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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절호의 기회

웜톤 불빛이 서재를 비추었지만 방 안의 공기는 차갑기만 했다.

불빛을 등진 채 서 있는 박수혁의 몸이 분노로 떨려왔다. 반쪽 얼굴은 어둠 속에 잠겨서인지 고개를 든 순간, 보여지는 차가운 눈빛은 인간보다 맹수에 더 가까웠다.

할아버지에게 실권을 조금이나마 남겨드린 것이 이렇게 다시 돌아올 줄이야.

“할아버지가 무슨 짓을 하신 건지는 아세요?”

방금 전 고함으로 인해 쉬어버린 목소리로 박수혁이 물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박대한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물러터진 놈. 아직 한참은 부족해...

“전동하를 상대하고 싶은 거 아니었냐? 그 정도로 되겠어? 적을 상대할 때는 최대한 잔인하게 다시는 기어오를 수 없게 처절하게 밟아줘야 해. 이 할아비는 네가 뿌린 장작에 불을 지른 죄밖에 없다.”

다시 의자에 앉은 박대한이 박수혁을 힐끗 바라보았다.

“네가 전동하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건 알고 있다. 이번에 은정이를 구한 것도 전동하고 요즘 그 가족과도 가깝게 지낸다지? 네 방법이 아예 틀린 건 아니야. 요즘 세상은 여론전도 아주 중요하지. 칼날보다 더 날카로운 게 바로 대중들의 비난이야. 그렇게 된다면 소씨 일가는 물론 소은정도 전동하를 혐오하게 될 테지. 이게 네가 원하는 게 아니었냐?”

박대한의 말에 박수혁의 숨이 더 가빠졌다.

“전 이렇게까지 할 생각 없었습니다. 전동하 신상이 밝혀지면 은정이한테까지 피해가 갈 테니까요. 지금 사람들이 은정이한테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그래서 이제 속이 시원하시냐고요!”

하지만 박수혁의 분노에도 박대한은 싱긋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큰일을 해내려면 작은 희생도 필요한 법이지. 이제 사람들도 소은정과 전동하의 사이를 좋지 않게 보고 있어. 그쪽 집안은 워낙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니 아마 바로 전동하와 선을 긋겠지. 그리고 결국 다시 네 쪽으로 돌아설 거야.”

박대한은 여자 하나 때문에 머뭇거리는 박수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내자식이 여자 마음 하나 못 돌려서 쩔쩔 매는 꼴 하고는...

“네가 소은정 그 아이를 원한다면 더 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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