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의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한참 동안 입을 벙긋거리던 오한진은 어색하게 헛기침을 한 뒤 다시 말을 이어갔다.“저희 수혁 대표님은 은정 대표님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하시는 거라고요!”오한진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 간파한 소은정은 싱긋 미소 지은 뒤 말없이 음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그 모습에 왠지 머쓱해졌지만 오한진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은정 대표님이 사고 당하신 뒤로 우리 대표님께서 이틀 밤을 꼴딱 새우신 건 아세요? 은정 대표님이 계신 병원을 알아내시곤 아주 미친 사람처럼 나가시더라니까요. 분명 S시로 가신 것 같았는데... 돌아오신 뒤부터 왠지 이상하게 변하셨죠. 말도 잘 안 하시고... 뭐 워낙 과묵한 성격이시긴 하지만...”오한진의 말에 젓가락을 잡은 소은정의 손이 멈칫했다. 왠지 가슴이 저릿해지는 느낌이었다. 분명 S시에 있을 때는 박수혁을 만난 적이 없는데... 언제 왔던 거야?“그리고 다시 서산 대학병원으로 옮기셨다는 소식을 듣고 나가시더니 돌아오셔서 바로 쓰러지셨어요... 휴, 그리고 정신을 차리시고는 바로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신다니까요. 대표님도 은정 대표님 만나러 오고 싶은 눈치라 제가 넌지시 함께 오시는 게 어떠냐고 물으니까 은정 대표님이 만나고 싶지 않을 거라고...”말끝을 흐린 오한진이 힐끗 소은정의 눈치를 보았다.하지만 소은정은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식사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우아한 젓가락질과 씹는 모습. 예쁜 사람은 먹는 모습도 예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던 그때, 오한진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지. 왜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지? 충분히 불쌍해 보이게 설명했는데 말이지...살짝 망설이던 오한진이 말을 이어갔다.“요즘처럼 혼이 나간 것 같은 모습은 처음 봐요... 수혁 대표님이 얼마나 은정 대표님을 사랑하시는지 이번에 새삼스레 다시 깨달았지 뭡니까! 제가 여자라면 너무 행복할 것 같은데요!”눈물까지 글썽이는 오한진의 모습에 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오 집사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박수혁 대표는 아무 사
하고 싶은 말은 하나도 못했네! 오한진이 풀이 잔뜩 죽은 얼굴로 병원을 나서려던 그때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병원으로 들어왔다.늘씬한 몸매, 부드러운 분위기, 바로 전동하였다.조선시대 뭇 아가씨들의 마음을 울리는 미남 선비가 환생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은, 전동하는 수묵화 같은 매력을 가진 남자였다.전동하가 병원으로 온 목적은 아마 소은정을 만나기 위함일 터, 발만 동동 구르려던 오한진은 다시 뻔뻔하게 병실로 돌아갈까 잠깐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그는 박수혁의 사람,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박수혁을 대표하기도 한다. 가뜩이나 박수혁을 싫어하는데 더 혐오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한참을 고민하던 박수혁은 태한그룹으로 발걸음을 돌렸다.태한그룹, 요즘 따라 저기압인 대표 덕분에 직원들도 초긴장 상태였다. 최측근인 이한석마저도 만남을 꺼릴 정도이니 말이다.이때 오한진이 헐레벌떡 달려오고 깜짝 놀란 이한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형이 왜...”오한진은 숨을 헐떡이며 박수혁의 사무실을 가리켰다.“대표님 안에... 계시지?”이한석이 고개를 끄덕이자 오한진은 바로 문을 두드렸다.“들어와.”박수혁의 차가운 목소리에 침을 꿀꺽 삼킨 오한진이 사무실 문을 열었다.“대표님, 저 왔습니다!”오한진의 목소리에 고개를 살짝 든 박수혁은 다시 파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은정이 상태는 어때 보였어?”사실 박수혁도 매일마다 소은정을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소은정이 화를 낼까 걱정되기도 했고 가뜩이나 아슬아슬한 두 사람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질까 두려워 병원 주위도 가지 않고 있었다.그저 소은정에 대한 생각을 잊기 위해, 치밀어 오르는 짜증과 분노를 누르기 위해 일에 집중할 뿐이었다.“은정 대표님은 아주 좋아 보이셨어요. 아, 은정 대표님의 더 빠른 회복을 위해 병원 측에서도 면회를 제한하는 것 같더라고요. 은정 대표님을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고 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오한진은 이런 거짓말으로라도 박수혁의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하지만 오한진은 어디까지나 아이디어만 제공할 뿐, 전동하 정도 되는 거물의 흑역사를 직접 캐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없는 사람이었다.물론, 박수혁에게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닐 테지만.그제야 박수혁이 조금 풀어진 표정으로 오한진을 바라보았다.“은정이는 뭐 좋아하지? 레시피대로 재료 준비해 줘요. 오늘 저녁에 연습 좀 해야겠으니까.”지금 박수혁에게 가장 절실한 건 이미지를 바꾸는 것. 그래서 좀 더 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박수혁의 말에 오한진이 흠칫했다.아니, 또 요리를 하시겠다고? 제발 주방에는 그만 들어오시라고요!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오한진의 속마음일 뿐,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지금 박수혁은 “가정적인 남자”라는 프레임에 푹 빠진 상태인데다 스스로가 요리에 재능이 없다는 걸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었으니까.박수혁의 말에 입술을 꽉 깨물던 오한진이 한숨을 쉬었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준비하죠.”휴, 오늘 주방 가전제품들 또 새로 갈아야겟네.오한진이 사무실을 떠나고 박수혁은 바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설 탐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분부를 마친 박수혁은 기분이 좋아진 듯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이때 노크소리와 함께 기획부 부장이 머뭇거리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요즘 박수혁 대표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건 모두가 공공연히 알고 있는 사실, 게다가 기획안에 문제가 생기기까지 했으니 박수혁가 화를 내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대표님, 기획부 기획안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사 기간이 한 달 정도 연장될 것 같네요.”공사 기간이 한 달이나 늘어난다는 건 한달치 경비가 늘어난다는 걸 의미했다. 이건 이익을 중요시하는 기업에게는 큰 실수, 부장은 제발 자르지만 말아달라고 기도하며 박수혁의 불 같은 호령을 기다리기 시작했다...과연 부장의 보고에 박수혁은 잔뜩 굳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서슬 퍼런 눈빛에 온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부장은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잠깐의 침묵 후 박수혁은 담담하게 한
그리고 전동하는 어디선가 오렌지 하나를 꺼냈다. 그림속에서 꺼낸 듯 흠집 하나 없이 윤기가 흐르는 오렌지였다.“이거, 선물이에요.”전동하의 말에 소은정이 눈을 껌벅였다.지금까지 소은정은 수많은 선물을 받아왔다.다이아몬드 반지, 목걸이, 명품백... 하지만 오렌지 선물은 처음인지라 살짝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저 보통의 오렌지보다 조금 더 예쁘게 생긴 오렌지가 소은정은 마음에 쏙 들었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상큼해질 정도로...역시, 전동하는 소은정의 방어막을 무너트리는 묘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소은정은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오렌지를 받아들었다.“어디서 난 거예요?”“아까 과일 트럭이랑 살짝 접촉사고가 있었거든요. 아저씨가 너무 미안해 하시길래 보상으로 오렌지 하나 받았어요.”전동하가 달콤한 목소리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전동하가 타는 차라면 살짝 긁히기만 해도 몇 백만원은 나올 텐데 오렌지 하나로 퉁 친다고?전동하 대표다운 처사네.그의 말에 소은정이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럼 이건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오렌지나 마찬가지네요.”소은정의 말에 전동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은정 씨한테 선물로 주려고 가져왔어요. 비싼 오렌지는 뭐가 다를까 싶어서요.”전동하의 시선에 왠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느낌에 소은정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30분 뒤에 먹을게요. 지금은 배가 너무 불러서요. 여기서 더 먹으면 배가 터질지도 몰라요.”그녀의 말에 흠칫하던 전동하는 뭔가 떠올린 듯 휴대폰을 꺼냈다.“아, 마이크가 저번 날부터 은정 씨랑 영상 통화를 하고 싶다고 졸라대던데. 지금 할래요?”“그럼요.”마침 소은정도 귀여운 마이크가 보고 싶던 차였다. 연결음이 울리고 마이크의 귀여운 얼굴이 액정을 가득 채웠다.“아빠, 너무 보고 싶어요. 저 잠깐만 귀국하면 안 될까요?”마이크가 잔뜩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애교를 부렸다.하지만 전동하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단호하게 거절했다.“안 돼
마이크의 고집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던 전동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래. 그럼 아빠는 바람 좀 쐬고 올게.”전동하를 향해 손을 저은 소은정은 다시 마이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 마이크의 폭신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마이크, 아빠한테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아빠 마음 아프시겠다.”하지만 마이크는 어깨를 으쓱했다.하? 아빠가? 마음이 아파? 흥!“그래도 예쁜 누나랑 단둘이서 얘기하고 싶었던 말이에요.”마이크의 애교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린 소은정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그래. 그럼 우리 아빠에 대해 얘기해 볼까? 넌 아빠 장점이 뭐라고 생각해?”소은정의 질문에 마이크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을 망설였다.8년 짧은 인생 중 이렇게 어려운 문제는 처음이었다.아빠에게 장점이 있었나? 맨날 공부만 시키는 아빠! 그런 아빠한테 장점이 있을 리가!하지만 예쁜 누나에게 효자 이미지도 어필하는 게 좋겠다 싶어 억지로 장점을 짜내기 시작했다.그 귀여운 모습에 소은정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참 재미있는 부자라니까.“아빠... 아빠는 장점이... 참 많죠. 일단 잘생겼잖아요! 아빠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뭐 그래도 인기는 제가 더 많지만요!”아빠 장점을 말하면서도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는 것도 잊지 않는 마이크의 모습에 소은정이 풉 웃음을 터트렸다.하여간 귀엽다니까.“그리고 또 뭐가 있어?”“으음... 돈도 많죠. 하지만 앞으로 돈은 제가 더 많이 벌 거예요!”마이크의 말에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참 동안 턱을 만지작거리던 마이크가 대답했다.“누나를 좋아하잖아요.”마이크의 돌직구에 흠칫하던 그때, 마이크가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다.“하지만 누나는 내가 더 좋아한단 말이에요. 이 세상에서 내가 누나를 가장 좋아할 걸요?”마이크의 표정에 방금 전까지 복잡하던 기분이 연기처럼 사라졌다.“당연하지. 누나도 우리 마이크 좋아해. 뚝해. 남자는 그렇게 쉽게 우는
마이크와 소은정이 대화를 나누던 그때 전동하가 병실로 다시 돌아왔다.“급한 회의가 있어서 바로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아요.”전동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소은정은 마이크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휴대폰을 전동하에게 돌려주었다.어플을 끈 순간, 전동하의 휴대폰 기본 화면이 드러났다. 깨끗한 푸른 하늘, 전동하의 성격처럼 편안하고 깔끔한 화면이었다.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의 섹시한 화보 사진을 기본 화면으로 해놓는 남자들도 워낙 많은 터라 왠지 전동하가 더 마음에 들었다.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전동하는 이대로 떠나기 아쉬운 듯 깊은 눈동자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또 다시 올게요. 먹고 싶은 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바로 얘기해요.”소은정의 심부름이라면 한밤중이라도 달려올 각오가 되어 있었다.“네, 정말 뭐든 다 말할 거니까 기대해요.”소은정의 미소에 잠깐 넋을 잃은 듯한 전동하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짝 건드리고 다급하게 돌아섰다.혹시나 소은정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을까 무서워서여다....다음 날, 소은정은 역시나 아침 일찍 일어나 회사 메일을 확인한 뒤 급한 메일에 답장을 보냈다.이때 마침 소은해가 병실로 들어오고 테이블에 아침 식사를 세팅하는 동안 태블릿으로 인터넷을 하던 소은정이 고개를 갸웃했다.“유명 투자 전문가 사실은 바람둥이?”“유명 투자 전문가의 인성 폭로”자극적인 기사 제목에 소은정은 홀린 듯 기사를 클릭했지만 대충 훑어봐도 유명 투자 전문가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기사 내용에 미간을 찌푸렸다.뭐야? 기사를 이렇게 써도 되는 거야? 찌라시도 아니고...흥미진진한 얼굴로 기사를 보고 있는 소은정을 향해 소은해가 말했다.“아침 먹자!”자연스레 태블릿을 끈 소은정이 대뜸 물었다.“오빠, 기사 봤어? 유명 투자 전문가에 대한 기사가 톱이던데 이름은 안 나왔더라? 누군지 알아? 우리가 아는 사람이야?”소은정의 질문에 소은해가 눈썹을 치켜세웠다.“기사 제대로 읽어본 거 맞아? 다시 읽어보면 알게 될 거야.”
사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명인사의 인성을 폭로하는 글은 많고도 많았다.그중에서도 단연 인기를 끄는 건 막장 드라마 못지 않은 연인의 배신 스토리, 하지만 대부분 여성들은 함께 찍은 사진, 계좌 인출 정보, 카톡 채팅 내용 등 여러 가지 증거로 자신의 상황을 입증했다. 거기에 절절한 글귀까지 더해져 네티즌들의 분노를 이끌어냈던 것이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 익명의 여성의 고발은 어딘가 뭔가 어색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얼굴도 잘 보이지 않는 사진 달랑 한 장을 제외하고는 전부 일방적인 주장뿐이었다. 그리고 커뮤니티에 이와 같은 글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가 올라오는데 굳이 이 글만 화제가 되어 인터넷 포털을 톱 기사로 오른 것도 이상했다.왠지 의심스러운 마음에 모자이크된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던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어딘가 낯이 익단 말이야...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소은정의 모습에 소은해가 웃음을 터트렸다.“누군지 눈치챘어?”소은정은 들고 있던 태블릿을 침대 위에 내려놓고 수프를 한 스푼 떠먹었다.“모자이크까지 되어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그 모습에 소은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전동하 대표야.”쨍그랑...순간 소은정은 들고 있던 스푼이 바닥에 떨어졌다.그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던 소은해가 숫가락을 줍더니 구시렁댔다.“아, 숟가락은 하나밖에 안 챙겼단 말이야...”하지만 소은정은 소은해의 말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 잔뜩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누구라고?”어쩐지 눈에 익더라니... 그래도 전동하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쪽으로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그런데 왜...설마... 방금 전 폭로문의 내용을 떠올린 소은정의 기분은 강물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끝도 없이 아래로 가라앉았다.남의 일일 때는 이성적으로 돌아가던 머리도 점점 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닌 걸 아는데...이때 숟가락을 다시 씻어온 소은해가 한숨을 내쉬었다.“나도 처음에는 못 믿었다니까. 나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소은정이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오빠... 그게...”망설이는 소은정의 모습에 소은해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기사 전부 내리게 해달라고?”소은해의 말에 소은정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까 내려야 해. 아무리 인터넷이라도, 아무리 익명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활동하는 곳이라 해도 이런 헛소문이 유포되게 둘 수는 없어.”“이 여자가 쓴 글이 가짜라고 생각하는 거야? 마이크 나이 정도 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요즘 재벌 2세, 너한테 매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여러모로 여자가 말하고 있는 내용과 일치했다. 전동하가 정말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드디어 이성을 되찾은 소은정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어. 하지만 전동하 대표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거성그룹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전동하 대표가 도와주기도 했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가만히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어쩌면 한국에서 전동하가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라곤 소은정뿐일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전동하가 이 위기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소은정의 말에 소은해가 한숨을 쉬었다.“알았어. 내가 도 대표한테 연락해 볼게. 오후 쯤에 대충 다른 자극적인 기사 몇 개 뿌리면 사람들 관심도 사라질 거야.”“그래, 오빠 밖에 없네.”“하, 이럴 때만 오빠지.”피식 웃던 소은해가 언론사와 통화를 하기 위해 병실 밖으로 나가고 이미 입맛이 사라진 소은정은 말없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한참을 멍하니 있던 소은정은 휴대폰을 꺼냈다 다시 내려놓았다.뭘 기대하는 거야...1시간 뒤, 인터넷은 또 다른 기사로 들끓기 시작했다. 유명 여배우와 감독이 사실은 불륜 관계였으며 감독의 와이프가 촬영장에까지 쳐들어와 여배우의 머리채를 잡았다는 내용이었다.5분도 되지 않아 조회수가 1만을 초과하고 “유명 투자 전문가”에 대한 폭로 기사는 소리없이 사라졌다.이름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유명 투자 전문가”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