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침묵하다가 전동하는 문득 얼굴을 들면서 여느 때처럼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박 대표님이 꽃을 선사했다면서요?”커피를 들었던 소은정의 손이 살짝 굳어졌다.이 일을 그가 다 알고 있다고?정말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 옆에 간첩이라도 파견한 듯싶었다.그는 눈을 깜박이면서 말했다.“이 비서가 보내왔어요, 이미 우연준한테 넘겼어요.”번거로움을 덜기 위해서였다.전동하는 웃으며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우 비서가 골치 아프게 되었네요.”소은정은 마지못해 어깨를 으쓱거렸다.그녀는 꽃 때문에 박수혁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모두가 평화로운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동하는 그녀의 고운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말했다.“걱정 말아요, 내가 가서 얘기할게요. 소은정씨를 난처하게 안 할게요.”사실 그들이 함께 있을 때부터 모두 소은정이 박수혁을 상대했다.어쩌면 소은정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지만 전동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오히려 박수혁의 함정에 빠져들기 때문이었다.만약 그가 계속 소은정의 뒤에 숨는다면 박수혁은 그를 더 경멸할 것이었다.전동하는 박수혁이 자신을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소은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녀는 “얘기할 게 뭐가 있어요? 그와 아무 상관 없어요.”라고 말했다.그것은 그녀의 생각이었으며 이미 수없이 말했다.전동하는“자랑하러 갈래요, 그를 약 올려야지…”라며 말했다.소은정은 "당신이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라고 말했다.두 사람은 오랜 시간 동안 웃으면서 떠들어댔고 저녁도 우연준이 시켜준 음식이었다.우연준은 사무실에서 데이트하는 커플은 처음 보았다.정말 이해가 안 되었다!마이크는 도서관에서 잠을 자고 깨어나 전동하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를 데리러 오라고 했다.전동하는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그는 옷을 집어 들고 소은정을 돌아보며 말했다.“같이 갈래요?”소은정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오늘 저녁에 아버지가 요리를 하셔서 집으로 돌아가야 돼요.”전동하
전동하의 공손한 질문에 이한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잠시만요….”그렇게 말하고 그는 문을 두드리며 박수혁의 사무실로 들어갔다.박수혁은 차갑고 엄숙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쳐다보며 회의 중이었다.업무 중에 방해를 받은 그는 매우 불쾌했다.싸늘한 눈빛으로 이한석을 훑어보았다.이한석은 눈치를 보며 입모양으로 “전동하”라고 말했다.순간 박수혁의 눈이 움츠러들었다.그는 회의를 프랑스어로 간단히 끝내고 아예 컴퓨터를 꺼버렸다.“말해.”이한석은 한숨을 돌렸다. ““전 대표님이 대표님 스케줄을 여쭤봅니다.”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박수혁은 기꺼이 상대를 기다리게 했을 것이다.하지만 전동하는 달랐다, 1분만 기다리라고 해도 그는 가버렸을 것이다.박수혁의 눈은 차가웠다.그는 손을 뻗어 탁자 위의 담뱃갑을 집어 들고 불을 붙였다.담배를 물고 자세를 고치더니 말했다. “들여보내.”이한석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났다.어쩐지 박수혁은 갈수록 담배에 중독되는 것 같았다.전동하는 항상 온화하고 겸손했다, 누구를 상대하든 한결같았다.그래서 박수혁이 어떻게 자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든, 화를 내든 전동하는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유지했다.“대표님, 오래만입니다”박수혁은 셔츠의 첫 단추를 거칠게 풀었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손안의 담배를 껐다.“감히 저를 만나러 올 줄은 몰랐습니다만?”전동하가 소은정에게 가까이 다가갈 때 박수혁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뜻대로 되지 않아 아쉬웠다.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았다.전동하는 평온한 얼굴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보니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어색했다.“전, 여자친구를 대신해 그녀의 마음을 전하려고 온 겁니다, 꽃다발 같은 거 그만 보내라고 하더군요, 다른 사람 오해하게 만들지 말라고, 서로 불편하니까.”전동하는 차분하게 말을 마치고 험상궂은 박수혁을 바라보았다.“누구를 대신한다고요?”그의 목소리는 대단히 차가웠다.마치 질문에 대한 답을 잘못하기라도 한다면 바로 지옥으로 보내 버릴 기세였다.공기가 무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일촉즉발이라 할 정도로 차갑고 딱딱했다.전동하도 웃음을 거두었다.“절 건드린다고요? 그럼 은정씨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요?” 지난번에 SNS에서 이미 소란을 피웠다, 그래서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의 관계가 틀어질 뻔했다.박수혁의 검은 눈이 움츠러들었고 차가워졌다.“알고 있습니다, 전기섭이 당신을 찾아와 나에 관한 모든 것을 말해준 것을.”“그거 때문에 여기에 온 것이었군요.” 수혁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박수혁은 갑자기 깨달았다.전기섭은 확실히 그를 찾아왔다.전인 그룹을 탐내지 않는 사람은 없다.그는 전인 그룹의 세력이 두려웠다, 그러나 전기섭을 마주하고 그가 얼마나 멍청한지를 알게 되었다, 그는 똑똑한 전동하와 완전히 달랐다.그가 자진해서 집에 오겠다고 했고 박수혁은 당연히 그것을 막을 이유가 없었다.몇 마디 말로 전기섭을 통찰했다, 정말이지, 이런 자가 어떻게 그 자리에 앉아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생각은 없었지만 독하긴 했다.간단하게 말하자면 전기섭은 척을 잘했다.박수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전동하를 바라보다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소은정에게 그쪽이 어머니를 죽였다고 말할까 봐 겁이라도 나는 겁니까? 누가 알까 봐? 당신의 추악한 면모를 더 이상 감추지 못할까 봐?” 그는 한바탕 비웃으며 차갑게 말했다.전동하는 안색이 굳어지더니 다시 웃었다. “전기섭이 꽤 많은 것을 얘기했군요.”“그것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위층에서 밀어버렸고 그래서 당신은 쫓겨났고 더 이상 상속권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죠. 전 대표님, 진짜 몰라보겠어요, 어떻게 이렇게 태연하게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을 하는 것입니까?”박수혁은 이 일을 알게 된 후 소은정이 전동하에게 완전히 속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는 빨리 그녀에게 전동하의 진짜 얼굴을 알려주고 싶었다.하지만 오한진은 때가 아니라며 말렸다.이 일들은 그가 보낸 사람들이 조사하지 못한 일들이며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저 멍청한 전기섭은 모든 것을
전동하는 웃는 얼굴에 싸늘한 빛을 띠었다.다행히 숨을 돌렸다, 목적은 달성했으니 가도 될 것 같았다.그는 느릿느릿 일어서서 말했다.“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은정씨가 걱정하고 있을 겁니다.”그는 박수혁의 살인적인 시선을 무시하고 일어섰다.그를 향해 천천히 웃었다.박수혁은 이 말에 자극받아 눈썹이 심하게 떨렸고 눈동자에 살기가 띄었다.전동하는 겁도 없이 자신의 한계를 건드리고 있었다.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몸의 피가 역류하여 분노가 극에 달했다.탁자를 사이에 두고 전동하의 멱살을 졸라매고 앞으로 잡아당기더니 주먹을 휘둘렀다.“전동하, 기다려, 절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전동하의 입가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그는 손을 뻗어 입가의 피를 가볍게 닦으며 박수혁을 향해 웃었다.전동하는 화가 나지도 않았고, 반격하고 싶지도 않았다.이렇게 나올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안녕히 계세요, 대표님.”전동하는 박수혁을 한 번 보고 돌아서서 분위기가 가라앉은 사무실을 떠났다.전동하의 뒤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이한석은 얼굴이 부은 전동하가 담담하게 걸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전동하가 눈가에 웃음을 머금고 있는 것 같았다.마음이 불편했다.맞았는데 저렇게 아무렇지 않다고?문득 그의 머릿속에 두 글자가 스쳐 지나갔다.계책?저택.소은정이 저택으로 들어왔고 깜짝 놀랐다.한시연이 온 건가?소은해는 고분고분하게 집사의 뒤를 따라다녔다.소은정이 들어가자 소찬식은 그녀를 불렀다.“왜 이제 돌아온 것이냐?”모두가 그녀에게 웃으며 반기자 소은정은 이상했지만 이내 반갑게 한시연에게 인사를 했다.“시연 선배가 왔다고 미리 알려라도 주시지, 빈손으로 왔는데…” 한시연은 웃으며 말했다. “별말씀을, 선물 챙기러 온 것도 아닌데.”소은호가 그녀의 어깨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걱정 마, 네 몫은 셋째가 챙긴 거로 할 테니.”소은해가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나왔다.“너무 한거 아니야?”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두 사람은 어렵게 이 자리까지 왔다. 한유라의 사건만 제쳐두고 보면 두 사람은 그야말로 천생연분이었다. 그녀는 소은호의 여동생이다. 그녀는 소은호를 항상 1순위로 생각한다.그가 좋아하고 기뻐하는 일이라면 두 손들고 찬성했다.소은호는 한시연을 어쩔 수 없다는 눈길로 쳐다보았다. 약혼식은 한시연의 뜻인 것 같다.소찬식은 소은정의 말을 찬성했다. “그러니까, 나도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안에 이렇게 기쁜 일이 얼마만인지 모르겠구나. 결혼식을 올리면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도 내가 다 해줄 수 있어!”소찬식은 자신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말했다.고개를 숙이고 웃는 한시연은 쑥스러운 듯 눈썹을 조금 아래로 내려뜨렸다.“결혼은 급하지 않아요.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도 많아요. 결혼식을 올리려면 시간도 많이 들고, 일을 잠시 쉬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급한 일을 마무리하고 결혼 준비를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한시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투와 몸짓 하나하나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마치 봄바람을 맞는 기분이었다.소은호가 왜 한시연에게 만 푹 빠졌는지 알 것 같았다.이것이 바로 운명인가?소찬식은 미간을 찌푸리며 설득할 말을 생각하고 있다…소은정이 웃으며 소찬식의 팔짱을 꼈다. 한시연을 도와 말했다.“아빠, 언니 일이 바쁜 것이 아니라 아마 오빠 업무가 바빠서 그래요. 회사 업무를 저 혼자 처리해도 괜찮겠어요? 저도 급하게 처리해야 되는 업무도 있어 오빠 도움이 없으면 안 돼요. 만약 오빠의 결혼식을 망치면 저 언니 얼굴 미안해서 어떻게 봐요…”한시연은 결혼식을 미루는 원인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소찬식은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그녀를 설득할 것이다.소은정은 결혼식을 꼭 해야 되는 원인을 찾지 못해 한시연을 도와준 것이다.한시연은 그녀를 향해 고맙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소은호가 기침을 하며 쐐기를 박았다.“그러니까, 우리 동생 빨리 업무에 더 힘써줘.
김하늘에게 새로운 남자가 없다는 사실을 소은정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소은해의 마음을 받아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소은정은 잘 생각하고 결정해야 된다고 알려주었다.이 사실을 소은해에게 말할 수 없다.소은해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래. 잘 하고 있네. 우리 미래 형수님께서 좋아하는 연예인을 약혼식 게스트로 초대할게요. 저의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연예계에서 그는 든든한 거물이다.한시연은 기쁨에 찬 눈길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말했다.“정말요? 유준열! 저 유준열 좋아해요!”오호?그 기생오라비?소은정은 주먹을 쥐고 눈에서 빛이 반짝반짝하는 한시연을 쳐다보았다.“유준열, 우리 아기 너무 귀여워요. 가능할까요?”소은해가 사악하게 웃었다. 그가 우쭐거리는 표정으로 말했다.“당연히…”그가 고개를 든 순간, 소은호가 경고의 눈빛을 보내왔다. 그는 하려던 말을 삼켰다.“당연히… 안 되죠!”반짝거리던 한시연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어렵나요?”소은해의 직급으로 한창 잘나가는 신인 스타를 초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데?소은해가 멋쩍은 웃음을 터뜨렸다.“유준열 씨가 요즘 유명한 작가 대본을 받고 합숙을 시작했어요. 합숙장소에서 나오기 어려울 거예요.”한시연은 한숨을 쉬었다. 예쁜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가득했다.“아쉽네요. 유준열 씨에게 제 말을 전달해 줄래요? 촬영 열심히 하고 제가 많이 응원하고 있다고요. 이제 크면…”이제 크면?소은해와 소은정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왜 위험한 냄새가 날까?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소찬식은 이 분위기에 끼고 싶지 않아 머리를 받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머리가 아파서 쉬어야겠어.”젊은이들의 대화에 함부로 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소은호가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다 크면 어쩔 건데? 나보다 좋은 것 같아?”한시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냥 해본 말이야…”소은해와 소은정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황막한 장소에서 빨
두 사람이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하고 전동하는 시시각각 그녀에게 연락을 보냈다.밥도 잘 챙겨 먹고, 휴식도 하고, 커피를 적게 마셔라는 문자를 자주 보냈다.소은정도 그의 문자를 확인하며 제때에 답장을 했다. 업무가 바쁜 날에는 그냥 지나치기도 했다.전동하는 한 번도 화를 내지 않고 5분에 한 번씩 문자를 보내왔다.그녀는 이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이 되었다.하루 종일 조용한 전화에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전동하의 문자를 찾아보았다. 그가 먼저 보낸 메시지만 가득했다.그녀는 채팅창에 글을 썼다.“뭐 하고 있어요?”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전화를 걸어야겠어!몇 초 후.전화가 연결되었다.“예쁜 누나, 보고 싶어요…”귀여운 마이크!소은정이 웃으며 말했다.“누나도 마이크 보고 싶어. 왜 네가 전화를 받아? 아빠는?”마이크는 한참을 망설였다.“아빠 폭행당해서 많이 아파요. 당장 죽을 것 같아요!”마이크의 말에 소은정은 깜짝 놀랐다. “폭행을 당했다고?”마이크의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많이 다쳤어요. 곧 죽을 것 같아요!”소은정의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하루 종일 연락이 없는 이유를 알았다.그녀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 미리 연락하지 않은 자신을 탓했다.“어디에 있는 거야. 내가 지금 갈게…”“네. 예쁜 누나. 어서 저를 데리고 나가줘요. 아빠가 진짜 죽으면 저는 누나와 함께 살아도 돼요?”마이크는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아빠가 죽으면 많이 슬프겠지만 예쁜 누나와 함께 살면 많이 슬프지 않을 것 같아…허약한 몸으로 침대에 누운 전동하는 마이크의 말을 빠짐없이 듣고 있었다.그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화를 내지 않으려고 참고 또 참았다.아이의 생각과 신념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마이크를 교육했다.그는 참지 못하고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몽둥이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야!소은정은 전동하가 죽는다는 말에 마음이 조급해졌다.그녀는 더 생각할 겨를 없이 휴대폰만 손에 쥐고 달려갔다.우연준은 그녀의
방안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소은정은 전동하의 숨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전동하를 가만히 지켜보니 콧등이 시큰해났다.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역시 뜨거웠다.그녀가 손을 가져가려고 할 때, 갑자기 나타난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헙.그의 커다란 손이 그의 체온처럼 뜨거웠다.소은정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깼어요?”그를 놀랠까 봐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전동하의 말라비틀어진 목소리는 사막에 있는 모래알 같았다.“여긴 어떻게 왔어요?”소은정의 눈시울이 빨갛게 되었다.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그가 입술을 만지며 말했다.“전화를 걸었는데 마이크가 받았어요. 열이 난다고 해서…”전동하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괜찮다고 웃어 보이며 그녀를 위로했다.“괜찮아요. 걱정시켜서 미안해요. 그래도… 이렇게 저를 보러 와줘서 기뻐요.”“잠시만요. 제가 의사에게 전화를 걸게요.”소은정이 그를 위안했다.전동하는 그녀의 행동을 막지 않았다.전동하는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눈을 뜰 힘도 없는 것 같았다.그녀는 누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물어보았다.“누가 당신을 이렇게 만들었어요?”전동하는 힘겹게 눈을 뜨고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괜찮아요. 일부러 때리지 않았어요. 그냥 조금 화가 났을 뿐이에요.”“화가 난다고 사람을 때려요? 풍선도 아니고. 대체 누구예요?”전동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녀를 쳐다보았다.소은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적이 몇 명인 거예요? 전기섭 아니면 박수혁이겠지. 제가 전화를…”전동하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은정 씨…”그의 쉰 목소리에서 아픔이 배어 나왔다.“박 대표님 이미 많이 봐주셨어요. 저 괜찮아요…”화가 난 소은정은 몸을 떨었다.“왜 사람을 때려? 박수혁 진짜 미쳤어!”박수혁 이렇게 기본도 안되는 사람이었어?전동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