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지유는 장담했다. 그녀는 어느 여름 방학이던지 사라졌었던 적이 없었다.여이현은 다소 의아했다.사라졌었던 여름 방학을 그녀가 잊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온지유는 그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거의 도착했네요. 그냥 여기서 세워주세요.”배진호는 부드럽게 차를 세웠다.온지유는 차에서 내렸다.“갈게요. 이현 씨도 일찍 돌아가요.”여이현이 그녀를 데려다준 것이니 그래도 예의상의 말을 해야 했다.여이현은 여전히 머리가 아팠다. 대체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겼던 것일까.온지유는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긴 모습에 먼저 걸음을 옮겨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온지유의 뒷모습을 빤히 보았다.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머릿속에 온통 방금 온지유가 했던 말뿐이었기 때문이다.“온지유 뒷조사, 제대로 한 거 맞아요?”여이현이 물었다.이 일은 배진호에게 맡겼다. 석이를 찾기 위해 배진호도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알아보았다.“네, 빠진 것 하나도 없이 전부 알아보았습니다. 어쩌면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서 사모님께서 잊으신 게 아닐까요?”“16살 때의 일을 배 비서는 기억 못 할 것 같아요?”여이현이 물었다.“전 기억합니다만...”배진호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럼 왜 온지유는 못 기억하는 거죠?”여이현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눈빛도 어둡게 가라앉았다.“지유의 사라진 기억 속에 석이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어요. 대체 지유가 그때의 일을 기억 못 하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잘못 알아본 걸까요.”두 가지 가능성 모두 있었다.배진호는 머리가 지끈거렸다.“사모님과 나민우 씨가 오랜 동창이라고 했으니 나민우 씨라면 아마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배진호가 말했다.“전 나민우 씨가 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모님께서 전에 말했다시피 나민우 씨와 다시 만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저 동창으로만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았습니다.”여이현도 잘 알고 있었다.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기만 하면 화가 났던 이유는
여이현을 언급하자 온지유는 아주 큰 의혹이 생겼다.핸드폰 화면을 보던 그녀는 한참 고민에 빠졌다.그래도 궁금증을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녀가 물었다.[엄마, 혹시 고등학생 때 여름 방학에 제가 집에 없었던 적이 있어요?]여이현이 그녀에게 이런 의혹을 심어주었으니 그녀도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정미리는 한참 지나도 답장하지 않았다.온지유는 정미리의 답장만 기다렸다.조금 전까지 계속 대화를 주고받던 사람이 갑자기 조용해지니 그녀는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10분이 지난 후.정미리는 드디어 문자를 보냈다.[누가 그런 말을 한 거야?]온지유는 불 확신한 어투로 말했다.[아녜요.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예요.][그런 일 없었어.]정미리가 말했다.[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집에 있었어. 널 교육하면서 키운 사람도 나인데 어떻게 집에 없을 수 있겠니? 그러니까 괜히 이상한 사람한테서 이상한 소리 듣고 믿지 마!]온지유도 그렇게 생각했다.그녀의 친척도 전부 같은 지역에서 살았다.설령 친척 집에서 지냈다고 해도 한 달 넘게 사라졌을 수는 없었다.더구나 그녀의 집안은 유서가 깊은 집안은 아니었지만, 가정교육은 엄했다.온지유도 더는 이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얼른 씻고 누웠다....한편 여이현은 서승만 교장의 집으로 찾아왔다.서승만은 이미 쉬고 있었던 상태였지만 여이현이 왔다는 소식에 겉옷을 챙겨입고 문을 열어주었다.여이현을 본 서승만은 열정적으로 반겼다.“여 대표님께서 이 밤에 어쩐 일로 오셨어요? 오신다고 미리 말씀하셨으면 저도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았을 텐데.”그는 얼른 여이현을 집안으로 들이며 도우미에게 차를 내오라고 했다.“죄송합니다. 이렇게 늦은 밤에 찾아와서 실례했네요.”여이현은 안으로 들어가며 예의 있게 말했다.“실례라니요, 괜찮습니다.”서승만이 말했다.“저녁은 드셨어요? 아니면 야식이라도 드실래요? 우리 집엔 뭐든 다 있답니다.”“괜찮습니다.”여이현이 말을 이었다.“사실은 궁금한 것이 있
한참 지난 후 서승만은 시선을 돌려 여이현을 보았다. 놀라움의 감정은 뜻밖으로 변했고 그가 왜 온지유의 일에 신경 쓰는지 이해가 안 되는 얼굴로 물었다.“지유한테 왜 갑자기 신경 쓰시는 거죠? 만약 납치되었던 학생이 지유가 아니라고 해도 여 대표님께 중요한 일인가요?”서승만은 그에 대한 의심을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고 딱히 나쁜 마음도 품지 않았다.여이현의 날카로웠던 눈빛도 다소 풀어지며 담담하게 말했다.“한 사건을 알아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겁니다. 그래서 교장님께 이 사건에 대해 들어보면서 의혹을 풀어보려고 한 거고요. 만약 납치된 학생이 온지유가 아니었다면, 온지유는 왜 이 여학생이 자기인 줄 알고 있는 거죠? 심지어 이름도 똑같고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면 온지유는 왜 이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걸까요?”서승만의 안색이 변했다.“교장님, 이 사건은 당시 교장님께서 관리하던 학교에서 벌어진 거잖아요.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여이현은 합당한 설명을 듣고 싶었다.아니면 그 사건 속에 더 큰 음모가 숨어 있었는지 말이다.서승만은 긴 한숨을 내쉬곤 자세를 고쳐 앉아 솔직하게 말했다.“사실 제가 해답을 드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알려드릴 순 있지요.”여이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서승만은 사진을 들며 계속 말을 이었다.“확실히 지유의 기억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납치된 학생과 지유는 이름이 똑같지요. 이 사건을 숨긴 것도 지유 부모님의 요구이기도 했습니다.”“지유 부모님의 요구이기도 했다고요?”여이현은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숨겨달라고 한 거죠?”서승만이 말했다.“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지유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는데 지유 학생의 부모님이 직접 저를 찾아와 부탁하더군요. 제발 이 사건에 대해 말하지 말아 달라면서 말이죠. 이 사건을 숨기기만 한다면 지유를 납치 피해자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유의 기억이 왜 완전하지 않은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서승만은 놀란 눈치였다. 두 사람이 부부일 거라곤 꿈에도 몰랐다.“두 사람이 그런 관계일 줄은 몰랐네요. 전에 제가 무슨 말을 했든 부디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길 바랍니다.”그는 자신이 온지유와 나민우를 이어주려고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그리고 자신의 딸과 여이현을 이어주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신경 쓰지 않습니다.”여이현이 말했다.“시간도 늦었는데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서승만은 털털한 성격이었던지라 직접 두 사람을 배웅했다....어느덧 이미 새벽이 되었다.침대에 누워있던 온지유는 배가 고픈 느낌이 들었다.최근 그녀는 자주 배가 고팠다.입맛도 변했다. 짠 음식과 매운 음식을 즐겨 먹게 되었다.예전의 그녀는 매운 것이라면 전혀 못 먹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되었다.하지만 졸렸던 그녀는 움직이기 싫었고 어떻게든 잠을 이루려 했다.이불을 둘둘 말아 안은 채 옆으로 돌아누웠다.이때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눈을 번쩍 떴다.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그녀는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 그곳엔 여이현이 서 있었다.온지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여긴 왜 또 왔어요?”온지유는 그가 이미 집으로 돌아갔으리라 생각했다.여이현이 말했다.“네가 걱정되어서 다시 왔어.”“집에 있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되는 거예요?”여이현은 그윽한 눈길로 그녀의 배를 보았다.“임신했잖아. 임산부 혼자 집에 있어도 위험해. 뭐든 조심해야 한다고. 넘어져도, 배곯고 있어도, 옆에 사람이 없어도 안 돼.”그녀는 혼자 살고 있었지만, 그녀를 보살펴 주는 사람은 있었다.말을 마친 뒤, 여이현은 바로 들어와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들어 보여주었다.이미 냄새를 맡은 온지유는 군침이 돌았다.“마라탕이에요?”여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응.”어느새 주방까지 들어온 그는 식탁 위에 포장지를 뜯고 젓가락을 온지유에게 건넸다.“와서 먹어.”온지유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여이현은 이런 음식을 먹지 않았을 뿐 아니라 평상시 눈길도
그의 말에 온지유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행여나 또 지레 착각하게 될까 봐 그의 시선도 피했다.“신경 쓰인다고 나한테 맞춰줄 수 있다고요? 대체 왜 나한테 신경을 쓰는 건데요?”여이현은 그녀를 보았다.“넌 내 아내니까.”온지유는 입술을 살짝 틀어 물었다. 젓가락으로 마라탕을 휘저었지만 먹지 않았다.“이미 이혼하기로 얘기 끝난 거 아니었어요? 단지 아내라는 이유로 날 위해 변할 수도 있다니요. 그러면 예전에는 왜 날 위해 바뀌지 않았던 건데요?!”여이현은 그녀를 보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지유는 그의 시선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그가 한참 지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도 기다려주지 않고 마라탕을 먹었다.“내가 널 좋아하는 것 같아.”“컥, 켁...”담담한 그의 한마디에 온지유는 그만 사레가 들고 말았다. 매콤한 국물이 그녀의 식도를 자극하며 괴롭기 시작했다.그녀의 모습을 본 여이현도 순간 괴로웠다. 황급히 그녀에게 물을 따라 주었다.“괜찮아? 물 좀 마셔!”온지유는 눈물이 났다. 눈앞이 흐려지며 사례에 걸려 눈물이 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눈물이 나는 것인지 순간 알 수 없었다.그렇게 오래 기다렸던 말을 이제야 듣게 되었다.하지만 생각처럼 기쁘진 않았다.그녀는 물을 마셨다.그럼에도 여전히 목이 괴로웠고 콜록콜록 댔다.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말이다.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얼른 손을 들어 그녀의 등을 쓸어 내려주었다.한참 지나서야 진정되었다.온지유는 진정하고 난 뒤에야 그의 말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날 좋아하는 것 같다고?'온지유는 여이현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괜찮아?”여이현은 그녀가 걱정되어 바로 상태를 물었다.온지유는 놀란 눈빛으로 여이현을 보았다.“방금 뭐라고 한 거예요?”여이현은 진지한 눈빛으로 다시 한번 말했다.“내가 널 좋아하는 것 같다고.”온지유는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만약 예
온지유는 침대에 앉아 문을 빤히 보았다. 여이현이 문밖에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나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가슴이 도무지 진정되지 않았다.머릿속엔 여전히 그가 했던 고백의 말이 떠올랐다.이런 일에서 그녀는 아직 겁쟁이였다. 자신의 진심을 보여줄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마음은 조급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또 문이 열렸다. 고개를 돌리자 여이현이 방으로 들어왔다.그녀는 멍하니 그를 보았다. 그를 처음 본 순간처럼 말이다. 그때와 조금 다른 점이라면 대놓고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여이현은 우유를 들고 들어와 그녀의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자기 전에 우유 한잔 마셔. 건장에 좋아. 달달한 우유는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대.”온지유는 자신의 앞으로 내민 우유를 보다가 여이현의 핏줄이 선명한 팔을 보았다. 순간 멈칫했다. 꼭 어디서 본 장면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녀는 최근 자꾸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한곳에 집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알 수 없는 기억이 자꾸만 떠올랐다.머리가 아팠다.온지유는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감쌌다.여이현은 좋지 않은 그녀의 안색을 보며 물었다.“아파?”온지유는 고통이 사라진 후에 답했다.“괜찮아요.”그녀는 얼른 우유 잔을 들어 꿀꺽꿀꺽 마시면서 흥분했던 마음을 달랬다.여이현은 그런 그녀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한참 지나서야 물었다.“지유야, 중학교 때 혹시 납치당 한 적 없어?”온지유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잔을 꽉 잡았다. 살짝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꼭 비밀을 들키기라도 한 사람처럼 말이다.“이현 씨...”온지유는 더욱 긴장해졌다. ‘혹시 뭐라도 알아낸 건가?'“그건 왜 물어보는데요? 딱히 큰 비밀은 아니었어요.”여이현은 생각에 잠긴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자신이 다른 사람의 기억을 자신의 기억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완전히 모르는 것 같았다.그녀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건 과연 좋은 걸까, 나쁜 일인 걸까?온지유의 부모도 그녀가 다른 사람의 기억으로 착각하고
정말 모르는 듯한 여이현의 모습에 온지유는 다소 실망을 느꼈다.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녜요.”여이현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온지유는 이내 몸을 돌리면서 더는 여이현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그녀는 방금 그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주 담담한 얼굴이었다.그는 대체 왜 석이가 본인이라는 것을 모르는 걸까.설마 그때의 일을 깔끔하게 잊은 걸까?설령 그렇다고 해도 예전에 썼던 이름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대체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겼던 걸까?온지유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해하기 힘들었고 괜히 머리만 아팠다.눈을 감은 그녀는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여이현은 이불을 잘 정리해준 뒤 그녀의 모습을 한참 빤히 보았다. 쌕쌕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그는 방을 나갔다.핸드폰을 꺼내니 몇십 통의 부재중이 와 있었다.그는 엄숙한 얼굴로 전화를 걸었다. 핸드폰 너머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회사 주가가 노승아 씨 사건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전화해도 안 받으시던데 저희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얼른 방법을 생각해 주셔야죠.”여이현은 이 일을 해결할 시간이 없었다.“노승아 쪽은 소식 있어요?”“없습니다. 까발리는 기사가 난 뒤 회사와 연락도 하지 않았습니다.”여이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결정을 내렸다.“노승아가 직접 지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럼 계약을 해지하세요.”핸드폰 너머에 있던 사람은 당황했다.“대표님, 정말로 계약을 해지하시게요?”여이현은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차갑게 말했다.“노승아의 단독행동은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집안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젠 정신을 차릴 때가 되었죠.”“네, 알겠습니다.”노승아의 기사는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다주었다.그녀와 손절하는 것이 지금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노승아도 어떤 일은 해야 하고, 어떤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여이현은 이미 최선을 다해 은혜를 갚았기에 더는 노
노승아가 이 사태를 해결해야 연예계에서 다시 제대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며 회사도 그녀의 편에 서 줄 것이다.인명진의 아지트에서 나온 지 몇 분 되지 않아 누군가 그녀를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저 여자 입만 열면 거짓말인 노승아 아니야?”누군가 자신을 알아보자 노승아는 당황하면서 얼른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맞아! 노승아 맞아! 찔리는 게 많나 봐!”노승아는 이미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낀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알아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한 사람이 먼저 입을 열자 목소리를 들은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시선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순간 그녀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와, 뻔뻔도 해라. 어떻게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한 거지? 길가다가 날달걀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봐?”“뻔뻔한 사람은 그런 생각이나 해봤겠어요? 애초에 양심이 있었으면 그런 짓은 안 했겠죠!”“거짓말을 한 것도 모자라 여론몰이하면서 일반인까지 악플 공격받게 하고! 지옥이나 가라!”노승아는 그들을 보았다. 저승사자라도 본 사람처럼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심장이 쿵쾅 뛰었다.“전 여론 몰아 일반인이 악플 공격받게 한 적 없어요. 거짓말도 한 적 없다고요...”퍽!이때 누군가 화단에서 흙을 집어 그녀를 향해 던졌다.노승아의 두려움은 극에 달했다.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그러나 인명진이 나타나 그녀의 앞에 막아서며 코트로 그녀를 감쌌다.흙과 풀 덩어리들은 다행히 그녀의 얼굴에 닿지 않았다.놀란 노승아는 인명진의 코트 속에서 묘한 안정감을 느꼈다.“들어가.”인명진이 말했다.노승아는 바로 인명진과 함께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이곳엔 경비가 있었기에 그들이 따라올 수 없었다.안전한 곳으로 들어온 후에야 인명진은 노승아에게서 손을 뗐다. 코트도 벗어 옆에 있던 쓰레기통에 던졌다.노승아는 여전히 충격에 휩싸인 상태였다.“저 사람들이 날 증오하고 있어. 날 잡아먹겠다고 했어!”눈물이 눈에서 주르륵 흘러내렸다.인명진이 말했다.“방법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