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78화 이제 끝이야

이한석의 말에 바로 전화를 끊은 박수혁은 소은정의 본가를 향해 달려갔다.

대학교 때 잠깐 취미로 레이싱을 한 뒤로 이렇게 빨린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정작 소은정의 집에 도착하니 박수혁은 오히려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살짝 떨리는 손으로 다시 소은정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휴대폰은 이미 꺼진 상태였다.

순간 치밀어 오르는 화에 박수혁은 주먹으로 핸들을 내리쳤다. 귀를 찌르는 듯한 경적 소리가 적막한 밤 하늘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에 잠자리에 들려던 집사 또한 깜짝 놀라 문 밖의 CCTV 영상을 확인했다. 익숙한 랜드로버, 박수혁이 온 것이었다.

하지만 차마 바로 문을 열지 못하고 부랴부랴 소은정의 방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소은정은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았는지 소호랑이 꼬리를 흔들며 집사를 맞이했다.

“아가씨, 박수혁 대표님이 오신 것 같습니다.”

집사의 말에 소은정이 코웃음을 쳤다.

“신경 쓰지 마세요. 앞으로도 박수혁은 집에 들이지 마시고요.”

그녀에게 상처를 준 남자긴 했지만 그래도 정정당당한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모습도 전부 연기였던 건가?

전동하를 건드린 것도 싫었고 괜히 그녀까지 피해를 입은 것도 싫었고 이렇게 추잡한 방법까지 사용하는 박수혁이 싫었다.

소은정의 말에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일찍 주무세요, 아가씨.”

집사가 방을 나서고 저택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적막에 잠겼다.

갑작스러운 경적 소리에 역시 깜짝 놀란 박수혁이 조심스럽게 저택 분위기를 살폈다. 하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박수혁은 씁쓸한 마음에 입술을 깨물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는 걸까? 분명 소은정이 저 집 안에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소은정과 끝났다는 생각에 차가운 기운이 발끝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밤새, 박수혁은 눈 한번 붙이지 못한 채 소은정의 집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른 아침, 박수혁이 수염이 자라 까칠한 턱을 만지작거리던 그때 굳게 닫혔던 저택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