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75화

Author: 류한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8-15 19:00:00
강하임의 부탁에 따라 강성훈이 말했다.

“경찰관님, 저희 나가서 얘기하죠. 너도 나가. 여기는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온지유는 강하임을 힐끗 봤다. 노승아 못지않은 발연기였다.

강하임은 약한 척 연기해서 동정심을 사려고 했다. 그러면 피해자로 보일 줄 알았던 모양이다.

“무서운 거 확실해요? 찔리는 건 아니고요? 강 대표님이 침대에 누워서 피해자인 척 코스프레하면 제가 가만히 당하고 있을 줄 알았어요?”

온지유의 말이 맞았다. 강하임은 정말 이대로 넘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녀는 온지유보다 심하게 다쳤기 때문이다.

동시에 찔리는 것도 맞았다. 그래서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온지유가 감옥에 가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는 한 걱정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엄마, 빨리 저 여자를 내쫓아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요!”

강하임은 정연의 손을 흔들었다. 그녀가 사라져야 긴장감이 줄어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참 보기 드문 악연이에요. 온 비서가 존재하는 한 나는 원하는 걸 얻지 못할 것 같아요. 온 비서가 사라져야만 시름을 놓을 수 있겠어요...”

강하임이 말을 마친 순간 녹음기 소리가 들려왔다.

“여긴 CCTV도 없는 곳이에요. 온 비서가 실수로 바다에 빠진 게 나랑 무슨 상관이겠어요? 내가 조사받는 일이 있더라도 돈으로 덮으면 그만이에요. 억울한 사람 한 명 범죄자로 만드는 거, 생각보다 저렴하거든요. 온 비서, 현실 세계는 동화랑 달라요.”

녹음을 들은 강하임은 눈을 크게 떴다. 안색은 하얗게 질렸고, 몸도 주체가 되지 않고 벌벌 떨렸다.

온지유의 손에 들린 녹음기는 그녀가 항구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재생했다. 한 글자도 빠짐없이 말이다.

온지유는 핸드폰이나 지갑을 가지고 오지 않았지만, 녹음기는 항상 가지고 다니는 습관이 있었다. 이건 여이현의 곁에서 회의록을 준비하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할 때는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그 습관이 누명을 벗는 데 쓰일 줄은 그녀도 몰랐다.

강하임의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76화

    여이현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온지유를 바라봤다. 그녀가 강하임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까 봐 걱정하던 눈빛과는 사뭇 달랐다.온지유가 강하임을 밀었든 밀지 않았든, 그는 계속 그녀의 편에 섰을 것이다. 금강그룹에서 그녀를 감옥에 보내려고 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해낼 생각이었다.그러나 온지유가 그에게 말을 하지 말라고 했기에, 그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참았다. 그녀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자 그는 드디어 안심할 수 있었다.경찰은 녹음기를 받아 들고 강하임과 정연을 바라보았다.“이 정황이 사실이라면, 살인미수죄에 해당합니다. 피해자분이 다치지 않았다고 해도, 결국에는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어요.”이 말을 듣고 정연은 경찰이 온지유의 편을 든다고 생각했다.“아직 조사는 끝나지 않았어요. 저 여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니까요? 내 딸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저 여자를 감싸고 돌지 마세요. 우리가 외국인이라고 무시하는 거예요? 그러는 법이 어디 있어요!”정연은 말도 안 되는 것을 호소하고 있었다. 경찰은 얼굴을 굳히며 단호하게 말했다.“저희를 의심하시는 겁니까?”강성훈은 상황이 역전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녹음이 아무리 정교하게 합성되었다 해도 차이가 있을 것이고, 온지유가 직접 자신 있게 내민 녹음은 십중팔구 진실일 것이다.지금은 온지유를 자극해서도 경찰에 맞서서도 안 된다. 그는 즉시 부드러운 표정으로 정연을 뒤로 물리며 말했다.“제 아내의 말실수를 마음에 두지 마세요. 저희는 경찰관님의 조사 결과를 믿겠습니다. 만약 하임이한테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필요한 보상도 하겠습니다.”그는 이렇게 하면 강하임이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강하임이 저지른 잘못은 온지유에게 적당한 보상을 하는 것으로 잠재울 계획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세상 건방지던 강성훈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을 보고, 백지희는 피식 웃었다.“아까는 그렇게도 당당하더니, 표정 바꾸는 속도가 책 넘기는 속도보다 빠르네.”그녀는 진심으로

    Last Updated : 2024-08-15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77화

    “가시죠, 강하임 씨.”경찰도 강하임이 책임지기 싫어서 이런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그들은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것이다.여경이 다가가서 강하임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안 돼요! 싫어요! 엄마, 저 좀 도와줘요! 경찰서 가기 싫단 말이에요!”“내 딸 건드리지 말아요!”정연은 어떻게든 강하임을 지켜주려고 했다. 그러자 경찰이 나서서 정연을 밀어냈다.그렇게 강하임은 침대 아래로 끌려 나게 되었다. 정연이 말리는 것은 소용이 없자, 그녀는 또 강성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빠, 도와줘요! 저 감옥 가기 싫어요! 제발 도와줘요!”경찰은 결국 그녀를 끌어갔다.강성훈도 답답하기는 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경찰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온지유도 마찬가지였다. 할 수 있는 일 없이 화만 치밀어 오르는 상황이었다.그는 냉랭한 표정으로 온지유를 바라보며 말했다.“온 비서, 정말 내 체면을 안 봐줄 생각이에요?”“강 대표님을 아끼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자식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이렇게 감싸고 돈다면 역효과만 날 것입니다. 오히려 해치는 것이라고요. 강 대표님은 평생 가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깨닫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다음에야 후회하겠죠. 설마 이 큰 세상을 영원히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온지유가 대답했다. 그녀는 강하임이 정말 살인범이 되었을 때는 아무리 많은 돈을 써도 감싸주지 못하고 후회만 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온지유 씨도 함께 가주셔야 합니다.”경찰이 말했다.“네.”온지유는 경찰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강성훈은 차가운 얼굴로 주먹을 꽉 쥐었다. 온지유의 말을 듣기는 했지만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온지유가 그의 체면을 살려주지 않았고, 여이현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는 또 여이현을 바라보며 협박했다.“여 대표, 금강과 여진은 아직 협력 관계야. 만약 오늘

    Last Updated : 2024-08-15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78화

    “예전은 예전이고, 지금은 지금이야. 당신이 기억하는 건 예전의 여이현이고, 지금의 여이현은 여진그룹의 대표라고. 우리는 해외에 있어서 몰랐지만, 국내에 여이현 눈치 안 보는 사람이 없어. 여이현의 여진의 실세라는 말, 못 들어 봤나?”정연은 말문이 막혀 울기 시작했다.“그럼 하임이가 감옥 가는 걸 두고만 볼 건가요? 차라리 내가 대신해서 가는 게 낫겠어요!”강하임은 그들의 딸이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강성훈에게는 금강그룹도 중요했다. 많은 사람이 그의 회사에 의지하고 있기에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강성훈은 상황을 좀 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경찰서에서 온지유는 이미 진술을 마쳤다. 녹음기 역시 조작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세상에 완벽한 범죄는 없다.강하임은 CCTV를 고장 내고 아무도 모르게 하려고 했지만, 손을 댄 증거는 언제나 남아있다. 조사 결과 강하임의 기사가 CCTV를 고장 낸 것으로 드러났다.기사를 데려와서 묻자, 모든 진실이 드러났다. 강하임은 취조실에서 거의 정신이 나갈 지경에 이르렀다. 그녀는 변호사를 부르겠다고 소리치고 부모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할 일을 마친 온지유는 그녀가 어떻게 되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마땅한 처벌을 받을 것이다.여이현은 온지유가 모든 과정을 끝마칠 때까지 계속 곁에 있었다. 그 사이에 온지유는 그에게 하루 종일 피곤했을 텐데 늦게까지 자신과 함께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내일 또 출근해야 하지 않는가.온지유는 그에게 배려를 보여줬고, 그는 그녀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온지유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싸우기만 하던 두 사람인데 갑자기 분위기가 잠재워진 것이 이상했다.하지만 그는 깊게 파고들고 싶지 않았다. 대신 그녀를 잘 보살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경찰서에서 나온 시간은 새벽 2시였다. 백지희 등은 온지유의 요구로 먼저 돌아갔다. 여이현만 곁에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긴장이

    Last Updated : 2024-08-15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79화

    온지유는 생각이 많았다. 어떤 면에서는 그녀와 강하임은 매우 비슷했다.둘 다 여이현의 도움을 받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강하임처럼 극단적이지 않았다. 만약 여이현이 그녀를 선택해 주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진작 포기했을 것이다.누가 한 우물만 파고 싶겠는가?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지금의 수많은 일이 두 사람의 결혼을 전제로 일어난 것이었다.“난 의무적으로 사람들을 구해줬을 뿐이야. 내 개인과는 큰 상관이 없어. 누가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싶겠어? 그때 했던 일은 단지 신념과 의무 때문이야. 만약 그 일이 없었다면, 난 아마 군대에 가지도 않았을 거야. 그러면 그렇게 많은 일들이 생기지도 않았을 테고.”여이현은 스스로 생각했다. 만약 그가 여씨 가문에 남아 있었다면, 위험한 일을 할 가능성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더군다나 그 시기는 영광과 거리가 먼 가장 암울한 시기였다.“알아요.”온지유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모두 지나간 일이에요. 저도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일찍이 알고 있었다. 여이현이 그녀를 구해준 것은 명령과 의무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그가 그녀를 전혀 기억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여이현은 조용히 그녀를 응시했다.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모든 것이 평온해 보였다. 그런데도 그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반응이 자꾸만 위험하게 보였다.“너 오늘 정말 이상해.”“그래요?”온지유는 그와 팔짱을 꼈다.“죽었다가 살아나니 정신을 차린 게 아닐까요?”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여이현은 깜짝 놀랐다. 이토록 적극적인 태도 역시 놀라웠지만, 딱히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래서 대신 설명이나 했다.“오늘 시상식에 참석했어. 원래는 어제 말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었어. 앞으로 내 핸드폰은 24시간 켜져 있을 거야. 다시는 너를 찾지 못하는 일은 없을 거야.”“이해해요. 우리 집에 돌아가요. 맞다, 전에 F국에 가고 싶다고 했잖아요? 요즘 시간 있어요?

    Last Updated : 2024-08-16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80화

    여이현의 품에 안긴 온지유는 잠깐 멈칫했다. 잠시 후 그녀는 요리 중인 프라이팬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왜 그래요? 야식은 곧 먹을 수 있어요.”여이현은 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으며 머리카락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익숙한 향기가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너랑 같이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온지유는 담담한 눈빛으로 프라이팬을 뒤적였다. “부엌은 기름 냄새가 심해서 이현 씨한테 안 좋아요.”“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괜찮아.”예전의 온지유라면 무조건 가슴이 떨려서 어쩔 줄을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마음이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했다. 여이현의 달콤한 말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기대했다가 실망한 날이 많아서인지, 그녀의 마음은 점점 무뎌지기 시작했다.온지유는 그를 밀어내지도, 거부하지도 않으며 말없이 함께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앞으로 이런 기회는 절대 없으리라는 것을 말이다.음식이 준비되자 온지유는 살짝 몸을 틀어 그를 돌아보았다. “이제 나가요. 예쁘게 담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어요.”“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어. 대충 담아서 같이 나가자.”“싫어요. 전 예쁘게 하고 먹을래요.”온지유는 그를 서둘러 밖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나가서 앉아 있어요. 누가 보고 있으면 민망하단 말이에요!”여이현은 마지못해 밖으로 나갔다. 머리를 돌려보니 온지유는 부엌문을 닫아서 그가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다.바쁘게 움직이는 그녀의 그림자 보면서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플레이팅까지 신경 쓰는 모습에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식탁에 앉아서 가만히 기다렸다. 깊은 밤의 은은한 조명 분위기를 더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며 부엌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느 순간 어둠 속에서 온지유가 천천히 다가왔다.그녀는 평소 입던 딱딱한 정장이 아닌, 흰색 스웨터와 넉넉한 바지를 입고 있었다. 뽀얀 피부는 스웨터 덕분에 더욱 빛나 보였다.온지

    Last Updated : 2024-08-16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81화

    그 말을 들은 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다시 생각해 봐도 자신을 비꼬고 있는 말로 들렸다.식탁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맞은편에 앉은 온지유와의 거리감이 왠지 마음 한편을 허전하게 만들었다.여이현이 말을 걸었다."좀 더 가까이 앉아."온지유는 그 말에 거절하지 않고, 의자를 끌어 그의 옆자리로 왔다. 그리고는 여이현에게 반찬을 덜어주며 말했다."시간이 꽤 지났는데 왜 아무것도 안 먹고 있어요? 요리가 입에 안 맞아요?"여이현은 온지유가 자기 그릇에 음식을 덜어주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젓가락을 집었다."요리하기 전에도 말했잖아. 네가 만든 거라면 뭐든 다 먹겠다고."그는 온지유가 덜어 준 음식을 입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음, 맛있네. 요리에도 재능이 있나 봐?"그리고는 같은 반찬을 몇 번 더 집었다.여이현이 진심으로 요리를 즐기는 모습에 온지유는 마음속이 크게 요동쳤다.그러나 티 내지 않고 그저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말했다."어머, 진짜요? 저도 먹어봐야겠어요, 정말 그렇게 맛있는지."그리고 다른 접시에 젓가락을 뻗어 맛보고는 말했다."음... 그냥 평범한데요. 도우미가 해준 요리가 더 맛있는 것 같은데."몇 끼를 굶기라도 했는지, 여이현은 가볍게 웃으며 요리를 집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난 네가 만든 게 더 맛있는 것 같은데."여이현이 자신의 요리 솜씨를 계속 칭찬해 주는 모습에 온지유는 기분이 좋아졌다.그 순간, 온지유는 두 사람이 진정한 부부로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여이현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잘생긴 얼굴은 그저 국물을 마시는 모습조차도 남들과 사뭇 달라 보였다. 온지유의 얼굴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떠올랐고, 여이현을 바라보는 눈빛에도 저도 모르게 따뜻한 감정이 실렸다."요즘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는 거죠?"온지유가 당부했다."아무리 바빠도 끼니는 거르면 안 돼요. 돈은 천천히 벌 수 있지만, 몸은 하나뿐이잖아요.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는 데 돈도 시간도 더

    Last Updated : 2024-08-16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82화

    온지유가 계속 온 비서로 남았다면 분명히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욕심이 생겨버렸다. 여이현의 사랑을 갖기를 원했다.이대로 계속 함께 있으면, 둘은 점점 더 불행해질 것이고, 아름다웠던 추억은 결국 그림자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온지유..."여이현의 감정이 격해질수록 약효는 점점 강해졌다.여이현은 온지유를 뚫어져라 응시했다."설마 날 떠나는 이유가... 석이한테 가기 위해서야?"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의 날카로운 시선을 이겨내며 여이현의 얼굴을 어루만질 뿐이었다.온지유는 그에게서 석이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하지만 눈앞의 그는 여이현이었다. 더 이상 그 젊고 패기 넘치던 소년이 아니었다.온지유는 강도의 손에서 자신을 구하려다 심하게 다쳤던 정의감 넘치던 그를 떠올렸다. 그에게 목숨을 빚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석이는 온지유를 위해 피를 흘렸고, 온지유도 여이현의 생명을 구하면서 그 빚을 갚았다.온지유는 석이와의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중학교 졸업 이후, 온지유의 시선은 항상 그를 따라다녔다. 그가 다니던 고등학교, 그가 다니던 대학교에 따라갔다. 여이현에게 온지유는 7년 동안 존재 한 사람이지만, 온지유의 삶에 여이현은 14년 동안 존재했다.어느 한 무더운 오후였다.특별한 날을 맞아, 학교에서는 단체로 연극을 준비 하기로 했었다. 어떤 일이든 정성을 다하던 온지유는 다른 학생들보다 30분 일찍 강당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와서 대사를 연습하곤 했던 온지유는 그날도 평소처럼 강당에 들어섰고, 동시에 코를 찌르는 심한 피비린내를 맡았다.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온지유는 냄새를 따라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학교에서 사용하던 공연 의상들로 가득했다. 어딘가에서 무거운 숨소리가 들려왔다. 온지유는 도둑일 것이라 생각하며 두려운 마음에 문 뒤에 있던 야구 배트를 잡고 다가갔다.걸쳐있던 옷을 밀어내었을 때, 손에서 놓친 야구 배트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여이현의 얼굴이 먼저 눈

    Last Updated : 2024-08-16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83화

    온지유는 마지막 한 모금 남은 잔을 여이현의 술잔에 가볍게 부딪혔다.나름 깔끔한 작별 인사였지 않을까.그 전에 함께 즐겁게 식사도 했으니 말이다.온지유는 떠나기 전에 이혼 서류를 다시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 옆에는 두 장의 프랑스행 항공권도 있었다. 티켓의 주인은 여이현과 노승아였다.온지유는 이를 통해 여이현을 완전히 놓아주었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다.프랑스같이 로맨틱한 여행지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니.모든 일을 마친 온지유는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이날 밤은 아무도 저택을 지키고 있지 않았다.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다음 날."대표님!""대표님, 정신 차리세요!"여이현은 서서히 깨어났으나, 머리는 여전히 묵직한 돌에 짓눌린 듯 무거웠다.밀려오는 두통에 이마를 짚으며, 엊저녁 온지유가 요리해 주던 장면을 떠올렸다.여이현은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텅 빈 주위에 온지유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대표님, 괜찮습니까? 병원에 가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배진호는 그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보고 걱정하며 물었다.이른 아침, 도우미가 여이현이 바닥에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아무리 불러도 깨어나지 않자, 배진호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여이현은 온지유의 단호하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온지유는 여이현에게서 떠나기 위해서라면 약물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여이현은 자리에 앉으며 허탈한 듯 웃었다."나에게서 떠나려고 이런 태도를 보였던 거야."“사모님 말씀인가요? 정말 떠나신 건가요?”배진호는 이미 눈치를 채고, 여이현을 보며 말했다.“바로 사람을 보내 데려오겠습니다!”“됐어!”여이현이 바로 그를 제지했다.배진호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여이현의 곁으로 돌아왔다.의자에 걸터앉은 채 이미 다 포기한 듯 공허한 여이현의 모습에 배진호가 다시 물었다."사모님이 갑자기 달라지셨을 때 이미 눈치채셨던 것 아닌가요? 어제는 일부러 사모님의 함정에 빠지신 거죠?"온지유는 떠나기 위

    Last Updated : 2024-08-16

Latest chapter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85화

    그리고 엄마가 아프다는 시점도 너무 절묘했다. 설마 아픈 척하는 건가?이럴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배진호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다. 반드시 철저히 조사해야 했다.그가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배진호의 어머니는 잠에서 깨어났다.아들의 의심을 불러일으킨 것도 모른 채 여전히 의사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내 아들 앞에서 꼭 내 병이 심각한 것처럼 말해줘야 해. 안 그러면 걔 마음이 여전히 그 여자한테 기울어 있을 거야.”“걱정 마. 동창끼리 네 계획을 망치기라도 하겠어?”의사는 가슴을 두드리며 장담했다.“내가 다 맡을 테니 신경 쓰지 마. 그런데 사실 나도 부탁이 하나 있는데 우리 아들이 유학을 가야 하는데 돈이 조금 모자라거든. 좀 도와줄 수 있어? 올해 보너스 나오면 바로 갚을게.”정미진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흔쾌히 승낙했다.어차피 그녀는 돈에 쪼들리지 않았으니.배진호가 비서로 일할 때부터 매달 월급 일부를 그녀에게 보내왔고 이후 그가 회사를 차려 독립하면서 더 많은 돈을 보내왔다.그녀는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면서 이제는 좋은 며느리를 얻는 데만 집착하고 있었다.“돈은 천천히 갚아도 돼. 여유가 생기면 갚아. 동창 사이인데 내가 너를 믿지 않겠어?”그녀의 말에 의사는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병실을 나선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사람이 참 복에 겨워 사는 줄 모르네. 배진호 같은 아들에, 그토록 훌륭한 며느리까지 얻었는데 뭐가 불만이야? 게다가 그 집안의 돈은 몇 대가 써도 부족함이 없는데 굳이 문제를 만들 필요가 있나? 나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거야. 그냥 일도 때려치우고 집에서 술이나 한잔하면서 낚시도 하고 가끔은 카드놀이도 하면서 살겠지. 생각만 해도 얼마나 여유롭겠어?”하지만 그는 정미진이 아니었고 방관자로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다음 날 아침, 권다솔은 간단히 짐을 챙긴 후 캐리어를 끌고 여행사로 향했다.그곳에는 대형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고 모든 인원이 모이자 운전기사는 공항으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84화

    지금 그의 모습이 헌신짝이랑 다를 게 뭐가 있지?권다솔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을까?배진호는 전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그는 여전히 석규리를 등진 채 그녀를 무시했다.석규리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다른 사람의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한 통의 메시지를 보낸 뒤 불과 30분도 채 되지 않아 배진호의 어머니가 직접 나타났다.정미진을 본 순간 배진호는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엄마! 몸도 안 좋으신데, 게다가 이제 막 수술을 끝내셨잖아요. 퇴원하시면 어떡해요?”“내가 와서 다행이지! 아니면 네가 여기서 얼마나 더 멍청하게 서 있었을지 몰라. 진호야, 엄마가 곧 죽게 생겼는데 너 정말 엄마를 좀 편하게 보내줄 수 없는 거니?”정미진은 배진호의 이마를 꾹 눌러가며 안타까워했다.권다솔의 가정환경이 조금이라도 평범했다면 돈으로 해결했을 것이다.하지만 권다솔은 권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정미진이 아무리 손을 뻗어도 권씨 가문까지 닿을 수 없었기에 결국 배진호에게만 압박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엄마가 부탁할게. 죽기 전에 몇 날이라도 좀 조용히 지낼 수 있게 해줘. 더 이상 문제 일으키지 말고 권다솔과 깨끗이 끝내. 네가 꼭 여기에 남아 있겠다면 엄마도 너랑 같이 있을 거야.”정미진은 외투를 벗어 석규리의 손에 건넸다.그녀는 안에 얇은 옷만 입고 있었다.석규리가 옷을 다시 정미진의 어깨에 덮어주려고 했지만 정미진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엄마가 아들 교육을 제대로 못 시킨 탓에 내 아들이 한밤중에 여기서 바람 맞고 있잖아. 나만 병실에서 잘 먹고 편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어?”“엄마, 정말 제가 무릎이라도 꿇어야 멈추시겠어요?”배진호의 눈에는 이미 생기가 없어진 채 허망한 표정으로 바라봤다.역시나 자신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진호야, 엄마는 네가 무릎 꿇으라고 이러는 게 아니야. 엄마가 원하는 건 네가 권다솔과 완전히 끝내는 거야. 이게 엄마의 마지막 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83화

    “있어요! 내일 아침 출발하는 건데, 초원에서 말을 타고 마유주를 마시는 일정이에요. 총 7박 8일이고 모든 비용은 전부 저희가 책임집니다!” 여대생은 너무 기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아르바이트 첫날 만에 벌써 계약을 성사시키다니!급여를 받으면 바로 외할머니 치료비에 보탤 수 있었다.“그럼 그걸로 할게요.”어차피 어디든 상관없었다.여기를 떠나기만 하면 됐다. 더 이상 배진호와 남태건을 마주치지 않는 걸로 충분했다.권다솔은 가이드의 연락처를 추가한 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출발지 근처의 호텔에 묵기로 했다.그리고 방으로 돌아온 뒤 부모님께 영상 통화를 걸었다.“저 내일 여행사 패키지로 여행 가려 해요. 다음 주쯤 돌아올게요.”“좋지! 네 나이에는 이곳저곳 다니며 세상을 봐야 해. 만 권의 책을 읽으려면 만 리를 걸어야 한다잖니. 짐은 다 챙겼니?”김영은은 딸이 여행 가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다만 여행길이 불편할까 걱정될 뿐이었다.권다솔은 고개를 저었다. 비록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지만 괜찮았다.“요즘 세상이 얼마나 편한데요. 필요한 건 현지에서 사면 돼요.”“다른 건 밖에서 사도 되지만 침구류는 우리가 보내줄게. 네 피부가 워낙 예민해서 호텔 이불 덮었다가 알레르기라도 나면 어쩌려고.”권용민이 덧붙였다.아무리 좋은 호텔이라도 집의 침구와 비길 순 없었다.그는 아직도 권다솔이 어릴 적 피부 알레르기로 한밤중에 병원에 가서 약을 사고 주사를 맞으며 한바탕 난리를 겪었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저 지금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요. 굳이 여기까지 오실 필요 없어요. 너무 번거롭잖아요.”권다솔은 부모님이 늦은 시간까지 자신을 위해 고생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그러나 딸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은 그녀의 마음보다 더 깊었다.권용민은 끝내 직접 가겠다고 고집했고 권다솔은 결국 그들을 이기지 못해 승낙했다.전화를 끊고 나서 그녀는 문득 배진호를 떠올렸다.‘지금쯤 석규리와 단둘이 집에서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다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82화

    할머니는 갑자기 진지하게 말했다.“아이고, 보아하니 꽤 오랫동안 여기 서 있었던 것 같은데 여자 친구가 아직도 너를 만나주지 않니? 이 할미가 한 가지 충고를 해주고 싶은데 들어볼 생각 있니?”배진호는 당연히 할머니가 그만 포기하라고 할 줄 알았다.만약 여기 서 있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면 배진호 역시 같은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건 당사자만 알 수 있는 법이다. 사랑은 보잘것없는 먼지가 아니기에 바람에 날려 사라질 수 없었다.다만 할머니는 전혀 다른 말을 꺼냈다.“나도 젊었을 때 우리 집 할아버지를 엄청 쫓아다녔단다. 그때 할아버지는 나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집안 사람들 또한 나를 못마땅하게 여겼지. 내가 시골 출신이라 배운 게 없다고 말이야. 하지만 그게 어쨌단 말이니? 나는 그저 그 사람 자체가 좋았어. 그렇게 오랫동안 쫓아다녔고 결국 내 사람으로 만들었단다.”할머니는 눈꼬리를 휘어 올리며 말했다.배진호는 본능적으로 물었다.“그러면 두 분이 함께하신 후에도 할아버지 집안 사람들은 여전히 할머니를 예전처럼 대하셨나요?”“그럴 리가 있겠니? 부모는 그저 자식이 좋은 짝을 만나길 바라는 것뿐이야. 일부러 방해하려는 건 아니지. 결혼 후엔 날 친딸처럼 대했단다. 집안의 돈까지 전부 나한테 맡겼으니. 설령 그 집안에서 나를 못마땅하게 여겨도 두려울 게 없었어. 어차피 내가 그들보다 오래 살 텐데.”할머니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당당하게 말했다.“적어도 99살까지는 살 거 같아.”배진호는 할머니의 말에 크게 동요했다.그는 권다솔의 부모님이 인품이 훌륭한 분들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비록 결혼 전에는 반대했지만 결혼 후에는 축복해 줄 사람들이었다. 그의 어머니처럼 계속해서 방해할 분들이 아니었다.그의 어머니 역시 할머니가 말한 것처럼 몸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서 이미 수술을 한 번 받은 적이 있었다. 지금 강력히 반대한다고 해도 과연 얼마나 갈 수 있을까?결국 병문안 갈 때 적당히 연기하면 되는 것이었다.“할머니,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81화

    왜 아침에 눈을 뜨고 나니 권다솔의 태도가 다시 이전처럼 차가워진 걸까?“저를 때리든 욕하든 심지어 문밖에서 밤새 무릎 꿇고 있으라 해도 전 한 마디 불평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다솔 씨, 제발 절 무시하지는 말아줘요.”배진호는 간절히 애원했다.그는 누구에게도 이렇게까지 비굴하게 군 적이 없었다.아무리 까다로운 고객이라도 그는 이런 식으로 자세를 낮춘 적이 없었다. 하지만 유독 권다솔 앞에서는 모든 것을 잃어도 상관없었다. 오직 그녀만은 잃을 수 없었다.권다솔은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었다.그러나 배진호의 목소리에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발이 마치 바닥에 붙은 것처럼 한 발짝도 떼지 못했다.그녀는 고개를 저을 뿐 차마 뒤돌아볼 수 없었다. 뒤돌아봤다가는 다시는 떠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진호 씨, 우린 이미 끝났어요. 만약 다시 만나더라도 여긴 아니에요.”둘의 마지막은 구청이어야 했다.이혼 절차를 밟고 나서야 비로소 각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우리가 끝났다고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잖아요. 다솔 씨 마음속에 제가 없다는 걸 믿을 수 없어요.”배진호는 집착했고 고집스러웠다.권다솔이 그를 뻔뻔하다 욕하든 귀찮다 욕하든 전혀 상관없었다. 사랑하는 여자를 잡을 수만 있다면 무슨 말을 들어도 괜찮았다.“우리가 어떻게 다시 돌아가요? 돌아갈 수 없어요. 아이도 없고... 그리고 며칠 전 술을 마시다가...”권다솔은 사실을 그에게 알리고 싶었다.이미 남태건과 관계를 맺은 사실이 그녀의 마음속 깊이 박힌 가시가 되어버렸다.하지만 정작 입을 열려는 순간 그녀는 망설였다.이혼까지 가는 마당에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이 사실을 배진호가 알게 되면 그는 분명히 그녀를 경멸할 것이다. 천한 여자라고 생각할 테니.그녀는 한편으로 선을 긋고 싶어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그가 자신을 경멸할까 봐 두려웠다.‘사랑’이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었다.“그날 다솔 씨가 취했을 때 저도 같은 술집에 있었어요. 그리고 다솔 씨가...”“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80화

    김영은도 이번 일로 남태건이 막무가내로 느껴졌다.하지만 남태건의 인성에 문제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태건이는 마음이 급해서 그런 걸 거야. 그래서 실수를 하게 되는 거지.”“마음이 급하든 말든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어쨌든 전 태건 씨랑 결혼할 수 없어요. 그날은 제가 술에 잔뜩 취해서 실수한 거예요. 누군가 제 술잔에 약을 탔거든요. 그래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일어난 것뿐이에요. 전 절대 하룻밤의 실수로 제 평생을 누군가에게 보상으로 주려는 생각은 없어요.”권다솔은 계속 자기 생각을 말했다.아무리 김영은이 설득한다고 해도 그녀는 절대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 생각이 없었다.뛰어드는 건 쉬웠지만 빠져나오는 건 어려웠으니까.더구나 남태건이 이토록 일러바치는 것을 좋아하니 그녀는 더더욱 그와 결혼 할 수 없다. 다 큰 어른이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들처럼 유치하게 굴고 있기 때문이다.“다솔아, 네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우린 그냥 네가 태건이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알아가길 바랐을 뿐이야.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이 꼭 결혼하라는 뜻은 아니었어.”뜻밖에도 김영은은 그녀의 편을 들어주었다.권용민은 옆에서 줄담배를 피우다가 꺼버린 후 김영은의 옆으로 다가왔다.“설령 네가 평생 혼자 산다고 해도 괜찮다. 너 하나쯤은 평생 먹고 살게 해줄 돈은 있으니까. 나랑 네 엄마는 네가 행복한 게 더 중요해. 행복할 방법은 아주 많지. 그중에서 네가 좋아하는 일만 해.”권다솔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이 흘러나왔다.그녀는 이렇게나 좋은 부모님을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를 이해해줄 뿐만 아니라 그녀의 편을 들어주니까.동시에 그녀는 두렵기도 했다.만약 이렇게 좋은 부모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정말로 억지로 남태건과 결혼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그녀는 아마 더는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정말 고마워요, 엄마, 아빠. 역시 저한테는 두 분밖에 없네요.”권다솔은 분명 웃고 있었지만, 눈물은 계속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79화

    결혼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김영은은 딸 대신 함부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권용민에게 눈짓했다. 권용민은 얼른 차를 따라주었다.“태건아, 아직 차 한잔도 못 마셨지? 얼른 한잔하면서 좀 쉬어.”“아버님, 어머님. 전 진심으로 다솔이랑 결혼하고 싶어요. 저희는 급도 맞잖아요. 다솔이와 결혼하게 해주신다면 평생 잘해줄 거예요. 저희 부모님께서도 다솔이를 딸처럼 예뻐하고 계시는 거 잘 아시잖아요. 그러니까 허락해주세요.”남태건은 찻잔을 받았지만 마시지 않았다.기대하는 얼굴로 권용민과 김영은을 보았다.권용민은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태건아, 난 이 일을 우리가 함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결혼 전에 먼저 약혼부터 해야 하잖니. 약혼 전에 상견례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모든 걸 절차대로 마쳐야 결혼을 할 수 있는 거란다. 일단 이 물건들을 가져가. 그리고 다음에 내가 집사람과 함께 찾아가마.”남태건은 그의 말에서 거절의 의미를 눈치챘다.하지만 이미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그는 더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권다솔을 억지로 끌고 가서 혼인신고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그는 일단 물러설 수밖에 없었지만 이미 가져온 예물과 금붙이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남기고 가려고 했다.“태건아, 네가 우리한테 준 선물은 사양하지 않고 받을게. 하지만 예물은 도로 가져가는 게 좋겠구나.”권용민이 허리를 굽혀 짐을 정리하는 순간 남태건은 이미 현관까지 가버렸다.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권용민은 손에 든 쇼핑백을 내려놓았다.“일단 다솔이한테 연락해서 무슨 일인지 물어봐.”김영은도 같은 생각이었다.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권다솔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권다솔은 전화를 받기 전 특별히 거울을 보며 차림새와 머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혈색 없는 입술에 립스틱을 바른 후에야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두 사람을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아빠, 엄마. 전 혼자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너랑 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78화

    남태건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그는 권다솔의 손도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기에 당연히 사이즈를 알 리가 없었다.“크기 조절 가능한 팔찌는 없어요?”“있긴 한데요. 디자인이 몇 개뿐이라서요. 인기 많은 제품들은 전부 사이즈가 정해져 있어요.”직원은 그를 힐끗보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예비 신부한테 관심이 없다고 하기엔 예물을 전부 최고급을 골랐잖아. 그렇다고 해서 또 예비 신부한테 잘해준다고 하기엔 애매해. 어떻게 여자친구 팔목 사이즈도 모를 수가 있는 거지?'‘꼭 결혼까지 앞뒀는데 동거는커녕 손도 한번 못 잡아본 것 같네. 서로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을 것 같네.'“괜찮아요. 그걸로 주세요.”남태건은 제일 무거운 팔찌를 골라 쟁반에 올려두었다.“그리고 이거, 봉황이 있는 금목걸이도 주세요.”남씨 가문에 남아도는 것이 돈이었다. 권다솔의 부모님 앞에서 자신의 성의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얼마가 되었든 상관없었다.그가 가게에서 나왔을 때 직원의 입은 귀에 걸려 있었다. 남태건 덕분에 한 달 업적을 하루 만에 달성했기 때문이다.곧이어 남태건은 권용민이 좋아할 만한 비싼 술과 담배를 산 후 권씨 가문 본가로 운전했다. 쇼핑백을 바리바리 들고 오는 남태건의 모습에 김영은은 어안이 벙벙했다.“태건아, 우리 집으로 오는 게 처음도 아니고 이게 다 뭐니? 그냥 내 집이다 생각하면서 오면 되는 건데 뭘 이렇게 많이 사 왔어?”“아버님, 어머님. 전 오늘 손님으로 찾아온 게 아니에요. 다솔이랑 결혼하고 싶어서 온 거예요. 이건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남태건은 자신이 사 온 것을 하나씩 열어 보여주었다.그는 물건만 사 온 것이 아니었다. 한 가방의 현금과 예물까지 준비해왔다.창문으로 비쳐 들어오는 햇볕에 금붙이들은 반짝반짝 빛났다.권용민과 김영은은 서로 마주 보았다. 두 사람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남태건은 아주 신경 써서 선물을 준비해온 것이 그들의 눈에도 보였다. 정말로 권다솔을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았고 앞으로 두 사람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77화

    “다솔아... 너 정말로 나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는 거야?”남태건은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조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나한테 설렌 적 없어?”그는 그동안 아주 많은 노력을 했었다. 할 수 있는 건 전부 했다. 그러나 여전히 권다솔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게다가 우린 함께 밤까지 보냈잖아. 난 정말로 진심으로 널 책임지고 싶어. 그냥 잠만 자고 버리는 나쁜 놈이 되고 싶지 않다고. 다솔아, 다시 한번 생각해줘. 우린 이미 밤까지 보냈다고!”“지금이 어떤 시대인데요. 전 태건 씨를 이해할 수 없네요.”권다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그가 질척이면 질척일수록 그녀의 생각은 점점 더 확고해졌다. 앞으로 친구로도 지낼 수 없겠다고 말이다.그녀는 인내심 있게 마지막으로 말했다.“그날 밤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더는 제 앞에서 언급하지 말아요. 만약 태건 씨의 말대로 함께 한번 잤다고 해서 무조건 함께 살아야 한다는 거라면, 이미 아이까지 한 번 있었던 저와 진호 씨는 영원히 떨어지지 말고 함께 살아야 하는 거겠네요?”남태건은 주먹을 꽉 쥐었다. 저도 모르게 이도 빠득 달았다.“권다솔, 그딴 말로 날 자극하지 마.”두 사람이 다시 잘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니 남태건은 기분이 불쾌해졌다.권다솔은 말을 이었다.“전 태건 씨를 자극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예시를 들어 알려준 거죠. 그러니까 나가요. 앞으로 더는 찾아와 문도 두드리지 말고요. 방금 같은 일 또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으니까.”“다솔아! 네가 나한테 어떻게 매정할 수가 있어! 차 한잔도 내어주지 않고 지금 날 쫓아내는 거야? 적어도 물 한 잔 마시게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밖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서 있었는데. 나 힘들어 죽겠다고.”남태건은 꼬리를 내렸다.물 한잔쯤 대접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권다솔은 그에게 희망 고문하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예의상 했던 행동이 남태건에겐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게다가 이번 한 번 타협한다면 두 번째도 있을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