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기록과 계좌이체 기록을 첨부한 구박사는 모든 기록은 100% 진실이며 조작의 흔적이 있는지 여부는 전문가에게 의뢰해 봐도 된다며 장담했다.구박사는 돈이 아무리 좋다지만 이토록 더러운 일까지 해야 하나에 회의감과 죄책감을 느껴 폭로를 결심하게 되었으며 자비를 베풀어 법적 책임을 물지 않은 소은정 대표에게 감사함과 동시에 앞으로 이 SNS 계정은 영원히 폐쇄하겠다고 선포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구박사가 덧붙인 말은 이러했다.“천벌받고 싶지 않으면 착하게 사세요!”비록 주어를 밝히진 않았지만 그 말의 화살촉이 가리키는 바는 분명했다.한때 목걸이를 훔치고 마카오에서 원정 도박까지 박예리는 재벌 2세들 중에서도 문제아로 손꼽히는 인물 중 하나였다.이 폭로글로 인해 그녀의 많은 흑역사들이 다시 재조명되었고 소은정과 박수혁의 결혼생활 파경 또한 시누이인 박예리의 박해가 한몫 하지 않았냐는 추측까지 생겨났다.하지만 대중들이 가장 분노하는 점은 바로 돈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 사람을 이렇게 매장할 수 있는 이 사회의 시스템과 이를 주도한 자의 추악한 인성이었다.역시나 폭로글이 업로드되고 댓글수는 1시간 만에 10만 개를 초과했다.“하, 돈 지X도 정도껏 부려야지.”“누가 데려갈지 불쌍하다.”“피해자가 소은정 대표라 다행이지 다른 사람이었어봐. 아예 사회에서 매장됐을 거 아니야. 끔찍하다.”“쟤는 전 올케한테 무슨 억하감정이 있어서 저런대? 자기 오빠가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 콩가루 집안이네...”...재벌 2세,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의 질투와 시샘이 따르는 신분이다. 그런데 이런 사고까지 쳤으니 대중들이 분노할 수밖에. 물론 다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지만.흥미진진한 얼굴로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소은해가 화방으로 향했다.“이게 네가 생각한 반격이야?”대중들의 반응이 어떨지는 안 봐도 비디오, 소은정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어때? 반응들?”“내 동생이지만 진짜 무섭다...”고개를 돌려 소은해를 흘겨보던 소은정이 다시 물었다.“반응
박수혁의 본가.휴대폰을 바라보던 박예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배은망덕한 “퍼펙트 구박사”가 그녀를 배신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평소 박수혁 앞에서 보여줬던 얌전한 이미지가 박살났을 걸 생각하니 온몸이 저려왔다.어떡하지?박예리는 바로 구박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상대방은 전화를 끊어버린 것도 모자라 아예 전화를 꺼버렸다. 마음이 급해진 박예리가 구박사에게 DM을 보냈다.“얼마면 되겠어? 당장 올린 글부터 지워!”잠시 후 구성호의 답장이 도착했다.“앞으로 착하게 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당신이 주는 더러운 돈은 안 받을 테니까 다시 연락하지 마세요.”적반하장의 말투에 박예리는 휴대폰을 내팽개쳤다. 착하게 살기는 개뿔! 분명 소은정 그 계집애가 더 높은 가격을 부른 거겠지.이때 집사가 박예리의 문을 두드리고 순간 박예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문을 열었다.박예리의 모습에 집사가 한숨을 내쉬었다.“대표님께서 전화주셨습니다. 외출하지 마시고 얌전히 기다리시라네요.”집사의 통보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박예리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휘청거렸다.오빠가 날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복잡한 머릿속에서 유일하게 생각하는 건 할아버지뿐이었다.내 편을 들어줄 사람은 할아버지뿐이야.여기까지 생각이 닿은 박예리는 비틀거리며 서재로 달려갔다.“할아버지...”비록 먼저 제안한 건 박예리 그녀였지만 결국 박대한의 동의가 있었기에 실행이 가능했었다. 댓글 알바를 매수해 루머를 퍼트린 건 그녀였지만 각 언론사들의 이사들에게 바람을 넣은 건 박대한이었으니까.마치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는 큰 칼 하나가 박예리를 노리고 있는 느낌이었다.“할아버지...”서재로 달려간 박예리는 그동안 백화점 직원으로 일하며 얼마나 많은 갑질을 받았고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설명했다.그 모습에 박대한도 흔들렸지만 박수혁만 생각하면 괘씸함이 밀려왔다.매일마다 직원 편에 이사 사임서를 보내는 박수혁에게 박예리를 한번만 용서해 줘라 머리를 숙일
제대로 비아냥거려주긴 했지만 소찬식은 여전히 속이 풀리지 않았다. 나름 소찬식보다 어른인 박대한을 배려해 이 정도로 말한 것이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예 쌍욕을 내뱉었을지도 모른다.소찬식의 말에 박대한 또한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예리가 아직 철이 덜 들었어. 이번 기회에 내가 책임지고 제대로 혼내겠네. 그래서 말인데 부탁 하나 해도 되겠나?”“회장님께서 저한테 부탁할 일이 있을까요?”소찬식의 말에 담긴 거절을 눈채지지 못했는지 박대한은 말을 이어갔다.“은정이더러 인터넷에 해명글을 올리라고 하면 안 되겠나? 모든 건 다 오해였다고 예리도 이미 용서했다고 말이야. 이게 다 전동하 대표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닌가? 전동하 대표만 아니었다면 우리 두 집안의 이름이 언급되는 일은 없었을 거 아닌가...”하지만 소찬식은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박대한의 말을 끊어버렸다.“박 회장님, 손녀분이 저지른 더러운 일들 다시 제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습니다. 은정이더러 억지로 사과를 받아들이라 강요하고 싶지도 않고요. 정말 억울하다면 폭로글이 조작이라는 증거를 다시 인터넷에 올리라고 하세요. 요즘 젊은이들은 다들 그렇게 싸우는 것 같던데요? 그리고... 박 회장님, 지금 이 일 저희가 명예훼손으로 소송 걸어도 할 말 없으신 건 알고 계시죠? 그럼 알아들으신 걸로 알고 이만 끊겠습니다.”말을 마친 소찬식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차가운 연결음을 한참 동안 듣고 있던 박대한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그쪽 집안에 뭘 바라는 건 힘들 것 같아. 잘하면 소송까지 걸겠던데?”이런 푸대접은 오랜만인지라 박대한은 화가 치밀었다.앞으로 이사직에서까지 물러난다면 박대한이 뒷방 늙은이가 되었다고 이제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 그 누구도 그를 제대로 봐주지 않을 거란 생각에 가슴이 더 답답해졌다.2, 30년 전에는 내 눈도 제대로 못 쳐다보던 것들이 감히...한편 박대한의 말에 박예리는 바로 울먹거리기 시작했다.“그럼 어떡해요. 진짜 경찰에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해 진심어린 반성이 아닌 변명부터 앞서는 동생의 모습에 박수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이런 것도 내 동생이라고...하지만 박예리의 눈물바람에 마음이 약해진 박대한이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뭐 하자는 거야? 예리는 네 하나뿐인 동생이야. 게다가 좋은 마음에서 그런 거라고 하잖아. 고작 이런 일 때문에, 소은정 그 아이 때문에 가족한테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순간, 서재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이렇게 다 마음에 안 들면 호적에서 이름 파고 네가 우리 집에서 나가! 누가 알아? 그렇게까지 하면 소은정 그 애가 널 한번이라도 봐줄지?”박수혁이 박대한의 권력의 줄을 끊어버리려 하는 판에 박대한도 더 이상 박수혁을 오냐오냐 해줄 수 없었다. 정 안 된다면 다른 대표를 선임하면 그만이다. 그 동안 들인 시간과 공이 아깝긴 하지만 아무리 아까워도 이대로 평생 뒷방 늙은이로 늙어가는 것보다 나으니까.박대한의 엄포에도 박수혁은 흔들리지 않았다.“할아버지만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안 성을 소씨로 갈아치워도 딱히 상관없습니다.”박수혁의 말에 박대한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이런 호로자식을 봤나! 우리 집안을 말아먹기로 작정한 거냐! 널 차기 대표로 정한 내가 바보였어!”온몸을 부들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선 박대한은 옆에 있던 지팡이를 들어 박수혁을 향해 던져버렸다.화가 정말 머리 끝까지 난 박대한이 진심어린 분노를 담아 던진 지팡이는 그대로 박수혁을 향해 날아갔지만 박수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퍽!”몇미터를 날아간 박대한의 지팡이는 그대로 박수혁의 이마를 명중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이마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분명 피할 수 있었지만 피하지 않았는 박수혁의 모습에 박예리의 눈이 커다래졌다.하지만 박수혁의 차가운 분위기에 차마 다가가지도 못했다. 순간,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아득한 적막이 이어지고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박수혁의 기세에 박대한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어쩌면 박수혁은 더 이상 그의 손바닥 안에
박수혁의 말에 박대한마저 움찔하고 말았다.그저 인터넷에서 떠도는 폭로글 따위 며칠 욕 몇 마디만 먹으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태한그룹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줄이야.정말... 내가 늙긴 한 건가...순간 박예리의 편을 들어줬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박대한은 자신이 태한그룹의 대표였던 때를 다시 떠올렸다. 당시에도 태한그룹은 이미 굴지의 대기업이었지만 동종 업계의 라이벌들이 우후죽순 밀려들 때라 경쟁이 아주 치열했었다.하지만 박수혁이 태한그룹을 이어받고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박수혁은 천재적인 수완으로 태한그룹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단 몇 년만에 태한그룹에게 대한민국 1위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주었다.하지만 이번 사건은 몇 년간 탄탄대로를 걸어오던 박수혁에게도, 태한그룹에게도 크나큰 충격이었다. 단순히 오늘 주가가 떨어진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대중들에게 갑질 대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었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될 따름이었다.박수혁의 설명에 박예리의 안색이 더 창백해졌다. 이제 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쫓겨나게 생겼으니 불안할 따름이었다.하지만 박수혁의 응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경호원들 올려보내세요.”전화를 끊은 박수혁이 다시 차가운 시선으로 박예리를 노려보앗다.“박예리, 오늘부터 넌 우리 집안 사람 아니야. 다시는 집에 들어올 생각하지 마. 돈은 나름 챙겨줄 거니까 한국을 떠나. 그 돈으로 죽든 말든 알아서 살아. 알겠어?”물론 돈이라고 해봤자 박예리의 평소 용돈 정도만 챙겨줄 생각이었다.사실 박예리를 집에서 내쫓고 백화점 직원으로 일하게 한 건 단순히 벌을 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밑바닥에서부터 일하며 돈의 소중함과 시장의 흐름을 느끼길 바라서였다.비록 태한그룹 대표는 박수혁이었지만 언젠가 박예리도 한 사람 몫은 하긴 바랐으니까.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박예리가 밖에서 배워온 것이라곤 추잡한 수작뿐이었다.잠시 후 2층으로 올라온 경호원들이 울고 불고 난리를 치는 박예리를 아예 들어버렸다. “오
저택을 나선 박수혁은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여론의 공격을 받고 있는 태한그룹은 여러모로 위기였다.소은정과 박수혁의 불행했던 결혼생활을 다시 끄집어낸 것은 물론 박예리의 여러 갑질과 흑역사에 관한 폭로글들이 끝도 없이 쏟아졌다.그리고 박예리가 지금까지 저질렀던 악행들은 부메랑이 되어 태한그룹의 이미지를 갉아먹고 있었다.이번 해, 태한그룹도 여느 그룹들처럼 크고 작은 위기를 겪었지만 오늘처럼 주가가 바닥을 친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평소 이러한 위기에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하던 박수혁이 이번만큼은 왠지 덤덤한 모습이자 다른 직원들은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주가가 최저치로 장을 마감할 무렵에서야 태한그룹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발표했다.태한그룹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정면 돌파, 새로운 스캔들로 대중들의 시선을 돌리는 게 아닌 태한그룹의 명의로 박예리 대신 소은정에게 사과글을 올렸다.비록 박예리가 개인적으로 저지른 일이며 태한그룹은 전후 과정에 대해 까맣게 모르고 있었지만 박예리는 누가 뭐라 해도 태한그룹 초대 CEO의 손녀이자 현 대표의 여동생이다. 박예리 개인의 잘못이라며 태한그룹은 발을 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홍보팀은 이번 사건의 자초지종을 단 한 치의 거짓없이 서술했으며 재벌 2, 3세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는커녕 자본에 의지해 갑질을 일삼았던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으며 앞으로 소은정과 SC그룹이 원하는 보상 조건을 전부 수락할 것임을 약속했다.사과문이 업로드되고 대중들은 또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태한그룹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1위 그룹, 태한그룹이 흔들리면 대한민국 경제 자체가 흔들린다는 걸 대중들도, 태한그룹 임직원들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의 그룹이라면 그룹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선을 긋거나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음으로서 이 사실이 대중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지길 기다리는 걸 선택하는 게 대부분이었다.하지만 오히려 태한그룹의 정면돌파에 대중들의 분노는 점차 수그러들기 시작했다.한편, 사과문을 업로드한 뒤 드디
태한그룹의 위기가 일단락된 뒤 눈치 빠른 네티즌들은 박수혁이 자신의 “몰카”에 좋아요를 누른 걸 발견했다.박수혁과 소은정의 팬이 업로드한 사진으로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받을 때 찍은 것이었다.사진 속 박수혁은 그레이톤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차분한 회색이 박수혁의 차갑고 날카로운 분위기를 더 부각시켜주었다. 그리고 깍지를 끼고 있는 왼손 무명지에는 싱글 반지가 끼어져있었다.소은정이 좋아하는 반지-화려한 싱글을 의미하는 반지를 결혼반지 자리에 착용한 것이었다.그때 당시에는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던 때라 일부러 조작한 사진이라 말할 수도 없었다.언제나 소은정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일부러 좋아요를 누른 박수혁이었다.그리고 박수혁은 개인 SNS 계정으로 태한그룹 공식 계정이 업로드한 SC그룹 홍보 글귀를 공유했다. 박수혁이 직접 홍보에 나서자 SC그룹의 매출은 바로 신기록을 돌파했다.워낙 핫 시즌이라 태한그룹 또한 신제품 출시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이번 사건을 의식해서인지 자회사 제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SC그룹과 태한그룹은 왠지 떼어낼 수 없는 커플과 같은 관계가 되어버렸고 오히려 태한그룹의 매출까지 올라가는 윈윈의 효과를 이루었다.거대한 위기 앞에서 박수혁의 뛰어난 위기대처능력으로 태한그룹은 이미지를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박예리와 태한그룹을 완전히 분리해내는 쾌거를 이루었다.태한그룹의 주식은 천천히 정상 수준으로 올라갔고 SC그룹의 주가마저 상승세를 기록했다.적어도 반 년은 휘청일 거라 생각했던 사건이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마되자 업계의 다른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태한그룹, 회의를 마치고 다른 직원들은 자리를 뜨고 오한진과 이한석만 남아 자리를 지켰다. 조명을 등지고 있어 박수혁의 표정을 확인할 수 없는 터라 두 사람 모두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대표님, 인터넷 여론은 이미 통제되었습니다. 이때 SC그룹에서 대응 한번만 해도 좋을 텐데요.”
이럴 때 더 공격을 날려 박한 이미지를 쌓을 바에야 이쯤에서 끝내는 게 맞았다.게다가 SC그룹의 신제품 홍보를 대신 해주는 성의가 담기다 못해 비굴하기까지 한 신박한 사과방식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한편, 소은해는 소은정이 차분하게 신제품 재고나 충분하게 준비해 두라고 말하는 걸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그냥 이렇게 넘어간다고? 박수혁이 이렇게까지 했는데 그냥 이대로 넘어가도 괜찮겠어?”소은해의 질문에 소은정이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당연하지...”“여자 마음은 갈대라더니 진짜 이해가 안 된다. 어제까지만 해도 박수혁을 밟아버릴 것처럼 굴더니 오늘은 왜 이렇게 웃는대?”사실 소은해는 박수혁을 있는대로 몰아붙여 박수혁이 소은정 앞에서 무릎까지 꿇기를 바랐었다.그리고 그 사진을 찍어 SNS에까지 올려 진짜 개망신을 주려던 계획이었는데 이대로 끝난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분이 풀리지 않았다.하지만 아직도 흥분한 소은해와 달리 소은정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아니, 어찌 보면 왠지 즐거움까지 느껴졌다.“대충 계산해 봤는데 어제 태한그룹이 주식 폭락으로 잃은 돈은 700억, 우리 그룹이 주가 상승과 신제품 홍보 효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약 1200억 정도, 하룻밤 사이에 태한그룹은 우리 그룹에 2000억 정도 뒤쳐지게 됐어.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박수혁의 타깃은 전동하 대표였어. 이 정도면 어부지리 제대로 얻은 거 아니야??”그나마 전동하의 대부분 자산은 미국 쪽에 집중되어 있어 실질적인 자금 피해 없이 욕만 몇 마디 먹은 게 다행이었다.소은정의 해명에 소은해는 혀를 찼다.2000억에 타협한다니. 무릎을 꿇은 박수혁의 모습을 못 보게 생겼다는 생각에 왠지 배가 아팠다.한편, 소은정은 태한그룹이 이번 위기를 넘어간 방법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이런 위기대처 케이스는 듣도 보도하지 못했다. 이렇게 비굴하고 어찌 보면 귀엽기까지 한 아이디어라면 어쩌면 오한진의 생각이 아닐까 소은정은 생각했다.두 남매가 대화를 나누던 그때 집사가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