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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병약미

하고 싶은 말은 하나도 못했네! 오한진이 풀이 잔뜩 죽은 얼굴로 병원을 나서려던 그때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병원으로 들어왔다.

늘씬한 몸매, 부드러운 분위기, 바로 전동하였다.

조선시대 뭇 아가씨들의 마음을 울리는 미남 선비가 환생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은, 전동하는 수묵화 같은 매력을 가진 남자였다.

전동하가 병원으로 온 목적은 아마 소은정을 만나기 위함일 터, 발만 동동 구르려던 오한진은 다시 뻔뻔하게 병실로 돌아갈까 잠깐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그는 박수혁의 사람,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박수혁을 대표하기도 한다. 가뜩이나 박수혁을 싫어하는데 더 혐오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박수혁은 태한그룹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태한그룹, 요즘 따라 저기압인 대표 덕분에 직원들도 초긴장 상태였다. 최측근인 이한석마저도 만남을 꺼릴 정도이니 말이다.

이때 오한진이 헐레벌떡 달려오고 깜짝 놀란 이한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형이 왜...”

오한진은 숨을 헐떡이며 박수혁의 사무실을 가리켰다.

“대표님 안에... 계시지?”

이한석이 고개를 끄덕이자 오한진은 바로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박수혁의 차가운 목소리에 침을 꿀꺽 삼킨 오한진이 사무실 문을 열었다.

“대표님, 저 왔습니다!”

오한진의 목소리에 고개를 살짝 든 박수혁은 다시 파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은정이 상태는 어때 보였어?”

사실 박수혁도 매일마다 소은정을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소은정이 화를 낼까 걱정되기도 했고 가뜩이나 아슬아슬한 두 사람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질까 두려워 병원 주위도 가지 않고 있었다.

그저 소은정에 대한 생각을 잊기 위해, 치밀어 오르는 짜증과 분노를 누르기 위해 일에 집중할 뿐이었다.

“은정 대표님은 아주 좋아 보이셨어요. 아, 은정 대표님의 더 빠른 회복을 위해 병원 측에서도 면회를 제한하는 것 같더라고요. 은정 대표님을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고 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오한진은 이런 거짓말으로라도 박수혁의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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