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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여이현의 품에 안긴 온지유는 잠깐 멈칫했다. 잠시 후 그녀는 요리 중인 프라이팬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왜 그래요? 야식은 곧 먹을 수 있어요.”

여이현은 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으며 머리카락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익숙한 향기가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너랑 같이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

온지유는 담담한 눈빛으로 프라이팬을 뒤적였다.

“부엌은 기름 냄새가 심해서 이현 씨한테 안 좋아요.”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괜찮아.”

예전의 온지유라면 무조건 가슴이 떨려서 어쩔 줄을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마음이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했다. 여이현의 달콤한 말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기대했다가 실망한 날이 많아서인지, 그녀의 마음은 점점 무뎌지기 시작했다.

온지유는 그를 밀어내지도, 거부하지도 않으며 말없이 함께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앞으로 이런 기회는 절대 없으리라는 것을 말이다.

음식이 준비되자 온지유는 살짝 몸을 틀어 그를 돌아보았다.

“이제 나가요. 예쁘게 담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어요.”

“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어. 대충 담아서 같이 나가자.”

“싫어요. 전 예쁘게 하고 먹을래요.”

온지유는 그를 서둘러 밖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나가서 앉아 있어요. 누가 보고 있으면 민망하단 말이에요!”

여이현은 마지못해 밖으로 나갔다. 머리를 돌려보니 온지유는 부엌문을 닫아서 그가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그녀의 그림자 보면서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플레이팅까지 신경 쓰는 모습에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식탁에 앉아서 가만히 기다렸다. 깊은 밤의 은은한 조명 분위기를 더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며 부엌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느 순간 어둠 속에서 온지유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녀는 평소 입던 딱딱한 정장이 아닌, 흰색 스웨터와 넉넉한 바지를 입고 있었다. 뽀얀 피부는 스웨터 덕분에 더욱 빛나 보였다.

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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