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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작가: 류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여진숙은 온지유를 깎아내리는 것으로 만족감을 느꼈다.

온지유가 슬퍼하고 상처받을수록 깎아내리고 싶은 욕망은 점점 더 켜졌다.

온지유의 안색이 굳어진 것을 발견한 여진숙은 이번에도 성공했다며 생각하곤 만족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 여진숙의 눈빛마저도 변해 더는 온지유를 괴롭히지 않았다.

어차피 말을 더 해봤자 같은 모습일 것이니 괜히 목만 아프게 될 것이었다.

여진숙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확실히 지금 별장엔 다른 여자가 들어 살고 있었다.

온지유는 여이현이 적어도 분수를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절대 밖에서 아무 여자나 만나고 다닐 남자는 아니었다.

여이현은 서은지의 고백을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지만, 주소영은 거절하지 못했고 심지어 주소영을 별장에서 지내게 했다. 이것은 보물창고에 여자를 숨기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날 함께 밤을 보낸 여자가 주소영이라고 여이현은 확신하고 있었다. 게다가 주소영은 처음이었을 뿐 아니라 연약하여 그의 보호 욕구를 일으켰고 그녀에게 남다른 감정도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정말로 다른 여자와 다르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며칠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을 보면 그간 주소영이 있는 곳에서 지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예전이었다면 온지유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여진숙이 했던 말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더 생각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녀에겐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여이현에게 주소영을 데리고 온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고 말해줄 틈도 없이 그가 보고 싶었다.

온지유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가려 했다.

이때 마침 별장의 도우미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도우미는 주소영이 이 지역 사람이 아니라 건조한 날씨에 적응하지 못해 온몸에 발진이 생겼다는 것이다. 여하튼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주소영이 쓸만한 연고를 들고 다시 집 밖을 나섰다.

직접 운전을 하여 주소영이 머무는 별장으로 출발했다.

거의 도착하고 있을 때쯤 그녀는 대문 앞에 있는 익숙한 롤스로이스를 발견했다. 대체 언제부터 대문 앞에 세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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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말에 주소영은 가슴 한구석이 따스해지는 기분을 느꼈고 곁으로 다가가 앉으며 말했다.“대표님, 저 같은 사람도 대학을 다닐 수 있을까요?”“그래.”주소영은 기쁜 듯 보조개가 움푹 선명하게 들어갈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대표님은 정말 저한테 너무 잘해주세요. 저에겐 대표님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에요!”그녀의 말에 여이현의 안색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는 들고 있던 신문을 내려놓았다.온지유는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화목하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그녀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여이현은 노승아와 함께 있을 때도 차가운 모습만 보이었고 이토록 화목한 모습을 보여준 적 없었다.주소영은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이야기만 하면 그녀는 기뻐 활짝 웃었다. 확실히 다른 여자와 많이 다른 듯했다.순진하고 무해하며 세상 물정을 모르는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티 없이 맑다는 기분이 들게 했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도 생겨났다.이것 또한 주소영의 특징이었다.“온지유 씨, 왜 들어가지 않고 여기 계세요?”우뚝 서 있는 온지유를 발견한 도우미가 예의상으로 그녀에게 물었다.도우미의 말은 고스란히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여이현은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서 있는 온지유를 보았다. 처음엔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차갑게 변했다. 아직도 그녀에게 화가 난 것 같았다.주소영은 빠르게 소파에서 일어나 소리를 쳤다.“온지유 씨! 저 보러 오셨군요!”그녀는 빠르게 온지유의 곁으로 가 전혀 거짓 같지 않은 모습으로 말했다.“전 온지유 씨가 제게 화가 나서 다시는 보러 오지 않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여기 계셔서 저 정말 너무 기뻐요.”온지유는 주소영이 자신이 일부러 이곳에 찾아왔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이곳 날씨가 너무 건조해 몸에 발진이 생겼다면서요. 발진을 가라앉혀줄 연고 같은 것을 챙겨 왔으니 발라요. 이 연고 효과가 아주 좋으니까 도움이 될 거예요.”“괜찮아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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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그녀의 뜻대로 움직였으니 분명 그녀가 좋아할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온지유는 입술을 틀어 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소영은 점점 굳어지는 두 사람의 표정에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말했다.“온지유 씨, 저랑 이따가 식사 같이해요.”“있잖아요, 아주머니 음식 솜씨 아주 훌륭했어요. 혹시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아주머니가 뭐든 다 하실 줄 아시더라고요, 정말 대단하시죠? 그러니까 꼭 아주머니 음식 솜씨 맛보고 가세요!”주소영은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말했다.온지유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말했다.“괜찮아요...”“에이, 제가 안 괜찮아요.”주소영은 빠르게 대답하며 여이현을 보았다.“대표님, 저 온지유 씨랑 같이 밥을 먹어도 되죠? 저 여기 그동안 혼자 오래 있었다고요. 밥 같이 먹는 사람도 없어서 얼마나 외로웠는데요.”여이현은 온지유를 힐끗 보곤 담담하게 말했다.“마음대로 해.”원하는 대답을 들은 주소영은 온지유에게 더 들러붙어 놓아주지 않았다.“봐요, 대표님께서도 허락하셨어요. 그러니까 같이 먹어요.”아마도 여이현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온지유를 더 꽉 붙잡고 있었던 것 같았다.“그래요.”온지유는 더는 거절하지 않고 그녀와 함께 식사하겠다고 대답했다.“이 쓸쓸한 집안에 드디어 사람 온기가 생겼네요. 저 정말 너무 기뻐요!”주소영은 웃으며 말했다.여이현은 온지유를 힐끗 보곤 차갑게 말했다.“온 비서, 계속 거기 그렇게 서 있을 건가요?”그의 불쾌한 시선을 느낀 온지유는 입술을 틀어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지금 얼른 주방으로 갈게요.”그러나 주소영은 그녀를 주방으로 보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아녜요. 온지유 씨는 손님인데 주방으로 갈 수는 없죠. 그냥 여기서 저랑 같이...”온지유가 말허리를 잘랐다.“그래도 제가 주방에 가 있는 것이 나을 것 같네요. 하던 얘기 계속 나누세요.”그녀는 주방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솔직히 욱하는 마음에 그들 앞에서 사라져줄 생각이었다.주소영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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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이현은 그녀가 이런 말을 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그럼 지난번에는 왜 말을 안 했던 거지?”“지난번에 말할 기회를 안 줬잖아요.”온지유는 지난번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리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전혀 말할 기회가 없었다.여이현은 의아한 듯 또 물었다.“주소영을 데리고 온 사람이 네가 아니라면 네가 누군지 몰라야 하는 거 아닌가? 난 주소영을 처음 봤을 때 너랑 아주 친해 보이기에 아는 사인 줄 알았거든.”그녀가 했던 말과 행동은 확실히 설명하기 어려웠다.다행히 주소영을 찾으러 갔을 때 그녀는 상세하게 말해주지 않아 주소영이 누구의 대체품인지 아무도 몰랐다.그 덕에 지금 그녀에게 또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 것이다.“확실히 전 주소영 씨와 두 번 만난 적이 있었어요.”온지유는 부정하지 않았다.“대표님께서 저더러 찾으라고 하신 거잖아요. 대표님이 저한테 맡기신 임무이니 당연히 중시해야죠.”여이현은 그녀의 말에 트집을 잡았다.“주소영이 찾아오지 않으면 나한테 말하지 않고 계속 숨길 생각이었어?”순간 온지유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행여나 여이현이 그녀가 일부러 숨기고 있었다고 생각할까 봐 얼른 설명했다.“전 그때 제대로 완벽하게 알아내지 못한 것 같아서 말씀드리지 않았던 거예요. 만약 주소영 씨가 대표님께서 찾으시는 여자였다는 거 알았다면 반드시 그 자리에서 데리고 왔을 거예요.”솔직히 말해 그녀는 지금까지 여이현이 화내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그녀는 줄곧 여이현이 시킨 일은 최선을 다해 완성했고 책임도 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책임이 아닌 일에선 책임지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었다.온지유는 자신이 아직도 그의 아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여이현은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담담하게 말했다.“알았으니까 나가 봐.”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여이현은 앞으로 더는 그녀에게 이 일에 관해 책임지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었다.“네, 그럼 푹 쉬세요. 식사 준비가 되면 다시 부르러 올게요.”온지유가 말했다.그녀는 밖으로 나가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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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주소영은 온지유가 연이현을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온지유가 후회하여 그녀를 데리고 오지 않으려고 했던 것도 그녀가 여이현에게 큰 영향을 끼쳐 자리를 빼앗을까 봐 그런 것 같았다.어쩐지 온지유의 태도가 변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여이현을 좋아하고 있으니 다른 여자가 끼어드는 것이 용납되지 않아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만약 온지유가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면 여이현은 평생 그녀가 여이현과 함께 밤을 보낸 여자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온지유는 어떻게든 이 사실을 숨기고 그녀를 돌려보내려 했을 가능성이 아주 컸다.처음부터 주소영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은 그녀도 처음이라 무섭고, 긴장되었지만 상대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했었다.그녀는 여이현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딱히 그를 찾아가 귀찮게 할 생각은 없었기에 그냥 작별 인사나 하려고 했었다.그러나 여이현은 그녀에게 잘해주고 다정하게 대해주며 곁에 머물게 해주었다.그런 그의 행동에서 그녀는 보호받는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알게 되었다.그래서 남기로 했다.그녀가 남기로 한 것은 어쩌면 온지유에게 일종의 위협이 될 수도 있었다.여이현은 전화를 받으러 가더니 급한 일이 생겼다며 온지유에게 말했다.“난 다른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하니까 온 비서는 그 우유를 다 마시고 있어요. 그래도 힘들면 퇴근해 푹 쉬고요.”“네, 알겠습니다.”여이현은 고개를 끄덕이곤 주소영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롤스로이스는 그렇게 대문 앞에서 사라졌다.여이현이 자신에게 인사도 없이 떠나자 주소영의 안색이 살짝 창백해졌고 씁쓸한 기분이 밀려왔다.변한 것 같았다.처음 여이현의 두 눈엔 그녀만 담겨 있었다.그러나 온지유가 나타난 뒤로 그의 두 눈엔 더는 그녀가 담기지 않았다.온지유가 그에게 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그녀는 다시 한번 온지유를 보았다.온지유는 느긋하게 달달한 우유를 마시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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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머니가 만드신 음식이 맛있다고 했죠. 그럼 많이 먹어요.”온지유는 컵을 내려놓으며 더는 그녀와 함께 어울려주지 않으려고 했다.그녀가 떠나는 이유도 여이현이 이곳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소영은 이때가 아니면 나중에 물어볼 기회가 없을까 봐 그녀가 떠나기 전에 물었다.“평소엔 제가 하는 질문에 피하지 않고 전부 대답해 주셨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전부 피하고 계시네요. 온지유 씨, 대표님 좋아하시죠? 아까 저한테 하신 말도 위기감을 느껴서 하신 말이시죠? 사실 제가 나타나질 않길 바라고 계셨죠? 저랑 대표님이 밤을 같이 보내서 온지유 씨는 엄청 불쾌하신 거잖아요!”그녀의 말에 온지유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몸을 틀었다.주소영은 자신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온지유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더는 겁 많던 소녀가 아니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죠?”온지유가 담담하게 물었다.“정말로 대표님과 밤을 보낸 건 맞나요? 주소영 씨를 찾아갔을 때 마침 나타나셨죠. 세상에 이렇게 기막힌 우연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온지유 씨는 처음부터 저를 믿지 않으셨네요.”주소영은 그녀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대체 제가 어떻게 해야 제 말을 믿어주실 건가요.”“그날 호텔로 간 것도, 함께 밤을 보낸 것도 전부 처음이었어요. 처음에 그날을 기억하기 싫었던 건 사실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상대한 남자가 대표님이란 걸 알게 된 후로 그날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했던 걸 후회했죠.”온지유는 순진하고도 성실한 주소영의 눈빛을 보았다.그녀의 두 눈을 보고 있으니 그녀가 딱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단호하게 말하는 그녀에 온지유도 더는 할 말이 없었다.“이곳에 들어온 이상 주소영 씨는 제게 믿음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대표님께 믿음을 보여줘야 해요. 대표님께서 주소영 씨를 믿는 거로 충분하거든요.”주소영이 말을 이었다.“하지만 전 대표님을 좋아하고 있어요.”온지유는 멈칫하더니 입술을 틀어 물었다.“저 대표님을 좋아해요. 어떻게든 대표님도 저를 좋아하게 만들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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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린이 아직 입을 떼기도 전에 신무열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지금 나는 이미 헤연에게 약속 했어. 남자로서 한 말은 반드시 지켜야지. 게다가 난 혜연에게 특별히 불만도 없어.”아린은 숨이 막혔다.책임감 때문에 여자를 곁에 두지 않았던 신무열. 그리고 김혜연에게는 불만이 없다는 말에 더해 김혜연이 늘 신무열 곁에 있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진심을 확인했다는 점에 속이 검게 타들어 갔다.“가까이 있는 자가 먼저 기회를 얻는다”는 말과 “오랜 시간이 지나야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참으로 딱 들어맞았다.아린의 마음은 아팠다. 그녀는 평민일 뿐이었고 김혜연과는 신분 자체가 달랐다.신무열이 원하는 건 그와 나란히 설 수 있는 우수한 여성이자 내조자였지 빈민가 출신의 이름 없는 소녀는 아니었다.아린은 여러 해 동안 큰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들 사이의 신분 격차는 변할 리 없었다.“선생님, 당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축복할게요. 당신이 늘 행복하길 바라요.”이것이 아린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고마워.”신무열도 그녀의 말에 감사를 표했다.아린은 돌아섰다.자신의 위치와 지위를 바꾸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지만 목표가 사라진 지금은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다.신무열의 거처를 벗어난 아린은 얼마 가지 않아 무리에게 가로막혔다.그녀보다 키도 크고 체격이 다부진 남자들이 점점 다가왔다.아린은 본능적으로 총을 꺼내려 했지만 상대가 더 빨랐다.총구가 그녀의 머리에 겨눠지며 차갑고 위협적인 목소리가 들렸다.“죽기 싫다면 조용히 우리 말을 듣고 따라와라!”전쟁 중 매일 총탄에 대한 공포 속에 살았던 그녀였다. 몸은 총구를 두려워하고 있었지만 여긴 신무열의 구역이었다. 그녀 같은 작은 존재가 신무열에게 폐를 끼칠 순 없었다.아린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그들의 요구에 순응했다.얼마나 걸었는지 모른 채 끌려간 곳은 작은 방이었다. 그들은 무기를 꺼내 그녀를 겨눴다.“할 말이 있으면 똑바로 하세요. 괜히 쇼하지 말고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47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혜연은 신무열을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 왔다. 그렇다면 자신이 어렵게 얻은 결과를 지키려고 해야 하는 게 아닐까?하지만 김혜연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태도였다.여인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만약 내가 무열 씨의 마음을 얻어도 정말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김혜연은 미소를 잃지 않으며 대답했다.“왜 그런 걱정을 하는 거죠? 만약 당신이 신무열의 마음을 얻는다면 그건 당신의 능력이에요. 오히려 축복해야겠죠.”김혜연이 신무열을 붙잡으려 애썼던 큰 이유 중 하나는 신무열의 곁에 다른 여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신무열의 곁에 다른 여자가 생긴다면 지금처럼 그녀도 그 관계를 축복했을 것이다.여자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그런 말로 날 속이려는 거죠? 사실은 내가 당신을 이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걱정 마세요. 당신도 곧 제 실력을 알게 될 거니까요!”김혜연은 이해했다.“선전포고라는 뜻이군요.”김혜연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그 여자는 곧장 신무열을 찾아갔다.신무열은 그녀를 보고 곧바로 시선을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날 찾아온 이유가 뭐죠?”“선생님, 저를 잊으셨나요? 저 아린이에요. 5년 전...”아린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급한 마음을 드러냈다.그 말을 들은 신무열이 그녀를 기억해 냈다. 아린은 5년 전 북부에서 온지유와 갈등을 빚었던 소녀였다. 그리고 그녀의 동생 케빈도 떠올랐다.“아린? 무슨 일로 온 거야?”신무열은 그녀를 기억해 냈지만 여전히 말투에서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의 태도에서는 큰 반가움이 보이지 않았다.아린은 신무열이 Y국을 책임지고 있으며 많은 일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그녀는 신무열과 김혜연의 결혼 소식을 듣고 발길을 멈출 수 없었다. 이 결혼식은 Y국 전체가 주목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아린은 그가 김혜연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다. 만약 신무열이 김혜연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김혜연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46화

    김혜연은 믿기 어렵다는 듯 물었다.“제가 했어도 탓하지 않는다고요?”자신의 노력이 드디어 그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은 걸까? 자신이 그의 삶에 뿌리내리고 꽃을 피우는 것을 허락한 걸까?“그래.”신무열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김혜연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물었다.“왜죠? 그건 저랑 결혼할 생각이 있다는 말인가요?”신무열은 김혜연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그동안 네가 나의 곁에서 어떻게 해왔는지 난 다 보고 있었어. 넌 정말 훌륭한 내조자였어. 지금 모든 사람들이 우리 관계를 알고 있는데 너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너에게 너무 불공평하잖아.”특히 김혜연이 모든 책임을 혼자 짊어지려고 했던 것을 떠올리면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김혜연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무열 씨가 저랑 결혼한다는 건 상상도 못 했어요. 결혼하기 싫으시다면 저 때문에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요.”“이 모든 건 제가 원해서 한 일이에요.”김혜연의 목소리는 점점 더 메말라 갔다.설령 마지막에 자신이 상처받고 죽더라도 그것 역시 그녀가 원한 결과였다.신무열은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그런 말 하지 마. 네가 나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도, 그리고 네가 나를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돼 있다는 것도 알아. 나는 네가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신무열은 그녀를 꼭 안아주며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넌 우리 결혼식이 어땠으면 좋겠어?”“저는... 잊지 못할 결혼식을 원해요.”결혼식을 떠올리는 김혜연의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했다.사실 결혼식 자체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신무열이 그녀 곁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드디어 결혼에 대해 마음을 열었다는 점이었다.“좋아.”신무열은 김혜연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는 한 번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다.결혼식 준비는 요한에게 맡겼고 김혜연이 직접 준비를 도울 수 있도록 했다.김혜연은 모든 준비에 만족하며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러 간 날, 한 여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45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비난하다니?“아버지가 틀리지 않았다고요? 하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한 번도 우리 두 형제에게 있지 않았잖아요.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주고 믿어주셨다면, 지금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겁니다!”“아버지는 언제나 고집대로예요. 여이현이 대통령 자리에 뜻이 없다고 해서, 우리를 아버지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여기고, 다른 사람을 찾아내서 아버지 말을 따르는 꼭두각시로 세뇌하려 하신 거 아니에요?”두 아들이 한마디씩 비난을 쏟아내자, 브람은 얼굴을 굳히며 각각 한 발씩 걷어차 둘을 바닥에 내리 눕혔다.“너희 머릿속에는 두부라도 들어 있냐? 내가 너희 편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너희가 저지른 짓거리만으로 진작에 끝장났을 거야, 그것도 모르겠냐?”브람은 말할수록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브람의 자식 교육은 아무도 간섭할 수 없었다.온지유는 여이현에게 슬쩍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여이현은 온지유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온지유는 여이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내란은 이제 다 정리됐고 당신 일도 다 마무리됐네. 언제쯤 돌아갈 수 있을까?”여인들 사이의 갈등도 복잡하지만 남자들 사이의 싸움은 종종 더욱 잔혹하고 피비린내 나는 법이다.여이현은 온지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이 일이 없었더라도 이틀 후엔 돌아갈 생각이었어. 괜찮아?”온지유가 불편하다고 하면 그는 더 빨리 떠날 계획이었다.“괜찮아.”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브람은 여이현이 있는 동안의 두 아들의 암살 시도를 공개하고 대통령을 선거를 통해 뽑겠다고 발표했다.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참여했으나 결국 브람이 재선에 성공했다. 브람은 화국의 방식을 따라 5년 임기를 추가했다.그의 두 아들은 개조 프로그램에 보내져 일반인의 신분으로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다.여이현은 S국이 평온을 되찾은 모습을 바라보며 온지유와 함께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신무열과 김혜연은 Y국으로 함께 돌아갔다.Y국도 현재 평화를 되찾았고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김씨 가문의 옛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44화

    지금 온지유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였다.바로 가족들의 인정과 축복이었다.브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라. 이제 더는 너와 이현이에게 방해가 되지 않겠어.”그는 여이현이 자신의 자리를 이어받아 S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되길 바랐다.하지만 여이현은 그 자리에 관심이 없었다.그는 평범한 삶을 원했다. 여이현의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그동안의 부재가 가슴에 남아 있는 브람은 아이가 고통 속에서 살아가길 원치 않았다.“감사합니다.”온지유의 뜻밖의 감사 인사에 브람은 묘한 감정이 일었다.온지유와 여이현은 부부였고 이미 5년 전부터 함께해온 사이였다. 그녀는 긴 시간여이현의 곁에 머물렀다.서로에게 운명이라 믿어왔을 것이다. 그런데도 온지유는 여전히 둘을 갈라놓으려 했던 브람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었다.특히 자신과 여이현 사이의 거리감에 더욱 가슴 아팠다.순간, 브람은 깊은 후회를 느꼈다.여이현과 온지유는 한동안 S국에 머물렀고 그 사이 여이현은 브람의 일을 돕고 있었다.그간 뜻밖에도 형과 이복형이 여이현을 암살하려 했다.다행히도 여이현은 이미 준비를 해 두었고 신무열이 미리 사람을 배치해 둔 덕분에 형제들의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형제들은 붙잡힌 후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여이현을 보자마자 끌어내려 함께 죽으려 했다.그들은 여이현을 증오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여이현은 그들의 눈빛에서 비교당하는 삶의 불행함을 느꼈다.여이현은 형제들에게 말했다.“아버지가 구해주셨을 때 저는 중상을 입어 모든 것을 알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제게 자리를 물려주려 하셨지만 전 처음부터 대통령 자리에 관심이 없었어요. 제가 원하는 건 소소한 가정일 뿐입니다.”“이곳에 온 건 단지 아버지를 돕기 위해서일 뿐이에요. 믿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지만 떠나면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 겁니다.”암살은 실패로 돌아갔다. 여이현은 형제를 해칠 생각은 전혀 없었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브람은 그들을 심하게 혼냈다. 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43화

    “그래.”브람이 대답한 후 여이현은 바로 돌아섰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브람은 이번이 여이현과의 마지막 만남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그는 여이현이 받지 않으려 해도 억지로 카드를 손에 쥐여주었다.“모두 화국 돈으로 바꿔뒀다. 너에게 주는 게 아니고 내 손자에게 주는 거다. 내가 그 아이를 너무 엄하게 대했다.”그래서인지 별이는 이렇게 오랜 시간 떠나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별이에게도 필요 없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마라. 모두 별이를 위해 모아둔 거니까!”브람이 엄숙하게 말했다.그러고는 문득 온지유를 떠올렸다.“지유와 잠시 단둘이 얘기할 수 있을까? 걱정 마. 상황이 이렇고 사람도 많은데 내가 해코지 할리 있겠느냐.”여이현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온지유를 브람 앞에 불러 세웠다.온지유는 예의를 지키며 말했다.“아버님.”브람은 여이현의 친아버지이자 별이의 친할아버지였다. 온지유는 브람을 아버님이라 부를 수밖에 없었다.브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온지유를 바라보았다.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널 죽이려 했던 나를 그리 불러주는 게냐?”브람의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온지유는 브람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누구에게나 사랑받기를 요구할 수는 없죠. 아버님이 저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아버님과 이현 씨의 혈연은 끊을 수 없는걸요.”그녀는 여이현의 아내로서 당연히 브람을 아버님이라 불러야 했다.브람은 깊은 죄책감을 느꼈다.“지유야, 솔직히 내가 이현이를 처음 찾았을 때 너희가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고 이현이는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여자라면 어떤 약속이나 의식도 없이 지나칠 수는 없으니까.”“그때 나는 이현이가 너와 이혼하고 S국에 와서 새로운 결혼을 하길 바랐어. 하지만 이현이는 원하지 않았어. 나중에 그 애가 너에게 한 모든 것을 보며 너를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 알게 되었지. 지유야, 난 이현이에게 참 못된 짓을 했다. 이제 너희가 행복하게 살기를 진심으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42화

    여이현은 말이 없었다.침묵은 곧 긍정이다. 온지유는 화가 나서 바로 여이현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세게 내리쳤다.“다시 한번 그딴 생각 하기만 해봐, 내가 직접 죽여버릴 테니까!”온지유는 진심으로 화가 났다. 5년이다. 그 긴 시간을 고통 속에서 아이를 생각하며 버텨왔다.여이현은 살아 있으면서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처음에는 정신이 돌아오지 않아 어쩔 수 없다 쳐도, 그럼 그 뒤에는?여이현은 한마디도 뻥긋하지 않았다. 그걸 떠올릴 때마다 온지유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데 이 사람은 또 같은 짓을 반복하려 하는 게 아닌가!신무열은 덤덤하게 여이현을 한번 흘겨보았다.“맞아도 싸죠. 저의 하나 뿐인 동생이 그 몇 년간 어떻게 지내왔는데 또 그 고통을 다시 겪게 하려니 말이에요. 이현 씨, 남자라면 정정당당하게 이 모든 걸 해결하고 돌아오세요.”“잘 알고 있습니다.”여이현은 자신이 완벽히 처리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온지유와 약속한 것들을 꼭 지켜야만 했다.신무열은 시선을 거뒀다. 할 말은 이미 다 했다. 남은 건 여이현 본인이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다.그렇게 여이현과 온지유는 함께 S국으로 떠났다.브람은 여이현이 홀로 돌아올 줄 알고 있었다. 온지유가 함께 돌아온 것을 본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심지어 온지유측에는 사람이 여럿 딸려있었고 화국의 군대도 동행했다.여러세력의 동원하에 내란은 작은 파도에 불과했고, 신속히 가라앉았다.가장 주요한 병력은 화국의 군대였다.여이현은 직접적으로 태도를 밝혔다.“다음에 또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될수록 내부에서 해결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화국인이고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닙니다.”여이현은 브람이 자신의 친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 뒤에도 별 감흥이 없었다. 온지유처럼 받아들이지 못할 일도 아니라고 여겼다. 여이현은 어릴 적부터 화국에서 자랐고 몸에 밴 습관도 모두 화국의 것이었다. S국의 사람들에게 있어 여이현은 밖에서 온 타국인이었다.그런 신분으로 어떻게 이 나라를 통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41화

    그 속에는 나라를 향한 것도, 브람을 향한 것도 있었다.브람이 그의 친아버지가 아니더라도 목숨을 구해 준 은혜는 갚아야 했다.온지유는 이 상황에 대한 억울함과 세상의 불공평함에 화가 났다. 거기다 여이현의 말을 들으니 더더욱 속이 무너져 내렸다.온지유는 여이현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말했다.“이현 씨가 짊어진 책임이 크다는 걸 알아. 그러니까 이번에야말로 당신 곁에 있고 싶어. 제발 나도 데려가 줘.”“절대 발목 잡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기자로서 보도를 낼게. 우리는 부부고 아이도 있잖아.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함께 해결해 나가자.”여이현은 온지유의 각오를 느꼈다. 그는 과거 자신이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 그리고 눈앞의 온지유의 얼굴도.여이현은 결국 마음이 녹아내렸다.그는 온지유를 끌어안고 가볍게 키스했다.“그래, 데려갈게. 내 곁에 있어 줘. 무슨 일이 일어나든 꼭 지켜줄 테니까.”자신의 목숨을 내주더라도 온지유만은 지키고 말 테다.S국으로 향하기로 결정했으니 신무열에게도 한마디 보고할 필요가 있었다.신무열은 온지유가 S국으로 가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이현 씨는 처리할 업무가 있어서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너는 따라갈 필요 없잖아.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별이는 어쩌려고.”여이현은 휴가를 즐기러 외국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가는 것이다. 지금의 S국은 바뀌기 전의 Y국과 같은 상황이었다. Y국에는 신무열이 온지유 손목의 푸른 구슬을 알아봐 도와줄 수 있었다 하지만 S국에는 도와줄 사람은 누구도 없다.여이현의 친아버지인 브람조차 온지유를 좋게 보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할까. 만일 돌아가서 그들이 쳐둔 덫에 걸리기라도 하면?정말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여이현 혼자서라면 탈출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온지유를 데려가는 이상 그에게는 짐이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다.“별이는 아버지가 봐주고 계시잖아요. 난... 이기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난 무슨 일이 있든 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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