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이현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온지유를 바라봤다. 그녀가 강하임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까 봐 걱정하던 눈빛과는 사뭇 달랐다.온지유가 강하임을 밀었든 밀지 않았든, 그는 계속 그녀의 편에 섰을 것이다. 금강그룹에서 그녀를 감옥에 보내려고 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해낼 생각이었다.그러나 온지유가 그에게 말을 하지 말라고 했기에, 그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참았다. 그녀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자 그는 드디어 안심할 수 있었다.경찰은 녹음기를 받아 들고 강하임과 정연을 바라보았다.“이 정황이 사실이라면, 살인미수죄에 해당합니다. 피해자분이 다치지 않았다고 해도, 결국에는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어요.”이 말을 듣고 정연은 경찰이 온지유의 편을 든다고 생각했다.“아직 조사는 끝나지 않았어요. 저 여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니까요? 내 딸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저 여자를 감싸고 돌지 마세요. 우리가 외국인이라고 무시하는 거예요? 그러는 법이 어디 있어요!”정연은 말도 안 되는 것을 호소하고 있었다. 경찰은 얼굴을 굳히며 단호하게 말했다.“저희를 의심하시는 겁니까?”강성훈은 상황이 역전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녹음이 아무리 정교하게 합성되었다 해도 차이가 있을 것이고, 온지유가 직접 자신 있게 내민 녹음은 십중팔구 진실일 것이다.지금은 온지유를 자극해서도 경찰에 맞서서도 안 된다. 그는 즉시 부드러운 표정으로 정연을 뒤로 물리며 말했다.“제 아내의 말실수를 마음에 두지 마세요. 저희는 경찰관님의 조사 결과를 믿겠습니다. 만약 하임이한테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필요한 보상도 하겠습니다.”그는 이렇게 하면 강하임이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강하임이 저지른 잘못은 온지유에게 적당한 보상을 하는 것으로 잠재울 계획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세상 건방지던 강성훈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을 보고, 백지희는 피식 웃었다.“아까는 그렇게도 당당하더니, 표정 바꾸는 속도가 책 넘기는 속도보다 빠르네.”그녀는 진심으로
“가시죠, 강하임 씨.”경찰도 강하임이 책임지기 싫어서 이런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그들은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것이다.여경이 다가가서 강하임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안 돼요! 싫어요! 엄마, 저 좀 도와줘요! 경찰서 가기 싫단 말이에요!”“내 딸 건드리지 말아요!”정연은 어떻게든 강하임을 지켜주려고 했다. 그러자 경찰이 나서서 정연을 밀어냈다.그렇게 강하임은 침대 아래로 끌려 나게 되었다. 정연이 말리는 것은 소용이 없자, 그녀는 또 강성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빠, 도와줘요! 저 감옥 가기 싫어요! 제발 도와줘요!”경찰은 결국 그녀를 끌어갔다.강성훈도 답답하기는 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경찰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온지유도 마찬가지였다. 할 수 있는 일 없이 화만 치밀어 오르는 상황이었다.그는 냉랭한 표정으로 온지유를 바라보며 말했다.“온 비서, 정말 내 체면을 안 봐줄 생각이에요?”“강 대표님을 아끼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자식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이렇게 감싸고 돈다면 역효과만 날 것입니다. 오히려 해치는 것이라고요. 강 대표님은 평생 가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깨닫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다음에야 후회하겠죠. 설마 이 큰 세상을 영원히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온지유가 대답했다. 그녀는 강하임이 정말 살인범이 되었을 때는 아무리 많은 돈을 써도 감싸주지 못하고 후회만 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온지유 씨도 함께 가주셔야 합니다.”경찰이 말했다.“네.”온지유는 경찰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강성훈은 차가운 얼굴로 주먹을 꽉 쥐었다. 온지유의 말을 듣기는 했지만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온지유가 그의 체면을 살려주지 않았고, 여이현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는 또 여이현을 바라보며 협박했다.“여 대표, 금강과 여진은 아직 협력 관계야. 만약 오늘
“예전은 예전이고, 지금은 지금이야. 당신이 기억하는 건 예전의 여이현이고, 지금의 여이현은 여진그룹의 대표라고. 우리는 해외에 있어서 몰랐지만, 국내에 여이현 눈치 안 보는 사람이 없어. 여이현의 여진의 실세라는 말, 못 들어 봤나?”정연은 말문이 막혀 울기 시작했다.“그럼 하임이가 감옥 가는 걸 두고만 볼 건가요? 차라리 내가 대신해서 가는 게 낫겠어요!”강하임은 그들의 딸이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강성훈에게는 금강그룹도 중요했다. 많은 사람이 그의 회사에 의지하고 있기에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강성훈은 상황을 좀 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경찰서에서 온지유는 이미 진술을 마쳤다. 녹음기 역시 조작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세상에 완벽한 범죄는 없다.강하임은 CCTV를 고장 내고 아무도 모르게 하려고 했지만, 손을 댄 증거는 언제나 남아있다. 조사 결과 강하임의 기사가 CCTV를 고장 낸 것으로 드러났다.기사를 데려와서 묻자, 모든 진실이 드러났다. 강하임은 취조실에서 거의 정신이 나갈 지경에 이르렀다. 그녀는 변호사를 부르겠다고 소리치고 부모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할 일을 마친 온지유는 그녀가 어떻게 되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마땅한 처벌을 받을 것이다.여이현은 온지유가 모든 과정을 끝마칠 때까지 계속 곁에 있었다. 그 사이에 온지유는 그에게 하루 종일 피곤했을 텐데 늦게까지 자신과 함께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내일 또 출근해야 하지 않는가.온지유는 그에게 배려를 보여줬고, 그는 그녀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온지유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싸우기만 하던 두 사람인데 갑자기 분위기가 잠재워진 것이 이상했다.하지만 그는 깊게 파고들고 싶지 않았다. 대신 그녀를 잘 보살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경찰서에서 나온 시간은 새벽 2시였다. 백지희 등은 온지유의 요구로 먼저 돌아갔다. 여이현만 곁에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긴장이
온지유는 생각이 많았다. 어떤 면에서는 그녀와 강하임은 매우 비슷했다.둘 다 여이현의 도움을 받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강하임처럼 극단적이지 않았다. 만약 여이현이 그녀를 선택해 주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진작 포기했을 것이다.누가 한 우물만 파고 싶겠는가?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지금의 수많은 일이 두 사람의 결혼을 전제로 일어난 것이었다.“난 의무적으로 사람들을 구해줬을 뿐이야. 내 개인과는 큰 상관이 없어. 누가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싶겠어? 그때 했던 일은 단지 신념과 의무 때문이야. 만약 그 일이 없었다면, 난 아마 군대에 가지도 않았을 거야. 그러면 그렇게 많은 일들이 생기지도 않았을 테고.”여이현은 스스로 생각했다. 만약 그가 여씨 가문에 남아 있었다면, 위험한 일을 할 가능성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더군다나 그 시기는 영광과 거리가 먼 가장 암울한 시기였다.“알아요.”온지유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모두 지나간 일이에요. 저도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일찍이 알고 있었다. 여이현이 그녀를 구해준 것은 명령과 의무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그가 그녀를 전혀 기억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여이현은 조용히 그녀를 응시했다.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모든 것이 평온해 보였다. 그런데도 그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반응이 자꾸만 위험하게 보였다.“너 오늘 정말 이상해.”“그래요?”온지유는 그와 팔짱을 꼈다.“죽었다가 살아나니 정신을 차린 게 아닐까요?”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여이현은 깜짝 놀랐다. 이토록 적극적인 태도 역시 놀라웠지만, 딱히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래서 대신 설명이나 했다.“오늘 시상식에 참석했어. 원래는 어제 말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었어. 앞으로 내 핸드폰은 24시간 켜져 있을 거야. 다시는 너를 찾지 못하는 일은 없을 거야.”“이해해요. 우리 집에 돌아가요. 맞다, 전에 F국에 가고 싶다고 했잖아요? 요즘 시간 있어요?
여이현의 품에 안긴 온지유는 잠깐 멈칫했다. 잠시 후 그녀는 요리 중인 프라이팬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왜 그래요? 야식은 곧 먹을 수 있어요.”여이현은 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으며 머리카락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익숙한 향기가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너랑 같이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온지유는 담담한 눈빛으로 프라이팬을 뒤적였다. “부엌은 기름 냄새가 심해서 이현 씨한테 안 좋아요.”“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괜찮아.”예전의 온지유라면 무조건 가슴이 떨려서 어쩔 줄을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마음이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했다. 여이현의 달콤한 말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기대했다가 실망한 날이 많아서인지, 그녀의 마음은 점점 무뎌지기 시작했다.온지유는 그를 밀어내지도, 거부하지도 않으며 말없이 함께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앞으로 이런 기회는 절대 없으리라는 것을 말이다.음식이 준비되자 온지유는 살짝 몸을 틀어 그를 돌아보았다. “이제 나가요. 예쁘게 담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어요.”“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어. 대충 담아서 같이 나가자.”“싫어요. 전 예쁘게 하고 먹을래요.”온지유는 그를 서둘러 밖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나가서 앉아 있어요. 누가 보고 있으면 민망하단 말이에요!”여이현은 마지못해 밖으로 나갔다. 머리를 돌려보니 온지유는 부엌문을 닫아서 그가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다.바쁘게 움직이는 그녀의 그림자 보면서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플레이팅까지 신경 쓰는 모습에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식탁에 앉아서 가만히 기다렸다. 깊은 밤의 은은한 조명 분위기를 더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며 부엌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느 순간 어둠 속에서 온지유가 천천히 다가왔다.그녀는 평소 입던 딱딱한 정장이 아닌, 흰색 스웨터와 넉넉한 바지를 입고 있었다. 뽀얀 피부는 스웨터 덕분에 더욱 빛나 보였다.온지
그 말을 들은 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다시 생각해 봐도 자신을 비꼬고 있는 말로 들렸다.식탁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맞은편에 앉은 온지유와의 거리감이 왠지 마음 한편을 허전하게 만들었다.여이현이 말을 걸었다."좀 더 가까이 앉아."온지유는 그 말에 거절하지 않고, 의자를 끌어 그의 옆자리로 왔다. 그리고는 여이현에게 반찬을 덜어주며 말했다."시간이 꽤 지났는데 왜 아무것도 안 먹고 있어요? 요리가 입에 안 맞아요?"여이현은 온지유가 자기 그릇에 음식을 덜어주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젓가락을 집었다."요리하기 전에도 말했잖아. 네가 만든 거라면 뭐든 다 먹겠다고."그는 온지유가 덜어 준 음식을 입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음, 맛있네. 요리에도 재능이 있나 봐?"그리고는 같은 반찬을 몇 번 더 집었다.여이현이 진심으로 요리를 즐기는 모습에 온지유는 마음속이 크게 요동쳤다.그러나 티 내지 않고 그저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말했다."어머, 진짜요? 저도 먹어봐야겠어요, 정말 그렇게 맛있는지."그리고 다른 접시에 젓가락을 뻗어 맛보고는 말했다."음... 그냥 평범한데요. 도우미가 해준 요리가 더 맛있는 것 같은데."몇 끼를 굶기라도 했는지, 여이현은 가볍게 웃으며 요리를 집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난 네가 만든 게 더 맛있는 것 같은데."여이현이 자신의 요리 솜씨를 계속 칭찬해 주는 모습에 온지유는 기분이 좋아졌다.그 순간, 온지유는 두 사람이 진정한 부부로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여이현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잘생긴 얼굴은 그저 국물을 마시는 모습조차도 남들과 사뭇 달라 보였다. 온지유의 얼굴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떠올랐고, 여이현을 바라보는 눈빛에도 저도 모르게 따뜻한 감정이 실렸다."요즘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는 거죠?"온지유가 당부했다."아무리 바빠도 끼니는 거르면 안 돼요. 돈은 천천히 벌 수 있지만, 몸은 하나뿐이잖아요.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는 데 돈도 시간도 더
온지유가 계속 온 비서로 남았다면 분명히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욕심이 생겨버렸다. 여이현의 사랑을 갖기를 원했다.이대로 계속 함께 있으면, 둘은 점점 더 불행해질 것이고, 아름다웠던 추억은 결국 그림자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온지유..."여이현의 감정이 격해질수록 약효는 점점 강해졌다.여이현은 온지유를 뚫어져라 응시했다."설마 날 떠나는 이유가... 석이한테 가기 위해서야?"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의 날카로운 시선을 이겨내며 여이현의 얼굴을 어루만질 뿐이었다.온지유는 그에게서 석이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하지만 눈앞의 그는 여이현이었다. 더 이상 그 젊고 패기 넘치던 소년이 아니었다.온지유는 강도의 손에서 자신을 구하려다 심하게 다쳤던 정의감 넘치던 그를 떠올렸다. 그에게 목숨을 빚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석이는 온지유를 위해 피를 흘렸고, 온지유도 여이현의 생명을 구하면서 그 빚을 갚았다.온지유는 석이와의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중학교 졸업 이후, 온지유의 시선은 항상 그를 따라다녔다. 그가 다니던 고등학교, 그가 다니던 대학교에 따라갔다. 여이현에게 온지유는 7년 동안 존재 한 사람이지만, 온지유의 삶에 여이현은 14년 동안 존재했다.어느 한 무더운 오후였다.특별한 날을 맞아, 학교에서는 단체로 연극을 준비 하기로 했었다. 어떤 일이든 정성을 다하던 온지유는 다른 학생들보다 30분 일찍 강당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와서 대사를 연습하곤 했던 온지유는 그날도 평소처럼 강당에 들어섰고, 동시에 코를 찌르는 심한 피비린내를 맡았다.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온지유는 냄새를 따라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학교에서 사용하던 공연 의상들로 가득했다. 어딘가에서 무거운 숨소리가 들려왔다. 온지유는 도둑일 것이라 생각하며 두려운 마음에 문 뒤에 있던 야구 배트를 잡고 다가갔다.걸쳐있던 옷을 밀어내었을 때, 손에서 놓친 야구 배트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여이현의 얼굴이 먼저 눈
온지유는 마지막 한 모금 남은 잔을 여이현의 술잔에 가볍게 부딪혔다.나름 깔끔한 작별 인사였지 않을까.그 전에 함께 즐겁게 식사도 했으니 말이다.온지유는 떠나기 전에 이혼 서류를 다시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 옆에는 두 장의 프랑스행 항공권도 있었다. 티켓의 주인은 여이현과 노승아였다.온지유는 이를 통해 여이현을 완전히 놓아주었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다.프랑스같이 로맨틱한 여행지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니.모든 일을 마친 온지유는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이날 밤은 아무도 저택을 지키고 있지 않았다.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다음 날."대표님!""대표님, 정신 차리세요!"여이현은 서서히 깨어났으나, 머리는 여전히 묵직한 돌에 짓눌린 듯 무거웠다.밀려오는 두통에 이마를 짚으며, 엊저녁 온지유가 요리해 주던 장면을 떠올렸다.여이현은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텅 빈 주위에 온지유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대표님, 괜찮습니까? 병원에 가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배진호는 그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보고 걱정하며 물었다.이른 아침, 도우미가 여이현이 바닥에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아무리 불러도 깨어나지 않자, 배진호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여이현은 온지유의 단호하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온지유는 여이현에게서 떠나기 위해서라면 약물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여이현은 자리에 앉으며 허탈한 듯 웃었다."나에게서 떠나려고 이런 태도를 보였던 거야."“사모님 말씀인가요? 정말 떠나신 건가요?”배진호는 이미 눈치를 채고, 여이현을 보며 말했다.“바로 사람을 보내 데려오겠습니다!”“됐어!”여이현이 바로 그를 제지했다.배진호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여이현의 곁으로 돌아왔다.의자에 걸터앉은 채 이미 다 포기한 듯 공허한 여이현의 모습에 배진호가 다시 물었다."사모님이 갑자기 달라지셨을 때 이미 눈치채셨던 것 아닌가요? 어제는 일부러 사모님의 함정에 빠지신 거죠?"온지유는 떠나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