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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Author: 류한나
온지유는 머리를 돌려 주소영을 바라봤다. 주소영의 당당한 모습에 그녀마저 속을 것만 같았다.

지금은 일단 할 일이 있어서 그녀는 말없이 나갔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돌아가지 못했다.

이때 회의실 문이 열리고 회의를 끝낸 여이현이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배진호는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대표님, 휴게실에 가보셔야 합니다.”

여이현은 차가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손목시계를 힐끗 확인한 그는 싸늘하게 웃었다.

그가 휴게실에 들어갔을 때 안에는 주소영밖에 없었다. 기다리다 지친 그녀는 소파에 누워 있었다.

여이현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온지유부터 찾았다. 온지유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녀가 누워 있는 소파 앞으로 가서 멈춰 섰다.

피곤했던 주소영은 눈을 감고 있었다. 물론 큰일을 망칠까 봐 잠들지는 못했다. 약간의 인기척이 느껴져서 눈을 뜨자 눈앞에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훑어보고 있는 거대한 몸집이 보였다.

그녀는 잠깐 멈칫하다가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상대가 여이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사과부터 했다.

“죄송해요...”

그녀는 부랴부랴 옷매무시를 정리했다. 여이현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녀의 습관은 온지유와 아주 비슷했다. 온지유도 잘못을 하면 일단 사과부터 했다. 그게 누구 잘못인지 따지지도 않고서 말이다.

여이현이 하도 말이 없어서 주소영은 안절부절못하며 그의 구두만 바라봤다. 그러다가도 약간 궁금해서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분위기를 풀어줄 온지유가 아직도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고는 다시 화들짝 고개를 숙였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하세요? 지, 지유 씨는 같이 안 왔나요?”

여이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되물었다.

“온 비서가 데려온 여자가 그쪽이야?”

나지막한 목소리에 주소영은 단번에 홀렸다. 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올리더니 여이현의 깊은 눈동자와 마주했다.

몸을 흠칫 떤 그녀는 남자의 이목구비에 완전히 빠져서 한참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녀는 여이현이 미간을 찌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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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 일정이 이것밖에 없어서 바로 퇴근해도 돼. 가서 물어봐야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그는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고 이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잠시 후, 차가 목적지에 도착하였고 차가 클럽 앞에 멈춰 섰다.문지원은 조마조마했다.이미 붕대를 감고 있긴 했지만 지석훈이 손을 살펴보는 도중에도 통증이 몰려왔다. ‘누구한테 관심을 받는다는 게 이런 느낌이었구나.’손이 밟혔을 때, 그녀는 단순히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까 봐 걱정되었고 자신이 괜히 다친 건 아닌지 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녀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석훈의 관심이 오히려 그녀의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나랑 강윤슬이 어떻게 되든 이 일은 나랑 관련된 일이잖아. 나 때문에 당신이 이렇게 당하는 꼴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말을 마친 그가 그녀를 데리고 룸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어보니 룸 안에는 강윤슬과 임혁수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한창 즐겁게 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갈 때, 강윤슬과 임혁수는 키스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역시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니까. 이제 좀 그만해.”“그러니까. 그리 오래 만났으면 이젠 뜸할 때도 됐잖아.”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던 지석훈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어젯밤까지도 울며불며 그한테 매달리던 강윤슬이, 그를 좋아한다고 하던 강윤슬이...이런 싸구려 진심이라니, 그가 테이블 위의 컵을 덥석 집어 바닥에 던졌다.신나게 놀던 사람들은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지석훈은 룸 안의 음악을 끄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뭐 하나만 물어볼게. 이게 뭐 하는 짓이야?”지석훈은 문지원을 손을 들어 올리며 강윤슬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더 이상 이전의 애틋함을 찾아볼 수가 없었고 분노만 가득했다. “뭐 하는 거야? 여자 친구의 억울함이라도 풀어주려고 온 건가? 그런 거라면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 네 여자 친구는 사업 때문에 스스로 다친 거야.”“그게 다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71화

    “당신이 원하는 사과가 이런 거예요?”문지원은 통증이 몰려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저쪽에 서 있는 두 사람은 별다른 반응이 없어 보였다. 이미 이런 일이 몸에 밴 듯 익숙해 보였다. “묻고 있잖아요.”문지원은 아직도 반쯤 쭈그리고 앉아 있었고 손은 여전히 강윤슬의 발밑에 밟혀 있었다.“뭐 비슷해요.”엄우정은 문지원이 이렇게까지 고집이 셀 줄은 몰랐고 결국 계약서에 대충 사인을 해줬다.이번에는 어떻게든 회사가 잘 운영될 수 있게 되었다.문지원은 두 사람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난 두 사람 사이의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요. 나랑 석훈 씨는 서로 원해서 그런 거예요.”“당신이랑 석훈 씨의 일에 대해 뭐라 평가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진심을 얻을 수 없을 거예요.”말을 마친 문지원은 계약서를 들고 자리를 떴다.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엄우정은 벌컥 화를 냈다. “그냥 이대로 끝낼 거예요? 지석훈은 원래 윤슬 씨한테 충성을 다했어요. 일편단심 당신만 바라보던 사람이 문지원이 나타난 이후부터 딴사람이 되어버렸다고요.”그 말에 강윤슬은 가여운 척 연기를 했다. “그런 말 하지 말아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닐 거예요. 그리고 문지원은 이미 벌을 받았잖아요.”화가 난 엄우정은 펄쩍 뛰었다. “왜 그렇게 착해요? 지석훈이 보는 눈이 없네요. 윤슬 씨 같은 여자를 두고 어떻게...”두 사람은 한동안 계속해서 얘기를 나누었다. 한편, 문지원은 계약서를 회사에 가져다준 뒤 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병원에 오자마자 수술하러 가는 지석훈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문지원의 손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몇 마디밖에 물어볼 수가 없었다.“왜 이래? 일단 가서 치료받고 있어. 수술 끝나면 바로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지석훈은 이미 의사들과 함께 수술실로 들어갔다.그녀는 접수를 마치고 한참을 기다린 끝에 손에 난 상처를 치료하였다. 조용한 곳을 찾아 그를 기다리고 있는데 얼마 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70화

    그 말을 들으니 침착했던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요. 하지만 이번 일은 내가 꼭 나서야 할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방법이 없고 난 이쪽의 책임자니까요.”그녀가 자신의 입장을 똑바로 밝히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더욱 날뛰게 될 것이다.그러나 상대 쪽의 명단을 확인했을 때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엄우정이었기 때문이다. 지석훈과 이렇게까지 깊은 관계가 아니었을 때, 그녀는 엄우정을 만난 적이 있었다. 엄우정은 첫 만남에서 그들을 모욕했었다.지석훈에게는 강윤슬을 좋아한다면 선을 넘는 일은 하지 말라고 했고 문지원한테는 자신의 신분을 똑똑히 알아차리라고 했다. 뭣도 모르고 날뛰다가 결국 아무것도 얻는 게 없이 비참해지지 말라고 했는데 그 당시 문지원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더 이상 이런 사람들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하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는 어쩔 수가 없었다.약속 장소로 가니 엄우정 뿐만 아니라 강윤슬도 그 자리에 있었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 있죠. 그 프로젝트에는 사인을 못할 것 같아요.”엄우정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문지원을 쳐다보았다. “왜요? 왜 사인을 할 수 없는 건데요? 뭐 문제라도 있나요?”문지원은 문 앞에 서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두 사람과 괜히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강윤슬도 엄우정도 다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 강윤슬의 처지가 딱해 보인 건 사실이지만 그건 지석훈과 강윤슬 두 사람 사이의 일이지 그녀의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기분이 안 좋아서요. 기분이 안 좋으면 프로젝트에 큰 영향이 있거든요.”“지석훈이랑 윤슬 씨의 사이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지석훈과 관계를 가져요? 이렇게 급한 일이면 차라리 지석훈을 찾아가지 그랬어요?”“이번 협력은 꼭 나를 찾아와야 한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죠?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고분고분하지도 않았겠죠.”문지원은 화가 치밀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69화

    “그 얘기는 그만하자. 정말 조사해 보고 싶다면 개인 물품이라도 확보해야 해.”“다 검사해 봐야 해. 일상생활을 담은 동영상이 있으면 가장 좋을 거야.”“그래야 판단할 수 있거든. 그렇지 않으면 다른 것들은 다 소용없어.”지석훈은 몇 마디 하고는 바로 최주하를 돌려보내려고 했다.“날 놀리려고 온 거냐? 넌? 그쪽 상황은 어떤데?”지석훈도 사람을 비웃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그 말에 최주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떠하긴. 당연히 다 정상이지. 나처럼 인내심이 있는 사람이 드물잖아.”최시후와의 싸움을 뜻하는 말이었다. 지석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그만 가. 나 이제 쉴 거야. 방해하지 말고 얼른 가. 얘기는 나중에 하자.”그는 귀찮은 듯 손을 저었다. 최주하도 별다른 얘기가 없이 어이없는 웃음만 지으며 돌아섰다.최주하가 떠난 후, 지석훈은 일어나 앉아 복잡한 표정으로 앞을 주시했다.아까 문지원이 있을 때, 그는 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려고 할 때, 최주하가 들이닥쳐 이런저런 쓸데없는 얘기를 하는 바람에 결국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였다.이제는 사람들이 다 갔으니 드디어 조용히 생각해 볼 수가 있었다. 강윤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되짚어보았다.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마음이 쓰이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자존심 때문에 이러는 건지?그러나 무엇이 됐든 강윤슬이 그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이 순간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한편, 문지원은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고 마침 비서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대표님, 지금 아주 심각한 상황입니다. 얼른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저도 뭐라 자세히 설명을 해드리리가...”전화기 너머로 비서는 우물쭈물했다.난감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집안에 문제가 생긴 바람에 회사는 지금 그녀 혼자 돌볼 수밖에 없었다.사실 문지원은 원래 회사의 임원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그녀가 회사를 짊어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68화

    그녀는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최주하를 향해 미소를 짓더니 이내 욕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문지원의 모습을 보고 최주하는 참지 못하고 지석훈을 놀리기 시작했다.“너 이 자식, 상상도 못 했어. 이렇게 여자랑 같이 있을 줄은...”“쓸데없는 얘기 그만해. 왜 찾아온 거야? 전화에서 말했던 그 사람은 또 누구고?”지석훈은 최주하와 실없는 장난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남녀 관계의 일에 대해서는 그도 확실히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강윤슬에 대한 그의 마음은 복잡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그녀를 보고 마음이 흔들렸던 건 사실이다. 가슴이 아팠고 그녀를 품에 꼭 껴안고 달래주고 싶었다.그러나 오랜 시간 상처를 받고 나니 이젠 강윤슬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몰랐고 그래서 빨리 화제를 돌리고 싶었다. 달라진 그의 표정을 보고 최주하는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래. 그만 놀릴게.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찾아온 이유는 최지후 때문이야. 전에 최지후의 곁에 사람을 붙였었잖아? 지금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최주하는 여울 쪽의 상황에 대해 그한테 대충 말해주었다. 그 당시 여울은 최지후의 변화에 대해 그한테 자세히 얘기했었다. 최지후의 상태가 좋았다가 나빴다가, 어떤 때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할 때도 있다고 했다. 예전 같았으면 다른 생각이 들었거나 잠시 고민해 봤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그래서 네 뜻은 최지후가 조현병을 앓고 있단 말이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고 검사를 받아야 해.”“다만 검사를 받으려면 많은 절차가 필요하고 본인이 직접 가야 해.”지석훈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그 얘기에 최주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최지후의 약점을 잡게 된다면 최지후를 처리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최지후가 직접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게 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그의 사람이 가까이 다가간다고 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울을 최지후에게 보내 그의 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67화

    최주하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냥 그런 사람이 있어.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그의 말에 지석훈은 자신의 짐작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내 직업이 뭔지 잊었어? 나 의사야. 이런 질문에 대해 명확하게 물어야 나도 상황에 맞는 약을 처방할 거 아니야?”“그런 그렇지만 자세하게 확인이 안 돼.”여울이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최주하는 최지후에 대해서 추측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지석훈은 이 방면에서 전문가였다. 그래서 일부러 전화를 걸어 물어본 것이었지만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아직 명확하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전화로 얘기할 문제가 아니야. 지금 어디야? 내가 그쪽으로 갈게.” 그 얘기에 지석훈은 고개를 돌리고 옆에 있는 문지원을 쳐다보고는 결국 별장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웬일이냐? 별장에서 휴식을 다 하고?”지석훈은 최주하를 무시한 채 핸드폰을 한쪽에 던져버리고 담담한 얼굴로 문지원을 쳐다보았다.“이런 얘기 말고 나한테 할 얘기 더 없어?”그가 강윤슬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강윤슬한테 끌려다닌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여자한테 매력이 없는 남자는 아니었고 그동안 그한테 다가오는 여자들도 많았었다. 다만 강윤슬을 위해 여자들을 함부로 만나지 않았고 다른 여자는 눈에조차 넣지 않았다.그런데 문지원의 모습에 그는 조금 놀랐다. “내가 한 말은 다 진심이에요. 이 관계에서 내가 손해를 본 건 아니라는 뜻이에요. 우리 둘 다 성인이잖아요.”“그러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아요. 나 먼저 씻을게요.”문지원은 침대에서 뛰어내려 지석훈의 욕실로 들어갔다. 한편, 지석훈은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사실 담배를 한 대 피울 생각이었는데 방금 강윤슬이 들이닥친 바람에 그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마음에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오랫동안 마음에 두었던 여자인데... 그러나 그동안의 굴욕과 상처로 인해 그는 이제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 가끔은 사실 지금 이대로도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이 걱정할 필요도 없고 혼자만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66화

    “지후 씨라고 불러.”여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화를 내며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그녀는 얌전히 그의 뜻에 따랐다.“지후 씨, 걱정하지 말아요. 약속은 반드시 지킬게요. 그리고 나 얌전히 있을 거고 당신 화나게 하는 일 없도록 할게요.”갑자기 그가 그녀를 내동댕이쳤고 갑작스러운 힘에 여울은 바닥에 쓰러졌다.그는 익살스러운 광대라도 보듯 웃음을 터뜨렸다. “날 화나게 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며칠 동안은 손도 치료할 생각 말고. 당신은 좀 아파야 해.”“알았어요.”여울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최시후는 빠르게 돌아섰다.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최지후는 사람이 아니었고 앞으로 그녀의 처지는 더욱 곤란해질 것이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최주하한테 2억이라는 돈을 받고 최지후의 옆에 있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앞으로 아무리 힘이 들어도 그녀는 억지로 견뎌낼 수밖에 없었다.한편, 최주하는 지석훈을 찾아갔고 지석훈은 문지원과 함께 있었다.지석훈은 여전히 기분이 안 좋아 보였고 담배를 계속 피웠다.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강윤슬 씨한테 가봐요. 강윤슬 씨가 먼저 당신한테 고개를 숙였잖아요. 난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당신이 찾아간다면 강윤슬 씨도 당신을 받아줄 거예요.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하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서로 오해를 풀고 한 걸음 다가선다면 강윤슬 씨는 분명 당신을 선택할 거예요. 두 사람한테는 좋은 결과예요.”문지원은 그한테 많은 얘기를 했다. 그를 설득하고 두 사람을 화해시키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이 말을 할 때 문지원은 가슴이 답답했다. 지금 이 순간의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지석훈은 피식 웃었다.“우리 조금 전까지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야. 당신의 생각대로라면 내가 당신한테 책임을 져야지. 그런데 강윤슬을 찾아가라고? 문지원, 당신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나랑 이렇게 헤어져도 좋아?”이 세상에서 보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65화

    여울은 최주하에 대해 자신의 태도와 충성을 표했다.그녀의 이러한 모습을 본 최주하는 반신반의하며 조롱이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나한테 충성하는 거 맞아? 돈에 충성하는 거 아닌가?”그의 말에 그녀는 조금 난감해졌다. 처음에는 정말 방법이 없어서 그랬던 것이다. 그날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최주하를 봤고 그녀는 그한테 애원했다.어쩔 수 없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지 않았다면 최주하에게 애원하지도 않았을 거고 자존심까지 다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한테 2억을 줬으니 당신은 저한테 은인이에요. 은인한테 충성을 다하는 건 제가 해야 할 일이고요.”여울은 최주하의 눈빛을 마주하지 못하였지만 자신의 입장을 확실히 표명했다.그녀를 힐끗 쳐다보던 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됐어.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하지. 최지후의 옆에 가 있어. 필요하면 내가 부를 테니까.”“알았어요.”그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여울이 막 돌아서려 할 때 그가 갑자기 그녀를 붙잡았다.“필요한 게 있거나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긴다면 바로 연락해. 숨기지도 말고 참지도 마.”“알았어요.”조금 의외였지만 그녀는 여전히 흔쾌히 대답했다. 그와 헤어지고 나서 여울은 최지후의 곁으로 돌아왔다. 최지후는 그녀가 나갔다 온 걸 진작에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자 그녀는 순순히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어디 갔다 왔어?”“잠깐 바람 좀 쐬고 왔어요.”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최지후의 앞에서 지금 그녀의 모습은 착하기만 한 강아지 같았다. 그러나 최지후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고 이내 그가 그녀의 손을 부러뜨렸다.“아악!”비명을 지르던 그녀는 믿을 수 없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당신...”내심 불안했다. 최지후가 이렇게 묻고 그녀의 손을 부러뜨린 건 최주하를 만나러 간 사실을 눈치챈 것일까?정말 최지후한테 들켰다면 오늘 그녀는 끝장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울은 더 이상 변명하지 않았다. 최지후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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