 같은 엉터리 의사가 물을 자격이나 있어? 너만 아니었으면 내 딸은 적어도 몇 년은 더 살았을 거야! 내 딸이 죽은 건 다 네 탓이야!”인명진도 놀랐지만 품에 안긴 은서우의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사람들이 다가오기 전에 은서우를 들어 올렸다.간호사들의 비명 속에서 그는 가족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을 차갑게 쳐다보며 지나갔다.“시위하는 것도 정도가 있습니다. 사람이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비키세요.”싸늘한 인명진의 시선에 그들은 움찔하며 결국 길을 열어주었다.인명진은 빠르게 은서우를 진료실로 옮겼다.그때 은서우가 깨어나면서 속눈썹을 파르르 떨더니 힘겹게 눈을 떴다. 목소리는 여전히 약하고 가냘팠다.“원장님, 정말 아니에요. 저 믿어 주세요.”그녀의 창백하면서도 고집스러운 얼굴을 보자 인명진은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 이 상황에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있어요?”“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미간을 찌푸린 인명진은 복잡한 감정이 일었다.처음에는 은서우가 강인한 사람이라 좋은 후배로 키울 만한 인재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그녀가 자신에게 약을 탄 걸 알고 실망했다. 그 후 한동안 그녀를 믿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런 실망도 사라지고 그저 착잡한 마음과 걱정스러운 마음만이 남아 있었다.특히 은서우가 아까 자신을 지키려 앞서갔을 때 그는 더욱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분노가 가득한 가족들을 마주하면서도 자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건가?’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안명진은 찡그린 얼굴을 풀고 부드러우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30화

    인명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은서우를 안아 들어 방으로 조심스럽게 옮겨 침대에 눕혔다.그는 빠르게 수건을 찾아 차가운 물에 적셔 은서우의 이마에 살며시 얹으며 그녀의 체온을 내리려 했다.아픈 은서우의 모습에 인명진의 마음은 복잡하게 얽혔다.침대 옆에 앉아 은서우를 지켜보는 그의 마음에는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그는 평소 은서우가 병원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가끔 신비로운 느낌을 주긴 했지만 환자에게 보이는 그 집중력과 책임감은 가짜일 리 없었다.그는 또 두 사람이 함께 수술실에서 협력했던 장면을 회상했다. 그때 은서우는 침착하고 전문적이었는데 지금의 그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그는 은서우가 정말 나쁜 사람일지 아니면 숨겨진 사정이 있어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인지 의문스러웠다.은서우는 고열에 혼미한 상태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돌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중얼거렸다.“원장님, 죄송해요. 저도... 저도 원하지 않았어요.”인명진은 그녀의 중얼거림을 듣고 조용히 물었다.“그럼 왜 그런 거죠? 도대체 무슨 사정이 있는 건가요?”하지만 은서우는 반쯤 잠든 상태로 계속 사과하는 말만 반복할 뿐 구체적인 대답은 하지 않았다.시간이 흐르고 인명진의 세심한 보살핌 덕분에 은서우의 체온도 조금 내려갔다.좁혀졌던 미간이 펴지고 호흡도 고르게 되자 인명진은 조바심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은서우의 상태가 점차 안정되는 걸 보며 결국 몸과 마음의 피로에 못 이겨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햇살이 창문 틈으로 비쳐 들어왔다.자연스럽게 깨어난 인명진은 먼저 은서우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고 얼굴이 아직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 어젯밤처럼 아프고 걱정스러운 모습은 아니었다.그는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혼자 교류회에 참석한다는 메모를 남기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문이 닫히고 나서 은서우는 천천히 눈을 떴다.머리가 아직 어지러웠던 탓에 그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9화

    인명진은 손을 들어 은서우의 이마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넘겼다.그의 손끝이 그녀의 뺨을 스치자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은서우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놀라움과 쑥스러움이 교차하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은 선생님, 오늘 좀 이상하신 것 같아요.”낮고 부드러운 인명진의 목소리는 사람을 홀리는 주문처럼 그녀의 귓가를 간질였다.은서우는 떨리는 입술로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말에 두서가 없었다.“저... 원장님, 저는...”그러나 그녀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인명진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그는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예상치 못한 강한 힘에 은서우는 가늘게 비명을 질렀다.“이제야 당신이 품고 있는 속셈을 알겠네요. 제 물컵에 약 탄 걸 제가 모를 줄 아셨습니까?”그의 음성에는 분노와 실망이 섞여 있었다.은서우는 그가 알아챘다는 사실에 숨이 턱 막혔다.“원장님, 아니에요. 저도 사정이 있어서 그랬어요. 제발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은서우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애원했지만 인명진은 콧방귀를 뀌었다.“사정? 무슨 사정이 있어서 약까지 타려고 했죠? 은서우 씨, 제가 당신을 잘못 봤나 보네요.”“원장님, 정말 그게 아니에요. 제 말 좀 들어주세요.”참을 수 없는 역겨움이 몰려온 인명진은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는 약인으로서 각종 약에 대한 감지 능력과 면역력이 뛰어났다.처음 물이 입술에 닿았을 때 그는 바로 이질감을 느꼈다.눈치채지 못한 척 조용히 뱉어냈지만 그는 은서우의 행동에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제가 그렇게 믿었는데 저한테 약을 탔네요. 정말 양심이라는 게 있긴 한 건가요?”인명진은 은서우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거침없이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은서우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인명진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원장님, 제발 제 말 좀 들어주세요.”인명진은 그녀의 말을 듣지도 않고 문을 열어 그대로 은서우를 방에서 쫓아냈다.그는 차가운 바닥에 쓰러진 그녀를 뒤로한 채 단호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8화

    은서우는 깜짝 놀라며 급히 말했다.“원장님, 제가 알아볼 테니 먼저 가서 쉬세요.”그러나 인명진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은 선생님 먼저 쉬세요. 오늘 하루 종일 이동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제가 알아서 할 게요.”은서우는 두 개의 침대가 놓인 객실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인명진의 배려가 고맙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이 그녀를 짓눌렀다.그녀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 두 손으로 옷자락을 꽉 쥐었다.머릿속은 온통 뒤엉킨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잠시 후 돌아온 인명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근처 호텔에도 빈방이 없어서 방법이 없네요. 오늘 밤은 그냥 이렇게 지내야 할 것 같아요.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특수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은서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원장님.”인명진이 씻으러 들어가자 은서우의 시선은 탁자 위의 주전자에 멈췄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주머니로 가져가 약봉지를 만졌다.심장이 요동치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다.그녀는 약봉지를 손안에 단단히 움켜쥐었다.너무 세게 힘을 주어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갈등 속에서 은서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렇지 않은 척 주전자 쪽으로 다가갔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약을 컵에 넣고 재빨리 물을 부었다.그 후 약이 빠르게 녹도록 조심스럽게 저었다.모든 것을 완성하고 물컵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는 순간 인명진이 욕실에서 나왔다.그는 느슨한 가운 하나만 걸친 채였다.젖은 머리칼 몇 가닥이 이마에 흩어져 있었고 물방울이 그의 단단한 턱선을 따라 흘러내려 쇄골을 타고 가운 속으로 사라졌다.은서우는 무심코 그 장면을 바라보다가 순간적으로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른 그녀는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하지만 그녀는 다시 한번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인명진은 그녀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한 듯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은서우에게 다가왔다.목소리는 방금 샤워를 마친 사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7화

    이렇게 드문 해외 교류 기회를 얻는 것은 그녀의 전문 능력을 크게 인정받은 것이며 또한 시야를 넓히고 자신을 성장시킬 절호의 기회였다.하지만 그 인턴은 이 소식을 듣고 다른 속셈을 품게 되었다.그녀는 은서우를 찾아가 몰래 약봉지를 건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은 선생님, 이번에 원장님과 함께 가시죠? 기회를 봐서 이 약을 물에 타세요. 일이 끝나면 2천만 원 드릴게요.”은서우는 눈을 크게 뜨고 놀란 채로 연신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이건 불법이에요. 절대 할 수 없어요.”인턴 민지아는 어두워진 얼굴로 싸늘하게 협박했다.“전에 제 돈을 받고 제 부탁 들어주신 거 잊지 마세요. 안 하면 당신이 돈을 받고 원장님의 사진을 몰래 찍은 사실을 폭로해 버릴 거예요. 그러면 당신은 완전히 끝장나는 거죠. 그리고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가만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망쳐버리면 더 난리 칠걸요?”은서우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는 흰 종이처럼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그녀는 자신이 이 자리까지 오기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떠올렸다.‘이 선택 때문에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민지아의 요구대로 하면 내 양심은 어떡하지? 원장님의 신뢰는 어떻게 보답하지?’민지아는 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다시 유혹하듯 말했다.“그냥 약을 타기만 하면 돼요. 원장님은 전혀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 잠들면 사진 몇 장만 찍으세요. 어렵지 않잖아요? 이것만 끝내면 우리 둘은 완전히 정리되는 거예요.”은서우는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고뇌 속에서 결국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민지아는 목적을 달성하자 만족스러운 냉소를 지으며 장난치지 말라는 경고를 남긴 뒤 급히 자리를 떠났다.은서우는 손에 약봉지를 꽉 쥔 채 혼자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출발일이 다가왔다.은서우는 무거운 짐을 끌고 인명진과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가는 길 내내 인명진은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이번 교류와 관련된 의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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